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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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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죽 (2) >

탑배우가 아니라 신인? 새치 가득한 쿄타로 감독의 말에 세 명의 기자들이 잠시간 멍때렸다.

“···?”

“···에?”

하지만 무던한 쿄타로 감독의 표정에선 변화가 없다. 농담이 아니란 소리. 곧 기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도 시선을 교환했다. 입을 열진 않았지만 눈빛으로 재빨리 대화하는 그들.

‘자 장난치는 것 같진 않은데?’

‘신인?? 한국 배우 합류만으로도 이리 시끄러웠는데 주연으로 캐스팅한 게 신인이라고?’

‘왜 탑 급이 아니라 신인을??’

그럴만했다. 난데없이 한국의 탑배우가 아닌 신인이 튀어나왔으니까. 왜? 대체 왜? 쿄타로 감독이나 아카리 작가 이름값이면 탑들도 아주 수월히 데려왔을 텐데? 물음표가 가득해진 상황에 기자 중 한 명이 어렵사리 되물었다.

믿기 힘들다는 어투로.

“가 감독님. 그러니까 그게 어-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에 한국 배우 캐스팅은 확실한데 그게 탑이 아니라 신인 배우라는 것이 확실합니까?”

이번에도 쿄타로 감독의 대답은 짧고 명료했다.

“그렇습니다.”

“그- 언어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지. 연습한다 해도 어색함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문제없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여쭤봐도 됩니까?”

“자세한 걸 말씀드리긴 곤란하군요.”

“감독님 애초 우리나라에서도 신인이 주연을 맡는 경우는 드뭅니다. 근데 그게 한국의 신인이라면 사상 최초가 될 겁니다. 어느 정도는 설명을 해주셔도-”

“아니요 그 과정이 너무 길고 오해가 섞일 수 있기에 말을 아끼겠습니다.”

기자들의 미간이 좁혀진다. 이때 쿄타로 감독이 작은 침음을 뱉으며 말을 추가했다.

“흠- 다만 저는 물론이며 원작자인 타키카와 아카리 작가님도 충분히 수긍한 부분입니다.”

“작가님도요?”

“그래요. 수긍이라기보단 확신에 가깝습니다. 저나 작가님이나 그 한국의 신인 배우를 직접보고 판단을 내린 거니까.”

“누 누군지 말씀해주실 순 없습니까?”

“아직은 힘들겠습니다.”

여기서 기자들 전부의 눈에 약간 불만이 섞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쿄타로 감독은 묵묵하게 할 말을 이어간다.

“현재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으로 많이 시끄러운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포함 모든 제작진이 작품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아- 그건 예.”

“너른 이해 부탁드린다는 멘트 추가 부탁합니다.”

설명을 들은 기자 세 명은 눈을 빛냈다. 오늘 인터뷰는 아주 간단한 스케줄이었고 최근 일본을 뒤흔드는 핫이슈에 관한 질문을 툭 던졌을 뿐이었다. 적당한 코멘트라도 만족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대특종이 던져졌다.

이어 기자들이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슬슬 인터뷰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물론 쿄타로 감독도 모두 의도한 장면이었기에 만족했다.

‘특종이라는 눈빛들이군 저 정도면 되겠어.’

모든 상황이 설계대로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뒤로.

‘한국의 신인 배우’ 멘트가 포함된 쿄타로 감독의 발언은 정확히 14일인 당일 오후에 일본 인터넷에 쏘아졌다.

『드디어 논란에 입을 연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 “한국 배우 캐스팅은 맞으나 탑배우가 아닌 신인 배우다”』

워낙 대형 언론사였기에 바로 뉴스 페이지 1면에 박혔다. 물론 타이틀과 기사 내용은 모두 쿄타로 감독의 인터뷰에서 추출된 것. 즉 팩트라는 소리. 심지어 기사 내용에는.

[“아직 전부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에 한국 배우가 합류한 것은 확정입니다. 이미 배역도 넘어갔고. 남자 배우입니다.”]

