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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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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배 (1) >

잃은 웃음을 되찾은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회장에게도 미소가 번졌다. 그러면서도.

‘그 한국의 신인배우 이름이- 강우진이랬나?’

혼자서 오해의 착각의 덩치를 키워갔다.

‘가족 중에 또는 중요한 사람이 내 손자와 비슷한 경우일 테지. 확실해 수어는 그저 취미나 흥미로 배우기엔 너무 어려워.’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긴 했다. 회장으로서는 불가항력에 가깝다.

‘다른 언어들이라고 쉽겠느냐마는 그만큼 보상이 뒤따라. 하지만 수어는 그렇지 않지. 다른 언어들에 비해 쓰임새가 한정됐고 사용하는 사람도 일부분.’

즉 수어는 본인의 커리어 또는 스팩을 위해 배우는 부류는 아니라는 뜻. 이쯤 회장은 손자의 눈을 바라보면서 과거를 그 까마득히 힘든 나날들을 상기하기 시작했다.

오직 이 아이를 위해 배운 수어.

‘잘 알아 내가 너무 잘 알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 한다곤 하지만 지옥이었을 테니.’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타국의 배우지만 회장은 강우진이란 배우에게 큰 동질감이 느껴졌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수어를 배우는 와중에 배우까지 됐으니 충분히 대단했다.

그러다 멈칫.

‘잠깐. 그런데 일본 수어? 왜 한국 수어가 아닌 일본 수어를? 아- 그래 중요한 사람이 일본 쪽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지.’

착각에 더해 오류까지 넘나든다. 이때 연신 방글대던 손자가 회장에게 수어를 추가했다.

[“강우진님은 일본 수어도 잘하시는데 일본어도 엄청 잘하시나 봐요! PD님이나 스탭들이랑도 엄청 편하게 대화하셨어요.”]

[“그러니?”]

일본어까지? 회장은 약간의 확신이 들었다. 더불어 진심 어린 감탄까지.

‘일본 수어에 일본어까지? 평범한 배우는 아닌 모양이야. 과연 떠들썩할 만한 이유가 있군’

잠시간 속으로 읊조리던 회장이 생각의 주제를 바꿨다. 눈앞 손자의 행복한 미소에 집중한 것.

‘어쨌든 감사해 이 아이가 잃었던 웃음을 선물해줬으니.’

거의 10년 만에 본 손자의 웃음이었다. 그런 손자의 뒤쪽 책상 위엔 여러 서류가 겹쳐 있었다. 그 서류 표지에 붙은 회사 상호.

-카시히.

‘카시히 그룹’. 일본의 재계서열 10위 안에 걸린 대기업. ‘카시히 그룹’은 화학 섬유 건설 주택 식품 전자 의약품 등 수많은 사업과 계열사를 거느렸다. 한국 대기업 포함 여러 기업과 관계가 깊은 사업도 더러 있었다. 회장은 그 ‘카시히 그룹’을 이끄는 최상위 포식자며 오너였다. 이름은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

대놓고 재벌가 집안.

하지만 재벌가 회장이라도 해도 인간이며 사람이었다. 급작스레 닥친 사고는 피할 재간이 없었다. 약 10년 전 안타까운 비보가 있었던 것.

『카시히 그룹 부사장 참변 차에는 아내와 아들이 타고 있었다』

히데키 회장의 첫째 아들. 즉 장남 부부의 차 사고가 있었다. 차 안엔 부부와 네 살배기 아들이 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부모는 즉사. 어린 아들만이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다.

엄마가 감싼 탓이었다.

그 사고로 네 살배기 손자는 청력과 말을 잃었다. 물론 히데키 회장에겐 아들이 셋이 있었고 연결된 가족도 퍽 많았다. 하지만 기대받던 장남과 며느리가 눈을 감았고 그 부부가 어렵사리 잉태한 어린 손자는 4살에 장애를 가지게 됐다.

히데키 회장으로선 장남 부부의 사망으로 내장이 끊어지듯 했지만 손자가 살아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이 정도쯤 되다 보니 회장에게 손자는 요시무라 신고는 목숨과도 같았다. 극진히 아낄 수밖엔 없었다.

