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2)
자리에 앉은 턱수염 송만우 PD가 바로 주문부터 읊었다.
“닭발집에 왔으면 닭발을 시켜야지 임마.”
그리곤 앞에 앉은 사각턱 감독의 빈 술잔에 소주를 부었다.
“인간이 환경의 동물이라는 거 진짜라고. 처량하게 있으면 신세가 처량해지는 거여.”
사각턱 감독이 민망하게 머리를 긁었다.
“이미 형님도 아시잖아요 제 신세 지금 처량한 거 맞는데 뭘 아닌 척해.”
“미친놈이. 야 신동춘. 성격 다 죽었구만?”
송만우 PD와 신동춘 감독. 둘은 퍽 친한 사이이며 같은 SBC 드라마국 출신이었다. 거물 송만우 PD만큼은 아니지만 신동춘도 당시엔 나름 필모가 괜찮은 PD였다. 그러나 신동춘 감독에겐 늘 자리 잡았던 꿈이 있었다.
영화를 찍는 것.
다만 드라마와 영화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명백히 다른 영역. 드라마 PD가 영화계로 가거나 영화감독이 드라마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사실 이는 성공 사례만 보일 뿐이지 실패한 쪽이 수십 배는 많았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험난하기 그지없는 보직 변경.
하지만 신동춘 감독은 과감히 영화의 길을 선택했다. 어쩌면 나름 드라마 PD로서 안정기였기에 과감했는지 몰랐다. 또는 미혼이라서. 뭐가 됐든 주변의 만류에도 신동춘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감행했다. 당연히 SBC를 퇴사한 뒤에.
그 작업으로 완성된 시나리오가 ‘흥신소’였다.
뒤로 2년. 신동춘 감독의 ‘흥신소’는 약 2년을 아무것도 못 하고 표류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 영화판에서 단편 또는 독립영화가 바로 제작되는 건 기적에 가까웠으니까. 긴 공백기. 심지어 그사이 불운이 겹쳤다. 영화사라 다가온 이에게 사기도 당했고 부모가 선 보증이 잘못된 일도 있었다.
어쩌다 보니 신동춘 감독은 개털이 됐다. 불운들이 겹쳐 한 방에 그를 때렸다.
사실 지금 정신이 온전한 그는 남들에게 칭찬받아 마땅했다. 그것이 빛을 보는 건가? 다행히 신동춘 감독의 ‘흥신소’는 최근 가까스로 호흡기를 달았다.
물론 그 호흡기에서 조금 구린내가 나서 문제지만.
어쨌든 주문한 닭발이 푸짐하게 세팅될 무렵 신동춘 감독이 잔을 채우던 송만우 PD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박작가님 잘 계시지?”
“잘 있지 그럼. 대본 쓰느라 정신없으시다.”
“지금 ‘프로파일러 한량’ 그거 한창 배우 뽑고 있것네. 대본 몇 부나 나왔어요?”
“대충- 2 3부쯤 나왔지.”
“금방 리딩하고 촬영 드가겠네.”
“내일 정도면 확정된 거 이것저것 기사로 뜰 거다.”
이쯤 송만우 PD가 닭발 하나를 들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야 너 그 ‘흥신소’ 단편 영화는 어찌 돼가고 있냐?”
“여전히 빡세죠.”
“그렇게 빡세면 때려치고 우리 드라마 B팀이나 하던가. 씨블루 스튜디오 쪽에 얘기해서 외부 PD로 돌리면 충분히 가능하니까.”
보통 드라마 B팀 PD라고 하면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다. 땜빵이거나 문제를 일으킨 PD라거나 등등. 부정적인 의미도 있다. 그런데 무려 거물 송만우 PD의 B팀이라면 달랐다. 무조건 대박이었다. 현재 깔린 판 자체도 어마무시 했으니까.
그럼에도 신동춘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가 스탭들 뒷말 나와요 괜히 저 사정 봐주다가 형님만 욕먹는다니까?”
“새끼가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지. 니 면상을 봐라. 그냥 반쪽이 됐구만. 뭔데? 지금 상황이 어떤데? 얘기해봐.”
곧 긴 한숨을 팍 내쉰 신동춘 감독이 현 상황을 적당히 축약해 설명했다.
“운 좋게 투자자가 나왔습니다.”
“그 영화 제작비가 대충 3000만이랬냐? 잘 됐잖아? 근데.”
“4000만이요. 그것도 확실친 않아. 더 나올 수도 있고. 단편이라도 나름 50분짜리라. 어쨌든 그 투자자가 엔터 쪽인데 그 엔터에서 투자를 맡는 대신에 자기네 배우를 확정해 달라대요.”
