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IWMMGA Chapter 130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 출국 (4) >

강우진은 당황했다. 순간 장착한 컨셉질을 잊고 멍청한 눈동자를 만들 만큼 말이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미쳤네! 뭐여 이거!’

플래시 세례에 눈이 부신 건 경험에 있었다.

최근이라면 강우진의 노빠꾸가 던져졌던 ‘남사친’의 제작발표회 때. 아니 아니야. 여긴 그때보다 수 배는 더 요동치고 있었다.

-파바바바박!

-파바바바바바박!!

그때보다 카메라는 훨씬 더 많다. 강우진이 나온 입국장의 오른쪽 줄 펜스가 저 끝까지 이어져 있고 그 공간에 기자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얼추 백여 명. 그 뒤로 일본의 일반인들이 덮고 있는 그림. 기자들은 카메라를 일반 구경꾼들은 죄다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용도는 뭐겠는가?

500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들이 방금 등장한 강우진과 화린을 미친 듯이 찍어댄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미쳤나 봐!! 꺅! 이 사람들 전부가 우리 오빠를 보러 온 거라고?!”

수백 명 구경꾼 사이 익숙한 여자가 보인다는 것. 바로 우진의 여동생 강현아였다. 물론 그녀뿐만이 아닌 강현아의 친구들도. 팬클럽 ‘강심장’의 대표로서 운영진으로서 온 것.

“현아!! 손잡아 손!”

“우진 오빠 사진 찍었어?!”

“멀어! 잘 안 보여!”

“일단 찍어! 팬카페에 공유해야지!”

“‘강심장’ 사람들도 있잖아!”

찾긴 힘들었지만 수많은 사람 사이 우진의 팬클럽 ‘강심장’의 인원들도 끼어 있었다. 그녀들을 포함해 성난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구경꾼들.

“저기 저 남자가 강우진이야?! 뭐야! 귀여운데?”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역시 한국 배우가 잘생겼어!!”

“실물이 훨씬 낫지 않아??!”

“화린이랑 잘 어울려!”

강우진은 터지는 플래시에 눈이 아팠고 후두둑 박히는 일본어 섞인 괴성에 귀가 떨어질 것 같았다.

“이쪽!! 이쪽! 강우진씨!”

“일본에 온 소감이 어떻습니까!!”

“강우진씨!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과 일본 일정 중에 만나실 겁니까?!”

“화린씨랑 자세 좀 잡아 주세요!!”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엔 언제 캐스팅 확정 되신 겁니까!!”

“일본어는 따로 배우셨나요!! 아메토크 show! 녹화는 언젭니까! 강우진씨!”

“신인으로서 주연작은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이 처음입니까??!”

“이번을 계기로 일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겁니까?!”

“‘남사친’에 관해 코멘트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비명에 가까운 질문은 거의 겹쳐져서 잘 들리지도 않는다. 중간중간 한국말이 들리는 거로 봐선 백여 명 일본 기자 중에 한국 기자도 끼어 있는 모양. 순간 강우진의 오른쪽에 선 우람한 김대영은.

‘···미친. 이런 거 처음 본다. 일본 애들까지 이리 열광할 줄이야. 돌았네.’

입이 쩍 벌어질 광경에 정신이 팔렸다가 불알친구 우진의 얼굴에 시선을 맞췄다. 새삼 이놈이 진짜 떴구나 싶었으니.

‘이 새끼 이거 진짜 스타됐네?’

마음 같아서는 ‘지리네 미친놈아!’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김대영은 꾹 참았다. 대신 조금 있다가 불알친구 전용 단톡방에 호들갑을 떨 결심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진은.

‘토 쏠린다 겁나 도망치고 싶은데?!’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그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쿄타로 감독과 아카리 작가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의 이름값과 관심도가 이렇게나 높다는 뜻. 어쨌든 강우진으로서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며 연예계 통틀어서 신인에게 이만한 관심이 꽂히는 것도 전무했다.

‘와- 미친.’

우진도 예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비행기에서 최성건이 언질을 주긴 했었으니까.

