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 (3) >
얼굴을 감싸며 한탄하는 최성건. 운전석에 앉아 두 눈을 끔뻑이는 강우진. 뭐지? 뭐야? 이건 우진이 예상한 상황이 아니었다.
한탄이 왜 나오지?
그럴 대목이 있었나? 차라리 화를 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간 나를 속였냐며 악을 지르는 것도 각오한 우진이었다.
허나 최성건은.
“후- 너는 진짜···”
약간 강우진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대체 왜? 따라서 우진은 조금 전 상황을 다시 되짚어 봤다.
‘아니 난 분명 사실을 말했잖아?’
그랬더니 나온 대답이 평범한 척 연기를 해왔냐는 둥 인생을 연기 연습으로 삼았다는 둥. 여기서 우진은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얼추 깨달았다.
‘···착각.’
강우진의 말을 최성건이 멋대로 이해했다는 뜻. 그는 지금 우진의 최근 몇 달이 아닌 과거 20년 넘은 인생을 연기로써 받아들였다. 그게 아니고선 이런 리액션이 나올 수 없다.
어이가 없네.
헛웃음이 나올 뻔한 우진이었다. 그다음은 괴랄한 악소리였다. 물론 속으로.
‘왜 사실을 말해도 이렇게 되는 건데?! 왜?? 와이???’
억울했다. 그럴 이유는 없으나 우진은 격하게 억울함을 느꼈다. 퍽 마음을 가다듬고 말한 진심이 이렇게나 쉽게 왜곡되다니. 곧 강우진은 왜곡된 오해를 풀고자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아니요. 대표님 지금 제가 말씀드린 건.”
“어어 그래.”
하지만 다 안다는 듯 최성건이 우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잘랐다.
“나만 알고 있을 게 어디 가서 말 안 해. 내가 눈칫밥이 몇 년인데 그런 것도 모르겠냐?”
모르고 계시잖아요 지금. 심지어 방금 말도 잘못 알아들으셨고. 우진은 답답했다. 그런 감정이 무심함과 섞여 극한의 시니컬함이 됐고 우진과 시선을 맞춘 최성건은 다시금 긴 한숨을 뱉었다.
그리곤 강우진의 말을 재차 상기했다.
‘대표님 사실 전 지금까지 쭉 컨셉···아니 연기를 해왔습니다.’
모든 것이 이해되는 대사였다. 그래 그런 인생을 살아왔구나. 최성건은 강우진이 질리기도 하면서 측은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직장까지. 만약 지금의 진짜 모습대로 살았으면 섞이긴 힘들었을 거야.’
현재의 강우진이 진짜이며 지금도 따지고 보면 정상은 아니었다. 성격 포함 충분히 괴짜스럽다. 연기력을 포함한 괴물 같은 능력들이 없었다면 애진작에 외톨이가 됐거나.
‘퇴출됐을 지도 모르지.’
심지어 지금 우진의 모습은 약간 유해진 또는 쾌활해진 상태라고 했었다.
“···”
그가 평범한 척 연기를 하며 살지 않았다면 세상에서 철저히 배제됐을 게 확실했다. 거기다 우진은 연기력은 물론이며 가수 뺨치는 보컬 혀를 내두를 여러 언어 실력 소름 돋는 미다스의 눈 등등. 가진 게 너무 많다.
이건 비범함을 넘어 외계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
만약 주변인들이 강우진의 그 비범함을 안다면 뭐라 할까? 추가로 성격까지 극악으로 다크하다? 사람은 본디 자신과 다르다면 상대를 비정상으로 본다. 강우진은 필히 더더욱 본인을 감춰야 했을 것.
‘그렇기에 ‘평범함’을 연기하며···살아온 거겠지. 나 같아도 그러겠다.’
탑배우 대부분은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온실 속에서 연기 교육을 받는다. 반면 강우진은 그야말로 인생 자체를 갈아 넣어 전투적으로 연기를 습득해왔다. 무려 20년 넘게.
어찌 보면 야생 그 자체였다.
여기서 최성건은 왜 강우진이 그 어떤 일에도 흥분하지 않는지 어떤 상황에도 무덤덤한지 알 수 있었고.
‘야생에서 20년 넘게 굴렀는데 뭔들 무섭겠냐고.’
과거에 관해 묻지 말라는 것도 어떤 사정이 있을지도 최성건은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물론 제멋대로의 추측이긴 했다. 어쨌든 아무도 그 누구도 우진의 평범함이 연기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정도로 완벽했다는 소리.
곧 질펀한 착각의 늪에 스스로 몸을 담근 최성건이.
-스윽.
