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2)
“···모 몸값이요?”
턱수염 송만우 PD의 답변에 반대편에 앉은 제작실장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아니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필모도 불분명한 친구가 무슨 출연료를 생각합니까? 시작부터 몸값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급작스레 흥분하는 제작실장. 물론 그가 보인 지금의 행동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국내 대형 제작사인 씨블루 스튜디오 소속. 그런 그가 봤을 때 강우진은 일반인과 다른 바 없었다.
과거가 매우 비밀스러운.
그런 놈이 시작도 전부터 몸값을 운운한다? 지금껏 수많은 작품에 관여한 제작실장에겐 말도 안 되는 행동이긴 했다. 그런 배우를 본 적도 없고. 그렇기에 제작실장의 언성은 높아졌다.
“아무리 그 강우진이란 친구가 독특하다곤 해도 그건 아니겠죠. 있어서도 안 되고. 그저 PD님의 추측으로 끝나야 될 사안입니다.”
“그렇긴 한데 말이지-”
이는 거물 송만우 PD 역시 비슷한 마음이긴 했다. 몸값을 올리려 한다는 건 그저 그의 추측이기도 했고. 다만 그 강우진이란 놈은 지금껏 본 적 없던 별종. 연기 실력은 또 어떠한가?
10년 이상의 베테랑 탑들도 가뿐히 넘을 정도였다.
거기다 지금까지 보인 무거운 분위기와 뚝심 그리고 아우라까지. ‘슈퍼액터’를 심심풀이로 나온 놈. 그런 놈이 시작부터 몸값을 흥정하는 배짱이 진짜 없을까?
‘심지어 박작가가 대놓고 반했다는 뉘앙스를 풍겼어.’
박은미 작가만이 아니었다. 오늘 회의실에서 강우진을 봤던 송만우 PD와 홍혜연 등등. 모든 인원이 그에게 홀려버렸다. 그것을 인지한다면 몸값 흥정 정도야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즉.
‘시작부터 이리 매달리는 입장은 처음이라 좀 난감하군.’
상황만 놓고 보면 현재 강우진이 갑 이쪽이 을이었다. 이쯤 팔짱 낀 채 생각에 빠졌던 송만우 PD가.
-스윽.
왼쪽에 앉은 박은미 작가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헤어밴드를 찬 그녀는 이미 송만우 PD를 보고 있었다. 표정이 굳었다. 박은미 작가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런 그녀는.
“추측이든 뭐든 난 잘 모르겠는데요.”
짧고 굵게 선언했다.
“딱 한 마디만 할게요. 돈 아끼지 마세요.”
무겁다 못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 짧은 그녀의 한 마디엔 많은 뜻이 숨어있었다. 대충 ‘괜히 돈 아끼다가 그 아이를 놓치면 가만있지 않겠다.’같은 느낌?
곧 어깨를 으쓱인 송만우 PD가 제작실장에게 시선을 돌렸고.
“이실장 난 오래 살고 싶다고. 여튼 추측이든 아니든 강우진 그 친구 몸값은 좀 챙기는 게 맞지 않겠어?”
제작실장이 긴 한숨을 뱉었다.
“하- PD님 작가님. 저희 제작사 입장도 있잖습니까? 거기다 업계 표준이라는 것도 있고요. 아무리 강우진씨가 특이 케이스라고 해도···말이 새면 업계 전체로 잡소리들이 돌 수도 있습니다.”
“알지 알아. 그래 좀 골치 아프긴 해.”
여기서 강우진의 얼굴을 상기하는 송만우 PD.
“근데- 그 물건을 그저 그런 신인이나 무명으로 취급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그 그건.”
“일반적인 무명이나 신인은 감독 작가 홀려서 준·조연 못 따잖아. 것도 걘 소속사 없이 혈혈단신으로 왔었고.”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그 고요함을 먼저 깬 것은 송만우 PD였다.
“이렇게 하지. 소문 나서 잡소리나 보는 눈이 지저분해지는 것까지 계산해서 몸값은 평균을 깨는 거로 가되 계약서에 비밀 유지 조항을 넣자고.”
“···노파심에 여쭤보는 거지만. PD님 강우진씨 몸값을 얼마로 생각하십니까?”
“음- 그래. 근데 걔 오늘 봐서 느꼈잖아? 머리가 비상해. 똑똑한 놈이야. 오바는 안 하겠지 싶어. 그런 놈이니까 자기의 가치를 적당한 선에서 책정했을 거고.”
읊조린 송만우 PD가 가까운 종이 하나를 집어 숫자를 적기 시작했다.
“이걸 맥시멈으로 보는데 어때?”
그 시각 강우진의 원룸.