‘우진아 아마 공항에 기자 좀 모였을 거다. 너랑 화린씨 일본 일정 관련해서 기사가 돌았거든. 좀 시끄럽긴 할 테지만 뭐 넌 평소처럼만 하면 돼. 담담하게 손이나 좀 흔들고.’

근데 이 정도일 줄이야. 강우진은 뒤쪽에 선 최성건을 힐끔하며 속으로 고함을 쳤다.

‘좀??! 이게 좀이라고요? ’

TV서나 볼법한 장면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우진은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주변의 가드들이나 화린은 대수롭지 않은 듯 별 감흥이 없다. 강우진은 핀트 나간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안돼 정신 차리자. 이 악물고 걸어! 강우진 앞으로 가자.’

평소보다 과한 마인드 컨트롤을 우진이 시행할 때 적당히 때가 됐는지 우진을 감싼 가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우진과 화린 그리고 전체 팀이 걸음을 뗐다. 덩달아 기자들 뒤쪽의 팬들이 손을 뻗어댄다. 뭔지 모를 선물들도 던졌다.

하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우진은 섣불리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뭔가- 무섭다. 응 무서워.’

쫄아서였다. 뭐 결과적으론 정답에 가까운 행동이긴 했다. 이렇게 흥분이 과도할 때 다가갔다간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따라서.

-스윽.

강우진은 화린을 슬쩍 보며 그녀를 카피했다. 적당히 카메라와 일본 구경꾼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 그러면서도 강우진이 포함된 팀은 최대한 빨리 입국장을 빠져나간다. 그 순간.

-훅!

넘실거리는 기자들과 펜스줄을 넘어 누군가가 재빨리 뛰쳐나왔다. 보통 덩치의 남자였다. 그는 바로 화린에게 돌격했다. 아마 화린의 팬인 모양.

“화린!!”

하지만 그는 주변 가드들에게 가로막혔고 강우진은 왼쪽에 선 화린을 반사적으로 감쌌다. 이건 뭔가 본능이었다. 의도보단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 것. 이어 우진이 가로막힌 남자를 보며 속으로 읊조렸고.

‘뭐야 저 미친놈. 개놀랐네.’

천천히 화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진과 눈이 맞는 화린. 무표정인 우진과는 달리 화린은 양어깨가 잡힌 채 동공이 확장된 상태. 비로소 강우진은 자신이 뭘 했는지 인지했다.

“아 죄송합니다.”

어깨에서 손을 떼며 낮게 말하는 우진에게 화린은 혼 빠진 투로 답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이때 강우진을 최성건이 불렀고 얼굴 돌린 우진의 옆모습을 힐끗댄 화린이 조용히 가슴에 손을 올렸다.

‘우진님 박력 뭐야??? 어??’

입국장의 500여 명이 몰린 것을 봤을 때보다 수배는 심장이 뛰고 있었다.

‘나 나도 안아버릴 뻔했어! 아니- 은근슬쩍 그냥 안아 볼걸.’

뒤로.

광란의 공항을 어렵사리 빠져나온 강우진은 갓길에 미리 준비된 승합차에 올라탔다. 승합차는 총 3대에 미니 버스도 보였다. 차로 이동할 땐 우진과 화린은 따로 이동이었고 승합차 출발과 동시에 우진의 옆자리에 앉은 최성건이 다이어리를 펴며 웃었다.

“한- 500명 됐으려나? 생각보다는 좀 적었다.”

뭐라굽쇼? 적어요? 저게? 저것의 두 배 이상이었다면 우진은 진심으로 기절할지 몰랐다. 당연히 이를 모르던 한예정 등의 스타일리스트 팀이 너도나도 끼었다.

“맞아요 좀 아쉽긴 하더라. 막 좀 더 미어터졌어야 했는데! 화린씨도 계셨으니까 최소 2000명은 있었어야죠!”

“아마 공항 측 통제가 좀 있었나 봐. 끝쪽에 보니까 공항 가드들이 구경꾼들 막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저 정도면 평타는 친 거죠?”

