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습 (3) >
두 시간 뒤 한국. 수원.
‘얼어죽는 연애’팀이 뿌리를 내린 KBC의 드라마 제작센터 내부는.
“세트 점검 마쳤습니다!!”
“조명도 OK!!”
“소품도 여기만 정리하면 끝나요!”
“15분 뒤 슛들어가니까 서둘러요!”
촬영 준비가 얼추 끝난 상태였다. 세트 주변은 온갖 기기들로 촘촘했다. 정면과 여러 구도로 설치된 카메라들 반사판과 조명들 혈관처럼 깔린 많은 전선 등. 그 사이를 왕래하는 수십 스탭들의 발길은 분주했다.
와중.
“어어 작가님. 여기 앉으세요.”
모니터 3대가 놓인 자리의 연출 PD가 등장한 이월선 작가를 옆자리에 앉혔다. 곧 명품 핸드백을 무릎에 올린 이월선 작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좋네요 현장. 벌써 십수 번인데도 난 여기 공기가 좋아.”
“하하하. 그렇습니까?”
“응. 내가 쓴 가상을 실상으로 보는 느낌이 들어서요.”
읊조리던 이월선 작가가 주변을 둘러보며 작게 헛웃음을 뱉었다.
“그나저나 우리 배우님들 많이도 오셨네.”
지금부터 남주인 정장환과 ‘옆집 묘한 남자’인 강우진의 촬영이 있을 예정. 그럼에도 대기하고 있어야 할 배우들이 벌써 현장에 나와 있었으니까. 그 답을 연출 PD가 뱉었다.
“뭐 첫 촬영 아닙니까. 그리고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거겠죠. 작가님이나 저나 허락한 부분이고.”
강우진을 상기한 이월선 작가가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본리딩 날 그 문제의 애드립이 포함돼 수정된 씬이니 궁금도 하겠지.”
“우진씨 연기가 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리딩 때처럼 앉아서 하는 것과 현장은 또 다르니까요.”
이때.
-스윽.
대화하는 둘의 뒤쪽으로 여자 한 명이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돌아보니 대본리딩에도 참관했던 수어 전문가가 서 있었고 이월선 작가가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했다.
“오셨어요? 고마워요 첫 촬영도 와주셔서.”
“아니에요. 제가 오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촬영존 한쪽의 무심히 앉은 묵묵히 대본을 내려보고 있는 강우진을 확인한 수어 전문가가 조심히 물었다.
“강우진씨는···생각보다 엄청 차분하시네요?”
이어 그녀의 시선을 따라 이월선 작가 역시 눈을 움직였다. 그리곤 픽 웃었다.
“우진씨야 뭐 늘 저런 식이긴 해요. 계절로 치면 겨울일까?”
대체로 오류였다. 현재 의자에 앉은 강우진의 속은 펄펄 널뛰고 있었으니까. 정확하게는 약간 딴 생각 중이었다.
‘‘남사친’ 편집이 끝났다 그런 거면 이제 런칭도 얼마 안 남았다는 거잖어?’
몇십 분 전 최성건을 통해 ‘남사친’의 편집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키스씬에 심장 터질 뻔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편집이 끝났다. 아니 시기상 적당한 시간이 지난 건 맞지만 강우진의 체감상 매우 빠른 것 같았다.
여하튼 강우진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으- 은근 기대되면서도 걱정되는데.’
한량과는 달리 ‘남사친’은 그가 주연이었으니까. 주연작으로 한국이 아닌 첫 해외 진출. 거기다 이미 일본은 강우진으로 와장창 시끄럽기도 했다. 떨린다 그러나 보는 사람이 많아 순수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그런 우진을 지켜보던 다른 배우들은 작게작게 쑥떡 댔다.
“감정 잡고 있나 봐요 엄청 심각하네.”
“음- 그런가? 근데 우진씨는 평소에도 좀 저렇던데. 뭐 하루 본 게 다지만.”
“여기와서 쭉 저 상탠데 감정 잡는 거 맞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려운 역할이다 보니까.”
“대본리딩 때처럼 앉아서 하는 것과 현장 연기 확실히 다르긴 하겠죠?”
“한량에서도 장난 아니었대요 막 연쇄살인범이 진짜 나타난 것 같았다고.”
“장애 연기는 진짜 예민해서 손발 몸짓 전부 통제해야 할 건데- 흠 어쩌려나.”
