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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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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배 (3) >

‘마약상’의 첫 상영. 정확하게는 테스트 겸 블라인드 시사회가 시작됐다. 덕분에 까메오를 맡은 강우진을 포함해 ‘마약상’의 남주 진재준과 주연급 배우들 김도희 감독 촬영감독 외의 키스탭들 영화사 관계자들 등. 30명 넘는 인원들 모두가 음향 스튜디오 정면 스크린에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강우진]

스크린엔 방금 떴던 강우진의 이름이 연기처럼 사라진 뒤 웅장한 음악에서 급작스레 클럽에서나 들을 법한 강렬한 비트가 울려 퍼졌다.

-♬♪

블랙을 표시하던 스크린엔 나이트클럽이 비췄다. 현재가 아닌 과거의 모습.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건 비슷하나 그들의 생김새와 의상은 올드한 느낌이 강했다. 당연했다. ‘마약상’의 시대는 1999년이니까.

장소는 부산.

곧 앵글은 술을 나르는 웨이터의 뒷모습을 따라 움직인다. 웨이터가 도착한 곳은 룸이었고 스크린엔 술에 찌든 남녀가 출력됐다. 이 룸에 세팅되는 건 그냥 양주가 아니었다. 부산으로 유통되는 마약이 섞인 양주였다.

그러니 룸에서 뒤섞여 노는 남녀는 정신을 놨다.

이때 룸의 문이 돌연 벌컥 열렸고.

[“병신들 신났네.”]

입에 담배를 문 남자가 등장했다. 형사였다. 진재준이 맡은 ‘마약상’의 주인공 ‘정성훈’. 스크린 속 정성훈은 딱 봐도 날티가 나는 분위기였고 담배를 길게 빤 그가 급작스레 버럭 외친다.

[“여 사장 새끼 어딨냐?! 동태야! 야야 김동태!!”]

바로 바뀌는 앵글. 정장 입은 한 남자가 우다닥 뛰어가는 뒷모습에서 룸 앞 정성훈으로 화면이 빠르게 합쳐졌다. 도착한 남자가 정성훈에게 빌빌댄다.

[“아이고- 형사님 오셨으면 바로 저한테 오시면 되지 뭐 한다고 똥꼬를 따십니까? 자자 이쪽으로. 제가 담뱃갑 좀 챙겨드리겠습니다.”]

남자가 정성훈의 주머니에 뭔가를 쑤셔 넣는다. 뭐겠는가? 돈이었다. 앵글은 비열하게 비죽 웃는 정성훈을 클로즈업.

[“어째 주머니가 좀 가볍다?”]

반대편 주머니에 돈을 더 쑤시는 남자.

[“자자 묵직- 하게 넣었으니까 같이 가서 커피나 예? 궁둥이 실한 애들로 불러놨습니다.”]

정성훈이 남자에게 억지로 끌려간다. 아니 끌려가는 척을 한다. 여기서 스크린은 암전. 급작스레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퍼진다.

[“부산에 마약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어 화면엔 뉴스의 한 장면이 출력되며 밑으로는 흰색 자막이 깔렸다. 1999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 여기서부터 ‘마약상’의 속도감이 서서히 올라간다.

그렇게 ‘마약상’은 속력을 높인다.

정성훈의 시각에서 차차 인물이 추가됨에 따라 여기저기서 사건이 빵빵 터진다.

긴장감과 긴박감이 절절한 느낌.

‘마약상’은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스토리로 중반부에 도달했다. 이쯤 스크린엔 어둑어둑한 하늘을 비췄고 금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음향으로 빗소리가 강하게 뿌려진다.

-쏴아아아아

이어 화면 교체. 4대 세단 중 끝에 선 세단의 운전석이 열리며 정장 입은 남자가 내렸다. 넥타이 없이 목에 붙은 첫 단추는 푼 그래서 가슴팍에 얼핏 보이는 문신의 ‘이상만’이었다. ‘상만파’의 보스.

강우진의 첫 등장.

