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2
[후앗! 진짜 순 미친놈들인 줄 알았다! 아델라가 강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숲지기 너도 첫 임무부터 죽을 뻔했잖아?]
아델라의 활약 덕분에 4회차의 천문대는 가볍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오히려 1회차에서 혼자 싸웠을 때보다 수월한 느낌이었다·
-갓델라 황델라 찬양해!
-냥냥냥냥냥냥냥냥냥냥냥냥냥냥냥냥냥!!!!!
-뭐냐 아델라 왜케 잘 싸우냐 갑자기
-동료 NPC 스펙도 랜덤임?
-대미지 들어가는 거 보면 똑같던데
단검을 다루는 그녀의 잠재력은 뛰어났지만 언제나 숙련도 부분에서 언제나 아쉬웠었다·
그런데 아델라는 싸우면서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게 한눈에 느껴졌다·
NPC의 성장·
믿기지 않지만 그녀는 전투를 치르면서 스탯 외적으로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다음은 재료창고인가? 후우웅··· 뭔가 배도 좀 아프고 느낌이 안 좋은데· 그냥 입학관리본부부터 털러 가는 게 어떠냥?”
그러나 스토리를 계속 진행할 수는 없다·
실력 좋은 누가 아델라에게 단검술을 가르쳐준다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나이프 파이팅에는 식견이 없었다·
[전투상황에서 벗어났습니다·]
[안전지대가 확보되었습니다·]
[게임을 일시정지 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를 종료합니다·]
단검술이라도 어디서 배워와야 하나?
적어도 그녀가 스스로 진 크로니클을 상대할 능력을 얻기 전까지는 회색빛으로 물든 적막한 세계를 깨울 자격이 내게는 없었다·
[방송 시간 – 5:24:11]
[시청자 수 – 6299]
‘시간이 몇 시지?’
천교수님과 약속한 12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조금만 더 지나면 1시다·
방송도 슬슬 정리를 해야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이렇게나 빨리? 아직 점심 먹을 시간인데?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이라니 너희들은 아직 ‘2군’이군
-그럼 1군은 지금 일어났냐?
-1군은 모르겠고 난 지금 막 일어났긴 해 그런데 이 방 구독자 수에 비해 시청자가 왜 이렇게 많냐
-이 레전드 영상을 못 봤다고? 넌 오늘 밤 내내 후회할 거다ㅋㅋㅋㅋㅋ
-5시간밖에 안 되지만 오늘 방송 알찼다(진짜로 알참)
-ㄴ월오아 최초 10/10/10 1부 클리어 그것도 사제로 그것도 중첩 페널티로ㅋㅋㅋㅋㅋ 내가 역사의 현장에 있다
-ㄴ아델라 머리빗기 컨텐츠 발굴이 최대 수확이지
-ㄴ냥스터콜 1천 결사대에서는 아직도 소식 없음?
-ㄴ디코방에 별 소식 없는 거 보면 그런가봄
언제나 봐도 신기한 사람들이다·
방송이라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공유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시청자들도 똑같은 감각으로 체험한다·
책이나 영화랑은 조금 다른 차원의 때때로는 더 깊은 몰입감을 제공해준다·
내가 한 스트리머의 영상을 보고 그가 격렬한 전투를 벌였을 때 같이 숨을 참은 것처럼 시청자들이 아델라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처럼·
같은 시간선을 공유하는 건 꽤나 부끄러우면서도 오묘한 기분이 든다·
[‘대학원생살려’님이 10000원 후원!]
-노네임님 저챗이라도 하면 안 되나요? 30분만요··· 아니 15분만···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 빨리 자라고 해서··· 그럼 딱 한 시까지만 할게요·”
-오늘 첫 후원 감사인사 이거 귀하네요
-하꼬 스트리머가 돈을 잘 벎
-아니 진짜 고딩임?ㅋㅋㅋㅋㅋ 빨리 자라닠ㅋㅋㅋㅋ
게임을 종료하니 시청자가 5천명대로 줄어들었지만 채팅창은 더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동체시력이 아무리 좋다 한들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머리가 아파서··· 질문은 후원으로만 받을게요·”
왜 뭐· 나는 뼛속까지 자본주의의 노예라는 걸 딱히 부정하지 않는다·
[‘heureusement’님이 30000원 후원!]
-혹시 월오아 친추 가능할까요?
첫 후원부터 질문은 안 하고 사심을 채우려는 사람이 들어왔다·
역시나 채팅창은 분노에 휩싸여 글자로 표현해낼 수 있는 폭력들이 우수수 쏟아져내린다·
“멀티계정 없어도 친추가 되나요? 아직 클리어를 안 했는데·”
-?
-?
-????
-무슨 소리임?
-월오아 첫판이세요?
-에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셈;;
-진짜로 계정 안 뜨는데?
“나중에 기억해놨다가 친추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많이 어려워서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요즘 애들은 웬만한 건 다 태권도 도장에서 배운다던데· 심지어 영어도 가르치는 걸 보고 조금 놀랐다·
잘 찾아보면 단검술도 가르쳐주는 곳이 나오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했다·
아델라를 제대로 가르칠 확신이 들기 전까지 게임은 시작을 못 할 것 같았다·
심지어 내일은 수행평가 안내까지 있지 않았었나?
병원에 있느라 그동안 못 본 저널들도 많이 밀렸을 텐데·
돈도 빨리 벌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상황이 겹치니까 머리가 아프다·
[‘레후자식’님이 10000원 후원!]