“···뭐 그거야 PD 할 때도 으레 있던 거잖냐. 뭘 새삼스레.”
“신인 몇에 메인인 남주로 넣어달라는 배우가 박정혁입니다.”
순간 송만우 PD가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 술쟁이를? 주먹질하다 망한 놈? 그럼 그 투자자가 GGO 엔터란 소리네.”
“맞아요.”
앞뒤 상황을 들은 송만우 PD가 바로 답을 내놨다. 그는 연출자로선 연예계서 최상위 포식자니까.
“세탁기 돌리겠다는 거구만. 박정혁 그거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이미지 순화시키겠다는. 4-5000 박고 박정혁 살리는 거면 남는 장사긴 하지.”
소주 한 잔을 거칠게 원샷한 신동춘 감독이 해탈한 듯 웃었다.
“그 장사의 판이 ‘흥신소’인 게···참 그렇습니다. 내가 박정혁 그딴 놈 빨래질해 주려고 몇 년을 피똥 싼 게 아닌데.”
“···”
과거 큰 폭행 사건이 있었던 배우를 남주로 내세우면 단편이긴 해도 ‘흥신소’의 물은 흐려진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좋게 나올 순 있어도 ‘빨래질’ 작품의 오명은 지워지지 않는다.
뭣보다 몇 년간 피똥 싼 신동춘 감독의 노력과 인내가 모두 부정당하는 것도 있었고.
여기서.
“흠-”
팔짱 낀 채 건너편 신동춘 감독을 바라보던 송만우 PD가 대뜸 입을 열었다.
“배우 하나 소개해주랴?”
“예?? 아니 형님 주변 배우들이면 죄 탑들 아닙니까?”
“그래도. 탑들이라고 독립 단편 시나리오 안 보는 거 아니다. 홍스타도 아직 독립 시나리오 받는다더라.”
“하긴 그 연기 욕심 그득한 홍혜연이면 이해되죠.”
“근데 내가 소개하려는 건 그런 탑들이 아니고 딴 놈이야 걔가 해줄진 모르겠다만.”
“···누구?”
되물음에 송만우 PD가 며칠 전 몸값 협상을 했던 별종 배우를 떠올렸다.
“우리 드라마에 캐스팅한 놈인데. 힘들게 가졌지. 이름은 강우진이라고 최근 나온 놈이라 넌 모를 거야.”
“강우진? 그러네 처음 듣습니다. 괜찮은 신인인가 보네. 근데 됐습니다. 형님 드라마에 들어간 친구면 한창 물들어 오는 놈일 텐데 그런 친구가 뭣도 없는 단편 영화를 하겠습니까? 안 하지. 한창 노 젓느라 바쁘겠죠.”
“···걔 우리 드라마 방송 타면 무조건 터질 놈이라 지금 잡아 두면 투자자 새로 나올지 몰라. 한 번 시도나 해보지?”
그러자 긴 한숨을 탁 내쉰 신동춘 감독이.
“2년. 아니 3년 가까이. 형님도 아시다시피 그사이 저한테 너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제 ‘흥신소’ 무시당하는 것도 힘들고.”
소주를 거칠게 넘겼다.
“저 좀 지쳤습니다 형님.”
다음 날.
화요일 아침이 밝자마자 연예계 뉴스 쪽이 요란을 떨었다. 이슈의 작품이 며칠간 확정된 것을 쏘아댄 것이었다.
『[이슈pick]히트작 제조기 스타작가 박은미 신작 뼈대 다 잡았다』
『박은미 작가x송만우 PD 이번에도 일낼까? 신작 드라마 배우 라인업 화려』
바로 ‘프로파일러 한량’ 얘기였다. 강우진이 박대리 역으로 도장을 찍은 게 약 5일 전. 그 뒤로 송만우 PD가 속력을 높인 것.
『‘히트작가 1티어’ 박은미 작가 신작 소식에 시청자들 벌써 들썩/사진』
애초 시작부터 확정이었던 홍혜연을 필두로 어지간한 배우들 청사진은 확실했고 남은 것은 대부분 계약 관련 협상이 전부였다. 그것 중 확정된 것을 씨블루 스튜디오가 홍보로써 사용하고 있는 것.
즉 ‘프로파일러 한량’의 홍보가 본격적으로 오픈했다.
『[단독]‘박은미 작가’ 신작 라인업 공개···‘류정민 홍혜연’ 투톱』
『류정민·홍혜연·장태산·이도정까지 ‘박은미 작가’ 신작 탑배우들 대거 등판!』
더불어.