-♬♪

바로 깔리는 이상만의 테마곡. 무겁고 잔인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영화 음악. 순간 스튜디오 중간쯤에 다리 꼰 채 앉은 우진은.

“···”

무심한 표정엔 별 변화가 없었으나 속으로는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으악! 나다!’

촬영했을 당시 감독이 보는 모니터로도 확인하긴 했다만 막상 완성품을 스크린으로 보니 민망함이 수십 배였다.

그러다가도.

‘···음 뭔가 멋있기도 한데? 아닌가.’

약간의 자아도취에 빠진다. 반면 당사자인 우진을 뺀 나머지 인원들은 이상만의 첫 등장부터 작게작게 속삭이기 바빴다.

“확실히- 이상만 캐릭터 죽이네요.”

특히 영화사의 관계자들 입이 쉬지 않았다.

“초반엔 빨랐다 느렸다 완급 조절하다가 중반부에 이상만 딱 나오니까 몰입도 확 올라버리네.”

“감독님이 노리고 그렇게 치신 거겠죠.”

이 평가들은 ‘마약상’이 중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충격으로 변질됐다. 점점 카리스마를 잃어가면서 죽어가는 이상만의 변화 때문이었다.

“연기 미쳤네.”

“분장 탓도 있겠지만 그 기세 좋던 이상만이 미쳐가는 표현이 진짜···어후.”

“워낙 우진씨가 지금 핫한 것도 있는데. 잘- 하면 빌런으로 역대급 캐릭터로 꼽히겠어요.”

“저만한 연기면 영화 개봉한 뒤에 우진씨 마약 해봤냐고 막 논란 터지고 그럴지도 모르겠는데요??”

가히 압도적이라 봐도 무방했다.

“에이- 설마.”

뒤로.

블라인드 시사회를 마친 ‘마약상’의 배급사는 바로 개봉에 관한 시동을 걸었다.

『[무비톡]후반 작업 막바지 진재준 강우진 등 ‘마약상’ 빠르면 10월 안에 개봉!/ 사진』

상영관 확보와 더불어 설계된 홍보 스케줄을 시작한 것. 동시에 ‘마약상’의 예고편이나 관련 영상들이 일제히 오픈됐다.

-【[마약상]】공식 1차 예고편|ENG SUB

물론 일본 쪽은 여전히 ‘낯기생’으로 시끌시끌했다.

『‘낯기생’ 「강우진」이 맡은 주연 배역은 어떤 것인가? 커뮤니티 중심으로 소문 확산』

시간이 녹는다. 강우진의 시간 말이다.

일본 일정으로 인해 스케줄이 쌓인 탓도 있지만 날이 갈수록 강대해지는 이슈에 추가되는 일정도 많았다. 그렇기에 최근 ‘마약상’의 블라인드 시사회가 잘 끝났으나 강우진은 안도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스케줄이 물밀 듯이 덮쳐온다. 일단 밀린 광고 촬영들이 그랬다.

『[스타톡]강우진으로 광고 효과 톡톡히 본 ‘맥스날드’ 측 “강우진과 연장계약 확정”』

단기가 아닌 장기 모델로 바뀐 ‘맥스날드’를 포함해 새로 계약한 의류 등의 광고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화제성으론 현재 국내 1위인 우진을 광고계가 가만히 둘리가 없으니까.

『‘광고계 블루칩’ 강우진 8월 브랜드평판 1위 달성!』

장기 단기 모두 합쳐 강우진이 계약한 광고만 10개가 넘었다. 심지어.

『[팩트체크]의류 브랜드들 ‘이슈 괴물’ 강우진 노린다 그가 입었다 하면 완판?』

강우진이 모델을 맡은 상품의 반응도 퍽 좋았다. 특히 의류 쪽. 한예정의 능력이 발휘된 부분인데 우진의 SNS에 올라간 광고·협찬 재킷이나 청바지가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렸다.

따라서.