이쯤 앉아 있던 강우진이 콜을 받았다. 의상과 메이크업을 진행하자는 사인.
뒤로 얼마 뒤.
준비를 마친 강우진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공개됐다. 뭐랄까 딱 눈에 띄게 변한 건 없었다. 의상은 간단히 청바지에 후드. 다만 헤어는 신경 안 쓴 듯 네추럴하면서 약간 부스스했고 메이크업도 적당한 혈색만 표현할 정도로 옅었다.
강조한 게 있다면 눈가.
짙진 않지만 묘하게 다크서클이 들어간 모습. 우진까지 준비가 완료되자.
-스윽.
연출 PD와 강우진 그리고 장신의 정장환이 세트장 중간에 모였다. 간단한 대본 리허설을 위해서였다. 참고로 정장환의 모습은 깔끔 그 자체였다. 헤어는 짧았으며 의상은 칼 각 잡힌 정장이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오케이? 첫 컷이니까 가볍게 대사 맞춰보는 느낌으로 가볼게요.”
적당히 구두로 리허설을 마친 연출 PD의 말에 덤덤한 강우진이나 정장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PD님.”
“알겠습니다.”
금세 웃음이 걸린 연출 PD가 양손을 몇 번 친 뒤 현장 전체로 외쳤고.
“자자! 카메라 돌려봅시다!!”
정장환이 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왜인지 강우진은 정장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정장환이 피식 웃었다.
“아 걱정마요. 오늘은 애드립 안 칠 게. 한다 해도 사전에 우진씨한테 말할 거고.”
엥? 해도 상관없는데. 강우진은 속으로 뭐지 싶었다. 그는 그저 정장환의 멀대같이 큰 키에 감탄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부럽. 키가 2m는 되는 거 같냐? 한- 5센치만 노나줬으면 좋겠네.’
하지만 장착한 컨셉질이 있는데 키 흥정을 할 수는 없는 노릇. 강우진은 최대한 목소리를 깔며 무뚝뚝하게 답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응 나도 잘 부탁해요.”
그쯤 어느새 모니터 자리에 앉은 연출 PD가 두 배우에게 요청했다.
“장환씨 우진씨! 자리 잡읍시다!”
잠시 뒤.
고급 아파트의 복도를 연상케 하는 나란히 붙은 철문과 엘리베이터의 문까지 연출된 세트장을 카메라가 담았다. 정면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당장은 강우진과 정장환이 보이진 않는다.
이유는 심플했다. 그들의 등장은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기에 세트 철문 뒤쪽에 서 있었다. 이제 액션 사인이 던져지면 정장환부터 움직이고 곧장 강우진의 차례였다.
그런 둘 중 강우진은.
‘후우-’
철문 앞에 서서 내면에 각인된 초연히 잠들어 있던 ‘옆집 묘한 남자’ 깨웠다. 그리고 끌어올렸다. 이 과정은 이제 눈 깜짝할 새였다. 어느새 우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옆집 묘한 남자’의 모든 것이 드리웠다.
우진의 자세와 태도가 변한다.
수천 번 외운 것처럼 선명한 대사가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그의 감각과 감정 그리고 속내가 가슴에 뿌리를 내린다 확고한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점차 그의 귓가가 먹먹해진다.
시작은 이명부터였다.
삐- 따위의 소음이 우진의 귀속에서 번졌다. 이곳에 존재하는 소리가 점차 자취를 감춘다. 땅속으로 하늘 위로. 덩달아 소란스럽던 세트장 풍경이 하나둘 연기처럼 사라진다.
‘조용해.’
마치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공간에 이 복도의 조각만 섬처럼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은 공허할 뿐이니까.
최소 강우진. 아니 ‘옆집 묘한 남자’는 그랬다. 공허하며 답답했다. 내면 저 깊숙한 곳에서 절망이 울컥였다. 그래도 참는다. 절망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참는다? 그렇지 않다.
그저 익숙함에 자신을 속이는 게 다였다.
이내 강우진에겐 거대한 잠잠함과 미약한 공포가 맞물렸다. 평생을 이리 살아야 한다는 좌절 그 좌절을 덮고도 넘쳐흐르는 의욕상실. 이때 강우진의 뒤에 있던 카메라가 그의 옆모습으로 움직였다.
앵글은 바스트.