[“한국의 탑배우가 아닙니다 그는 신인입니다.”]

덤덤히 읊조리는 쿄타로 감독의 인터뷰 영상까지 첨부됐다. 논란에 지금껏 묵묵부답이던 쿄타로 감독의 정식 입장으로 봐도 무방했다. 이에 계속해서 반신반의하던 일본의 언론이 일제히 달려든다.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에 주연으로 한국 배우 캐스팅은 확정 하지만 왜 신인 배우인가?』

『한국의 신인 배우를 주연으로 낙점한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거장의 선택치곤 이례적』

가짜 뉴스나 유언비어처럼 번졌던 이슈에 확정 도장이 콱 박혔으니까.

『어떤 이유에서 한국의 신인을 주연으로? 여전히 조용한 「타키카와 아카리 작가」』

모든 논란의 중심인 쿄타로 감독이 입을 연 덕에 다시금 일본이 들썩였다. 재밌는 것은 쿄타로 감독이 직접 논란을 회수했는데 도리어 의문이 폭증되기 시작한 것. 논란이 논란을 낳은 셈.

이는 일본의 언론이나 여론이나 똑같았다.

-가짜 뉴스가 아니었던 거야? 그보다 주연인데 탑배우가 아닌 신인이라면 더더욱 이해가 안 되잖아?

-신인이라면….왜 굳이 한국에서 배우를 뽑은 걸까….모르겠어 난

-누군데!! 당장 알려줘 감독아!!

-한국의 신인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건 처음보는 것 같네

-타노구치 감독 대체 누구를 데려온 거야???

-진짜 이런 경우는 영화 업계 통 틀어도 전무하지 않나?

-아니 그래서 그 한국 신인 배우가 누구냐구! 누가 알려줘!

워낙 큰 논란이었기에 파급력이 흡사 해일과 같았다. 단숨에 일본 전역을 덮쳤다. 어쩌면. 아니 확실히 처음보다 수 배는 덩치를 불렸다.

그리고 이 어마무시한 해일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독]‘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쪽 팩트 나왔다 한국 배우 캐스팅 확정···그런데 신인 배우?』

14일 늦은 밤쯤을 기점으로 자정을 넘고 15일 새벽까지. 팩트가 가미된 이슈가 한국에도 큰 파도를 일으켰다. 시발점은 각종 커뮤니티였다.

-(펌)지금 일본 난리남 쿄타로 감독이 한국 배우 캐스팅했다는 찌라시 팩트라고 확정났음

-쿄타로 감독이 한국 배우 캐스팅했다고 직접 발언! 심지어 한국의 신인이라고함!.jpg

당연히 이 소식은 한국 전체로 급속도로 번졌다. 특히 이번엔 여론보단 언론이 유난이었다.

『[이슈체크]쿄타로 감독이 ‘주연’ 선택한 한국의 신인배우는 누구?』

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처음엔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쿄타로 감독이 직접 팩트를 쏘아 올린 거니까.

이 정도쯤 되면 국내 언론이 가만히 있는 게 병신이었다.

그렇잖은가? 일본의 거장 쿄타로 감독이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확실하며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영화에 탑도 아닌 신인을 데려갔다. 자극은 충분했으며 언론이 거품 물며 달려 들만했다.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의 주연 맡은 ‘신인’ 관심 증폭돼는 와중 영화 업계 관계자 “사상 최초로 봐도 될 정도”』

따라서 국내 연예계 언론은 미친 듯이 기사를 뿌려댔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말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 대중들 역시 부글댔다.

-헐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

-뭐 이런 이슈가 있었음?? 근데 ㅈㄴ얼탱이 없이 왠 신인을??ㅋㅋㅋㅋㅋ

-왓더ㅋㅋㅋㅋㅋㅋ쿄감독 원래 친한파임ㅋㅋㅋㅋ근데 한국 신인배우를 데려다 쓸지는 몰랐넼ㅋㅋㅋ것도 주연으롴ㅋㅋㅋㅋ

-트루임 이거?ㅋㅋㅋ지금껏 이런 적이 있었남??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이 책 조오오올라 베스트셀러잖아?ㅋㅋㅋㅋ씹대박인데?