-강우진 청바지 퀄 좋은듯ㅋㅋㅋㅋㅋ

-어제 산 강우진 청재킷 실착.jpg

대중들 사이론 상품에 ‘강우진’ 이름이 따라붙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강우진 청바지를 치면 그 상품이 검색될 정도.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미친 행보’ 광고만 몇 개야? 강우진의 예상 수입은?』

그러니 우진의 통장엔 점점 돈이 쌓일 수밖엔 없었다. 허나 강우진은 돈을 쓸 시간 따윈 존재치 않았다.

“오늘 총 두 곡 녹음할 거고 영상으론 영어버전 일본어 버전으로 총 네 곡 뽑을 겁니다! 늘 하시던 것처럼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예 PD님.”

“시간이 남으면 소소하게 올릴 소통 영상도 찍어볼게요.”

구독자 100만을 훌쩍 넘긴 ‘강우진 부캐’ 채널 관련 비축 영상 촬영이나 현재 후반 작업의 편집이 한창인 ‘남사친’의 후시 녹음.

『[드라마픽]넷플렉스 단막 프로젝트 ‘남사친’ 단막이지만 국내와 일본에서 심상치 않다』

관련해서 잡힌 ‘남사친’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홍보 스케줄 잡지 등의 화보 촬영 홍보성 짙은 팬 사인회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남사친’ 관련 행사에 참석해 팬들에게 손 흔드는 강우진/ 사진』

그렇게 일주일이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9월 8일 월요일 일본 도쿄.

장소는 대기업 카시히 그룹 본사. 꼭대기에 있는 회장실 바로 옆에 붙은 사무실. 이곳은 비서실이었다. 비서실의 단독 책상에 올곧은 자세로 앉은 여자가 눈에 띈다. 히데키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다. 눈이 큰 데다 대체로 반듯한 이미지인 그녀의 이름은 테츠가와 리리.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그녀는 히데키 회장을 10년 이상 보필해왔다. 그렇기에 카시히 그룹에선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런 그녀의 앞엔.

“흠-”

투명 파일들이 놓여 있었다. 히데키 회장의 명령으로 조사한 강우진과 쿄타로 감독 등등의 자료들이었다. 다만 그녀는 지시가 떨어진 게 일주인 전임에도 딱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유야 심플했다.

히데키 회장이 지시를 바꿨으니까. 이어 리리가 검지로 투명 파일을 톡톡 치다가 다리를 슥 꼬았다. 그리곤 히데키 회장이 지시를 뒤집은 때를 상기했다. 시작은 그녀가 히데키 회장에게 ‘낯기생’의 투자금 문제를 보고했을 때부터였다.

희한하게도 히데키 회장은 ‘낯기생’의 문제에 관해 예민하게 받아들였지만 그 이유가 돈이라는 것에서 금세 평온을 되찾았었다.

이어 그가 뱉은 한마디.

“돈이라면 아무 문제 없는 거와 같아.”

그리곤 히데키 회장은 차분하게 문제파악에 나섰다.

“그런데 그 투자금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뭔가?”

“‘낯기생’ 측이 쉬쉬하고 있고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기에 확실치는 않습니다.”

“알아 자네 생각을 말해보란 얘기야.”

“···시기상 알아보라 하셨던 강우진이 시초가 된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이 그를 꺼리는 건가? 하긴 시끄러운 만큼 반대파도 있을 법하지.”

“예. 거기에 ‘낯기생’ 원작 팬들의 원성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배우 그것도 신인을 주연으로 쓰는 게 있는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애초 한국 배우인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자존심이 상했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게야.”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히데키 회장은 혀를 찼다.

“그럴수록 고이게 된다는 걸 왜 모르는지.”

“하지만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이 일본에서 가지는 높은 입지 ‘낯기생’ 원작 파워 겹쳐진 이슈 등을 볼 때 투자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합니다.”

“그 해결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짧으면 몇 달 길면 반년 정도 봅니다.”

“음.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 확실하고. 자빠질 가능성도 있단 얘기군.”

턱을 쓸던 히데키 회장이 손자의 웃는 얼굴을 상기했다.

“실망할 거야.”

“예?”

“아니 그보다 ‘낯기생’의 총 제작비가 얼만가.”

