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I Will Stage a Coup Chapter 16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162

‘이제 좀 안심이 되네.’

스탈린의 마지막 한 수가 ‘소련군’ 투입이면 어떨까 솔직히 조마조마하긴 했다.

다행히 스탈린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처럼 친절한 청년들을 보내는 간접 개입 전략을 취한 것이다.

물론 눈 가리고 아웅 격이긴 하지만 저런 식의 면피라도 하지 않았으면 정면충돌 구도로 흘러갔을 것이다.

하여간 러시아 놈들 생각은 시대를 막론하고 달라지지 않는 듯했다.

확전의 조짐이 사라졌으니 당분간 유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사람이야 좀 죽어 나가겠지만 언제는 안 그랬던가.

열강들이 전쟁에 정신이 팔린 사이 나는 중동으로 손을 뻗었다.

내가 노리는 타겟은 지구의 기축 통화인 달러였다.

국가도 아니고 왜 달러를 노리느냐.

그 이야기를 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1944년 연합국은 브렌턴 우즈 체제의 성립에 동의했다.

금 1온스는 35달러에 고정되고 각국 통화는 달러에 묶였다.

독자적인 경제권을 거느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 2위인 소련조차 브렌턴 우즈 체제를 용인한 상황에서 나홀로 대세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달러는 지구의 기축 통화로 파운드의 위치를 완전히 대체했다.

우리는 그렇게 달러 패권을 받아들였지만 이 체제가 영원할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다.

‘브렌턴 우즈 체제는 미국이 적자를 감내하는 한 영원히 지속되기 힘든 구조지.’

기본적으로 브렌턴 우즈 체제는 서방 세계의 결속을 위한 미국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경제 체제였다.

이런 퍼주기 체제가 30년 가까이 굴러갔다는 것부터가 미국의 강대함을 증명했다.

이 브렌턴 우즈 체제가 언젠가 무너질 걸 생각하면 지금부터 포스트 브렌턴 우즈 체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겸사겸사 대한의 국익도 좀 챙기고.

나는 미국이 아직 생각하지 못한 페트로 달러에 손을 뻗을 생각이었다.

‘브렌턴 우즈 이후 미국의 패권을 뒷받침한 게 페트로 달러였지.’

페트로 달러란 석유 대금을 반드시 달러로 받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이 페트로 달러를 통해 불태환 선언 이후 흔들리던 달러의 위상을 유지했다.

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페트로 달러와 브렌턴 우즈 체제 사이의 간극을 미리 찔러둘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원화를 기축 통화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야망을 품진 않았다.

그러기엔 한국과 원화의 체급이 너무 달렸다.

설령 그러고 싶어도 한국 경제가 버텨주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기축 통화가 되려면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데 한국은 적자를 버티면서 성장하는 게 가능한 국가가 아니었다.

‘지금 단계에선 준비만 해두는 걸로 충분해.’

아라비아 석유에 숟가락을 대면 미국이 발작할 테니 사우디에 OPEC 설립 아이디어를 전하는 걸로 충분했다.

나는 선수를 치는 차원에서 중동 순방을 추진했다.

각료들이 우려를 표시했지만 당장 중동에 전쟁이 날 것도 아닌데 괜한 호들갑이었다.

나는 메카를 방문해 사우디 국왕과 접견했다.

“두 성지의 수호자인 국왕 폐하를 뵈어 영광입니다.”

내 앞에 있는 중년의 국왕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는 아라비아반도에서 정복 전쟁을 펼쳐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든 사우드의 건국 군주였다.

인상으로 보나 위업으로 보나 범상한 위인은 아니었다.

“동방의 먼 손님을 진심으로 환대하는 바입니다.”

나는 사우디 국왕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와 짧은 정상 회담을 했다.

국가를 권위적으로 통치하는 독재자라는 공통점과 별개로 국왕은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것에 흥미를 보였다.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한답시고 날뛰는 반역자들을 다루려면 이걸 이해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나는 국왕에게 한국식 민주주의의 개념에 대해 심도 있는 설명을 해줬다.