따라서 많은 이가 보는 모니터 중 하나에 우진의 얼굴이 출력됐다. 이월선 작가의 눈에 진중함이 팽배해지며 입을 감쌌다.
“본 연기 시작 전. 근데도 ‘옆집 묘한 남자’의 세상을 온 얼굴에 담은 듯이···”
스크립터 포함 여러 스탭들 역시 줄지어 탄성을 자아냈다.
“와- 우진씨 저저 눈에 초점 없는 것 좀 봐요.”
“디테일이 무슨- 표정이 있는데 표정이 없는 것 같은···저런 표현은 어디서 배우는 거지?”
“몇 초나 걸렸지 지금? 감정 잡는 거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네요···”
이쯤 이월선 작가가 오른쪽에 자리한 수어 전문가에게 물었고.
“지금 저 표정 어때요.”
눈이 동그래진 수어 전문가가 옅게 답했다.
“이질감은 없어요 아니 정말 실제 같아요. 연기 모르는 제가 봐도 대단해요. 어쩜 저러지?”
심지어 아직 액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곧 첫 자리의 연출 PD가 모니터 속 강우진을 보며 헛웃음을 뱉는다.
‘보통의 배우들은 기피하는 장애 연기. 겁이 날 수밖에 없어. 그런데 쟤는 거침이 없다. 그런데 소름이 돋을 정도의 생동감이 느껴지냐고.’
경외와 더불어 심각해진 연출 PD가 천천히 확성기를 올렸다. 이내 현장 전체로 뱉어진 외침.
“하이- 큐!!”
금세 수군거리던 세트장 전체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하지만 강우진에겐. ‘옆집 묘한 남자’에겐 아무짝에도 의미가 없다. 어느 쪽이든 같으니까.
그때.
-덜컥!
정장환. 아니 ‘송태형’이 현관 철문을 열었다. 카메라는 그의 정면. 송태형은 직전에 손 세정제를 뿌렸다는 듯 양손을 비비며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달칵.
송태형의 옆집 철문 역시 열렸다. ‘옆집 묘한 남자’가 느릿하게 나타난다. 바로 미간을 좁히는 송태형.
“쯧.”
반면.
-스윽.
우진은 소리가 아닌 시각으로 송태형의 존재를 눈치챘다. 멈췄던 그의 혈색에 작디작은 즐거움이 묻는다. 뻣뻣한 상실에서 상황이 만들어졌으니까. 지금 강우진의 표정은 딱 그랬다.
그는 송태형이 나쁘지 않았다.
‘저 사람의 집은 항상 좋은 냄새가 나.’
예민한 냄새 덕분인진 모르겠지만 강우진은 그의 집이 열리는 찰나에 나는 향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카메라 뒤로 빠지며 강우진과 정장환을 투샷으로 잡는다.
둘의 변화가 명확히 모니터에 드러난다.
서로를 보는 두 인물이지만 소통은 불가했다. ‘송태형’은 자의적으로 단절했고 강우진은 타의적으로 단절당했다. 그렇기에 둘의 이해도 생각도 의견도 파악도 모두 틀리다.
이때 강우진이 ‘송태형’에게 한 걸음 다가선다.
송태형은 움찔하지만 먹먹한 강우진은 작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남이 본다면 모호한 웃음일지라도 우진에겐 긍정이었다.
그는 송태형의 착실함이 좋았다.
송태형은 늘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니까. 그렇기에 약속한 듯 마주칠 수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우진은 송태형의 정갈함도 마음에 들었다. 늘 정갈하며 흐트러짐이 없다.
뻣뻣한 무표정이 공격적이지만 그것마저 우진은 좋았다.
자신에게만이 아닌 송태형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대했다. 일관적이다.
‘나에 관해 알면 사람들은 변해.’
그것이 배려건 꺼림이건 강우진이. ‘옆집 묘한 남자’가 겪어온 모든 이가 같았다. 그건 나쁜 게 아니었다. 그저 우진은 상대가 누군들 늘 공격적인 송태형이 멋져 보였다. 그 공평함의 잣대가 상대에게 있는 게 아닌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 같아서.
강우진이 손을 움찔했다.
카메라 우진의 손부터 팔뚝 그리고 얼굴을 클로즈업. 현재 강우진의 눈빛은 변해 있었다. 갈망과 고뇌가 가득했다.
이때 모니터 보던 수어 전문가가 두 눈을 디립다 크게 떴다.
“세 세상에.”