“평타는 쳤지. 기사나 구경꾼들 SNS나 금방금방 돌긴 할 거야.”

“우진 오빠도 아쉬웠죠? 그래서 표정이 평소보단 더 덤덤했어.”

뭔가 멋대로 내려지는 평가에 우진은 침묵을 선택했다. 대체 이분들은 어떤 광경을 바라보며 온 걸까? 2000명이라니. 이쯤 확정된 스케줄표를 내려보던 최성건이 긴 한숨을 뱉었다.

“후- 우진아. 예상하긴 했다만 일정이 지옥이다.”

우진은 속으로 각오를 다졌고 겉으로는 쎈척을 가미했다.

“상관없습니다.”

“풀 촬영해도 멀쩡한 너나 그렇겠지. 나나 애들은 죽어난다고. 쨌든 일단 바로 숙소로 이동한 뒤에 호텔에서 간단하게 식사 샵가서 헤어 메이크업 받고나서 ‘남사친’ 행사장 이동 아 여기엔 당연히 넷플렉스 재팬 인원들도 함께할 거고- 또···”

그만. 그냥 전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길게요. 더 들어봐야 눈앞만 캄캄해질 뿐. 그렇게 약 10분간 오늘 일정을 읊던 최성건이.

“미팅 스케줄이 좀 변동이 있어. 일단 사이사이 홍보스케줄 하고 언론사 인터뷰가 몇 개 추가됐다.”

주제를 휙 바꿨다.

“그리고 원래는 내일 27일에 쿄타로 감독이고 28일 신조 PD를 본 뒤에 30일 ‘아메토크 show!’ 녹화였는데 쿄타로 감독이랑 시간이 안 맞아서 신조 PD를 내일 보고 녹화가 29일. 쿄타로 감독을 30일 날 보기로 했다.”

“아 예. 알겠습니다.”

무심히 고개 끄덕이는 강우진. 그런 그에게 다이어리를 덮던 최성건이 웃음을 보였다.

“일본 일정은 이 정도고. 너도 알겠다만 지금 너 각종 방송 너튜브 등 섭외에 광고 문의도 터지고 있거든? 한량 때 두 배야 거의. 너랑 혜연이 덕분에 회사 확장도 고려할 상황이고. 여튼 그건 내가 알아서 걸러서 큰 건만 잡고 있는데 들어오는 작품들을 어쩔래?”

작품. 현재 국내 연예계 화제성 하면 으뜸으로 치는 강우진이었다. 시나리오나 대본이 안 들어올 리 없었다. 이미 bw 엔터에 한쪽엔 우진에게 보낸 시나리오·대본만 수십 권이었다.

그걸 다 읽어보는 것만 몇 달이 걸리지 않을까?

물론 그 계산법은 일반 배우들에게나 통용되는 것이고 강우진이 각 잡고 시작하면 한주면 끝낼 작업이긴 했다. 아공간이 있으니까. 등급이 괜찮은 순으로만 작품을 읽어도 됐으니까.

허나.

‘작품이랑은 별개로 따라붙는 스케줄 생각하면 지금은 오바지 않나?’

지금 우진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미세하긴 해도 나름 본 게 있다. 거기다 무리하고 싶지도 않았고 할 것도 많다.

‘괜히 뱁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근데 징징대는 허약한 모습은 컨셉질과 안 맞다. 따라서 우진은 ‘개썅마이웨이’를 가미한 의견을 피력했다.

“지금은 예정된 작품에만 집중하겠습니다 들어오는 작품들은 계속 킵해주세요.”

“그래 그러자. 나도 같은 생각이긴 해. 솔직히 지금 네 스케줄도 일반적이진 않거든. 아니 딴 놈들은 이거 소화 못 하지. 근데 워낙 네가 여유롭게 쳐내니까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그다지 힘들지는 않습니다.”

“알아 알아 임마. 그냥 봐도 그래.”

틀렸다. 우진은 지금 아공간이 있음에도 체력은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컨셉질은 또 유지해야 한다. 참 하루하루가 벅차다 싶은 강우진이었다.

