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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Stage a Coup Chapter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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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1

검열 철폐는 권력을 놓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작지 않았다.

‘언론에 대한 통제를 포기한다.’

나는 권력을 지탱하는 축인 언론 통제를 놓음으로써 후계자들이 언론에 손을 대지 못하는 선례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각하. 언론을 벌써 놓아버리면 향후 통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내게 중요한 건 통치의 효율성이 아니라 선례네.”

나는 앞으로 남은 임기를 후임자들의 팔다리를 묶는 족쇄를 만드는 시간으로 쓸 생각이었다.

‘그래야 만에 하나 머저리 짓을 하는 놈이 나와도 제동을 걸 수 있지.’

나는 기본적으로 내 후계자를 믿지 않았다.

설령 내 손으로 선별해서 고른 자라 하더라도 다르진 않았다.

내 앞에서 보이는 표정과 내가 권력을 놓고 나서 보일 얼굴이 같을지 누가 장담한단 말인가.

나는 이 같은 원칙을 가지고 검열 철폐를 밀어붙였다.

‘아직은 달라진 게 없군.’

검열을 철폐하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놀라울 정도로 변화가 없었다.

사실 그게 정상이었다.

언론사 사주들이나 기자 모두 내 눈치를 보아 자기 검열을 계속하고 있었다.

앞으로 1년 정도는 이런 추세가 유지되지 않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다.

저들이라고 언제까지 눈치만 보며 살고 싶진 않을 테니.

아무튼 검열 철폐의 파장은 작지 않았다.

서구에서 외신 기자들이 찾아와 인터뷰를 청했다.

“각하. 굳이 포기하지 않아도 될 권력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자들이 각하에게 호의적인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분들이 나를 높이 평가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정치인으로서 그런 평판을 들을 때면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지요.”

나는 의례적인 말로 칭찬에 답했다.

“세간에선 아직도 각하를 독재자라고 평가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엄밀히 말해 나는 독재자로 시작했습니다. 그 점은 브라질의 제툴리우 바르가스 전 대통령과 차이가 없지요. 나는 그 같은 과를 부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통령은 집권 1기는 독재자로 끝냈지만 2기는 민주적인 대통령으로 집권했었다.

바르가스를 언급한 건 다름이 아니라 그 같은 행적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였다.

“각하께서 지도하시는 대한이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될지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각하께서는 진정한 1세계의 일원으로 합류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물론 늘 그러길 염원합니다. 한국과 자유세계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니까요.”

말은 호의적으로 했다.

하지만 한국이 진짜 1세계 국가?

그런 포지션은 거저 준다고 해도 원치 않았다.

미국의 번견 역할을 하기엔 한국의 위치나 체급이 너무 커졌다.

미국의 푸들 노릇을 할 바엔 제3세계의 대장 노릇을 하며 떵떵거리는 게 나았다.

“이번 검열 철폐가 여행 자유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각하께서 이를 고려하고 있으신지요?”

“시일이 지나면 차차 이루어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질문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인터뷰는 호의적인 인사와 함께 끝났다.

나는 이번 해프닝을 통해 서방이 생각 이상으로 한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국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말이다.

‘한국이 세계 3위의 강대국이란 걸 생각하면 뭐 당연한 일이지.’

오히려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내 인터뷰는 서구에서 대서특필됐다.

“자유화를 향한 이성준 총리의 꿈. 한국이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하면 세계의 3강 중 두 나라가 자유주의 국가가 된다.”

서방 언론은 내가 검열을 철폐한 것을 두고 서구가 승리라도 거둔 것처럼 시끌벅적하게 떠들었다.

‘그러고 보면 저 친구들이 기뻐할 일이 없었군.’

흑백 갈등이니 3차대전이니 스푸트니크 쇼크니 하나하나가 다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이야기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희망찬(?) 이야기가 들려오니 저들이 열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열병이야.’

한국이 자유주의를 좇는다고 해서 대한의 포지션이 1세계에 포함되느냐.

그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국가는 이념이 아니라 이익에 따라 진영을 선택한다.

지금 대한의 국익은 명백하게 1 2세계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었다.

그 사실은 백악관과 크렘린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건은 대한의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외교 측면에서 말인가? 그건 그럴 수 있겠군.”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관철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한국의 이익은 서구 시장에 걸쳐 있었다.

이 점을 생각하면 한국은 서구와 절대 멀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이를 고려하면 서구에 한국을 호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느는 건 분명 좋은 일이었다.

“이참에 대정회에 민주주의 정당들과 교류나 해보라고 하게.”

“받들겠습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온 파도에 올라타기로 했다.

*

서구의 자유주의자들이 한국의 변화에 열광했다면 독일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이 자유주의로 넘어가 버리면 우리는 누굴 역할 모델로 삼으란 말이냐.”

융커들은 한국의 변화를 답답하게 생각했다.

