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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Stage a Coup Chapter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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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헝가리 총리 너지 임레는 1896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소도시 커포슈바르에서 태어났다.

그가 성장하던 시기 헝가리는 이중제국의 한 축으로 군림하는 당당한 열강이었다.

하지만 너지 임레는 그런 조국의 모습을 좋지 않게 생각했다.

‘타국의 주권과 독립을 짓밟는 체제는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하다. 타국의 피눈물을 대가로 얻은 영화를 누릴 바엔 인간다운 쇠락을 받아들이리라.’

너지 임레는 그렇기에 모든 민족의 자유를 부르짖는 공산주의의 대의에 심취했다.

러시아 혁명 이후 붉은 군대에 입대한 것도 이 같은 동기에서였다.

이후 헝가리가 공산화되자 고국으로 돌아와 장관 의회 대변인 등의 고위직을 역임했다.

하지만 이 시기 너지 임레의 심중을 채운 건 스탈린주의 국가가 진짜 공산 국가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겉으로 공산주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소련은 실질적으로 제국주의를 실천하는 또 하나의 붉은 제국주의 열강 아닌가.’

너지 임레는 스탈린주의에 대한 회의를 느끼던 차에 세계 3위의 열강으로 떠오르던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

공산주의도 아닌 국가가 저렇게 빠르게 일어서고 있다는 사실이 너지에게 상당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난징만 하더라도 한국식 민주주의를 도입해 저렇게 성장하고 있다. 확실히 성장에 있어 한국식 민주주의를 따라갈 체제는 없다.’

한국이 주장하는 한국식 민주주의.

한국식이 아주 정답 같진 않았지만 적어도 스탈린주의의 대안이 될 자격은 충분해 보였다.

장기적으로 서방과 교류할 때도 가산점을 받을 테고.

너지 임레는 이성준의 저서를 탐독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확신을 굳혔다.

‘헝가리가 다시 일어서려면 한국식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

너지 임레는 소련의 후원으로 총리 자리에 앉게 되자 즉시 자신의 구상을 펼쳤다.

한국이 ‘유신’까지 폐지한 덕분에 너지 임레는 전보다 한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커져 있었다.

“프롤레타리아 철폐를 통한 다당제 민주주의 국가 건설 국가가 주도한 경제 개발 비밀경찰 폐지를 통한 집회 결사 출판의 자유 보장.”

너지는 소련이 경기를 일으킬 만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그 결과 모스크바의 압력으로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너지는 확신이 있었다.

한 번 한국식 민주주의의 맛을 본 인민들은 공산당 치하로 돌아가길 원치 않을 거라고.

예상대로 헝가리 인민들은 한 달도 안 가 궐기를 일으켰다.

너지는 다시 권좌에 앉자마자 강력한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소련의 반대는 안중에도 없었다.

‘흐루쇼프 동지가 진정 개혁을 바란다면 내 개혁을 인정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 우릴 짓밟으려 든다면.’

그렇다면 놈들이 오판한 것이다.

자유를 향한 인민의 의지는 그리 간단히 굽힐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련군은 한동안 너지 정권과 대치했다.

하지만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너지 임레를 체포하시오.”

소련군은 흐루쇼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너지 정권 전복에 돌입했다.

“싹 밀어버려.”

소련군은 정부 청사로 진격하면서 총기를 서슴없이 사용했다.

시위대는 완강하게 버티려 했지만 소련군의 무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만 그만 쏘라고! 이 인간 백정 새끼들아!”

무자비한 폭력 진압에 상황을 관망하던 헝가리군 일부도 봉기군에 가세했다.

“헝가리 놈들이 감히 우리한테 맞선다고? 마자르 말박이 놈들이 미쳤군.”

부다페스트는 순식간에 양측이 뒤엉키는 시가전 현장이 됐다.

수백 명의 사람이 죽고 핏물이 도시를 축축하게 적셨다.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자 너지도 분노했다.

“바르샤바 조약기구에서 탈퇴하겠다!”

이 선언에 소련군은 전차포 사격으로 응답했다.

소련군이 정부청사 코앞까지 다가오자 측근들이 너지에게 탈출을 권유했다.

“각하. 유고슬라비아 대사관에서 각하를 받아주겠답니다.”

너지도 사람인지라 측근들 말대로 유고 대사관으로 피신할지를 놓고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소련군에 쫓겨 여기서 도망가는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인민들이 날 지켜보고 있네. 내가 어디로 간단 말인가.”

너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려가며 싸우는 지지자들을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

마침내 소련군이 정부청사에 도착했다.

헝가리의 총리다운 위엄을 갖추기 위해 너지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것이 최후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았다.

소련군은 단단히 독이 올랐기에 너지에게 어떤 예우도 갖추지 않았다.

“끌어내.”

소련군은 너지를 체포해 루마니아로 압송했다.

이번 정권 전복은 일종의 본보기였다.

한국식 민주주의니 뭐니 쓸데없는 소리를 입에 올리며 공산당의 지배력을 흔들지 말란 경고였다.

동유럽 사람들은 소련의 무자비한 진압을 보고 스탈린 시대 붉은 제국의 폭력성을 상기했다.

