Chapter 69
[▶채팅창 – ON]
-??
-후하후하
-방장방장방방장님 괜찮아여??
-이대로 계속 진행할 거임?
-마이너스 15% 페널티 너무 아픈데· 1회차도 진짜 아슬아슬하게 깼잖아
-그냥 888이나 777로 낮춰서 하면 안 되나 어차피 사제로는 신기록일 텐데
이 게임에 대해 내가 놓치고 있는 어떠한 사실이 있는 것 같다·
집단지성이라도 믿어볼까 해서 채팅창을 켰다·
“아델라를 살리고 싶어요·”
-아델라 1부에서 사망하는 건 애초에 확정인데···
-애초에 아델라 스펙으로는 일대일에서 빙의된 진 크로니클에게 못 이겨요ㅠㅠ
-어떻게 잘 키워보면 안 되나?
-절대 안 됨· 월오아에 방화벽 깔리기 전에 중국 애들이 스토리 1부까지는 불법앱뜯 해놔가지고 보스 스펙까지 다 상세히 나오는데 모든 스펙에서 열 배 이상 차이남·
-님들이 아는 롤로 따지면 1렙이랑 10렙이랑 싸우는 비유가 맞을 듯?
“2회차는 뭐가 다른가요?”
분명 똑같은 세상이 아니다·
세계의 비밀을 알아낸다면 아델라를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모든 스탯 깎이고 시작하는 중첩 페널티가 제일 크죠
-ㅇㅇ 5중첩까지 있고 체크포인트까지 가야 초기화 됨
-5중첩은 씹 ㅋㅋㅋㅋㅋ 그럼 –75%냐?
-ㄴㅇㅇ수학 잘 하네
-5중첩이면 부옵 1/1/1이라도 깨기 개힘들다
“아니 그거 말고요· 전에 보스들의 패턴이 달라진다고 했잖아요·”
-그건 몰?루
-딜이 약해서 오래 싸우다 보니까 다른 패턴들도 나오는 게 아닐까?
-ㄴㄴ 첫 패턴부터 달라지는 몹들도 있음
-사실 맨날 초기화해서 우리도 잘 몰라ㅋㅋㅋ 안 그래도 스탯 깎여서 빡치는데 굳이 할 이유가 없지
하기야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나이트메어 난이도조차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었다·
결국 직접 알아내는 수밖에·
“렘넌트 아카데미는 수도 중앙에 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밖으로도 여러 개의 건물들이 있어· 남쪽에는 천문대가 동쪽에는 경비병주둔지가 서쪽에는 재료창고와 입학관리본부가 있지·”
다니엘이 이전처럼 말 토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작전을 설명한다·
게슈탈트 지부장은 팔짱을 낀 채 미동 하나 없이 그의 작전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와 아델라는 둘 다 그녀의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마침 탁자에 반달모양의 빗이 있길래 아델라의 뒤엉킨 머리를 풀어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처음에 그녀의 시선에 빗을 한번 보여주고 뒷머리 끝부분부터 천천히 쓸어내리며 머리털을 가지런히 만들었다·
쓰윽- 쓰윽-
“저기 노네임? 근데 내 머리 가지고 무슨 짓을 하는 거냥?”
“왜? 싫어?”
빗질을 멈추자 아델라의 귀가 축 늘어졌다·
“아니 싫은 건 아닌뎅··· 오히려 좋다면 좋은 건데 초면에 좀 갑작스럽달까···? 원래 엘프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한테 이러냥?”
“응·”
“거참 신기한 문화네? 막 싫지는 않아·”
[‘냥스터콜’님이 5000원 후원!]
-이게 된다고? 나도!!! 나도 아델라 머리 빗겨주러 갈 거야!!!
갑자기 우수수 빠져나가는 시청자들·
채팅창이 또한번 크게 요동친다·
-와씨 목선 머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난꿈도희망도없는나이트메어만하루에여덟시간씩주구장창했는데아델라의푸석푸석한머리를야들야들찰랑찰랑윤기날때까지빗겨줄생각을단한번도안했을까진짜인생절반손해봤어자살마렵다
-ㄴ쌉미친놈이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악귀새낔ㅋㅋㅋㅋㅋㅋㅋ
-아델라 귀는 반칙이지!
-아빠 오늘은 왜 국이 없어요? 아들아 미안하다 우리 나비는 잠시 쓸 데가 있어서 말이야·
-암델라 진짜 딱 대라 오늘 밤 다 뒤졌다ㅋㅋㅋㅋㅋㅋㅋ 오니쨩의 진심전력쓰다듬기를 보여주지
[▶채팅창 – OFF]
“뭐라는 거야 너희들·”
“으응?”
“아니야· 여기 귀 뒤쪽도 빗겨줄까?”