『[연예계이슈]박은미 작가 신작 이르면 5월 첫 방영 제작진 “초반 대본은 이미 나왔다”』
두루뭉술하지만 첫 방영일까지 흘리면서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와중에 약간의 호기심을 자극할 기사도 보였다.
『‘박은미 작가’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선언 “이번 작품엔 제대로된 씬스틸러 배우 있을 것”』
어쨌든 화요일 아침부터 연예면 기사는 ‘프로파일러 한량’으로 불타올랐고 이를 본 대중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은 극도로 폭발했다.
거물 송만우 PD의 힘도 있었지만 대중들에겐 울트라급 스타작가 박은미 작가가 컸다.
사실 어느 히트 드라마든 연출보다는 작가가 부각 되는 법이었다. 하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흐름. 그렇기에 언론도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박은미 작가임을 강조했고.
같은 날 이른 점심쯤에는 정식으로 드라마 타이틀도 오픈됐다.
『류정민 홍혜연 장태산 이도정 등 합류한 박은미 작가 신작···타이틀은 ‘프로파일러 한량’』
금세 달아오른 이 소식은 빠르게 여러 영역으로 넓혀졌다. SNS는 물론이며 너튜브 등등. 심지어 너튜브 쪽은 실시간 동영상 순위에도 오를 정도였다. 이슈를 다루는 일명 ‘렉카 너튜버’들의 영상들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들의 댓글만 봐도 대중들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저 이 드라마 소문 돌 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드디어!!!
-주연으로 류정민 홍혜연…..근데 작가가 박은미? 벌써 웅장해진다….ㅅㅂ그래서 첫 방영이 언젠데?
-박은미 작가 인터뷰에서 씬스틸러 배우 언급했다던뎈ㅋㅋㅋ또 어떤 뒤통수를 때려주실지….
-박은미 작가 신작….? 평범한 드라마일 리가 없닼ㅋㅋㅋㅋㅋ시바 빨리 보고싶네
-않이? 박은미 작가에 연출이 송만우야?? 근데 주연이 류정민 홍혜연???? 이건 일단 깔린 판부터 씹대박인듯
-아니 근데 홍혜연은 왜 갈수록 이뻐지냐?????
-이거 주연들 말고 조연들 라인업도 미쳤음!
-ㅎㅎㅎㅎㅎ내가 넘나 사랑하는 작가님!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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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거물들이 모인 작품이라 짧은 시간 어마무시한 관심이 몰렸다. 그리고.
『‘프로파일러 한량’ 홍보 시작과 함께 관심 쏟아진다···올해 최고 드라마 될까?』
이는 고작 홍보의 시작일 뿐이었다.
같은 날 이른 오후. 푸른시선 영화사.
시간은 3시쯤. 허름한 푸른시선 영화사에 사각턱 신동춘 감독이 홀로 앉아 있다. 느낌상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그는.
“대단하네 대단해.”
지금 난리법석인 ‘프로파일러 한량’ 관련 기사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친한 형님의 일이라 기쁘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그러다.
“근데 3시에 온다더만 왜 안 와.”
신동춘 감독이 투덜거렸다. 푸른시선 영화사 대표의 말대로라면 3시쯤 투자자인 GGO 엔터 쪽 박실장이 도착한다고 했었다. 들이밀 신인 몇몇을 데리고. 그런데 3시 5분이 넘었는데도 감감무소식.
이에 신동춘 감독은 약간의 짜증 섞인 한숨을 뱉었다.
“지들이 갑이라 이거지.”
뒤로 10분. 3시 20분이 됐음에도 온다는 인간들은 오지 않는다. 곧 혀를 찬 신동춘 감독이 담뱃갑을 꺼내며 일어날 때였다.
-똑똑.
드디어 입질이 왔다. 누군가 철문을 두드린 것. 덕분에 짧게 한숨을 뱉은 그가 철문을 열었고 문 앞에는 무심한 얼굴인 남자가 서 있었다. 그런 남자를 신동춘 감독이 위아래로 스캔했다.
‘키도 크고. 나름···괜찮은가? 아니 마스크는 준수하네.’
남자는 키도 180은 넘어 보였고 깔끔한 턱선에 짧은 머리. 다만 인상은 좀 시니컬했다. 어쨌든 신동춘 감독은 단박에 그가 GGO 엔터가 데려온다던 신인 중 한 명임을 인지했다. 이 시간에 그들 말곤 올 사람이 없으니까.