“그러고 보니 이반들이 동독에서도 그 난리를 쳤었지.”

“흐루쇼프라고 다를 게 있나. 결국 그놈도 스탈린 똘마니였는데.”

흐루쇼프가 탈권위 탈 스탈린주의를 외쳤다고 해도 소련의 그림자가 동유럽에서 물러날 일이 없다.

흐루쇼프 또한 소련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뼛속 깊이 새겼다.

헝가리 혁명은 그렇게 무거운 교훈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

스탈린 격하는 흐루쇼프가 권좌를 굳히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헝가리 혁명도 그런 맥락에선 필연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기였다.

미소가 인도차이나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시기에 헝가리 혁명을 유혈로 진압해버렸다.

이 문제로 영미를 비롯한 서방 세계는 소련에 가열 찬 비난을 쏟아냈다.

“이 빨갱이 새끼들 남들보곤 제국주의자들이 내정 간섭한다고 손가락질하더니 자기들은 아예 대놓고 탱크로 사람을 깔아버리네.”

“빨갱이들 논리가 말이 안 되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었지만 요즘 하는 짓거리 보면 말이 안 나온다.”

“우리 일에 뭔 관심이 그렇게 많은 거요? 우리도 북아일랜드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소?”

이렇게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감정이 더욱 나빠졌다.

그러다 보니 또 전쟁 위협 공갈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포탄을 쏘다니. 휴전 협정 위반입니다!”

“아 모르겠고. 당신들이나 우리 측 진지를 포격한 거에 대해 해명하시오.”

양측은 으르렁거리며 이탈리아에 핵탄두를 배치하느니 마느니 신경전을 벌였다.

오래된 터키 문제도 다시 대두했다.

헝가리 하나 때문에 냉전은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 와중에 서독에서 융커들이 기민련의 지지율을 압도적으로 추월했다.

“다들 보셨지요? 소련 빨갱이들은 수틀리면 주권을 짓밟는 놈들이라 이겁니다. 유약한 기민련 놈들처럼 군비를 찔끔 쓰다간 놈들에게 망하는 건 순식간입니다.”

“그래서 어쩌잔 겁니까?”

“GNP 대비 5%는 써야지요.”

헝가리 쇼크는 서방 국가들의 폭발적인 군비 증가를 불렀다.

가장 군비가 많이 늘어난 국가는 서독이었지만 나머지도 정상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진 프랑스조차 ‘북이탈리아’의 위협을 의식해 GNP 대비 3.8%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서방이 군비를 늘리자 소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탈냉전 분위기 속에 조금 주춤했던 군비 지출은 다시 폭발적인 상승세를 그렸다.

“다들 정상이 아니군.”

경쟁자들이 생산성 없는 군비에 더 투자하는 만큼 우리가 치고 나갈 여지가 늘어날 테니 이쪽에 나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과열되는 게 문제였다.

우리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동안에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갔다.

이러다 이 미치광이들이 정면으로 들이박으면 어쩌나 싶었지만 둘 다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게 희극이었다.

흐루쇼프는 몇 번이고 이번 문제가 충돌로 이어지면 중재를 해달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럴 거면 마찰을 일으키질 말든가.

양쪽을 이렇게 불붙게 만든 헝가리 혁명의 주역 너지 임레가 8월 중순에 처형됐다.

소련 측은 이 사실을 내게 통보하면서 연방은 ‘한국식 민주주의’에 대해 유감이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아니 너지 임레하고 우린 아무 상관도 없었다고.’

애초에 한국식 민주주의는 우리가 수출하려 한 혁명상품이 아니었다.

그냥 자기 멋대로 퍼져서 생명력을 얻었을 뿐이었다.

이념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상도 아닌 저 요상한 짬뽕 덩어리가 살아남은 건 순전히 한국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하여간 헝가리 혁명의 여파는 그렇게 정리되어 갔다.

고조되고 있던 전쟁 위기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잠깐은 그렇게 생각했다.

“각하. 인도차이나에서 미국 군사고문이 납치돼 고문된 뒤 살해됐답니다.”

뭐?

북베트남이 미친 건가?

아니 그건 아닐 거다.

북베트남 정부도 미국인을 함부로 건드려선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

이건 현장의 통제되지 못한 행동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미국이 이걸 이해해줄 리 만무했다.

‘미국은 마약 단속반원 하나만 고문 살해되어도 국경을 넘어가서 범죄조직을 조지는 놈들이라고.’

하물며 죽은 미군은 영관급 장교였다.

간단히 묻힐 일이 아니었다.

“일단 주시하도록 해.”

아무래도 미국이 인도차이나에 직접 뛰어들 것 같은 분위기였다.

미국이 인도차이나에서 피를 흘리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게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된 상태에서 쿠바 위기까지 돌출하면?

내가 염려하는 지점은 바로 거기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미군 장교 살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벤트긴 합니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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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Stage a Coup

I Will Stage a Coup

Score 9
Status: Ongoing Released: 2024
I’ve been reincarnated into a webtoon of an alternate history, into a chaotic empire. ‘I will overturn this country with my own hands.’ My answer was ‘coup d’é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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