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3)
강우진이 처음 씨블루 스튜디오 건물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맞이한 건.
“안녕하세요 강우진씨.”
회의실에서도 봤던 남자였다. ‘프로파일러 한량’의 제작실장. 얼굴이 대체로 뾰족한 느낌. 이상한 것은 그가 우진을 대하는 분위기였다.
“자 이쪽으로 오세요.”
언뜻 평범해 보였지만 살짝 이질감이 드는 우진이었다.
‘뭔가 좀 애매하네. 내가 좀 싫은가?’
제작실장은 친절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우진과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 대뜸 요상한 말들을 뱉어댔다.
“후우- 일단 강우진씨. 이번 건은 거의 최초라고 보셔도 됩니다. 제가 나름 제작 쪽으로 짬이 있는데 저도 처음 겪는 상황입니다. 우진씨가 오디션 본 과정이라거나···오늘의 출연료 협상 같은 거요.”
협상? 나 오늘 출연료 협상하냐? 당장 이해되진 않았으나 강우진은 일단 근엄한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자 제작실장이 설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사실 저로서는 조금 반댑니다. 하지만 PD님이나 작가님은 강행하실 생각이시고 그만큼 두 분이 우진씨를 마음에 들어 하십니다. 제 입장에선 말리는 게 맞지만 두 분 다 워낙 작품 만드는 것에 목숨을 거는 인물들이라···”
말끝을 흐리던 제작실장이 우진과 눈을 맞췄다. 그의 눈엔 진중함이 서렸다.
“혹시나 생각하시는 출연료···가 있으시다면 그게 얼마나 될진 몰라도 오늘 들으실 금액은 이미 평균은 넘어섰습니다. 조금 아쉬움이 드시더라도 현 시장 상황부터 작품 제작의 모든 것을 상정한 것이란 걸 이해해주세요.”
여기서 강우진은 옅은 오해의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제작실장은 아랑곳없이 말을 이었다.
“우진씨가 이래저래 규격 외인 건 잘 알아요. 분명 그 가치도 포함됐습니다. 연기는 독학하셨다 들었습니다. 혼자 지독한 길을 걸어온 긴 경력까지 포함됐습니다. 물론 PD님이나 작가님이 인정하신 부분이고.”
“그렇습니까?”
“다만 모습을 드러낼 작정을 하신 거면 보는 눈도 신경 쓰셔야 됩니다. 시작부터 잡음이 들리는 건 좋지 않으니까.”
이 양반 의외로 착하다. 잘 들어보니 날 걱정해주고 있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제작실장은 작게 한숨 뱉으며 결론을 뱉었다.
“PD님을 뵙기 전 고민에 조금 도움이 될까 해서 말씀드려봤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적당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강우진. 그는 사실 어제 고깃집에서의 김대영 말 때문에 기대는 접었었다.
‘솔직히 회당 3천 원 줘도 감사합니다 해야 돼. 그런 판에 캐스팅된 게 걍 인생역전 수준이라고.’
그래도 3천 원보다는 더 주겠지 정도의 마음. 그런데 지금 이 제작실장의 반응을 보니.
‘좀 기대해도 되는 부분?’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 심상치 않음은 우진이 턱수염 송만우 PD를 만났을 때 들을 수 있었다.
“우진씨 출연료는 회당 250. 어때요?”
250만 원? 3천 원보다 약 900배쯤 더 많은 금액. 일순 강우진의 쎈척이 흔들렸다. 포커페이스가 미세하게 꿈틀한 것.
‘잠깐만. 세전인지 후인지는 모르겠다만 250이면 내 월급보다 많은데?’
디자인 회사에선 대략 230만을 받던 그였다.
어쨌든 일반인이라면 눈치 못 챌 정도였으나 퍽 오랫동안 연출을 해온 눈썰미 상위 티어 송만우 PD는 우진의 꿈틀을 놓치지 않았다.
‘부족하다 느끼는 건가? 음···하긴 박대리 역 난이도가 상당하긴 해.’
반면 우진은 좀 전의 제작실장이 뱉은 말들을 상기하는 중이었다. 최초 어쩌고 했던. 종합해보면 지금 이 상황이 매우 특이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250만 이란 출연료는 상당히 비정상적.
이때.
“우진씨. 일반적인 신인이 받는 출연료는 20에서 40만 사이가 보통입니다.”
무표정 우진의 반대편 송만우 PD가 양손을 모으며 설명을 붙였다.
“배역 분량에 따라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그 정도가 마지노선이에요. 그러나 우진씨는 여러모로 특이케이스고 신인 취급을 하기엔 좀 아깝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그 판단 나이스. 하지만 우진의 나이스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혹시 몰라 설명을 붙이자면. 우리가 제안할 회당 250에 재방 너튜브 등의 부수적인 건 따롭니다.”