“앗 거긴! 흐아··· 으으 그르르릉···”
정신건강에 해로운 채팅창은 다시 심연으로 던져버렸다·
누가 내 머리를 빗겨주는 건 딱 질색이었지만 반대로 이렇게 남의 머리를 손에 넣는 건 심리적으로 상당한 안정감이 들었다·
아델라는 약간 간지럼도 타는지 새로운 부위에 촉이 닿을 때마다 몸을 배배 틀었다·
제 딴에는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옛날 생각이 나네·
항상 히아센과 나는 니오베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서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었다·
그녀도 아델라만큼이나 활달한 성격이었어서 머리에 먼지와 풀떼기를 안 붙여 오는 날이 더 드물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아델라와는 달리 니오베는 사람 자체가 순수함의 결정체였다·
해변가에 하얀 모래만을 고르고 골라 쌓아 올려 만든 소녀·
다가가기만 해도 삶의 풍파를 날려주는 바닷바람 같은 소녀·
히아센과 함께 내 전생에서의 유년기를 함께 해 왔던 내 영원한 친구이기도 했다·
빗질이 잠시 끊어졌다·
니오베가 사무치게 보고 싶어진다···
지금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전생의 일일 뿐이라고 애써 마음 한구석으로 치워봐도 이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왕의 저주를 다시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가 살아 있는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르릉··· 노네임? 왜 갑자기 멈추냥? 끝까지 안 빗으면 중간에 엉켜 버린다고·”
중간에 빗질을 멈추면 머리카락이 뒤엉켜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빗어야 한다·
교복의 첫 단추를 잘못 채웠을 때는 모두 다 풀고 처음부터 다시 채워야 한다·
모두 당연한 논리였다·
“처음부터 다시 해 줄게 아델라·”
* * *
[YOU DIED]
[모든 스탯이 재조정됩니다]
[현재 페널티(3): -45%]
[NoName(NoName)]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 – 사제 나이트메어 10/10/10]
[방송 시간 – 5:01:47]
[시청자 수 – 5930]
“하아··· 하아··· 흐읍·”
같은 나비문양의 천장 어비스의 여관 침대였다·
2번째 회차는 1번째 회차와 동일한 결말을 얻게 되었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라고는 세 시간에서 한 시간으로 단축된 보스 클리어 시간과 마지막에 아델라가 자결을 선택할 때 전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점이었다·
아델라는 여전히 약했다·
3번째 회차는 –30%의 페널티를 안고 시작했다·
모든 동선을 외우고 모든 경험치를 최적으로 루팅을 해봐도 스태미너 부족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탈출하는 도중 우리들은 붙잡혔다·
아델라는 여전히 약했다·
-이젠 진짜로 안 된다
-ㄲㅂ
-아쉬운데 너무
-2번 때려서 잡을 걸 3번이나 때려야 되니까 연속 웨이브에 너무 취약하네
-50명씩 쫓아오면 리얼루다가 답도 없음
-그래도 부옵션 최대를 페널티까지 달았는데 1시간 컷 실화냐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첨 와서 봤는데 피지컬 완전 프로 수준인데요?
-일대일이면 몰라도 저런 개싸움은 프로들도 못하지
-ㄴ다들 오해하고 있는데 지금 방장 직업 사제임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싸워야 할 일이야?
-아델라는 죽었어··· 이제 떠나보내 주자
아델라가 진 크로니클보다 강해지지 않는 이상 아델라를 살려낼 수 없다·
하지만 경비병들을 사냥함으로써 얻는 경험치는 제한되어 있다·
그녀에게 경험치를 양보할수록 나는 반대로 약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6회차 이후로 넘어가면 나는 무려 –75%의 페널티를 안고 가야했다·
그때부터는 내가 발악하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오히려 아델라가 나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지·
머리가 복잡하다·
3회차에서도 실패했는데 4회차에서도 같은 길을 걸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정말 시스템적으로 죽어야만 하는 운명인 걸까?
나는 또다시 아델라의 방을 찾아갔다·
“문도 안 두드리고 그렇게 벌컥벌컥 여는 거 여기서는 실례다 실례· 그나저나 숲지기 너 이름이 뭐냥?”
“노네임·”
“오오옹· 뭔가 입에 착착 달라붙는 이름이당·”
“···?”
아델라가 태연하게 말했다·
대사가 달라졌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분기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는데?
“왜?”
“뭐가 말이냥?”
“내 이름 이상하지 않아?”
“딱히? 오히려 친숙한데? 제도에 오래 살다보면 별별 개똥같은 이름이 많은데 숲지기 정도면 양반인 편이지·”
벌컥벌컥-
아델라는 남은 맥주를 들이켰다·
“아델라·”
“왜?”
“아델라·”
“왜 자꾸 부르냥? 사람 쑥스럽게·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랑!”
내가 착각한 게 아니었다·
이제는 그녀의 행동거지에서 그 어떤 위화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 회차에서도 전전 회차에서도 우리가 인연을 맺었다는 걸 몸이 기억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델라를 버리고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겨버렸다·
[‘냥스터콜’님이 10000원 후원!]
-노네임님 아델라가 저한텐 쓰담쓰담 허락 안 해주던데 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ㅠㅠㅠㅠ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설연0731님 2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200연참이 가능해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연재해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3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과연 아델라는 츄르를 주면 좋아할까요? 고양이 수인의 미각은 작가도 모르는 부분입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