우진의 손에 들린 투명파일로 시선을 내렸다. 그와 함께 지냈던 사람들의 목격담들. 최성건은 생각했다.
‘평범했던 강우진에서 갑자기 본연의 모습을 봤으니···이런 말들이 나올 만해.’
디자인회사까지는 연기하며 살았지만 연기 자체가 본업인 배우가 되니 더는 연기할 필요가 없고.
‘진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예 늪에서 첨벙첨벙 수영까지 치던 최성건이 다시금 눈동자를 올렸다. 덤덤한 얼굴의 강우진을 본 것.
“너한테는 배우가 천직이었네. 연기 독학. 그런 의미의 독학인지는 진짜 몰랐다. 아득해서 가늠은 잘 안 된다만.”
역시나 괴물. 비정상의 괴물이 아닌 순수하게 감탄할 정도의 괴물. 그런 감정이 최성건의 눈동자에 서렸다.
그 따듯한 눈빛에서.
‘···아.’
강우진은 전의를 상실했다.
바로 눈앞에서 뭐가 휙 하니 지나간다. 빛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착각의 눈덩이였다. 너무도 빠르고 거대해서 손쓸 수가 없다. 최소 강우진은 그렇게 느꼈다.
그는 체념했다.
‘컨셉이고 착각이고 전부 털어놔도 아무도 안 믿겠네 이건.’
마치 신이라는 존재가 ‘응 안 돼-’ 하며 상황을 조율하는 것만 같다. 우진은 자신의 알맹이를 고백하는 일이 입만 아프다는 것을 인지했다.
‘몰라 씨. 멋대로들 해 이젠.’
사실을 말해도 컨셉으로 말해도 같은 그림이라면 차라리 더 빡세게 가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컨셉질이나 착각 등등을 말이다.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보자 한 번. 강우진이 혼자만의 다짐을 굳건히 할 때였다.
“우진아.”
약간 해탈한 듯 조수석 의자에 머리를 댄 최성건이 허공에 대고 입을 연다.
“네 인생을 갈아 넣은···뭐 여튼 그건 회사 차원에서 왈가왈부할 건 아닌 것 같다.”
“···그렇습니까?”
“어. 그냥 묻어두는 게 맞아. 나는 당연하고 너도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진 마. 너를 위해서도 그게 좋을 거다.”
어차피 말하고 다녀봐야 아무도 안 믿습니다. 우진이 속으로 작게 한숨 쉴 때 그의 손에서 투명파일을 넘겨받은 최성건이 입을 열었다.
“대부분 관심종자들이라 이런 글이나 댓글을 남기는 거야 악의나 질투가 밑바탕일지도 모르고. 이런 건 지인이라 부르는 것도 아깝다.”
강우진의 과거에 스친 인원들을 말하는 것.
“다만 내가 들춰내지 않는다 쳐도 이런 불특정 다수는 못 막아. 계속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렇겠죠.”
“늘어나면 기레기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 가능성도 있어 지금 네가 워낙 잘 팔려서. 영화부터 드라마 예능 심지어 일본 쪽까지 거론되니까. 현재도 뭐든 긁어보고 있을 거다. 괜한 걱정일지도 모른다만.”
다시금 느끼는 강우진이었다. 개무섭네 연예계. 그러거나 말거나 최성건은 핸드폰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 바닥은 판단이 애매할 땐 그냥 터진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해두는 게 나아.”
“이게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까?”
“아니? 사건이 아냐. 그냥 언론 또는 여론은 그저 유흥이면 되는 거거든. 일의 무게감은 의미 없어. 이 바닥에서 맨날 사건이 빵빵 터지디?”
“···”
“비수기 땐 그냥 이슈나 자극을 대충 버무려서 던지는 거야. 주제는 상관없어 카더라나 찌라시란 말이 왜 돌겠냐? 그냥 핫한 놈 하나 잡아다 어그로 끌겠다 싶은 타이틀 박고 보는 거야.”
추측이나 예측이 아니다. 모두 최성건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일단 네 모습이 과거와 현재가 완전 판이하다는 기사를 쐈다 치자. 그 어그로는 무조건 확장돼 네가 잘 팔리니까. 너 지금 연기로 탑들 씹어 먹고 있지? 어? 얘 연기 잘하네? 그럼 ‘강우진의 과거는 모두 연기?’ 같은 타이틀도 충분히 나오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이중인격이라거나. 뭐가 됐든 그런 와전된 기사들로 일이 커지면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갖겠냐?”
가지겠네 무조건. 특히 이 대목에서 강우진은 절절히 공감했다. 속은 여전히 소시민이니까. 그 역시 자극적 제목을 보고 기사를 클릭해본 적이 수두룩했다.