“확인한 바로는 200억이 좀 안됩니다.”

“빠진 건.”

“100억 정도로 예상합니다.”

“그렇군.”

천천히 끄덕인 히데키 회장이 강우진과 관련된 혼잣말을 뱉었다.

“감사는 이거면 되겠지. 자네 조용히 ‘낯기생’ 측 영화사와 접촉해서 그 돈 내가 내준다고 해.”

두 눈을 끔뻑이는 리리.

“···혹시 문화 쪽 사업을 확장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당장은 아니지만 의외로 사업이라는 건 예상 못 한 곳에서 커지기도 하지.”

도저히 이해가 어려운 리리였으나 히데키 회장은 워낙 괴짜 같은 면모가 있었기에 금세 입을 닫았다.

“알겠습니다 즉시 움직이겠습니다.”

이때.

“아아- 잠깐만.”

자신의 흰 털 섞인 눈썹을 슬슬 쓸던 히데키 회장이 리리를 다시 불렀다.

“바로 개입하는 것보단 시간 좀 두면서 굴곡을 형성시키는 게 좋겠어. 어차피 표할 감사니 결과를 몇 배 더 키워 주는 게 낫겠지. ”

이내 히데키 회장은 작게 웃으며 혼잣말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다른 계산이 나온 탓.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의 영화니 늦더라도 투자자는 나오긴 할 거야. 하지만 그래선 나나 상황이 너무 밍밍해져. 단독으로 만들어야 해. 집중될 수 있게.”

과연 늙었지만 카시히 그룹을 올린 장본인이라 두뇌 회전이 매우 빠르다.

“나의 체면을 확실히 각인시키면서도 ‘낯기생’의 화력은 더욱 키우고 지금보다 더 큰 배경을 삽입할 굴곡. 아니 방법.”

이어 히데키 회장이 천천히 고개 올려 리리와 눈을 맞췄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 쉬쉬하는 투자금 문제를 되려 우리 쪽에서 세상에 흘리면 되겠어.”

“예?”

“‘낯기생’에 논란을 키우란 소리야 언론·여론은 위기를 좋아하니까.”

“노이즈 마케팅을 생각하시는.”

“비슷하겠지. 허나 티가 나면 안 돼. 조용히 흘려. 장작을 넣고 부채질만 좀 해. 그렇게 ‘낯기생’을 도마 위에만 올리면 알아서 활활 타오를 테니까.”

맞는 소리였다. 이미 ‘낯기생’의 기세는 한없이 높으니까.

“그리되면 투자 구멍은 더욱이 막힐 거야.”

“···분명 지금보다 더 겁을 먹을 겁니다.”

“맞아. 그 상태로 숙성을 좀 하자고. 논란의 불길이 한창일 때까지. 적당한 시기가 되면 ‘낯기생’을 우리가 구렁텅이에서 꺼내는 그림이 완성돼야 해.”

이쯤 돼서야 리리의 머릿속에서도 얼추 그림이 그려졌고.

“그런 뒤에 저희가 ‘낯기생’의 투자를 맡겠다 세상에 발표하실 생각이십니까?”

히데키 회장이 여유 묻은 까끌한 음성으로 답했다.

“아니지. 뭐든 확정은 위험해. ‘낯기생’의 뒷배가 카시히 그룹이다 아니다 같이 애매한 소문만 흘려도 충분해. 혼란만 줘. 그 정도만 해도 지금의 수배에 달하는 홍보력이 있을 거야. 우리나 ‘낯기생’이나.”

“계속 묻어두는 겁니까?”

“음 글쎄. 그런 건 ‘낯기생’의 결과를 본 뒤에 해도 늦진 않아. 성과가 별로면 묻고 괜찮으면 발표해도 괜찮겠지. 도전적 문화산업에 투자한 이미지. 나쁘지 않군.”

흐릿한 미소를 흘린 히데키 회장의 바뀐 지시가 던져졌다.

