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죽 (4) >
1시간. 샵에 도착한 강우진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은 시간이었다. 물론 1시간 만에 끝나진 않았으나 거의 마무리 단계긴 했다.
거울 앞에 앉은 강우진은 나름 평온했다.
‘응 오늘도 얼굴 상태 좋네. 거의 마법이야 마법.’
변한 자신의 상태에 자화자찬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약 1시간 전에 뚜껑을 딴 ‘강우진 부캐’채널은 평온한 주인과는 달리 급격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오픈했던 ‘강우진 부캐’채널은 구독자가 대략 100명이었다.
그마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독을 박은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달랐다. 딱 1시간 만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채널명: 강우진 부캐]
[구독자 5858명]
[동영상 2개]
약 5000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다는 것. 단 1시간 만에 말이다. 당연히 구독자는 약과였다. ‘강우진 부캐’채널에 업로드된 영상 2개의 변화는 더 파격적이었다.
1번 타자 채널 주인인 강우진의 인사말이 담긴 첫 번째 영상.
-【인사말】안녕하세요 배우 강우진. 아니 강우진 부캐입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강우진 부캐
-조회수 1.2만 회/ 2020. 8. 19
벌써 조회수가 1만을 넘기고 있었다. 다만 1번 타자는 맛보기. 진짜는 역시 2번 타자였다. 강우진의 첫 커버곡인 ‘엘라니’의 ‘발레리나’ 일본어 버전 영상.
-【(1)엘라니/‘발레리나:ballerina’】커버(Cover) [Japanese.Ver]|강우진 부캐
-조회수 2.3만 회/ 2020. 8. 19
이쪽은 조회수 2만을 넘겼다. 그 어떤 홍보를 안 했음에도 말이다. 이건 순수한 강우진의 화력이었다. 그간 쌓아온 이슈들 포함한 이번의 쿄타로 감독 건까지. 국내 대중들의 궁금증이 너튜브의 검색으로 발전된 것이겠지. 즉 이것은 현재 강우진의 높은 인지도의 방증.
그들은 아마 처음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일본 영화 건으로 강우진 정보를 찾으려 너튜브에 검색을 때렸는데 느닷없이 그의 부캐 채널과 함께 직접 부른 커버곡이 나왔을 테니.
덕분에.
-강우진부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랐
-ㅅㅂ찐이네???????!!이왜진????
-…..당연히 짭일 줄 알았는데 왜 진짜 강우진이 나오는 거야?? 그리고 왜 존잘인데??
-아니 야 강우진 왜 일본어 ㅈㄴ잘하는 거임??
-음색 미쳤어!!! 부캐 수준이 아니라 본업해도 아무 문제없을 것 같다고!!!
-와…이 오빠 일본어 발음 치인다…일본에서 사셨나???
-왘ㅋㅋㅋㅋ나 진심 그냥 궁금해서 검색한 거였는뎈ㅋㅋㅋㅋ타이밍 좋게 딱 영상 올라왔넼ㅋㅋㅋ
-그래서 쿄감독이 데려간 신인 배우가 강우진이 맞는 거임???
-↑나도 이거 때매 찾아봄
댓글창엔 핵폭탄이 터졌다.
-아니 오빠!! 이 보컬 실력을 왜 지금껏 숨기신 겁니까!!!예?!! 일단 감사합니다!!
-강우진ㅋㅋㅋㅋ이슈된다 싶으니까 준비하던거 헐레벌떡 올린거보솤ㅋㅋㅋㅋ
-와 고음 지를 때 목소리 살짝 갈라지는거 야성미 폭발입니다ㅠㅠ
-이건 어지간한 아이돌들은 진짜 비빌수도 없는 음색이다
-영상 첫 등록인데 바로 구독자 오천 넘김ㅋㅋㅋㅋ화력지리넼ㅋㅋㅋㅋ?
-지나가는 일본어 학과입니다. 이분 일본어 현지인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님 일본 진출해유??
-성대야 이게 노래야 알았지?
