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I Will Stage a Coup Chapter 1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1

커버보기

   “하. 머리가 돌아가질 않네.”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도무지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다.

내일까지 보내줘야 할 번역 분량이 한참이나 남아 있었지만 적당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았다.

외국어를 옮기는 번역은 작가의 의도와 미묘한 뉘앙스를 살리지 않으면 실패한 작업이 되기 쉬웠다.

저번만 해도 그것 때문에 죽지 않을 만큼 욕을 먹었다.

“김 선생님. 읽으면서 번역하신 거 맞아요? 네?”

그래서 그런지 자신감도 의욕도 상당히 저조했다.

물론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인 만큼 컨디션을 이유 삼아 일정을 늦출 순 없었다.

재떨이에 꽁초만 느는 기분이라 잠시 웹서핑이나 하기로 했다.

딸깍딸깍.

마우스를 몇 번 움직이자 익숙한 파란 창에 만화가 나타났다.

머리가 돌지 않을 때 정보의 직관성이 있는 웹툰을 보며 여유를 갖는 게 좋았다.

‘그새 새 연재작이 늘었네.’

일본과 미국의 종이 만화가 20세기 만화 시장을 지배했다면 21세기는 웹툰 천하였다.

거대한 만큼 웹툰에는 별별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있어 다양한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었다.

‘이건··· 새로 나온 작품인가? 대한제국의 대체역사?’

오늘도 별생각 없이 들어온 와중에 꽤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한국이 제국주의 국가가 된 세계를 그린 작품이었다.

열강 행세를 하던 한국이 감당하지 못할 전쟁을 도발하여 원역 일본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도입부부터 흥미진진했다.

“국뽕 아니라고 변화구 무지 줬네.”

뒤틀린 설정에 따라 바뀐 주변국의 운명도 흥미진진했다.

모처럼 재미있는 작품을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50화를 넘게 보고 있었다.

‘벌써 두 시잖아?’

생각해보니 일이 밀려 있는데 정신이 나갔다 싶었다.

아쉽긴 하지만 작품을 정주행하며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었다.

짝짝.

‘후. 정신 차리자 성준아.’

나는 피로해진 눈을 비비며 웹 창을 꺼버렸다.

작업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어떻게 표현할지 막막하던 문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술술 풀렸다.

마치 영감의 신이 강림한 기분이었다.

‘평소에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겠냐.’

열네 시간 동안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린 끝에 밀린 작업이 끝났다.

“이 팀장님. 원고 확인 부탁드립니다.”

정리한 원고를 편집자의 메일로 보내주고 나니 하품이 쏟아졌다.

생각해보면 거의 이틀을 자지 않아 잠이 오는 게 정상이었다.

이젠 전화고 뭐고 없었다.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눕자마자 무거운 수마가 덮쳤다.

‘내일은 밀린 드라마나 보면서 쉬자.’

그리고 달콤한 커피 한 잔.

뭐 더 바라는 것은 없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눈꺼풀을 천천히 감았다.

*

“각하. 정신이 드십니까? 각하!”

각하? 각하아?

이 무슨 농담 같은 소리란 말인가.

각하는 고위급 관료나 장성 대통령에게나 붙여지는 경칭이다.

그리고 요새는 대통령도 각하가 아니라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는 시대다.

그런 탈권위주의 시대에 날 백수나 다름없는 글쟁이에게 각하라니?

눈을 뜨니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인간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나이는 30대 초 정도로 보였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른 구레나룻이 인상적이었다.

그건 그렇고 당신은 누구야?

어떻게 내 방에 들어와 있는 거야?

이쪽에서 말을 쏟아내려던 찰나.

‘어어.’

나는 남자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았다.

남자는 내 수행 부관이고 여기는 내 관사였다.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남자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김정길 대위?”

“예 장군님.”

생각하기만 하면 거기에 맞는 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머릿속에 ‘기억’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당혹스러워하다 김정길에게 물었다.

“내가 어쩌다가 쓰러진 거지?”

“관사 집무실에서 신문을 보시던 중 갑자기 쓰러지신 걸 발견하고 침대로 모신 겁니다.”

그럴 리가.

내 마지막 기억은 침대에서 잠을 청했던 게 끝이었다.

잠깐. 지금 ‘나’는 누구지?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거울 거울 좀 가져다주게.”

김정길이 가까운 책상에서 손거울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거울을 받아들고 까무라치게 놀랐다.

분명 내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있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내 이름이.’

내 이름을 떠올리려 하자 머릿속에서 이름 두 개가 떠올랐다.

김성준과 이성준.

전자는 지구의 이름이고 후자는 이 몸의 이름인 듯했다.

이성준.

이름을 가만히 곱씹으니 어딘지 익숙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아!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중 뇌리에 벼락이 스친 듯 생각이 떠올랐다.

‘웹툰.’

내가 읽었던 웹툰에 이성준이란 이름이 등장한다.

그것도 주연으로.

우연의 일치인가?