“3시에 오신다더니? 좀 늦으셨네요.”
억지웃음을 지으며 읊조리는 신동춘 감독. 반면 신인 남자는 작게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말입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근데 박실장님은? 어디 커피라도 사러 가셨나? 일단 들어오세요.”
혼잣말처럼 읊조린 신동춘 감독이 신인을 허름한 영화사 안으로 안내했다. 곧 신인 남자 역시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어느새 둘은.
-스윽.
중앙 4인 책상에 마주 앉았다. 동시에 신동춘 감독이 건너편 신인 남자와 시선을 맞췄고.
“프로필은- 박실장님이 보여주실 거고.”
다시금 시간을 확인했다. 박실장은 신인 몇몇을 데려온다고 했었다. 신동춘 감독은 얘 말고도 신인이 더 온다면 시간을 절약해도 될 듯했다.
거기다 생각보다 앞에 앉은 신인 남자의 상태는 괜찮았지만.
‘어차피 공장마냥 교육한 신인들 연기가 거기서 거기지. 애가 어째 냉담한 게 무거운 맛은 괜찮은데- 그거랑 연기는 또 다른 얘기야.’
연기에 관한 기대감은 바닥이었다. GGO 엔터는 대형이지만 식상한 신인들이 많기로 유명하니까. 그렇기에 사각턱 신동춘 감독은 별수롭지 않게 건너편 신인 남자에게 요청했다.
“박실장님 기다리는 겸 해서 연기 좀 볼까요? 준비하시긴 했죠? 그냥 얼굴만 보여주러 온 건 아닐 테니까.”
그러자 포커페이스인 신인 남자가 몇 초간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보여드릴 연기는 있습니다.”
“오케이. 그럼 보여줘요. 짧게도 상관없으니까.”
공장마냥 교육된 연기는 길게 봐봤자 지루할 뿐. 이때의 신동춘 감독은 딱 이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윽.
반전은 삽시간이었다. 신동춘 감독은 반대편 신인 남자가 연기를 시작하자마자.
“···음?”
조금씩.
“···??”
서서히 두 눈이 커졌다.
“????”
그것은 신인 남자가 담담히 연기를 마쳤을 땐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변해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신동춘 감독은 디립다 커진 눈을 감지도 않는다.
그저 앞에 앉은 남자를 뚫어져라 볼 뿐.
반면.
“여기 까집니다.”
신인 남자는 매우 근엄한 음성으로 끝을 알렸다. 하지만 신동춘 감독의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내 내가 지금 뭘···봤지?’
그도 나름 드라마 PD로 잔뼈가 굵었다. 배우는 이골이 날 정도로 봐왔다. 그런데 누군가의 연기를 보고 혼이 빠진 건 처음이었다.
‘마치 내가 쓴 인물을 눈앞에서 본···것 같은데?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시나리오 속 인물이 튀어나와 말을 건 듯한 느낌. 그 정도로 신인 남자의 연기는 사실보다 생생했다. 즉 처음 보는 류의 연기법.
아니 이런 얘를 진짜 GGO 엔터에서 키워 냈다고? 말이 되나??
곧.
“···저 저기.”
눈 커진 신동춘 감독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고.
“GGO 엔터에는 얼마나 있었나요?”
동시에.
-덜컥!
영화사 철문이 꽤 강하게 열렸다. 문을 연 것은 좀 뚱뚱한 남자였다. 그의 옆엔 어려 보이는 남녀 두 명이 딸려 있었다.
“하하하 신 감독님! 제가 좀 늦었습니다!”
호탕하게 외치는 뚱뚱한 남자. 아마 그가 박실장이란 사람인 듯 보였다. 데려온 이들은 신인들이고. 어쨌든 박실장이 신동춘 감독과 그의 앞에 앉은 사내를 번갈아 보다가 다시 외쳤다.
“아이고! 미팅 중이신가? 앞에 분은 누굽니까? 배우?”
여기서 미간이 꿈틀한 신동춘 감독이 건너편 무심한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고.
“박실장님이···당신을 모르네요?”
앞에 앉은 사내의 무표정은 유지됐다.
“저도 모르는 분입니다만.”
“어? 뭐요?”
그런 사내가 상당히 냉정한 투로 말을 이었다.
“뭔가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착각? 제가요?”
“네. 저도 저 사람을 모릅니다.”
“···예? 아니 그게 무슨. 그럼 누구?”
이어 사내가 매우 낮고 무거운 음성으로 읊조렸다. 올곧은 기세가 거물과도 같았다.
“강우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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