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격 (2) >
‘강우진 부캐’ 채널의 시작은 구독자 백여 명이었다. 그것이 지금은.
[구독자 502만 명]
500만 명을 넘겨버렸다. 눈이 휘둥그레질 수치지만 이상하진 않았다. 그간 강우진이 국내나 일본에서 떨친 이슈의 무게감은 어마무시했으니까. 너튜브판의 유례없는 돌풍이라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떡상한 구독자 수는 요깃거리에 불과했다.
왜?
업로드된 영상들의 위용이 더 폭발적이었으니까. 인사말이 포함된 강우진의 첫 영상은 무려 800만 조회수 돌파했다. 물론 본 주제인 커버곡 영상들은.
-【(1)엘라니/‘발레리나:ballerina’】커버(Cover) [Japanese.Ver]|강우진 부캐
-조회수 2755만 회
더 미친 수준.
-【(2)엘라니/‘발레리나:ballerina’】커버(Cover) [English.Ver]|강우진 부캐
-조회수 2911만 회
2000만 조회수를 넘겨버렸다. 이건 떡상이란 표현도 부족할 지경. 이 순간에도 구독자 수와 조회수는 급속도로 오르는 중이었다. 새로고침을 하면 숫자가 실시간으로 바뀔 정도. 가장 큰 조회수만 열거해서 그렇지 추가된 다른 커버 영상들도 기본이 500만 조회수였다.
중간중간 쉬어가는 간단한 토크 영상마저도 300만 조회수는 기본.
댓글들은 포화상태였다. 10만 개를 넘어선다. 그중 반 이상은 한국말이지만 일본어 댓글이 폭증했다.
-2000万回再生おめでとう!!!(대충 2000만 뷰 축하한다는 뜻)
-素敵な曲を生み出してくれて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하트)(대충 멋진 곡 만들어줘서 땡큐)
-もし可能であれば CD円盤化していただけないでしょうか???(대충 음반 내달라는 뜻)
-ビジュアルがいいからMV映えするし! 声もいいから音源映えもするし!!(대충 비주얼과 음색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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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버전 덕분에 영어권 팬들도 대폭 상승하기도 했다. 강우진의 이슈는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고 있으므로 가속도까지 붙을 예정. 파죽지세도 이런 파죽지세가 없었다. 그림만 보면 본캐인 ‘강우진’과 취미인 ‘강우진 부캐’의 힘이 거의 동급이었다.
뭐 본캐의 힘이 더 거세긴 했다. 강우진의 SNS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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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600만을 넘겨버렸고 그의 공식 팬카페 역시 거대하게 몸집을 불렸다. 이런 상태에 ‘강우진 부캐’ 채널에 ‘요리 컨텐츠’를 추가한다?
대충 생각해봐도 화제 될 게 빤했다.
최소 최성건의 생각에선 그랬다. 뭣보다.
‘‘강우진 부캐’란 주제와도 잘 맞긴 해.’
추가 컨텐츠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애초 ‘강우진 부캐’ 채널은 우진의 본캐인 배우가 아닌 취미나 기타 등등으로 채워나가는 게 핵심이었으니까. 현재 메인 컨텐츠는 그의 보컬이었다. 사실 최성건은 보컬을 바탕에 두고 점차 영역을 늘려나갈 판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돌연 요리라니?
보컬 요리. 딱 봐도 부캐 냄새가 솔솔 풍기지만 타이밍이 너무 생뚱맞았다. 덕분인지 묵묵한 강우진 주변 한예정 등의 스타일리스트들이 두 눈을 끔뻑였다.
“헐- 요리요?”
“뭔가뭔가 어울리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오빠 왜 갑자기 요리예요??”
왜냐고? 내가 쌉고수니까. 속으로 간단히 답한 우진이었으나 그대로 말할 순 없다. 곧 강우진이 낮은 톤으로 적당히 둘러댔다.
“그냥 괜찮겠다 싶어서.”
“아.”
여기서 조수석의 최성건이.
‘10만 20만 구독자 채널도 죽어라 컨텐츠 짜는 마당에 무려 500만 채널인데 우진이가 대충 생각한 거 같진 않고.’
속으로 혼잣말을 뱉어댔다.