-방장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일곱 살입니다·”
-열일곱?
-그냥 일곱이래ㅋㅋㅋㅋㅋㅋ
-뭔 뜬금 없는 컨셉임 이건 또?
-귀여우면 됐지 뭐 나이가 뭐가 중요해
-ㄴ육수충 극혐이네
아 월오아 나이트메어가 만 15세 연령가였나?
빠른 정정이 필요했다·
“아니 사실 열다섯 살이에요·”
-뉘예뉘예
-대답해주기 싫나보네
-단가 맞춰오라는 뜻 아님?
-쉰일곱이라고 해도 걍 그런가보다 하셈
-걍 ㄹㅇㅋㅋ만 치라고
-ㄹㅇㅋㅋ
-ㄹㅇㅋㅋ
갑자기 나타난 예리한 댓글 때문에 속으로 뜬금했지만 말이다·
[‘리카일의대검’님이 1000원 후원!]
-방장 아르세리아 진짜 첫판임?
“아니요· 말씀드렸다시피 예전에 아는 동생이랑 프롤로그 같이 진행했어요·”
-그게 첫 판이라는 거잖아 텐련아ㅋㅋㅋㅋㅋㅋ
-이왜진이왜진이왜진이왜진?
-이게 재능의 차이?
-재능으로 다 설명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었는데;;
[‘Veixel’님이 100000원 후원!]
-발럼 베나온스 공략에 대해서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2페이즈 때 어떤 마법을 썼길래 발럼의 공격이 안 통했던 거죠?
[‘OVERDOSE’님이 130000원 후원!]
-진 크로니클 격전 때 사용한 파훼술식 설명 부탁드립니다·
[‘냥스터콜’님이 300000원 후원!]
-아델라 머리 빗겨주는 법 좀 알려주세요!
후원이라는 조건으로도 시청자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즉시 후원창을 닫아버렸고 마지막 질문들까지만 답변하기로 결정했다·
-돈 없는 우리는 서러워서 살겠나ㅠㅠㅠㅠㅠㅠ
-액수 미쳐 돌아가네 진심ㅋㅋㅋㅋㅋ
-잘만하면 올10 난이도 퍼클인데 당연 눈 돌아가지
-사실 알려주기에는 10만원도 아까움
-아델라 머리 빗겨주는 비법이 30만원인 건 그래도 아까울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
-ㄴ전혀?
-ㄴ30만원이 아까워????
-내 계정에 충전만 됐었으면 100만원도 후원했다
-ㄴ진짜 온 세상이 냥박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선 3서클 편광배열 마법을 1서클 상위시전으로 구현한 겁니다· 두 번째는 보스가 물대포를 계속 쏘아대길래 물 분자 파훼술식을 베이스로 한 거고요·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니죠·”
그리고 마지막은···
“마지막은 저도 모르겠네요· 30만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냥스터콜님·”
* * *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내렸다·
잠옷도 예외는 없어서 등에 땀띠 때문에 피부가 따가웠다·
불도 켜지 않은 채로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얼음· 얼음이 없으면 물이라도·
마침 문 쪽에 차가운 보리차가 한 병이 눈에 띄었다·
“힘들어···”
게임 한판 한판이 지친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소비되는 반 시간가량 플레이타임의 롤과는 달랐다·
차가운 액체가 기도를 타고 내려가 뜨겁게 달구어진 몸을 식혀주었다·
내 마지막 발언에 대해 먹튀니 마니 하는 채팅들이 하도 많이 쏟아지길래 방송을 마치기 전 오늘 한 번이라도 후원해준 시청자들의 닉네임을 모두 읊어주었다·
그랬더니 조금 잠잠해지더라·
내 방송 시청자들의 집단지성은 분명 다 큰 성인들로 군집을 이루고 있을 텐데 이것들은 생떼를 부리는 다섯 살 어린아이처럼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다·
다만 동시에 순수하고 선의에 약하다·
첫 번째 후원자 ‘대학원생살려’부터 101 번째 후원자 ‘냥스터콜’까지·
중간중간에 중복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 실제로는 101명보다 적겠지만 아무튼 닉네임을 불려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정말 행복해했다·
이름을 불리는 이들도 불리지 않은 이들도· 모두 하나의 몸처럼 행동하고 사고한다·
그렇기에 중간중간 나쁜 여론이 조성되면 하얀 도화지에 검은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순식간에 그들은 동조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런 흑심을 품었던 것처럼 아델라를 욕하고 때로는 희롱하기까지 했다·
어린아이에게는 어린아이에게 걸맞은 눈높이의 예절교육이 필요하겠지·
다음번에는 좀 더 제대로 준비해서 방송을 시작하리라 다짐하며 다시 물병을 냉장고에 넣었다·
“이제 끝난 거니?”
방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천교수가 안방에서 부스럭거리며 나왔다·
“아··· 깨셨어요?”
“12시까지만 게임 한다고 우리 약속했잖니·”
“네··· 그랬었죠·”
“그런데?”
“1시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참교육 당하는 건 나였다·
결국 천교수님의 잔소리가 내 머리에 정통으로 꽂힐 때까지 나는 방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억하시나요? 아델라는 1회차에서 발럼 베나온스에게 배빵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현생으로 돌아온 나메··!! 사실 마나인방은 ‘일상물’인데 너무 많은 사건들이 휙휙 지나가느라 정말 바빴던 것 같습니다!!
이제 드디어 나메가 아카데미 꼬맹이들과 함께 진정한 일상힐링물을 즐길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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