“사람이 돌멩이 맞고 피를 흘리든 말든 이 바닥은 결국 관심이 전부야. 너에 관한 글을 쓴 애들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한때 뜨겁게 후킹 돌리다가 화살이 언론으로 가면 걔들이 뭐라는 줄 알어?”
강우진이 침묵을 택하자 최성건이 콧방귀를 낀다.
“해프닝”
“아.”
“지랄 맞으면서도 마법 같은 단어지. 그냥 ‘해프닝이었다’ 하면 대부분은 해결되니까. 뒤로 관심이 식으면 또다시 다른 건에 눈을 돌리고. 반복.”
“돌멩이 맞은 저는 치료를 하고 있겠네요.”
천천히 고개 끄덕이던 최성건이 돌연 비죽 웃었고.
“뭐 대충 긴장은 해두라는 또는 알아 두라는 뜻에서 말한 거다. 아무 일도 안 터질지 몰라.”
자신의 머리를 톡톡 찔렀다.
“다만 일이 터져도 넌 연기에만 집중해 다 나한테 맡기고. 너랑 말하는 사이에 방법이 생각났다.”
“···어떤 방법이.”
“얘기하자면 길고. 너의 과거는 숨기면서도 예정된 이슈들을 극대화 시키는 거야. 꿩 먹고 알 먹고지.”
미소가 짙어진 최성건이 양손을 비볐다.
“자고로 이슈는 이슈로 덮는 게 제일이지.”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한량의 인기가 여전히 뜨거운 일본이 들썩였다. 이유야 간단했다.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X타키카와 아카리 작가」감독과 원작가로 만난다』
내내 쉬쉬하던 거장 쿄타로 감독의 신작이 공식적으로 발표됐으니까. 물론 그가 신작을 낸다는 건 이미 소문이 돌긴 했었다. 여기서 핵심은 세계적 인기 작가 아카리 작가였다.
『타키카와 아카리 작가의 베스트셀러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의 손에서 완성될 예정』
쿄타로 감독과 아카리 작가의 콜라보. 심지어 타이틀까지 발표했다.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영화화』
다만 딱 거기까지였다. 배우진 등은 아직 비밀이었다. 어쨌든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은 이미 베스트셀러. 일본 전체를 흔들기엔 충분한 소스였다.
과연 두 거물의 힘이 있어선지 이 소식은 금세 일본의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다.
대중들의 화력도 만만치 않았다. SNS에 그들의 얘기로 단숨에 불탔다. 특히 아카리 작가의 팬들이 난리였다.
기대 또는 걱정 아니면 비난.
워낙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을 본 사람도 많고 아카리 작가의 팬도 넘쳤다. 사실 기대보단 걱정과 비난이 많았다.
원작을 망칠 것에 대한 것.
다만 일본 내에서 쿄타로 감독의 인지도나 명망 역시 높았다. 결과적으론 수많은 의견으로 첨예한 다툼이 벌어졌다. 그 분위기가 최소 점심까지는 이어졌다. 그럴수록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의 관심은 치솟는다.
일본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다는 뜻.
워낙 시끄러운 데다 쿄타로 감독이나 아카리 작가의 인지도는 한국에도 퍽 컸기에.
『[해외]아카리 작가의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영화 만들어진다 감독은 일본 거장 타노구치 쿄타로』
이 소식은 한국에도 알려졌다. 물론 폭풍인 일본만큼은 아니라도 적당히 기사들이 쏴졌다. 하지만 두 거물을 아는 사람들 빼곤 한국의 대중들 대부분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아- 그래?’ 정도가 다였다.
대신 한국은 다른 것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윤피디 새 예능 기다렸어요ㅜㅜㅜㅜㅜㅠㅠ
바로 윤병선 PD의 신작에 관한 것이었다. 일본이 오전에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을 발표했다면 같은 시각 한국에선 윤병선 PD의 새 예능이 제대로 베일을 벗었다.
『‘윤피디’ 신작 예능 타이틀 떴다 제목은 ‘우리네 식탁’』
타이틀은 ‘우리네 식탁’. 정확한 기획 의도까지 포함됐다. 공식 기사엔 긴 설명이 첨가됐지만 줄이자면 ‘한국의 음식을 소개한다’였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말이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쯤.
『[핫이슈]‘우리네 식탁’ 라인업 발표- 안종학 하강수 연백광 홍혜연 화린 그리고 강우진까지』
‘우리네 식탁’ 측이 캐스팅 확정된 라인업을 쏘아 올렸다. 대중들이 보기엔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ㅋㅋㅋㅋㅋㅋ안종학ㅋㅋㅋㅋㅋ이정도면 윤피디 쪽 공무원이 확실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근데 라인업 개지리네….?