‘신고는 내가 어떻게든 살려야 해.’

히데키 회장은 네 살배기 손자인 요시무라 신고를 옆에 두고 직접 키우기 시작했다. 대기업을 이끄는 수장임에도 수어도 배워야 했고 농아인에 관해 공부도 해야 했다.

허나 손자인 신고는 커갈수록 생기를 잃어갔다.

대기업의 손자라는 주변의 시기 질투도 한몫했으며 뭣보다 신고가 가진 장애가 가장 큰 이유였다. 학교에서나 세상에서 신고는 혼자였다. 고립됐다. 덕분에 신고는 8살 무렵부턴 아예 표정이 사라졌고 10살부터는 세상과 단절했다. 뒤로는 심각한 우울증까지 겹쳐 상태가 더욱이 나빠졌다.

그게 14살 된 최근까지도 유지됐다.

신고는 약 10년간 웃지 않았으며 언제나 로봇같이 딱딱한 얼굴로 지냈다. 수어 선생을 빼면 사람의 교류도 끊었다. 당연히 히데키 회장도 손자에게 별짓을 다 해봤었다. 정신과 치료부터 각종 치료로 돈을 들이부었고 수어를 통달해 시간이 날 때마다 신고를 극진히 보살폈다.

하지만 모든 건 의미가 없었다.

수억 수백억을 쏟았다 한들 신고의 웃음과 생기를 되찾아 줄 수 없었다. 신고는 더욱더 방에 틀어박혔고 정신이 죽어갔다. 오직 게임과 각종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이쯤 신고가 넷플렉스의 ‘프로파일러 한량’을 보게 됐다.

원래도 신고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봤었다.

워낙 많은 컨텐츠를 보던 신고였고 일본의 정형화된 연기와 연출이 질렸었으니까. 더불어 일본을 벗어나고픈 속마음도 있었다. 뭐가 됐든 신고는 ‘박대리’에 꽂혔다. 이유야 간단했다.

‘차 사고.’

‘박대리’의 과거 서사가 자신과 비슷한 게 있었기 때문. 결은 매우 달랐으나 ‘박대리’도 차 사고로 부모를 잃었고 신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박대리를 연기한 강우진에 관심을 가진 신고.

한국의 배우 강우진은 대단했다.

신인임에도 한국과 일본을 뒤집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너튜브 채널을 보니 한국인인데도 심히 유창한 일본어로 커버 노래 영상 올리는 중이었다. 그렇게 신고는 ‘아메토크 show!’ 녹화까지 가게 되고.

돌아와서는 대뜸 웃음을 되찾은 채였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정신이 죽어가던 신고의 생기가 단숨에 폭발하고 있었다. 그러니 히데키 회장의 발작에 가까운 감격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목숨과 같은 손자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으니까.

그것이 히데키 회장에게 희망을 선사했고 그 얼굴도 모를 강우진이란 한국 배우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이때.

[“할아버지!”]

손자 신고가 히데키 회장에게 흥분 섞인 수어를 추가했다.

[“강우진님과 언젠가는 또 대화할 수 있겠죠?”]

[“기회가 닿는다면. 물론 그 기회는 네가 만들어 돼. 방에 틀어박히면 힘들겠지.”]

[“응! 곧 ‘남사친’이란 드라마가 일본에 나온다고 했어요! 빨리 보고 싶다. 아 그리고 강우진님이 우리나라 대단한 감독님이랑 영화도 찍는대요!”]

[“일본 영화를?”]

[“그거 보러 가도 돼요? 개봉하면 같이 봐요 할아버지!”]

[“그래 그러자꾸나. 개봉은 언제니?”]

[“이제 곧 촬영 시작할 거라는 기사를 봤어요! 기대된다. 할아버지! 저도 강우진님 같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요? 말은 못 하지만 수어 배우가 되고 싶어요.”]

히데키 회장은 순간 울컥했다. 하지만 억지로 참았다. 지금 사랑스런 손자에겐 눈물이 아닌 희망을 실어 줘야 했으니.

[“네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거란다. 그 정신이 중요해 내가 옆에서 도와주마.”]

[“응! 할아버지.”]