-박대리: 한 곡만 더 올려줘 덜 꼴리니까
-편곡도 ㅈㄴ잘뽑았고 보컬도 지림 얘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네? 씹사기캐였어
-이거 음원으로 나오면 진짜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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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 딱 그랬다.
뒤로.
‘강우진 부캐’채널 소식은 손에서 손으로 재빨리 전염됐다. 우진의 팬클럽 ‘강심장’에 제일 먼저 던져졌으며 그 뒤로는 각종 블로그 카페 SNS 메신저 등으로 흘러갔다.
소문의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속보! 강우진 너튭 채널 열었음(링크)
국내 인터넷 곳곳은 쿄타로 감독의 ‘한국 신인 배우’ 이슈로 용광로였다.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새롭게 뜬 강우진 너튜브 채널은 단박에 화제를 끌었다.
-씹사기캐 강우진 보컬실력+일본어 실력.GIF
일명 ‘렉카’라 불리는 게시글들이 눈깜짝하면 불어났고 수 많은 네티즌들이 홀린 듯 ‘강우진 부캐’채널로 유입됐다. 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수십 곳에서 폭죽이 펑펑 터져댔다.
유입된 그들은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였다. 강우진 대체 뭐냐? 반전에 반전에 반전의 배우 의문의 수준급 보컬 실력 모국어 수준의 일본어 등등. 이해돼는 리액션이긴 했다. 강우진은 등장부터 걸어온 길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특이한 것은.
-강우진 재일교포인듯
-얘 사실은 일본에서 연기 배우고 한국 넘어온 거 아니냐???
대규모 착각과 오해가 범람한다는 것.
-나 알았다 강우진 일란성 쌍둥이 확실함ㅇㅇ 배우 강우진 가수 강우진 따로인 거임
이 부분은 강우진은 물론 최성건도 의도치 않은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덩이의 속도는 가팔라진다.
한편 이 시각.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은 아직 사태파악이 정확진 않았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대형 일식집에 모인 탑들 포함 많은 배우들이 그랬다. 이틀 뒤 대본리딩 예정인 스타작가 이월선의 차기작 ‘얼어죽는 연애’ 사전 미팅 자리였다. 명분은 사전 미팅이지만 회식이나 다름없었다. 이 자리엔 강우진도 제의가 있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우진은 불참했다.
뭐가 됐든.
“강우진씨 수어는 어떻게 됐을까요? 잘 연습했을라나?”
“가뜩이나 어려운 역인데 작가님이 어련히 알아서 관리했겠지.”
“참 그거 진짜 같어? 강우진이랑 쿄타로 감독.”
왜인지 배우들의 대화 주제는 강우진이었다. 뭐 이상하진 않았다. 우진이 현재 여러모로 연예계를 뒤집고 있으니까. 곧 만날 예정이기도 했고.
“아아- 쿄타로 감독이 픽했다는 신인 배우? 그거 강우진이라는 거 그냥 기자들 뇌피셜아닌가?”
“아직 확정이 아닌 것 같긴 하던데요.”
“이 바닥서 그런 설레발이 한두 번이야? 난 일단 아닌 것 같긴 해. 그냥 그 신인이 요즘 핫해서 지목당한 거 아녀?”
“근데 누가 써 놓은 글 보니까 나름 신빙성은 있더만. 강우진 그 친구가 미장센에서 연기 대상 받고 상 준게 쿄타로 감독인 거.”
“설마 그거 잠깐 봤다고 데려갔을까 봐.”
속을 들여다보면 질투가 섞이기도 진심 어린 호기심이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배우들의 토론은 나름 뜨겁다.
“솔직히 강우진 걔 들어간 작품이나 예정된 거 보면 이미 오바잖아? 작품들 분석부터 대사 외우는 것만 반년 이상일 건데 언제 일본어 외우고 언제 일본 넘어가?”
“하긴 그건 나도 이상하긴 하더라고요. 가끔 우진씨 기사 보면 대단하다 싶긴 했어요. 이제 데뷔한 지 반년인데 그걸 다 소화한다는 게.”
“그대로만 가도 금방 퍼질 건데 일본 진출까지? 외계인 아니면 불가능해.”