-안종학은 그렇다 치고 하강수에 홍혜연 화린 연백광까지?? 그런데 이제 강우진을 끼얹은
-홍혜연 화린? 둘이 원래 친하다고 그러더만
-진짜 이제 강우진은 걍 신인으로 보면 안될듯ㅋㅋㅋㅋㅅㅂ드라마 영화에 이어 예능까지 접수함ㅋㅋㅋㅋㅋ
-강우진은 알고 있었는데도 저기 섞여 있으니까 신박하넼ㅋㅋㅋ왜지?
-ㅜㅡㅜㅡㅠㅜㅠㅜ라인업 최고! 퇴근하고 볼 게 없어서 힘들었어요ㅜㅡㅜㅠㅠ
-출연진들 케미랑 윤피디표 예능 어떻게 섞일지 개궁금…….
‘우리네 식탁’의 출연진은 ‘예상했던’ 또는 ‘예상 밖’이 뒤섞였다. 특히 강우진의 이름은 이미 예전에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탔다.
어쨌든 스타 PD 윤병선표 ‘우리네 식탁’의 기대치는 최고였고.
『[스타픽]불도저 신인 ‘강우진’ 윤병선 PD 예능에서 어떤 매력 뽐낼까?』
이로 인해 강우진의 이름값은 한층 높아졌다.
그리고 이 시각 국내 한 언론사.
부산스러운 언론사 사무실의 중앙쯤. 턱을 괸 채 ‘우리네 식탁’ 기사를 읽는 기자가 보였다. 뭔가 하관이 툭 튀어나온 얼굴.
“흠- 라인업 좋네. 홍혜연은 윤피디랑 첫 작업 아닌가? 강우진 얘는 그냥 여기저기 다 씹어먹는구만.”
이때 뒤를 지나가는 늙은 남자가 그에게 외쳤다.
“또 노냐?!”
“아니 뭘 논다고. 지금 기사 서치하고 있잖습니까?”
“기사를 서치하지 말고 쓰라고. 너도 기자잖아 임마! 오늘 안에 뭐라도 올려 알겠냐?!”
“예예.”
숨을 팍 쉬던 기자가 턱을 긁으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가 접속한 것은 SNS. 루틴이었다. 아니 어쩌면 국내 연예부 기자들 대부분이 그럴 테지. 다만 이러다 할 게 없는지 기자가 목적지를 변경한다.
바뀐 곳은 여러 커뮤니티였다.
이건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 포함 꽤 많은 기자들은 커뮤니티에서 기삿거리를 찾으니까. 클릭 클릭. 바로 연예면 카테고리로 접속하는 그. 허나 이쪽 역시도 딱히 볼 게 없는지 기자가 혀를 찼다.
“쯧.”
그때였다.
“음?”
기자가 한 게시물에서 눈을 빛냈다.
-[나 강우진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는데 걔 성격 그때랑 지금이랑 완전 다름ㅇㅇ]
이어 그의 손가락이 빨라진다.
“뭐지 이게?”
같은 날 늦은 오후.
청담동 쪽의 고급 한식집. 정원까지 딸린 한식집의 VIP룸에 대략 너덧 명이 앉아 있다. 재밌는 건 이들의 말이 일본어라는 것.
“좋네요 여기.”
“맞아요. 근데 PD님 미팅하러 와서 이런 비싼 음식 먹어도 되는 거예요?”
“···그쪽이 여기로 초대한 겁니다.”
당연했다. 이들은 일본의 국민 토크쇼인 ‘아메토크 show!’의 제작진들이었으니까. 미팅을 위해 어제 한국에 입국한 참이었다.
이쯤.
“통역가님.”
제작진 중 빼싹 마른 PD가 통역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미팅 중에 대화를 천천히 할 테니까 최대한 자세히 빠짐없이 알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통역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똑똑 드르륵.
룸의 문이 옆으로 열리며 이들이 기다리던 배우가 등장했다. 얇은 재질의 셔츠를 입은 강우진이었다. 그런 그를 보자마자 ‘아메토크 show!’ 제작진이 모두 일어났고 무심한 얼굴인 우진이 테이블 앞에 서서 낮은 톤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강우진입니다. 죄송합니다 직원분이 방을 잘못 알려주셔서.”
동시에 여자 작가들이나 통역가의 두 눈이 커진다. 전염되듯 빼싹 마른 PD가 입을 작게 벌리면서도 당황한다.
‘뭐 뭐야?! 한국 배우 아니었어? 왜 일본어가 저렇게 자연스러워?!’
‘아메토크 show!’팀이 시작부터 반전을 때려 맞았다.< 멀티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