죽어가던 세상을 등졌던 손자에게 꿈과 목표가 보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수어를 주고받는 서재는 무척이나 고요했으나 신고의 맑은 눈동자엔 용기가 솟고 있었고.

[“아! 이제 수어 선생님 올 시간이다! 할아버지 저 수어 공부 엄청 열심히 할게요!”]

미소 가득한 신고가 서재를 뛰쳐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히데키 회장은 희열마저 느끼고 있었다. 대규모 사업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보다 더 큰 고양감.

“···강우진이라고 했나?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군.”

진심이었다.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강우진은 히데키 회장이 10년간 돈을 들이부어도 못한 걸 하루 만에 해냈다. 의도야 없었겠지만 히데키 회장에겐 태산과도 같은 문제가 지워진 것과 같았다.

“신고가 측은했는지도 모르겠어 자기가 일본 수어를 배운 과거가 떠올랐을 거야.”

이어 서재 책상에 놓인 정장 재킷을 입은 히데키 회장이 픽 웃었다. 그리곤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그런 배우가 대성해야지.”

이 시각 다시 ‘토에가’ 영화사.

‘변화를 두려워하는 썩어 빠진 멍청한 놈들 때문’이라는 쿄타로 감독의 대답에 회의실 분위기가 팍 가라앉았다. 이를 눈치챈 최성건이 옆에 앉은 강우진에게 속삭였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우진이 무심한 톤으로 투자 문제에 관해 적당히 설명을 뱉었다. 그러자 최성건의 눈이 약간 커졌다.

“대본리딩이 내년 초까지 밀린다고?”

“예.”

바로 머리를 굴리는 최성건. 워낙 경험이 풍부했기에 금세 그림이 그려졌다.

‘혹시나 했었는데- 설마 진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우진이가 일본에서 터진 만큼 아니꼽게 보는 시선도 충분히 있을 순 있지.’

실제 강우진을 향한 악플도 꽤 늘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정작 우진은 전혀 눈길도 안 준다만 케어를 담당하는 최성건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즉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투자자들은 그 세력들의 눈치를 봤을 가능성이 컸다.

투자금이 한두 푼이 아니니까.

‘아니면 아싸리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배우가 중심이 되는 그림을 꺼렸을 수도 있고. 여하튼 이건 꽤 골치 아픈데.’

최성건의 계산에선 말만 내년 초로 밀리는 것이고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의 제작 전체 일정이 틀어진 것과 같았다. 그리되면 배우 캐스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모르나 주요 배우들이 발을 뺄 수도 있다.

이미 꾸려진 여러 스탭팀들도 마찬가지.

그러면 자연스레 업계 전체로 별별 잡소리 개소리가 돌고 행여 언론·여론이 이 소식을 접한다면 작품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은 워낙 유명하니 파괴력은 두 배 이상.

‘뭣보다 작품의 기세가 원래 좋긴 했어도 우진이로 홍보력 최대치로 팍 올렸는데 그게 싹 허사가 돼.’

이는 일본만이 아닌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곧 최성건이 건너편 쿄타로 감독에게 재빨리 물었다. 물론 한국어였고.

“투자자 문제- 아무리 그래도 감독님이나 아카리 작가님 이름값이 얼만데 투자금이 이리 쉽게 빠진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강우진의 통역을 들은 쿄타로 감독이 씁쓸하게 웃었다.

“물론 저희의 이름값은 결코 작지 않아요. 다만 작가님은 그저 원작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작품은 시작 발표부터 잡음이 심했습니다. 원작 팬들이 워낙 강성하고 여러 세계에 분포돼 있어서. 물론 반대 여론이 초반엔 더 극성이었습니다.”

“···”

“그래도 강행했어요. 투자자들이 걱정을 표하긴 했지만 제가 밀어붙였기에 진행은 됐습니다. 근데 우진씨 합류부터 다시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전 확신하지만 그들은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안 되겠다 싶기에 발을 뺀다?”

“투자자들은 도전적인 걸 꺼립니다. 특히 일본에서 그 성향은 더 심해요. 지금 우진씨로 일본은 뒤집혔고 그 관심 역시 극성이다 싶을 정도로 높아요.”

쿄타로 감독이 팔짱을 낀다.