국왕은 내 이야기를 한참 듣다가 무릎을 쳤다.

“그건 전제 왕정에서도 쓸 수 있는 방법이겠습니다.”

한국식 민주주의가?

만약 그렇게 되면 사우디 왕정이 한국식 전제주의로 변신하는 건가?

그건 그것대로 소름이었다.

아무튼 와하비즘이란 꼴통 교리를 미는 것과 별개로 말이 잘 통하다 보니 우리는 사적인 이야기도 했다.

왕은 농담이겠지만 이슬람교로 개종한다면 공주도 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건 공주 전하께나 제 아내에게나 실례가 되는 일이겠지요.”

나는 왕의 제안(?)을 점잖게 거절했다.

국왕도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었는지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사우디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국왕 폐하. 사실 거래를 하다 보면 수수료가 아까울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요.”

나는 아라비아 국영 회사 몫의 석유를 현물로 거래해보자는 제안을 건넸고 국왕은 이를 잠시 고민했다.

미국과의 관계와 이익 사이를 저울질하는 게 뻔했다.

“폐하. 한 가지 사실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무엇이 국왕 폐하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말입니다.”

국왕은 뒷돈을 넌지시 언급하는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우디는 필요한 물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받아 뒷돈을 챙기고 우리는 달러 수수료를 아낀다.

서로 손해 보지 않는 훌륭한 거래였다.

대화가 훈훈하게 마무리될 즈음 나는 국왕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장기적으로 석유는 현대 문명의 모든 것을 좌우할 겁니다. 그날이 오면 석유를 수출하는 아라비아의 힘은 강대국에 필적할 만큼 커질 겁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날이 멀진 않을 겁니다. 자기 땅에서 나온 자원은 그 나라가 통제하는 게 맞지요.”

안 그래도 이 시기의 사우디는 유가 문제로 석유 회사들과 다툼이 많았다.

“짐도 그렇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지만 신성한 계약을 깨트릴 생각은 없습니다.”

국왕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아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우디에 기회를 주면 알아서 세븐 시스터즈를 갈아먹을 것 같았다.

사우디 방문 다음은 이라크와 시리아였다.

이곳에서 나는 이들 국가에 장기적인 석유 구매 거래를 제안했다.

여기선 아라비아에서처럼 빼지 않았다.

이라크나 시리아는 미국 세력권도 아니었다.

이 지역은 이빨 빠진 영·프의 옛 세력권이었다.

영국 프랑스 따위는 솔직히 자유세계란 이름만 아니면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구매대금은 원화가 어떠십니까?”

“원화요? 파운드나 프랑이 아니라?”

이라크와 시리아는 제안에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크게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은행에 원화 자금을 예치해놓는 만큼 우리도 경제 원조나 물품 수출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모델은 대한민국-이란 간의 석유 현물 거래 시스템이었다.

카심 정권은 내 제안을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그게 안정적인 거래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국을 믿고 하는 거래이니 가능한 우호적인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받았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이라크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 만큼 우리도 카심 정권에 선물을 하나 주기로 했다.

“이번 거래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정책 자문단을 보내드리지요.”

한국식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카심 정권은 여기에 거듭 사의를 표했다.

시리아는 처음엔 넘어올 것 같았는데 의외로 원화 결제 문제에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여긴 바트당이 집권하면 한 번 더 건드려봐야 할 것 같았다.

시리아와 이라크 다음은 이집트였다.

핵 공유 동맹이 될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은 건 아랍의 어그로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대신 텔아비브에는 중정의 1인자인 중정부장 이경호를 보내 이스라엘 요인들과 접촉하게 했다.

나는 이집트의 실권자 나세르와 만났다.

“수에즈 탈환을 축하드립니다. 일이 이렇게 풀릴 줄 알았다면 각하를 말리지 않을 걸 그랬습니다.”