“이미 이뤄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외계인이야.”
“근데 강우진 걔가 진짜 그 ‘신인 배우’면 완전 레전드긴 하겠네요 유례없는 역사를 쓴 거랑 다를 게 없으니까.”
대립 또는 반반.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얼어죽는 연애’ 배우들만의 그런 것이 아닌 언론이나 각종 방송사 등 국내 연예계 전반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이어 오후가 꺾이는 시점에 강우진의 이름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참이었다.
이슈의 해일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퍼진 것과 비슷한 양상.
-타노구치 감독이 말한 한국의 신인 배우 있잖아? 그거 한국에서는 강우진이란 배우로 좁혀지는 것 같아.
-강우진? 그게 누구지? 처음 들어봐. 한국에서 진짜 신인이래?
-아! 강우진! 그 배우잖아! 넷플렉스에서 인기인 한량에 나온 배우!
-한량은 나도 봤어 그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온 빌런 배우 말하는 거지?
-강우진! 궁금해서 찾아봤었는데 드라마에서는 무섭지만 SNS보면 엄청 귀여워!
-하지만 한국에서도 확실한 건 아닌 거지? 팩트가 아니라 소문일 뿐이고.
그저 ‘한국의 신인 배우’ 정도로만 부글대던 일본의 대중들에게.
-강우진 SNS가 있다구?
점차 ‘강우진’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팩트는 아니지만 호기심에 검색을 이어간다. 포털사이트에서 강우진의 SNS로 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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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튜브까지. 너튜브에서도 강우진을 치면 결과물은 많았다.
심지어 강우진이 주인인 것으로 보이는 공식 채널도 있었다. 업로드된 영상은 두 개. 그중 두 번째 영상은 일본 네티즌의 입맛에 딱 맞는.
-【(1)엘라니/‘발레리나:ballerina’】커버(Cover) [Japanese.Ver]|강우진 부캐
KPOP의 일본어 커버곡이었고.
[채널명: 강우진 부캐]
[구독자 2.4만 명]
[동영상 2개]
구독자 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8월 20일.
장소는 서울의 한 호텔의 이벤트홀이었다. 홀의 중앙엔 많은 테이블이 깔렸다. 거기엔 커다란 카메라를 든 수십 기자들이 자리했다. 최소 50명은 넘어 보인다.
그런 기자들이 보는 정면 단상에는.
-[넷플렉스 ‘남사친’ 제작발표회]
커다란 포스터가 걸렸다. 강우진과 화린의 스틸컷 이미지와 함께 ’남사친‘의 타이틀이 크게 박힌 포스터. 이유야 간단했다. 현재 이 홀에선 ’남사친‘의 공식 제작발표회가 진행 중이었으니까.
따라서 포스터 앞 무대 중앙엔 주역들이 자리했다.
시작은 신동춘 감독이었고 옆으로 최나나 작가 강우진 화린까지. 일자로 나란히 앉은 그림이었고 모두 개인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쥐고 있다. 신동춘 감독은 워낙 이런 자리가 익숙해서 여유롭다. 반면 동그란 안경을 낀 최나나 작가는.
“···후-”
바싹 얼었다. 원래도 숫기가 없는데 난생처음 온 제작발표회가 편할 리 없으니까. 그녀의 옆에 앉은 우진이 눈에 띈다. 네이비 풀정장에 머리를 깔끔히 위로 올린 강우진. 제작발표회 내내 무던한 표정을 일관하는 그. 허나 속으로는 넘실대는 기자들 때문에 컨셉질을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미친. 몇 명이여 저게. 악 눈부시다고 셔터 겁나 터지네.’
화이트 원피스로 멋을 낸 화린은 신동춘 감독과 마찬가지로 여유가 넘친다. 어쨌든 ‘남사친’의 제작발표회는 일반적인 것보단 조금 자유로운 느낌.
시작한 지는 이미 30분을 넘긴 상태였다.