“음-”
설명을 듣곤 강우진이 나지막한 침음을 뱉었다. 속으론 쾌재를 불렀지만. 물론 의도된 컨셉질이었다. 동시에 송만우 PD가 계산기를 대신 두드렸다.
“아직 ‘박대리’ 역의 등장 회차가 얼마가 될지 미확정인데 현재로선 4부까진 나올 것 같아요. 최소 4부만 나와도 천만 원 단위에 행여 뒷 회차에 회상이나 꿈 같은 장치로 나와도 출연료는 지급됩니다. 천만 이상일 거예요.”
최대한 억누른 차분함으로 답하는 강우진.
“얼추 알고는 있었습니다.”
대뜸 천만 원 단위가 튀어나왔다. 심지어 재방이나 너튜브 등의 출연료는 따로.
와- 씨 특이 케이스라곤 해도 나 같은 놈도 이 정도라는데 홍혜연 같은 슈퍼 탑배우는 대체 얼마를 번다는 거야? 아니 그보다 아랫급이라도 어마무시하겠는데?
이에 관한 답은 타이밍 좋게 송만우 PD가 읊조렸다.
“우진씨라면 다 합쳐 천만이 아니라 회당 몇천 받는 날도 금방일 거야 잘 알겠지만요.”
순간 움직임을 멈춘 강우진. 회당 몇천? 기사나 뉴스에서나 보던 게 나한테도 일어나는 건가? 그런 우진에게 송만우 PD가 되물었다.
“그래서 회당 250. 어때요?”
“···”
하지만 강우진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판이 요상하게 흘러가고 있으니까. 회당 250은 부족하진 않았다. 오히려 넘쳤다. 그러다 우진은 문득 궁금했다.
아니 확신이 필요했다. 현재 자신의 가치에 관한.
남들은 모른다만 연예계의 정보가 부족한 우진이었고 미묘하게 인지하는 것보단 명확히 알고 있는 게 낫지 싶어서. 그래야 앞으로의 컨셉질에도 자신감이 생기지.
그렇기에 강우진은 물었다. 냉정함을 묻힌 목소리로.
“제 가치가 회당 250만 정도입니까?”
그 모습이 건너편 송만우 PD가 보기엔.
‘···아까 표정이 일순 꿈틀한 것과 지금의 반응. 역시 조금 아쉽다 느끼는 건가.’
부정적이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로 비췄다. 이는 지금까지 강우진이 보인 컨셉질의 빌드업이 해낸 결과.
뒤로 짧은 정적.
이즈음 송만우 PD의 뇌리에 박은미 작가의 서늘한 음성이 스쳤다.
‘딱 한 마디만 할게요. 돈 아끼지 마세요.’
곧 송만우 PD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돈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강우진 쟤를 잡는 게 핵심이지. ‘박대리’ 역은 극의 초반부를 장대하게 열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저 거만한 괴물은 분명 주는 돈의 수십 배 값을 해낼 것이다. 발에 치이는 흔한 배우가 아닌 귀하디귀한 진짜니까. 직접 눈으로도 확인했다.
그렇게 송만우 PD는 옆에 앉은 제작실장에게 잠깐 눈길을 준 뒤.
“오케이 우진씨.”
돌연 강우진을 불렀다.
“회당 350. 이건 내 개인적인 판단이고 내 연출 경력을 되짚어봐도 유일무이해요.”
멋대로 출연료가 올랐다.
제작실장의 체념한 듯 두 눈을 감는 얼굴은 보너스. 곧 송만우 PD가 확정적으로 읊조렸고.
“대신 계약서에는 출연료와 우진씨의 캐스팅 과정에 관한 비밀 유지 조항을 추가합니다. 어떻게 좀 구미가 당겨요?”
멈춰 있던 강우진이 송만우 PD와 눈을 마주친 뒤 무덤덤하게 답했다.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뒤로.
강우진은 송만우 PD와 제작실장에게 계약서 내용을 세세히 설명받았다. 더불어 드라마 ‘프로파일러 한량’의 제작에 관한 전반적인 스케줄도.
대부분의 설명은 제작실장이 도맡았다.
“우진씨도 들으셨겠지만 현재 우리 작품은 프리 진행 중입니다. 근데 속도는 빨라요. 뭐 송 PD님과 박작가님 작품이니 당연하고 전체 스탭팀은 애진작에 꾸려진 상태에···”
구구절절 설명은 길었지만 축약하자면 이랬다. 스탭팀은 완성됐고 세트 등등의 공사는 진행 중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배우 캐스팅 작업에 돌입한다. 여기서 핵심은 ‘속력이 매우 빠르다’였다.
연출과 작가가 워낙 거물이기에 가능했다.
투자부터 제작 홍보 등등 걸리적거리는 게 없는 것. 뭐가 됐든 강우진에겐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정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반도 이해가 안 갈 정도. 그래도 나름 핵심 단어들은 외워둔다.