지금까진 한국이 있어서 그들의 ‘군국주의 파시즘’적인 요소를 정당화하며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누가 봐도 서구 자유주의 국가에 가까운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아무튼 한국은 우리 역할 모델이 못 됩니다.”

“그럼 누굴 쫓아가잔 말입니까?”

“그런 나라가 있긴 합니까?”

미국?

자유주의의 총본산이다.

소련?

융커들이 주적으로 외치는 놈들이다.

한국은 제치고.

병신이 된 영국을 모델로?

그건 더더욱 아니었다.

유신회는 잠시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답을 찾아냈다.

“진정으로 독일 민족이 도달해야 할 이상향은 독일 제국이었다.”

현재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영광된 과거로 회귀한다.

융커들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 써먹던 레파토리를 다시 꺼내 들었다.

“뭐? 프로이센-독일 제국이라고?”

“그게 잘못됐나? 독일 제국은 우리 민족 역사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융커들은 세계 2~3위의 국력을 자랑했던 독일 제국이야말로 진정 독일인들이 따라야 할 모범이라고 부르짖었다.

“그 독일 제국의 잔해에서 나치가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반론도 있었다.

“그건 제국이 무너진 후에 벌어진 일탈이다! 우리 독일 제국에 더러운 나치를 묻히지 마라.”

당장 기민련을 비롯한 야당은 입에 거품을 물었다.

“프로이센-독일의 망령을 부활시키자는 건 세계대전을 한 번 더 하잔 말이냐! 미친 소리 집어치워!”

하지만 융커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유신회는 이미 정권을 쥐었고 막강한 대중적 지지도 과시하고 있었다.

“독일 가장 위대한 독일!”

유신회는 대놓고 금지된 독일 국가도 제창했다.

“저기 독일 놈들이 좀 미친 것 같은데 내버려 둬도 됩니까?”

네덜란드나 벨기에 같은 국가에서 이런 독일의 우경화에 우려를 표시했지만 영국과 미국은 ‘괜찮을 것’이라는 의사를 보였다.

“어차피 나치 전범들도 세탁해서 쓰고 있는데 독일 제국의 망령 정도면 용인해줄 만하지요. 저놈들도 우리한테 전쟁을 걸었다간 핵을 맞는다는 사실 정도는 압니다.”

서구 사회는 독일의 변화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보면서도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반면 영국은 독일과 달리 극도의 뽕에 도취됐다.

“자유주의는 옳았다. 그 증거가 바로 유사 파시즘 유행을 이끌던 한국이다! 한국이 자유주의로 전향함으로써 우리의 이념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노동당과 지분 다툼을 하던 자유당이 이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지율을 급격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아니 뭔 되지도 않은 소리야. 자유 국가면 당연히 하는 검열 하나 철폐했다고 자유주의 개혁이라니?”

노동당이 입에 거품을 물었지만 자유당은 계속해서 기세를 높였다.

실제로 국뽕을 원하던 영국인들은 자유당이 내건 ‘한국조차 취한 자유주의 뽕’에 흠뻑 빠졌다.

“역시 대영제국은 자유주의가 맞지. 영미의 기본 정신은 자유야.”

자유당의 목소리가 커지자 영국 내에선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노동당 놈들 대놓고 기업들 국유화하고 복지니 뭐니 돈을 펑펑 쓰는데 이거 손 좀 봐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 미국에 갚을 빚도 남아 있는데 돈을 그렇게 펑펑 쓰면 안 되지요.”

안 그래도 식민지 전쟁 등으로 영국은 채무가 산더미였다.

“어 복지를 줄이자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럼 세금 더 낼 거야?”

자유당은 영국이 다시 일어서려면 미국처럼 무제한 경쟁을 허용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도 그 방향으로 가는 거 같으니까.’

3대 열강 중 빨갱이를 제외하면 모두 자유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니까 자유당의 노선이 틀릴 리는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를! 기업에 무제한의 자유를 허락하는 새로운 시대를 원한다!”

그리하여 낡아빠진 예전의 영국을 버리고 경쟁력 있는 세계 4위의 열강 대영제국으로 복귀한다.

자유당의 외침과 함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치던 노동당의 정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신자유주의라니. 그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자유방임주의 하다가 대공황 맞은 거 몰라?”

“아 모르겠고. 대영제국 살리려면 경제 성장 엔진 돌려야 된다고.”

자유당은 이 같은 구호를 외치며 영국을 신자유주의를 향해 전진시켰다.

두 나라의 이 같은 변화는 곧 세계 각국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한국이 의도하지 않은 나비효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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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Stage a Coup

I Will Stage a Coup

Score 9
Status: Ongoing Released: 2024
I’ve been reincarnated into a webtoon of an alternate history, into a chaotic empire. ‘I will overturn this country with my own hands.’ My answer was ‘coup d’é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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