자신의 몸값이 책정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강우진은 편히 누워 있었다. 자고있는 것은 아니었다. 옆으로 누워 핸드폰으로 한 드라마를 보고 있다.
“···”
사실 강우진의 이 상태는 꽤 오래 유지되는 중. 아까 전 미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게 오후 6시쯤. 지금은 밤 11시 30분. 시간상으론 5시간 정도 지난 것이었으나 강우진에겐 대략 15시간은 넘었다.
왜?
집에 도착하자마자 강우진은 몇 번이나 아공간에 진입했으니까. 그는 아공간에 업데이트된 작품 중 ‘카페 남자 점원’을 제외한 ‘우아한 장녀’ 1부의 등장인물들을 거의 다 리딩했다.
물론 실험이 포함된 행동들이었다.
그리고 인물들 리딩을 마친 강우진이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가 ‘우아한 장녀’ 1부였다.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보는 중. 각 배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어떤지 대본상과 연출상의 차이점 아공간에서 체험한 배경과 현실의 간극 등등.
덕분에 우진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이렇게 보니까 알겠네 이 드라마가 왜 망했는지.”
연출 등은 차치하고 배우가 연기를 너무 못했다.
“이 배우 나름 유명한 사람 아닌가?”
지금의 강우진이기에 아공간에서 대본 속 모든 인물을 직접 리딩하고 왔기에 확실히 평가할 수 있었다. 마치 뭐랄까 드라마 속 배우가 강우진을 흉내 내는 것과 같은 상황.
이미 우진은 대본 속 배역을 전부 가졌으니까.
즉 우진의 시선에선 배우들이 본인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보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퍽 별로였다.
“대사가 좀···텅텅 비었다고 해야 되나?”
배우들이 뱉는 대사엔 감정이 묻지 않았다. 그저 상황에 맞춰서만 억지로 내뱉는 느낌.
“아쉽네 뭔가 좀 더 찐하면 좋겠구만.”
자신의 성대모사를 확인하는 이가 이런 마음일까? 어쨌든 강우진은 모르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조금씩 연기와 관련해 지식이 쌓이고 있음을. 각종 배역을 반복하여 리딩하는 거로 여러 감정과 표현이 중첩되고 있다는 것을.
남들은 상상도 못 할 훈련법.
이때였다.
-우우웅 우우우웅.
드라마를 출력하던 강우진의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다. 당연히 전화였고 상대는.
“이 밤에 전화질이냐.”
친구 김대영이었다. 곧 우진이 옆으로 누운 채 핸드폰을 귀에 얹었다.
“뭐.”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김대영이.
“야야 내일 나 퇴근하고 보자. 저번에 고기 사준다는 약속도 그렇고.”
하품하며 말했다.
“너 빌려준 대본이랑 시나리오 그거 내놔.”
다음 날 14일 금요일 늦은 오후.
시간은 8시를 넘겼다. 그런 시간에 강우진은 정자역 부근을 걷고 있었다. 복장은 비슷했다. 패딩에 청바지. 다만 오늘은 모자를 썼다.
친구 김대영을 만나는데 머리를 만질 이유는 없지.
“여기 어디 같은데.”
곧 강우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김대영이 알려준 삼겹살집을 찾는 듯. 우진의 핸드폰이 울린 것은 이때였다.
“응?”
발신자를 확인한 강우진이 살짝 갸웃했다. 상대가 송만우 PD였으니까. 뭐지? 어쨌든 우진이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전화를 받았고.
“네 안녕하세요.”
핸드폰 너머로 송만우 PD가 인사했다. 톤은 밝은 편이었다.
“우진씨. 어떻게 생각은 잘 하고 있습니까?”
“예. 덕분에.”
“혹시 말이에요. 출연료를 좀 가늠하고 있나? 따지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출연료? 갑자기 전화해서 뭔 출연료? 강우진으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고 덕택에 살짝 멍때리게 됐다.
“···”
그랬더니 핸드폰 너머 송만우 PD가 다시금 멋대로 일을 진행 시킨다.
“우진씨가 하는 생각에 전부는 아니겠지만 당연히 그 몸값에 관한 것도 포함돼 있겠지. 좋아요 그럼 우리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봅시다.”
“···현실.”
“그렇지 현실. 생각해보면 우리 박작가님이 너무 무턱대고 캐스팅 제의를 했어요. 나도 그렇고. 이래저래 조건들도 들어 봐야지.”
“···”
“이렇게 합시다. 우리도 시간이 많진 않아요. ‘박대리’ 역 빨리 도장 찍어야 돼. 오늘까지는 생각해보시고 내일 만나서 현실적인 조건들까지 들은 다음에 그 자리서 결정하는 거로.”