“한- 일주일 지켜보라고. 그 사이 ‘낯기생’ 쪽 정보를 더욱 견고히 해둬 장작을 던지는 건 자네가 봐서 다음 주쯤에 알아서 흘리고. 대형 언론사들 위주로. 좀 호들갑을 떤다 싶을 정도가 딱 좋아.”

여기서 다시금 자신의 자리. 즉 현실로 돌아온 리리. 그녀가 노트북에 표시되는 날짜를 확인했다. 회장의 지시로부터 딱 일주일이 지났다.

곧 그녀가 핸드폰을 들었고.

-스윽.

미리 약을 뿌려놓은 대형 언론사들에 연락을 돌렸다.

“지금이면 되겠습니다.”

뒤로 같은 날 점심쯤 ‘낯기생’ 관련 기사가 일본의 1등 포털사이트 연예면.

『[단독]화제의 「낯기생」 200억 규모의 투자금 중 100억이나 발 뺐다? 왜?』

메인에 걸렸다.

두 시간 뒤 한국. 부여.

낮 2시쯤. ‘실종의 섬’의 대형 세트장엔 많은 스탭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대본리딩 때만큼은 아니지만 최소 40명은 돼 보였다. 거기다 ‘실종의 섬’의 주·조연 배우들도 모두 모였다.

오늘 티저 포스터 촬영이 있었으니까.

티저 포스터는 정식 포스터와는 달랐다. 대충 포스터의 예고편으로 보면 됐다. 영화 촬영 중 홍보로 쓰일 포스터. 티저 포스터는 매우 중요했다.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대중들이 볼 포스터였으니까.

어쨌든 이쯤 강우진은 승합차에 타고 있었다.

‘기다린 거 대충 30분은 된 거 같은데- 얼마나 더 있어야 되냐??’

촬영 세팅이 한창이기에 대기 중인 것. 당연히 류정민을 포함해 전 배우가 같았다. 재밌는 것은 현재 강우진의 의상.

‘그나저나 군복 진짜 개간만이네. 으- 토나와.’

우진의 집에도 있는 군복이었다. 딱딱한 군화와 까끌한 군복의 촉감에 우진이 눈살을 찌푸렸을 때였다.

-드르륵!

돌연 승합차 뒷문이 열리며 꽁지머리 최성건이 얼굴을 쑥 내밀었다. 표정이 약간 심각하다.

“우진아 일 났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일본 쪽에 지금 ‘낯기생’ 투자금 빠진 기사 겁나 크게 터졌어.”

바로 강우진이 속으로 악소리를 냈다.

‘아오- 미친. 그거 밝혀지면 엿된다고 안 했나??’

동시에 최성건이 말을 잇는다

“추가 기사 번지고 난리 났다 지금. 일단 알아만 둬. 상황이 어찌 될지 두고 봐야지. 여튼 포스터 촬영은 10분 뒤 시작한다니까 준비해 두고.”

마무리 멘트를 친 최성건이 차 문을 닫았다. 우진은 재빨리 지척에 놓인 시나리오를 집었다. 집고 보니 ‘실종의 섬’이었다. 뭐가 됐든 바로 검은 사각형을 찌르는 그.

-푹.

금세 아공간에 진입한 강우진은 재빨리 흰 사각형 쪽으로 움직였다.

“아- 이러면 등급 더 떨어지는 거 아니냐?”

일본에 있을 때 확인한 ‘낯기생’의 등급은 A+에서 C까지 내려앉았었다. 그런데 투자금 문제가 세상에 던져졌으니.

“D? 아니 혹시 엎어지거나 그러면 F까지도? 쯧! 좀 난감하네.”

복잡한 마음이 심화된 우진은 ‘낯기생’의 흰 사각형을 바로 확인했다. 그런데.

“엥?”

우진이 두 눈을 끔뻑였다.

“어라? 뭐냐?”

그럴만했다. A+에서 C까지 떨어졌고 D나 F까지도 생각했던 ‘낯기생’의 등급이.

-[7/시나리오(제목: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S+급]

뜬금 S+ 등급으로 ‘떡상’했으니까.< 뒷배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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