“그런데 행여 이 작품이 잘 안되면? 원작 팬들 포함 그 모든 이가 등을 돌리게 되고 한국 배우를 합류시킨 것에 관해 욕을 먹게 될까 두려운 겁니다 투자자들은. 겁쟁이들.”

이쯤 강우진은.

-스윽.

바로 앞에 놓인 ‘낯기생’(‘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시나리오를 집었다. 용도는 미팅 용이었지만 강우진은 아공간 통로로써 사용했다.

-푹!

남몰래 아공간에 진입한 강우진은 재빨리 흰 사각형 앞으로 움직였다. 총 7개의 흰 사각형이 떠 있다. 그중에서 우진은 첫 번째 변화를 확인했다.

“아오- 씨 역시나 이렇게 되나?”

-[7/시나리오(제목: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C급]

A+였던 ‘낯기생’의 등급이 C까지 내려앉은 것. A+은 최상급이지만 C는 평타였다. 강우진은 진심 어린 탄식을 뱉었다.

“하- 평타는 좀 아쉬운데. 투자잔지 나발인지 구하면 다시 오를 수 있나?”

하지만 내년 초는 아직 많이 남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것을 강우진이 예측할 턱이 없었다.

거기다 아직 옅긴 하지만.

“역시 연예계. 다사다난하다 다사다난해.”

뒷배의 그림자가 생기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이후.

쿄타로 감독과의 미팅을 마친 강우진은 30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참고로 우진의 ‘아메토크 show!’ 게스트로 녹화를 마친 화린은 강우진보다 하루 먼저 한국에 입국한 상태였다. 뭐가 됐든 강우진이 한국에 돌아왔을 땐 공항은 조용했다. 이유야 간단. 도둑 입국으로 들어왔으니까. 덕분에 나름 조용히 승합차에 오른 우진은.

‘후-’

간만에 느껴보는 한국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때 조수석에 앉은 최성건이 격려를 던졌다.

“‘낯기생’ 잘 될 거다. 워낙 감독 이름값이 높아서 엎어지거나 하진 않을 거야.”

“예 대표님. 괜찮습니다.”

“그래. 뭐 아쉽게도 우리로서는 딱히 할 게 없어. 후킹이나 어그로도 충분히 해줄 만큼 굴려줬고. 솔직히 넌 지금 딱히 그 작품에 목멜 시간도 없거든.”

“알고 있습니다.”

“우린 일단 기다려 보는 수밖에. 쨌든 우진아. 일본 일정 고생해서 며칠 쉬게 해주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스케줄이 공백 내기가 빡세다. 오늘 집 가자마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잠만 자라.”

이어 최성건이 다이어리를 덮으며 정해진 일정을 읊었다.

“‘마약상’ 블라인드 시사회부터 ‘실종의 섬’ 티저 포스터 촬영 등으로 풀이니까.”

다음 날 이른 아침 31일. 일본 도쿄.

8월의 마지막 월요일이었다. 어느새 8월도 오늘이 끝나면 9월로 바뀔 예정.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 못지않게 여전히 뜨거운 날씨였다.

이 아침에도 말이다.

하지만 날씨야 아랑곳없이 으리으리한 주택에서 최고급 세단이 스르륵 빠져나왔다. 히데키 회장의 차였다. 뒤로 승용차 한 대가 더 따른다. 뒤쪽 차엔 경호원들이 탔다. 둘 중 앞쪽의 차 안 뒷좌석에 앉은 히데키 회장이 보인다. 흰 털 섞인 눈썹에 정장을 입은 모습.

-팔락.

히데키 회장은 준비된 신문을 펼치면서도 조수석에 앉은 비서실장을 불렀다.

“자네도 강우진이란 한국 배우를 아나?”

뜬금없는 질문에 그녀가 고개 돌려 바로 답했다.

“최근 그 배우의 일로 일본이 시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알고는 있습니다.”

“그렇군.”

“왜 그러시는지.”

“한국 배우 강우진 그 친구에 관해 좀 알아봐. 최대한 빨리.”

“예?”

되물음에 히데키 회장이 작게 읊조렸다.

“감사를 표할 일이 생겼어 그렇게만 알면 돼.”< 뒷배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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