-한국 신인 배운데 주연으로 발탁됐다는 거냐???돌았넼ㅋㅋㅋㅋㅋ

-??근데 누가됐든 일본어는 어케되는 거임?? 일본 영환데 대충 배운다고 될 게 아니잖음

-시바! 개궁금하네! 출동해 네티즌 코난들!!!

·

·

·

·

생소하면서도 신박했기에. 그리고 이 상황을 최성건도 인지했다.

“오케이 판 커지기 시작하고.”

강우진을 데리러 가는 아침이었고 나갈 준비를 하던 우진 역시 핸드폰으로 확인한 참이었다.

“아- 이게 이렇게 굴러가는 거? 대박.”

같은 날 15일 점심쯤.

장소는 서울의 한 라이브 카페였다. 조명은 대체로 살짝 어둡고 규모는 꽤 큰 편. 구도는 대략 정면에 작은 무대가 있고 여러 악기들도 보인다. 손님들 테이블은 그 무대를 구경하는 형태로 배치돼 있다.

그런 라이브 카페에 수십 스탭이 몰렸다.

‘남사친’ 촬영팀이었다. 라이브 카페 입구 쪽에 카메라나 오디오기기 등 각종 장비가 설치됐고.

-스윽.

붐마이크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손님 테이블이 텅텅 비었으나 차후 보출들로 가득 찬다. 그건 나중에 따로 찍을 예정. 어쨌든 모든 장비가 초점을 맞춘 곳엔 화린과 남자 단역 배우가 서 있다. 화린은 의상으로 청재킷에 청치마를 입었고 남자 단역 배우는 50대 정도로 보였고 역할은 카페 사장이었다.

이쯤.

“가봅시다!”

수십 스탭들 사이 모니터가 놓인 자리에 앉은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외쳤다.

“하이- 액션!”

카메라가 화린에게 바싹 붙는다. 동시에 화린이 단숨에 여주 ‘이보민’에 빙의하며 지척에 선 카페 사장의 팔뚝을 붙잡았다. 비는 듯한 표현이 절절했다.

“사장님! 오늘 제 곡 틀어주시기로 하셨는데 이러시면!”

반면 카페 사장은 무시와 귀찮음이 역력하다.

“아니! 하- 몇 번을 말해! 어?! 그 곡을 부를 가수 놈이 펑크를 냈다니까! 난들 어쩌라고?!”

“···연락도 아예 안 받으시는 거예요??”

“아이 씨 귀찮게! 나도 빡친다고. 지들이 무슨 탑가수쯤 되는 줄 안다니까? 한량 같은 놈들이 뻑하면 잠수타고 말이야!”

“그 그러시면 가이드 녹음된 버전이라도 틀어주셔도! 아니 제가 부를게요! 제가!”

“야야 적당히 좀 해. 여기 너 같은 애들이 한 둘인 줄 알아??”

거칠게 손길을 뿌리치는 사장이었고 ‘이보민’은 필사적이다.

“사장님! 한 번만요! 한 번만!”

“아이 좀 꺼져! 야 여기 라이브 카페야 라이브 카페! 녹음된 걸 왜 트냐고! 들러붙지 말고 그냥 딴 곳 알아봐!”

사장이 ‘이보민’을 훅 밀친다.

여기서 컷 그리고 다시금 뱉어지는 액션. 촬영은 ‘이보민’의 앵글과 카페 사장의 앵글로 두어 번 반복됐다. 구도도 몇 번 바뀌었다. 이어 신동춘 감독이 다시금 씬의 시작을 알렸고.

“액션!”

씬과 씬이 튀지 않게 사장이 ‘이보민’을 훅 밀치는 것부터.

바로 이때.

-탁 탁!

라이브 카페 전체로 마이크를 두드리는 소음이 번졌다. 이에 ‘이보민’이나 카페 사장의 고개가 무대 방향으로 휙 돈다.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

이내 둘의 눈엔 무대에 선 남자가 보였다.