“운이 따랐을 뿐입니다. 아랍 형제국들이 돕지 않았더라면 총리님 말씀대로 위험할 뻔했습니다.”

나세르는 지난 전쟁에 놀랐는지 눈에 띄게 겸손해져 있었다.

하긴 나라도 그럴 것 같았다.

이스라엘이 보여준 전투력이 좀 충격적이었어야지.

나세르는 지난번 조언이 인상 깊었는지 이런저런 조언을 구했다.

“총리님. 이번 전쟁으로 느낀 사실은 이스라엘이 우리 아랍 진영의 군대를 월등히 뛰어넘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무장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도 도무지 싸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외국에서 자문단을 모셔온다면 사정이 좀 나아지겠습니까?”

당연히 나아지지.

나는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연합군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사실 중동 군대가 약한 이유는 간단했다.

정훈 교육이 되어 있지 않아서다.

장교든 병사든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의식이 부재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불리해져도 무기를 팽개치고 달아나는 장면이 속출했다.

군대를 군대답게 만들려면 먼저 ‘싸울 이유’를 머리에 넣고 납득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다음 단계는 훈련.

아랍 군대는 돈을 써서 무기를 사는 것까진 잘하면서 훈련에는 상당히 무성의했다.

각 부대가 전투 상황에서 무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질 못하고 있다 보니 위기가 닥치면 혼란에 빠져 있기 일쑤였다.

비유하자면 아랍 연합군은 청일 전쟁 당시의 청나라군과 비슷한 상태였다.

이를 개선하려면 철저한 반복 훈련은 필수였다.

나는 이 같은 조언을 나세르에게 전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이 피똥을 싼다 해도 상관없었다.

핵 개발 이후의 이스라엘은 솔직히 아랍 전체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손을 내밀 가치가 없는 친구였다.

냉정하지만 그랬다.

국익 앞에선 영원한 친구도 적도 존재할 수 없었다.

나세르와의 회담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났다.

나는 나세르에게 아랍 국가들과 파이프를 만드는 일에 협조를 받기로 했다.

대신 향후 수에즈 운하 확장 공사를 돕기로 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도 있고 아랍은 돈 벌 게 천지네.’

원역보다 20년 이상 빠른 건설 경기가 찾아올 각이었다.

대기업들도 데려왔으면 좋을 뻔했다.

“각하 기왕 이집트까지 오셨으니 피라미드는 꼭 구경하시죠.”

그 말씀은 고마운데.

나는 사양의 말을 하려는 순간 반짝이는 아내의 눈빛을 보고야 말았다.

아…

나세르가 회담 직후 던진 한 마디 때문에 나는 아내와 피라미드 관광에 나서야 했다.

아내는 고단한 중동 순방이 피곤하지도 않은지 아직도 쌩쌩했다.

그녀는 쉬지 않고 날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

“총리님 이거 좀 보세요.”

뭐 볼 거도 특별히 없는 것 같은데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을 한 채 자기 눈에 띄는 건 다 알아보려 했다.

그녀에게 끌려다니다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기자의 대피라미드를 둘러보고 낙타도 탔다.

그리고 좀 쉬면 좋겠는데 아내가 은근한 신호를 보내왔다.

여행 가방이 이상할 정도로 크더라니 아내는 전에 못 본 속옷을 입고 있었다.

“언제 오실 거에요.”

아내가 조근조근한 말투로 물었다.

생각해보면 중동에 와서도 그녀와 밤일을 쉰 적이 있었나 싶었다.

젊은 아내에겐 장시간 여행을 했든 말든 당연한 일과였다.

시리아에서도 이라크에서도 그랬었다.

나는 에너지 넘치는 백하연을 아내로 고른 것을 잠깐 후회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이스라엘과 아랍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자가 이득이긴 합니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I Will Stage a Coup

I Will Stage a Coup

Score 9
Status: Ongoing Released: 2024
I’ve been reincarnated into a webtoon of an alternate history, into a chaotic empire. ‘I will overturn this country with my own hands.’ My answer was ‘coup d’éta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