하지만 이성준이란 이름을 가진 인물이 하필 ‘육군 소장’의 지위에 있는 것부터 걸렸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어질어질한 기운이 조금 있었는데 이젠 괜찮았다.

“장군님 조금 더 누워계시는 게.”

“아니야.”

나는 김정길에게 단답형으로 반응하곤 조금 놀랐다.

거울을 달라고 할 땐 의식적으로 명령어를 썼지만 이번엔 아무 생각도 없이 말했다.

그런데도 고압적인 말투가 나갔다.

마치 이 몸에 동화되기라도 한 듯했다.

나는 책상에 있는 고려일보를 펼쳤다.

신문 일 면에는 발행 일자가 적혀 있었다.

‘서력 1936년 1월 1일?’

틀림없었다.

이곳은 내가 읽은 웹툰 ‘제국의 종말’ 속 세상이 분명했다.

모든 정황 증거가 내 추리가 맞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시발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글쟁이가 자기가 읽던 만화 속에 빙의가 되는 게?

그것도 가장 지옥 같은 세계관으로?

윽.

나는 짧은 신음을 내뱉곤 그대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각하! 각하!”

*

한 번 충격을 받았더니 수용 능력이 한결 늘어났다.

나는 염병할 세상 속 등장인물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손발이 벌벌 떨리고 가슴이 옹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아는 대한민국 아니 대한제국의 미래가 결코 장밋빛이 아니었으니까.

세계대전이 끝나면 대한제국은 원역 한반도보다 비참한 원폭 투하에 이은 4갈죽을 당한다.

대/한/제/국 된다는 뜻이다.

‘시발.’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서지 않았다.

‘일단 정보부터 정리해보자.’

나는 없는 기억력을 쥐어짜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이성준은 대한제국 육군 소장이자 대한제국 황족이다.

‘준장’ 계급이 없는 한국군에서 소장은 최말단 계급의 장성이지만 별은 별.

더구나 이곳은 유사 프로이센이나 다름없는 육군국 한국이다.

황족 신분을 가진 육군 소장이면 못 하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할 수 있었다.

신분은 긍정적인 요소였다.

머슴보단 대감님이 좋은 건 사실이니까.

2. 현재 시점은 1936년.

한국이 중국과 전쟁을 시작하기 1년 전이다.

웹툰의 내용 전개상으론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파트.

즉 웹툰 상의 주된 사건 전개는 이제 시작이었다.

3. 대한제국은 외교가 팔 병신의 독일 마냥 X창이 난 상태다.

전통적인 동맹이었던 영국은 잠재적 적성국으로 돌아섰고 태평양 건너편의 대국 미국은 제국을 ‘주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에 국경을 맞댄 소련 중국과는 국경 분쟁을 벌이는 사이다.

그렇다고 남은 주요국과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중국에 이권을 가진 열강으로서 제국의 행보를 탐탁잖게 생각했다.

그나마 우호적인 나라가 하나 있지만 그놈들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다.

정말 외교가 지랄 났다고밖에 표현이 안 됐다.

4. 제국은 대공황의 여파 속에 군축을 시도했으나 쿠데타가 발생해 군부 정권이 들어선 상태다.

그 결과 군부에 뇌를 파먹힌 국가답게 군비에 몰빵한 히틀러식 따갚돼 경제를 돌리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따갚돼 경제를 멈췄다간 군수 경제 기반으로 재편 중인 제국의 경제 구조 자체가 무너져 내린다.

침략 전쟁을 그만두면 내부적으로 붕괴하고 중국 침략으로 시작되는 도미노 게임을 시작하면 자멸로 가는 길이 열린다.

‘이게 나라냐····’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나라였다.

마음 같아선 미국이나 남미 어디쯤으로 망명이라도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선택지였다.

작중 국적을 버리고 미국에 이민하였던 제국 귀족 하나가 ‘민족 반역자’ 취급을 받아 극렬 민족주의자 손에 암살당한 걸 생각하면 망명은 목숨 내놓는 짓거리였다.

설령 민족주의자의 위협이 아니더라도 내 지위가 그걸 어렵게 만들었다.

제국 고위직 장성이 뜬금없이 망명한다면 이 군국주의 한국 정부가 가만히 내버려 두겠는가?

암살을 사주하겠지.

서구 사회 쪽에서도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내게 경멸을 표시할 테니 그들 사이에 녹아들 수 없다.

애초에 내겐 제대로 된 선택지가 없었다.

      

   망명도 안 되고 군국주의로 치닫는 제국이 파멸로 내달리는 길에 끌려가서도 안 된다.

그러니 나는 보기에 없는 답을 고르겠다.

‘이 나라를 내 손으로 엎는다.’

내가 내린 답은 ‘쿠데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I Will Stage a Coup

I Will Stage a Coup

Score 9
Status: Ongoing Released: 2024
I’ve been reincarnated into a webtoon of an alternate history, into a chaotic empire. ‘I will overturn this country with my own hands.’ My answer was ‘coup d’éta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