이월선 작가가 빠르게 그녀의 말에 따라붙었다.
“···네 저도 같은 말을 뱉을 예정이었어요.”
“지금 우진씨는- 도저히 일반인으로 보이지가 않아요.”
“이 짧은 연기에 저 짧은 배역에 어떻게 저리 짙은 농도를 담아 왔을까.”
자극적이진 않지만 투명하지도 않은 강우진이었다. 그리고 묽다. 의욕상실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희망은 금세 절망으로 바뀐다.
그 표현을 정면에서 보는 송태형 또는 정장환은 멈칫했다.
‘알겠어 왜 거물들이 얘한테 들러붙는지. 내 눈에 이 정도면 그들의 눈에선···’
이어 송태형의 다분한 대사가 들렸다.
“뭡니까 대체.”
입 모양. 소리가 자취를 감춘 우진은 그의 입 모양으로 말을 알아챘다. 뭔가를 묻고 있구나. 여기서부터 강우진의 눈동자에 숱한 과거가 담긴다. 그 끝엔 ‘고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질문해보고 싶다 말을 걸어보고 싶다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변화도 두렵다 저 사람이 날 보고 기겁하진 않을까?
친해질 수 있을까?
그러나 송태형은 ‘묘한 옆집 남자’에 질려선지 혀를 차며 갈 길을 간다.
“짜증 나네 이사를 가던지 해야지.”
카메라 송태형의 앞에서 그를 담다가 우뚝 멈춰서는 서서히 강우진에게 다가간다. 여전히 제자리서 송태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 이 모습만 보면 충분히 기묘했다.
아니 지금까지 우진이 보인 연기 전부가 그랬다.
대사 한 줄 없이 오직 눈빛과 표정 그리고 디테일한 몸짓 손짓으로만 연기했으니까. 모니터 보는 모두와 더불어 시청자 역시 그렇게 보일 게 분명했다.
저 남자는 말이 없는 옆집 남자는 수상하다고.
그렇게 확정 지을 때쯤 가만히 있던 강우진이 천천히 두 손을 올렸다. 얼굴 근육이 풀어진다. 그런 우진이 송태형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난 당신이 좋아요.’
그에겐 수어가 대사였으니. 곧 우진의 얼굴을 클로즈업. 모니터엔 ‘옆집 묘한 남자’의 살짝 풀어진 미소가 담긴다. 아마 이쯤 해서 시청자들은 알아차릴 것이었다.
묘한 게 아닌 못하는 거구나.
오직 감정만으로 끌고 오는 씬이었다. 자칫 삐끗하면 이해가 힘들지도 모르는. 허나 지금까지의 강우진은 티끌 한 점 오류가 없었다.
완연하며 완벽했다.
그 모든 과정이 감정이 표정이 카메라에 꾹꾹 눌러 담긴다. 대사 한 마디가 없지만 백 마디보다 농염하다. 깊고 짙다. 그런 강우진을 모니터로도 실체로도 확인한 배우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반응했다.
넋 놓고 그저 빠져들었거나.
“···”
속으로 거칠게 탄성 하거나.
‘와- 연기 돌았네 저런 눈빛 표현을 대체 어떻게···’
공통점은 배우들 모두의 종착역엔 한가지로 귀결됐다.
저건 신인이 할 수 있는 류의 연기가 아니다.
그러다 우진을 지켜보던 배우들이 눈이 더욱이 확장됐다. 무언가 강렬해서가 아니었다. 점잖은 고요한 연기에 압도당했다. 지금 강우진이 허공에 움직이는 두 손이 수어가.
‘우린 친해질 수 없을까요?’
지나치게 씁쓸하면서도 애잔했으니까.
이어 저도 모르게 이월선 작가가 헛웃음을 뱉었다.
“그냥 대본을 찢고 나왔어.”
촬영 2일짜리 조·단역의 연기가 경력 20년인 스타작가 이월선의 기준을.
“큰일인데 눈이 너무 높아지면.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았을 정도야.”
사뿐히 갈아 치워버렸다.
이 시각 일본.
강우진이 한창 ‘얼어죽는 연애’의 세트장을 뒤집고 있을 무렵. 일본에선 ‘낯기생’ 관련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생뚱맞은 존재가 등장한 참이었다.
『카시히 그룹 무너지는「낯기생」에 관심 가진다? 영화계에 소문 솔솔』
카시히 그룹이었다.< 역습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