‘근데 설마 요리까지 무슨 전문가처럼 하진 않겠지? 에이 아닐···아니 모르겠다. 이 자식은 이제 내가 함부로 판단할 범주를 넘어섰으니까. 일단은 파악부터.’
뒤로 강우진에게 던지는 질문.
“요리 컨텐츠 잘 말면 좋지 조회수도 넉넉히 빨리고. 현재 너튜브판에서 메인 주제기도 해. 그러니까 여기저기 사용하는데도 아직도 팔리는 거고. 근데 어떤 거? ‘요리’라는 게 워낙 넓으니까. 먹방? 아니면 쿠킹? 우진이 네가 생각한 건 뭔데?”
요리 중에서도 어떤 뉘앙스를 잡을 거냐는 거였다. 물론 강우진은 생각해둔 게 있었다. 하지만 바로 말하는 것도 컨셉과 맞지 않으니 잠시간 생각하는 척.
우진이 입을 연 건은 몇십 초 뒤였다.
“딱히 전문적으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 적당히 일반 시민들이 간단히 즐길만한 짧은 시간에 초간단 레시피로 요리를 만드는 느낌이요.”
“쿠킹이네? 먹방은?”
“제가 맛집을 잘 모릅니다. 맛있게 먹는 법도 그렇고.”
순간 최성건이나 한예정 외 모두가 단박에 이해했다.
‘우진이가 저 분위기로 뭘 먹는다면- 음.’
맛있게 보이진 않을 것 같았다. 먹방의 핵심은 군침 돌게 먹어줘야 하는 거니까. 뭐가 됐든 어느새 다이어리를 편 최성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케이- 우진이가 만드는 요리라.”
“컨텐츠로 부족할까요?”
“아니?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지. 요리를 만들고 그걸 먹는 그림까지 나와주면 좋은데 그런 거야 뭐 다른 사람이 맛나게 먹어주면 되니까. 예를 들어 게스트라던지. 문제는 이제 네가 만든 요리의 맛과 실력 그리고 캐릭터랄까?”
꽁지머리 최성건이 우진에게 시선을 맞췄다.
“이미 네 캐릭터는 충분해. 고 상태 그대로 가도 유니크할거고. 근데 요리 실력은 어떠냐? 맛은?”
셰프급입니다만? 하지만 우진이 답은 무던했다.
“그저 먹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적당히 자취 요리 정도?”
“아마도.”
“흠. 근데 이게 실력이 애매하면 장기 컨텐츠로 쓰기는 좀 그렇걸랑? 한두 영상이면 괜찮고. 일단 확정은 하되 테스트는 해봐야 되지 싶은데.”
“예. 상관없습니다.”
“그래? 괜찮냐??”
덤덤히 고개 끄덕이는 강우진. 이어 최성건이 자신과 승합차에 탄 스탭을 전부 가리키며 되물었고.
“그러면 이번 국내 스케줄 안에 한 번 다 같이 너 집 가서 테스트해보자 밤이 될 것 같긴 한데 늦긴 했어도 네 집들이도 한 번 할 겸.”
여기서 스타일리스트들이나 장수환의 기대감이 팍 높아졌고 그런 그들을 보던 우진이 중요한 것을 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메뉴는?”
최성건은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날 그냥 네가 땡기는 거로 해줘 뭐든.”
이후.
요리 얘기가 정리된 다음 조수석의 최성건이 약 1주일간의 스케줄을 읊었다.
“그- 일단 1주 스케줄 대충 설명해줄게. ‘실종의 섬’ 일정 때문에 압축한 거라 좀 많이 빡빡하다.”
덤비세요 괜찮습니다. 우진은 현재 한국 복귀 덕분에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렇기에 컨셉이 아닌 실제로 힘이 넘치고 있었다.
“상관없습니다.”
“하하 임마. 너만 쌩쌩해 너만. 애들 시들시들한 거 봐라 다들 처음엔 해외다 어쩐다 하면서 방방대드만 베트남 다녀와서는 죽을라 하잖어.”
“메뉴는 고기가 좋겠네요.”
“오!! 고기!!”
흥분이 점철되는 와중 최성건이 주제를 바로 잡았다.