그 현실적인 조건이 명확하진 않다만 강우진은 뭐 상관없지 싶었다. 어차피 할 마음이 더 컸으니까.
“알겠습니다.”
이어 우진의 근엄한 대답을 들은 송만우 PD가 약속을 뱉었다.
“내일 아침 10시. 장소는 미팅했었던 씨블루 스튜디오로 오면 돼요.”
잠시 뒤.
강우진과 우람한 김대영이 마주 앉아 삼겹살을 즐기고 있다. 지글지글 고기는 금세 둘의 입속으로 사라지고 목을 축일 소주도 몇 번이나 잔에 채워진다.
그리고 현재의 대화 주제는.
“야야 내가 회사 사람들한테 홍혜연 직접 본 거 얘기했거든? 다들 부러워 죽을라 함.”
탑여배우 홍혜연이었다. 물론 물꼬는 그녀의 극진한 팬인 김대영이 텄다.
“심지어 난 그날 홍혜연이랑 눈도 마주쳤잖냐? 크크 아 같이 사진 못 찍은 게 천추의 한이다 한.”
그런 김대영을 보며 강우진은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고작 그따위 거로. 훗 임마 나는 홍혜연님이 직접 이름까지 불러줬다고. 강우진씨! 하고.’
이 얘길 하면 김대영은 나자빠지겠지. 그러나 우진은 당장은 숨길 생각인지 별말을 하진 않았다.
이쯤.
“야 강우진.”
삼겹살 3점이 묻힌 상추쌈을 한입에 욱여넣은 김대영이 주제를 바꿨다.
“니 근데 이직은 어쩔라고? 벌써 퇴사하고 한 2주 쉬었잖어?”
급작스레 현실을 들이미는 김대영.
“적당히 쉬고 슬슬 찾아보지? 너 그러다가 진짜 평생 쉰다? 뭣하면 우리 회사 디자인팀에 물어봐 줘?”
“중견 회사가 나를 쓰냐?”
“아니 계약직이나 뭐 소개할 곳을 알아보는 거지. 계약직이라도 디자인 계열은 뭐냐 필모가 중요하잖어?”
“···”
여기서 강우진이 대뜸 김대영을 가만히 보다가 물었다.
“야. 만약에. 진짜 만약에. 니가 쌩무명 배우라 치고 거물 PD나 개쩌는 작가 작품에 캐스팅된다면 어쩔래?”
순간 김대영의 표정이 단단해졌다.
“여주는?”
“남주는 모르고 여주는 예를 들어 홍혜연?”
“남주는 필요 없고. 여주가 홍혜연이면 미친놈아 그딴 질문하는 시간 자체가 낭비야.”
“걍 고냐?”
“어. 노빠구 직진이지. 무려 여주가 홍혜연인데.”
김대영이 소주 한 잔을 원샷하며 말을 이었다.
“애초 쌩무명을 거물 PD나 개쩌는 작가가 신경 쓸 것 같냐? 플랑크톤 정도의 존재감일걸? 거기다 홍혜연 급의 탑배우가 여주다? 그런 작품에 쌩무명이 드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여.”
“그 정도냐?”
“어. 기적이 아니라 없다 봐도 무방하다. 그런 초대박 드라마면 굳이 쌩무명 쓸 필요가 없거든. 하려는 배우들도 넘쳐. 단역은 고사하고 보출(보조출연)도 자리 따기 개힘들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소개의 소개도 폭발할 거다.”
“혈연 지연 학연.”
“연예계가 좀 그래. 혈연 지연 학연에 악연까지 비즈니스로 엮이는 곳. 여튼 그런데 쌩무명이 한 자리 차지한다? 시발 때려죽여도 해야지. 근데 어차피 그딴 일 일어나지도 않아.”
“음.”
미안하다만 그런 일이 네 눈앞에 있다만? 김대영의 현란한 설명에 침음을 뱉던 강우진이 다른 질문을 뱉었다.
“그럼 그 한자리 차지한 쌩무명이 너라 치고. 출연료는 얼마나 받을 거냐?”
“출연료? 그게 뭔데? 개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얼마를 받을 거냐가 아니라 얼마든 주면 존나 감지덕지지.”
“그 정도여?”
“하- 친구야. 방금 말했잖아 쌩무명이 그 판에 끼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기적이 이미 터졌는데 출연료를 어떻게 받냐? 아니 뭐 주기야 하겠다만 보통 신인이면 회당 30? 그것도 많이 받는 거다.”
“30만 원?”
“어. 근데 회당 3천 원 줘도 감사합니다- 해야 돼. 캐스팅된 게 걍 인생역전 수준이라고.”