“어- 아시다시피 저희 ‘남사친’은 넷플렉스의 단막 프로젝트의 스타트로서 현재는 국내 포함 일본 넷플렉스 런칭이 확정됐고요···”
현재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큐시트에 맞춰 작품 소개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다음은 그의 포부. 최나나 작가까지 이어지고. 다음 차례는 강우진.
“열심히 찍었습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약간 무심한 투긴 했으나 진심이었다. 뭐 다음인 화린의 포부 역시 그리 길진 않았기에 그림은 나쁘지 않았다.
곧.
“네! 그럼 지금부터 기자님들 질문을 좀 받아 볼게요.”
사회자의 신호에 따라 수십 기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중에서 질문을 받을 기자를 찍는 형식. 물꼬는 신동춘 감독이 텄다.
“네. 앞에 파마하신 기자님.”
“아아 안녕하세요 감독님. 음- 몇 년 전 돌연 영화를 하시겠다며 드라마판을 떠나셨었죠? 그 뒤로 ‘흥신소’로 미장센 작품 대상 받으셨고.”
“그렇습니다.”
“이미 영화계 전체로 러브콜이 엄청 들어간 거로 들었는데 갑자기 드라마 쪽으로 컴백. 그것도 단막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하하 시작부터 질문이 엄청 딥하네요.”
어색하게 웃던 신동춘 감독이 3번째에 앉은 강우진을 힐끔한 뒤 답했다.
“‘우진씨한테 은혜 갚을 게 있어서’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이내 수십 기자들 시선이 모두 강우진에게 쏠렸다. 사실 이 자리에 있는 전체 기자는 속마음이 따로 있었다. 당연히 이슈가 넘치는 강우진에 대해 관심이 넘쳤다.
하지만 일단은 참는 기색.
뒤로 최나나 작가의 질문을 넘어 시니컬하게 다리 꼰 강우진의 차례가 됐다.
“다음은 우진씨에게 질문하실 기자님!”
-스윽.
기다렸다는 듯 50명 넘는 기자들 전부가 손을 번쩍 들었다. 눈빛에 열망이 가득하다. 과하다 싶을 만큼. 이에 우진은.
‘뭐여 질문 안 받겠다 하면 뺨 맞겄네.’
속으로는 질색하면서도 근엄함을 짙게 했다. 힘들지만 골라보자. 최대한 유하게 생긴 기자로. 강우진의 선택은 오른쪽 끝에 앉은 뭔가 눈매가 선하게 생긴 여자 기자였다.
곧 우진이 여자 기자를 손짓했다.
“네 끝에 셔츠 입으신 기자님이요.”
호명되자마자 여자 기자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우진은 성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단 1초 만에 깨졌다.
선하게 생긴 여자 기자가 뜬금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우진씨. ‘남사친’의 일본 쪽 런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일본의 거장 쿄타로 감독이 주연으로 낙점한 ‘한국의 신인 배우’가 우진씨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어떤가요?”
“···”
“언론이나 여론이나 아니다 맞다 갑론을박이긴 한데 최근 여론을 보면 우진씨라는 설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자 기자의 질문에 다른 수십 기자들의 표정에 흥미가 잔뜩 서렸다. 다들 비슷한 마음인 것. 하지만 이 질문은 너무 예민했다. 따라서 신동춘 감독이 사회자에게 눈짓하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질문을 컷트하라는 것.
이런 장면이야 제작발표회에선 흔했기에 사회자 역시 금방 알아들었고 수십 기자들을 향해 입을 열려던 때였다.
“아- 그 질문은.”
“네 기자님.”
초연하게 마이크를 올린 강우진이 낮고 무심한 톤으로 읊조렸다.
“제가 그 ‘한국의 신인 배우’가 맞습니다.”
노빠구였다.
“···”
“···”
“···”
넓은 홀에 흐르는 잠시간의 침묵. 화린 등의 ‘남사친’팀 전부도 50명 넘는 기자들도 모두 강우진을 보며 얼탄다.
그게 얼추 10초 정도. 이내 강우진을 향한.
-파바바바박!
-파바바바바박!
카메라 플래시 폭탄이 쏟아졌다.< 폭죽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