“일단 오늘은 바로 광고 촬영. 이걸로만 하루 다 써야 될 것 같네. 내일은 ‘얼어죽는 연애’ 후시 녹음 화보 몇 개. 그리고 ‘남사친’ 관련해서도 몇 개 좀 추가했다.”
아까 전 단톡방에서 발광하던 불알친구들을 상기하던 강우진. 그가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표님.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남사친’ 일본 오픈은 22일이다? 알지? 근데 우린 바빠서 모니터링 할 시간도 없겠어. 여튼 23일 24일은 ‘우리네 식탁’ 1일 식당 관련 촬영 있고 또···”
어쩌면 ‘우리네 식탁’의 첫 촬영과도 같은 ‘1일 식당’부터 끝없이 쏟아지는 스케줄들. 그럼에도 우진은 컨셉질과 현재의 에너지로 차분하게 들었다.
간만에 한국이라 힘이 넘치는 것도 있었으나.
‘근데 남사친 성적이 어찌 될라나? 으- 이런 거 좀 간만이라 떨리네.’
두근대는 기대감이 더 큰 이유였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몇 시간.
어느새 오후로 접어들었을 무렵 인터넷에선 ‘남사친’관련 눈덩이가 과대하게 커지고 있었다. 깔리는 기사들은 물론이며 점차 ‘남사친’을 본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곳곳에서 감상평이 폭발하는 중이었다.
이 시각 넷플렉스 코리아의 중형 회의실에서는.
“크- 그림 잘 빠졌네요!”
“그러니까요! 진짜 재밌어요 감독님!”
박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남사친’의 키스탭들이나 넷플렉스 직원들의 ‘남사친’ 관람이 끝난 모양. 물론 방금 도착한 김소향 총괄디렉터도 포함이었다. 이에 사각턱 신동춘 감독은 괜히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하하 배우분들이 잘해주셔서요.”
동시에 넷플렉스 쪽 몇몇 직원들의 손이 빨라진다. 얼추 너덧 명. 그들의 앞엔 죄다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실시간 반응을 모니터링하기 위함이었다.
“SNS 쪽! ‘남사친’ 얘기나 공유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아침보다 몇 배는 늘었어요!”
“커뮤니티도 상당해요!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고 게시글이 진짜 미친 속도예요!!”
곧바로 일 모드에 돌입한 신동춘 감독이 다른 것을 물었다.
“실시간 시청자 토크방은 어때요??”
“여긴 ‘남사친’ 오픈하자마자 난리였어요. 한 번 보실래요?”
끄덕인 신동춘 감독이 노트북 화면을 확인했다. 뭐랄까 속된말로 ‘약을 빤’ 상태였다. 채팅이 초마다 후두두둑 박힌다. 본 사람이든 보고 있는 사람이든. 이때 통통한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신동춘 감독의 옆에 붙으며 웃었다.
“오랜만인데요? 이정도로 반응 따라붙는 거.”
“그래요?”
“네. 뭐 오픈빨이 있는 것도 있겠지만 분명 화력이 거대한 느낌은 있어요. 이만한 기세가 최근에 없기도 했고.”
“그렇다면 다행인데.”
“더군다나 ‘남사친’은 단막이잖아요 애초 단막에 이런 불꽃이 튀는 건 처음이에요.”
답한 김소향이 최성건과 눈을 맞췄다.
“초반 딥한 키스씬. 그게 정답이었나 싶네요?”
다시금 어색한 웃음을 만들던 신동춘 감독이 스탭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일에 맞춰 준비된 영상들 너튜브 채널에 업로드할 준비하시고! 아 우리 OST는 어떻게 됐죠?”
대답은 김소향이 빨랐다.
“이틀 뒤 정오에 정식 오픈될 거예요 모든 음원 플랫폼에.”
이렇듯 넷플렉스 코리아와 신동춘 감독이 열정적으로 후일을 도모할 쯤 퇴근 시간이라 그런가? 지하철에 몰려드는 인파는 그야말로 어마무시했다. 어디나 어디 역이나 같았다.
발 디딜 곳 없이 촘촘하다.
뭐 이들에겐 늘상이긴 했다. 그런 퇴근길의 유일한 친구는 역시 핸드폰. 가득 찬 지하철의 인파 90%는 핸드폰을 내려보고 있다.