솔직히 강우진은 매우 박봉이라 생각했다. 뭐 배우도 프리랜서라서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3천 원은 좀.
이때.
“아 야.”
우진의 앞 빈 소주잔을 채우던 김대영이 대뜸 손을 내밀었고.
“작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가져 왔지? 대본이랑 시나리오.”
챙겨온 종이가방을 김대영에게 넘기는 강우진. 물론 대본들 빼고 ‘흥신소’ 시나리오는 복사해뒀다. 혹시 모르니까? 이어 종이가방 안을 우람한 팔로 휘적이던 김대영이 말을 이었다.
“너 근데 이거 읽어보긴 했냐? 갑자기 빌려달래서 주긴 했다만. 그냥 라면 받침으로 썼지?”
“읽었음. 근데 단편 영화 그거 ‘흥신소’는 아예 제작을 안 하는 거냐?”
“아아 그거 아는 형한테 들어보니까 제작하긴 한다더라. 당연히 엎어질 줄 알았는데 투자자가 나왔는지 어쨌는지.”
“오? 그럼 이제 배우 오디션 보고 하는 거?”
“글쎄? 아마도? 아는 형도 오디션 어쩌고 했으니까 자리가 있긴 한 것 같은데. 이런 단편 영화는 보통 주연 조연 자리는 확정돼 있지.”
얘기를 듣던 강우진이 돌연 팔짱을 꼈다. 뭔가 생각하는 듯. 그것도 잠시 그가 김대영에게 시선을 다시 맞췄고.
“그 영화. ‘흥신소’ 그거 제작사가 어딘지는 모르냐? 아니면 영화사? 뭐 그런 거.”
고기를 뒤집던 김대영이 눈을 좁혔다.
“···니 이상한데? 너 요즘 왜 이렇게 이쪽 계열에 관심을 가지냐? 원랜 개뿔 없었잖어?”
“아니 뭐. 그냥 그거 읽어보니까 재밌더라고. 그래서 개봉? 아니면 영화 나오면 봐 볼라고.”
“···”
약간 의심의 눈초리로 건너편 강우진을 보던 김대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일단 오케이. 나도 제작사는 모르는 데 그 형한테 물어는 볼게.”
그렇게 몇 분 뒤 밖에서 통화하던 김대영이 강우진의 앞에 앉아선.
“너한테 톡으로 링크하나 보냈걸랑?”
핸드폰을 흔들었다.
“그거 영화 전문 커뮤니틴데 링크 들어가면 ‘흥신소’ 정보 있단다. 알아서 찾아봐.”
아침 10시 제작사 씨블루 스튜디오.
씨블루 스튜디오의 한 미팅룸에 익숙한 인물 두 명이 보였다. 경량 패딩에 턱수염 난 송만우 PD와 안경 낀 캐디였다. 박은미 작가는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둘 모두 표정은 꽤 딴딴했고.
-스윽.
그들의 앞엔 투명파일 몇 개가 산재해있다.
이 순간.
-끼익.
닫혔던 미팅문의 유리문이 열리며 ‘프로파일러 한량’의 제작실장이 입장했다. 그리고 그의 뒤엔.
“안녕하세요.”
낮은 음성으로 인사하는 강우진도 함께였다. 그의 등장에 진지하던 얼굴의 송만우 PD가 작게 미소지었다.
“어서 와요 여기 앉으시고.”
자신의 건너편을 가리킨 송만우 PD. 그런 그가 천천히 움직이는 강우진을 가만히 스캔했다. 아니 확실히는 그의 기분을 가늠하려는 것.
‘오늘도 별반 다름없이 시니컬하시고.’
하지만 허사였다. 겉인 강우진의 포커페이스에선 뭔가를 가늠하는 건 힘들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우진은 늘 저런 식이었다.
‘속을 감추는 기술이랄지- 뭐 그게 연기할 땐 또 확 달라져서 재밌지만.’
어쨌든 송만우 PD는 앞에 앉은 우진에게 투명파일 하나를 밀었다.
“확인해봐요. 강우진씨 계약서고 가안입니다.”
“알겠습니다.”
곧 송만우 PD가 우진과 같은 투명파일을 펼치면서 웃었고.
“뭐 이래저래 복잡한 글자가 많은데. 당장 말해주고 싶은 건 우리가 책정한 우진씨 출연료.”
건너편 강우진은 냉소적인 눈으로 송만우 PD를 쳐다봤다. 이어 송만우 PD가 계약서 중 한 지점을 검지로 찍으며 입을 열었다.
“우진씨 출연료는 회당 250.”
3천 원보단 좀 많았다. 약 900배쯤.
“어때요? 회당 250.”
순간 우진의 포커페이스가 미세하게 꿈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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