‘역시 인간은 극한으로 몰려야 성장하는 건가?’

이때 핸드폰을 든 최성건이 다시 말했고.

“작품 얘기는 ‘남사친’이나 ‘마약상’ 나간 뒤에 다시 하자. 어차피 10월 뒤부턴 또 연말이다 뭐다 바빠질 게 빤하니까.”

아- 벌써 연말인가? 보통 연예계는 10월부터 급속도로 정신없어진다. 연말까지 수많은 이벤트성 방송 행사 시상식 영화제 등등이 잡히니까.

“혜연이 신인 때 후로 이 기분 간만이다 야. 우진이 너 ‘한량’부터 영화들 해서 여기저기 불러제끼겠네 크- 기대되는 구만.”

그 모든 것에 강우진이 빠질 리 없었다.

수 시간 후.

도쿄역 근방인 숙소 호텔에서 식사를 마친 우진은 샵에 들렀다가 도쿄타워 주변에 있는 넷플렉스 재팬에 도착했다. 넷플렉스 재팬의 내부 인테리어는 한국의 넷플렉스와 비슷했다.

다만.

“반갑습니다 넷플렉스 재팬의 존 크레이그라고 해요.”

넷플렉스 재팬의 총괄디렉터는 외국인이었다. 미팅룸에서 그와 악수를 나눈 우진은 약간 신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행사 관련 미팅을 진행해야 했고.

“자- 그럼 일단 움직일까요?”

넷플렉스 재팬 인원들 강우진 화린 팀은 가까운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그야말로 잡스러운 동선 1도 없이 스케줄 따라 착착 진행된다. 넷플렉스 재팬이 준비한 ‘남사친’ 관련 행사장은 이벤트 전용 스튜디오가 몰린 건물이었고.

“강우진씨 화린씨! 일단 무대 위에서 포토타임부터 시작합니다!!”

제작발표회 겸 행사는 기념 사진 촬영부터였다. 스튜디오 내부는 그리 크진 않았다만 세팅된 모습은 나름 구색을 갖췄다. 넷플렉스 재팬이 초대한 30명 정도의 기자들 무대 뒤쪽 ‘남사친’ 포스터 섭외한 사회자 등등.

뭐가 됐든.

-파바바바박!

-파바바바바바박!!

해외 첫 스케줄임에도 강우진은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뭐 딴 생각할 여유가 없긴 했다. 간혹 기자석 위에 올려진 다과를 보며.

‘저거 뭐지? 존맛일 것 같은데.’

군침을 흘리긴 했으나 그게 다였다. 무대 위 강우진의 의상은 캐주얼한 정장이었고 화린은 체크무늬의 투피스. 그런 둘이 자세를 잡는 포토타임은 대략 10분 정도.

이내 둘은.

-스윽.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구도는 사회자 강우진 화린 통역가 순. 우진은 나름 평온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했던 것보단 규모가 작네.’

일본말이 나오는 것을 빼면 별반 다르지 않았고 해볼 만했으니까. 곧 무대 위 첫 번째 자리의 사회자가 움직였다. 섭외된 사회자는 일본의 아나운서였고.

“그럼 시작할게요? 일단- 강우진씨 화린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강우진입니다.”

“화린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남사친’의 일본 넷플렉스 런칭 기념행사가 본격적으로 열렸을 때쯤 행사장 뒤쪽 넷플렉스 재팬 인원들이 옅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은근 무대 위 우진을 가리키는 사람도 있다.

반면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의 최성건은.

‘흠- 우진이 정장 말고 다른 걸 입힐 걸 그랬나.’

그저 강우진의 의상을 신경 쓰고 있었다. 이 순간 부산스런 넷플렉스 재팬의 팀장급 간부가 우진을 보며 흥분 섞인 일본어를 뱉었다. 그건 자연스레 최성건의 귀에도 들렸다.

“뭐야 구독자 100만 넘은 거야? 고작 일주일 만에?!”< 출국 (4) > 끝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IWMMGA

IWMMGA

Score 9.5
Status: Ongo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