여기서 특이한 건.
-‘남사친’
수많은 사람들의 핸드폰 화면엔 ‘남사친’이 출력되고 있다는 것. 전부는 아니지만 그 수가 상당하다. 이미 1화를 넘어 2화를 보는 사람도 있고 방금 켠 사람도 보였다. 각양각색. 물론 지하철만이 아닌 버스나 도로를 걷는 이의 핸드폰도 비슷했다.
『강우진♥화린 ‘남사친’ 시작부터 찐한 키스씬? 누리꾼들 들썩들썩』
화산 폭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조짐이었다.
다음 날 20일 이른 아침.
‘남사친’이 오픈되고 하루가 지났다. 현 시각은 오전 8시쯤. 장소는 사각턱 신동춘 감독의 집. 어제 거의 야근을 해서인지 그는 여전히 침대에 파묻혀 있었다. 그러다.
-♬♪
머리맡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었다. 발신자를 보니 김소향 총괄디렉터였고 부스럭대던 신동춘 감독이 어렵사리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잠겼다.
“···예. 신동춘입니다-”
누운 채로 전화를 받은 그가 돌연.
-훅!
침대서 발딱 일어났다.
“뭐 뭐라고요??”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각 화장실에서 양치하고 있던 최나나 작가에게도 전화는 도착했다. 재밌는 건.
“허헉!!! 지 진짜요??!”
입에 칫솔을 문 그녀 역시 신동춘 감독과 비슷한 반응이라는 것. 여기에 더해 이미 스케줄 이동 중이라 벤에 타 있던 ‘남사친’의 여주 화린은 왜인지 자신의 핸드폰을 보며 입을 막은 차였다.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대박.”
그런 그녀가 조수석에 앉은 실장 매니저에게 핸드폰을 격하게 흔들어 보였다.
“오빠!! 이거 봐!”
한편 ‘남사친’의 남주인 강우진은.
-끼익!
‘얼어죽는 연애’의 후식 녹음할 스튜디오 주차장에 도착한 참이었다. 승합차 안 강우진은 샵을 다녀오지 않았는지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표정이 굳다. 몇 시간 상관없이 컨셉질에 방심은 없는 얼굴.
허나.
‘슬슬 결과 나올 때 안됐나? 개쫄리네 진짜.’
그는 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남사친’의 결과가 궁금했으니까. 몇 분 전 접속했던 넷플렉스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바로 이때.
-우우웅 우우우웅.
승합차에서 내리려던 강우진의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다. 세상 빨리 확인하는 그.
‘왔다!’
상대는 기다리던 김소향이었다. 이에 우진은 다시금 엉덩이를 좌석에 붙은 채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두근댔지만 목소리는 최대한 깐다.
“네 총괄디렉터님. 안녕하세요.”
핸드폰 너머의 김소향 총괄디렉터의 음성은 뭔가 상기된 느낌이었고.
“우진씨 축하해요. ‘남사친’이 기록 세웠어. 방금 넷플렉스 메인 업데이트 됐어요. 확인해볼래요?”
동시에 조수석에 앉은 꽁지머리 최성건이 몸을 휙 돌렸다. 미소가 짙은 그가 강우진을 향해 손에 쥔 핸드폰을 보란 듯이 흔들었다. 핸드폰 화면엔 넷플렉스 코리아 메인이 출력되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콘텐츠]
1. 남사친
2. 불량 엄마
3. 세계적 맛집 카트
4. 슬기로운 농촌생활
5. 가짜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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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업데이트된 총 컨텐츠 순위였다. ‘남사친’이 난다긴다하는 죄다 장편인 작품들을 죄다 제치고 당당히 1등에 랭크돼 있었고 속으로 입을 쩍 벌린 강우진의 귓가에 다시금 김소향 총괄디렉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확인했어요? 1등 한 거? 참고로 단막이 전체 1등 한 건 처음이에요.”
단막 ‘남사친’이 최초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고 강우진의 필모가 더욱 괴물 같아졌다.
“한량에 이어서 또 대박이네요? 관련해서 기사들 금방 쭉쭉 터질 거예요.”
‘최초’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됐으니까.< 포격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