그의 기억력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꼼꼼한 디자인을 하려면 기억력은 필수니까.
그러면서도 강우진은 허세와 쎈척을 유지했다.
“그렇군요.”
또는 알겠습니다. 따위의 대답을 해대면서. 풍류에 몸을 맡기면 되겠지. 이윽고 미팅은 막바지에 돌입했다. 물꼬는 송만우 PD였다.
“우진씨. 대본은 정식 책대본 나오면 전달해 줄 거고 3부쯤 나오면 내가 연락 따로 할게요. 원래는 소속사 통해서 넘어가는 데 아직 없죠? 소속사가.”
“예. 아직.”
“괜찮아 뭐 당장은 소속사가 없어도 딱히 불편하진 않을 겁니다. 의상이나 그런 건 촬영 전에 콘티 보고 준비하면 되고. 나나 우진씨가 좀 더 신경 쓰면 되니까. 딱히 벌써부터 소속사를 알아볼 필요도 없어요.”
“···”
“어차피 ‘프로파일러 한량’ 방송 타면 엔터 쪽이 알아서들 우진씨한테 들러붙겠지. 그 전부터 그럴 수도 있고.”
“그럼 제가 준비해야 할 건?”
“글쎄. 당장은 일단 연기연습만 하고 있으면 될 것 같아. 1부 초고 대본은 오늘 넘겨 줄게요.”
이 뒤로 제작실장이 따라붙었다.
“지금 속도론 얼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3월 초엔 대본리딩 들어갈 겁니다.”
그렇게.
“그럼 강우진씨. ‘박대리’역 잘 부탁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우진은 계약을 확정 지었다.
“하하 우진씨가 열심히 해주면 나야 너무 고맙지. 박작가가 소식 들으면 어깨춤 추겠어.”
즉 미친 라인업 작품에 당당히 배우로서 합류한 순간이었다.
이어 몇십 분 뒤.
강우진이 덤덤하게 씨블루 스튜디오 건물을 걸어 나왔다. 곧바로 부는 칼바람에 우진이 패딩을 여민다.
-지이익.
그러다 멈칫. 손에 들린 계약서에 시선을 내린 강우진. 그가 뒤쪽을 슬쩍 확인한 다음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뱉었다.
“미쳤다. 진짜 계약해버렸네.”
오늘의 강우진은 어제와 달리 이름 앞에 수식어가 붙었다. 배우. 무려 배우 강우진. 인생이 뒤바뀌어도 이렇게 단숨에 뒤집힐 수 있나?
이때.
-스윽.
강우진 앞으로 사람들이 스쳤고 인도의 수십 행인을 지긋이 보던 우진이 읊조렸다.
“이제···저 사람들이 날 TV에서 본다고?”
신기한 감정이 들었지만 당장 체감이 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뭔가 근질근질대는 감각이 피어올랐다. 이런 걸 두고 고양감이라고하는 거겠지?
어쨌든 강우진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이 순간부터 그는 배우였다. 덕분에 걸음을 옮기는 우진의 어깨가 한없이 올라간다. 그러다 문득.
‘소속사- 내 소속사도 곧 생기는 거지? 그럼 내 매니저도 있다는 거고? 와씨 내 매니저? 겁나 있어 보이네.’
소속사까지 생각이 뻗쳤다. 물론 아까 전 송만우 PD에게도 듣긴 했지만 어제 봤던 김대영의 말이 더 현실감 있었다.
‘소속사? 뭐 크든 작든 장단점이 확실해. 대형 엔터는 뒷배가 든든한 대신에 간섭이 쩔겠고 엔터가 작으면 뒷배는 좀 부실해도 집중도가 크지. 자유도도 높고. 근데 소속사는 왜 묻냐?’
살짝 고민이 되는 우진이었다. 다만 이건 행복한 고민에 속했다. 소속사를 선택하는 날은 언제쯤 오게 될까? 강우진이 작게 미소지을 때였다.
-우우웅 우우우웅.
그의 패딩 주머니 속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다. 전화였고 발신자는.
-오마니.
강우진의 엄마였다. 이 순간 덜컥 현실감이 다가오는 우진이었다.
“아- 맞네. 아빠 엄마한테 말해야 하는데.”
강우진의 부모는 경남 진주에 살고 있었다. 혈육인 여동생은 무시한다 쳐도 부모님에겐 이 사안을 분명 전달하긴 해야 했다.
덕분에.
-스윽.
옅은 숨을 뱉은 우진이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어 엄마.”
바로 들리는 엄마의 약간 거친 음성.
“어딘데.”
“나 지금 잠깐 나와 있어. 왜?”
“왜긴. 니 이직은 했나?”
“아- 어. 음 했다고 봐야겠지?”