후드를 입은 강우진. 아니 ‘한인호’였다. 표정이 없는 것이 별생각이 없어 보이는 얼굴. 뜬금 무대에 오른 ‘한인호’ 덕분에 카페 사장의 얼굴이 구겨졌고.

“뭐 뭐야 저 새끼!”

화장실을 간다던 한인호가 무대에 있는 모습에 이보민이 황당하게 두 눈을 끔뻑였다.

“쟤가- 왜 저기에? 설마 장난치려고??”

곧 사장이 이보민에게 거칠게 물었다.

“아는 얘야?!”

“죄 죄송해요! 바로 데려올게요!”

그때였다.

-♬♪

카페 전체로 곡 하나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달려가려던 이보민이 우뚝 멈춰 서선 혼잣말을 뱉었다.

“···어? 내 노래?”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대 위 한인호가 대충대충 움직인다. 무대 위 스탠딩 마이크에 입을 대고 목소리를 낸 것.

-♬♪

이보민이 작곡한 MR 곡에 한인호의 보컬이 깔린다. 카메라 무대 위 한인호를 풀샷으로 잡는다. 잠시간 이어지는 한인호의 보컬. 낮고 깊다. 이때 점차 분노가 식은 카페 사장이 턱을 쓸며 대사.

“오- 뭐야 저놈. 죽이는데? 어이 자네 친구 가수라도 준비해? 아니면 연습생?”

넘겨진 대사에 이보민은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저 멍청하게 무대 위 한인호를 볼 뿐. 그게 얼추 3초. 그녀의 입이 어렵사리 열린다.

“아니···저도 모르겠어요 처음 봐서.”

이 컷은 2화에 나오는 씬이었고 지금 한인호가 부르는 곡은 ‘한인호 테마곡’이었다. 즉 ‘남사친’의 정식 OST 중 하나.

그렇게 카페 전체로 한인호의 보컬이 울려 퍼진 뒤에야.

“···컷!! OOOK!!!”

자리서 벌떡 일어난 신동춘 감독이 박수치며 일어났다. 최고였다는 극찬. 다만 이 씬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총 3번의 리-액션이 나왔다.

강우진이나 화린이 못 해서가 아니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그저 신동춘 감독의 욕심이었다. ‘한인호’의 반전 섞인 보컬의 첫 등장 씬이니까.

-♬♪

이윽고.

“컷컷!! 오오오케이!! 우진씨! 화린씨 진짜 수고 많으셨습니다!!”

씬의 종료를 외친 신동춘 감독이 촬영존에 있는 두 배우에게 찬사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그것이 전체 스탭들로 전염됐다.

-짝짝짝짝짝짝!

이에 무대 아래쪽 화린이나.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무대 위 강우진도 신동춘 감독이나 수십 스탭들에게 꾸벅꾸벅 인사했고.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두 주연 배우들에겐 스탭들의 격한 박수와 함께 기쁨 섞인 외침이 쏟아진다.

“어후! 마지막 컷 죽여줬네!”

“두 배우님 고생하셨습니다!!”

“아쉬워서 어째요? 이제 좀 친해졌나 했는데!”

“하하하 그래서 몇 달 더 하시려고요?”

“아니죠! 수고하셨습니다!”

“끝났다아!!”

이에 깊은 미소를 머금은 신동춘 감독이 흥분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대략 한 달 정도였던.

“자자! 크랭크업 축포는 나중에 하고! 뒷정리부터 합시다! 대여시간 별로 안 남았어요!”

넷플렉스의 ‘남사친’ 촬영이 모두 끝났으니까.

한편 이 시각 국내 언론은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관련 이슈로 매우 질펀해지고 있었다. 그 사이 여론에선 급작스레 한 배우가 거론되는 중이었다.

-쿄타로 감독이 주연으로 낙점한 한국의 신인배우 이거 강우진 아님??? 삘이 딱 강우진인데

강우진이었다.< 폭죽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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