“뭐?”
어이없는 엄마의 되물음. 이에 강우진은 빙빙 돌리는 것 없이 직구를 던졌고.
“엄마 나 배우가 될 것 같아.”
“···”
잠시 침묵하던 엄마가 격렬히 물음표를 뱉었다.
“···병원 갈래????”
이틀 뒤 16일 일요일.
주말이 찾아왔다. 재밌는 것은 어제인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강우진의 소문이 퍼진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의 이름이 대놓고 번진다는 느낌이 아닌.
“그거 뭐냐 박작가님 작품 있죠? 거기 ‘박대리’역 누구 벌써 캐스팅됐다던데??”
숨겨진 배우로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국내 여러 제작사나 엔터 등등에선 ‘프로파일러 한량’이 워낙 이슈의 중심이었으니. 거기다 ‘박대리’역은 오디션 정보로 이미 여기저기 파발이 도달한 상태기도 했다.
그 역을 돌연 어떤 숨겨진 배우가 꿰찼으니 소문이 퍼질 수밖에.
“‘프로파일러 한량’ 있잖아요? 그거 홍혜연 말고 두 번째 배우 확정됐다는데 진짜예요?”
“정말? 난 처음 들었는데??”
소문의 시발점은 제작사 씨블루 스튜디오였다. 처음엔 아는 사람이 몇 없었지만 소문이라는 게 늘 그렇듯 조금씩 덩치를 키워갔다.
“박대리역 맡은 배우 이름이 뭐래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감추는 것 보면 뭔가 생각도 못 할 탑배운가??”
그리고 일요일 오후쯤 대기타고 있는 ‘프로파일러 한량’의 백여 명 스탭들에게도 소식이 전달됐다. 촬영팀 조명팀 의상팀 세트팀 등등등. 홍혜연 뒤로 박대리 역을 맡을 배우가 확정됐다는.
배우 확정 소식이 전 스탭들에게 전달되는 건 이상한 게 아니었지만.
“조명 감독님! 소식 들으셨죠?? 박대리 역 배우 컨펌 났다는데요?”
“알어알어 스읍- 몇 주 전만 해도 캐릭터 갈아서 바꾼다더니만···근데 배우 누구래? 누가 그 깐깐한 박작가 마음에 든거여?”
“저야 모르죠. 감독님도 모르세요? 아실까 해서 전화한 건데?”
배우 이름이 확인 안 되는 것은 묘했다.
여기서부터 ‘박대리 역을 비밀리에 꿰찬 배우’의 소문 속도가 빨라졌다. 적당한 거짓도 섞였고.
“김후연이래.”
“김후연? 걔 지금 영화 들어갔잖아? 글고 김후연 걔가 박대리 역 소화할 연기력이 되냐? 좀 딸릴 것 같은데.”
“몰라 나도 조명팀에서 들었어.”
나름 출처가 분명한 사실도 있었다.
“해외에서 연기하던 배우라는 얘기도 있더라고.”
“엥?? 해외?”
“어 제작사 쪽에서 소문이 돈다나 봐.”
그럴수록 비밀의 배우에 관한 궁금증은 대체로 증폭됐다. 알맹이는 없고 소문만 무성하니 당연하긴 했다. 다만 스탭들 전원은 한가지 추측은 사실로서 내세웠다.
“뭐 여튼 송 PD나 박작가 홀린 거면 연기력은 확실하네. 홍혜연 뒤로 바로 합류한 거니까 탑급 아니겠어? 탑급 아니라도 최소 A급은 본다.”
꽤 대단한 급의 배우라는 것.
뒤로 스탭들 사이에서나 돌던 이 소문은 속도를 높여 여러 방면으로 넘어갔다. 언론 엔터 각종 제작사 방송사. 워낙 발 없는 소문이 신속한 연예계였고 이슈의 작품이니 부스터를 달았다.
그중 각종 엔터테인먼트들이 이 소문을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아! 망할 박대리 역 그거 벌써 누가 집어 갔대?? 아오- 캐릭터 리빌딩 한다길래 기다리고 있었더만!”
상반기 최고의 대어인 ‘프로파일러 한량’에 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에. 그런데 대뜸 오디션도 없이 누군가 한 자리를 차지했으니 짜증 날 수밖에.
“사전 캐스팅은 홍혜연만 가는 거 아니었냐??! 그래서 누구라는데?”
“그 그건 아직 정확히 안 나왔습니다.”
뭐가 됐든 강우진은 이름만 빼고 업계로 서서히 유명세가 오르는 중이었다. 물론 집에서 아공간에 들어갈 채비를 하는 강우진은 이 같은 상황을 몰랐다.
“‘프로파일러 한량’ 1부 다른 역들도 체험해볼까? 아 그 전에 치킨부터 뜯자. 기념으로.”
매우 한가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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