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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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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주 (3) >

노트북 속 오늘의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를 확인한 그새 머리가 더 거칠어진 김도희 감독의 눈이 확장됐다.

“···1위. 지금 ‘마약상’이 1위인 거죠? 맞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고.”

약간 멍타며 읊조리는 그녀였으나 주변에 있는 제작사 및 배급사 인원들 역시 비슷한 상태였다.

“예 감독님. 제···눈에도 1위로 보입니다.”

“저도요.”

“새 새로고침 눌러봐요. 오류일 수도 있으니까.”

설마 그럴 리가. 노트북을 조작하던 직원이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1위 맞습니다 감독님. 맞아요.”

여기서부터 제작사나 배급사 인원들이 현실을 받아들였고.

“하하하! 결과가 좋을 것 같긴 했는데! 바로 1위라니!”

“제가 뭐라 그랬습니까?!! 이야- 개봉하고 하루 만에 1위! 진짜 간만에 보네!!”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마약상’이 같은 날 개봉한 영화들 싹 밀어냈습니다! 하하 것도 ‘마약상’은 청불인데!”

“이거 진짜 초대박 나는 거 아닙니까??!”

펄쩍펄쩍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얼핏 발광과도 같았다. 그 정도로 기분이 상기된 것. 뭐 그럴만했다. ‘마약상’이 밀어낸 영화들이 많았으니까. 이미 개봉해 상승기류를 타던 것도 같은 날 경쟁작으로 꼽히던 영화나 기대작 등등. 모조리 ‘마약상’이 짓누르고 당당히 1등을 먹었다.

해봤자 하루긴 하지만 1등은 1등이지.

특이한 것은.

“진짜? 정말로?”

정작 김도희 감독은 아직도 꿈인가 싶은 얼굴이라는 것. 그녀 역시 청불 영화의 한계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아무리 진재준 등의 탑배우나 이슈를 펑펑 터트리는 강우진이 있다 해도 표를 수집할 수 있는 관람객이 성인으로 좁혀지면 화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딴 건 개나 주라는 듯 ‘마약상’의 불꽃은 드셌다.

이 순간.

“···진짜 사고 칠지도.”

김도희 감독은 어렴풋 ‘마약상’이 청불 영화의 한 획을 그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기에.

뭐가 됐든.

“기사.”

“예??!”

“기사 뿌려요! 준비해 놨던 너튜브 쪽 홍보 영상들하고 SNS 공약 이벤트들도!!”

김도희 감독이 다급하게 외쳤다. 이에 제작사나 배급사 인원들은 폭발하던 기쁨을 꾹 누른 채.

“알겠습니다! 일단 기사부터!”

“SNS 쪽은 저희가 맡을게요!”

“배우들 연락도 바로 돌리겠습니다!!”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반전의 경사를 최대한 빨리 세상에 알려야 했기에.

다만.

“크- 이것 좀 보세요! 기자들 벌써 냄새 맡고 움직였습니다!!”

언론은 이미 기사를 뿌리고 있었다.

『[무비토크]‘마약상’ 평일에도 25만 동원···박스오피스 1위!』

『‘마약상’ 오프닝 기록 25만 명..‘6가지 기록 경신’』

내내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다른 말로는 벼르고 있었다. ‘마약상’ 자체의 화제성도 있겠다만 뭣보다 ‘남사친’ 흥행 직후의 강우진이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연기 괴물로 칭해지는 그였기에 조금만 허술해도 지체없이 까였겠지.

그러나.

『개봉 첫날 박스 1위 차지하며 화끈하게 터진 ‘마약상’』

『[이슈톡]‘청불’ 마약상 같은 날 개봉한 경쟁작 ‘괴물 사제’ 제졌다』

온탕 ‘한인호’와 냉탕 ‘이상만’을 욕하는 언론은 찾기 힘들었다.

『‘마약상’ 제대로 터졌다! 개봉 첫 날 25만 명 동원···감상평에는 “강우진 밖에 안 보였다”』

주연급 존재감의 까메오였으니까.

다시 베트남 다낭.

세상 느닷없이 나타난 안가복 감독. 홍혜연은 눈앞의 그를 보면서도 이게 대체 뭐지? 싶었다. 심지어 여기 왜있냐는 질문에 그냥 놀러 왔단다.

“···노 놀러 오셨다구요?”

“음 그래. 놀러 왔지.”

확실히 행색이 그래 보이긴 했다. 편한 복장에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 마치 집앞 슈퍼를 다녀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분명 저 늙은 남자는 한국 영화계의 전설인 안가복 감독이 확실했다.

그를 이 베트남 다낭에서 우연히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순간 홍혜연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래 안가복 감독이 베트남에 놀러 올 순 있다. 근데 하필이면 ‘실종의 섬’ 해외로케 중인 이 다낭으로? 거기다 호텔도 같다?

‘설마···실종의 섬 배우 중에 누군가를 보러 왔나? 아니면 권 감독님을?’

아니 권기택 감독을 보러 왔을 확률은 낮았다. 둘은 선후배지만 호형호제는 아니었으니. 그렇다면 배우 쪽인가? 그러다 홍혜연의 커진 눈이 스륵 움직였다. 무심하게 서 있는 강우진 쪽이었다.

이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군. 일단 앉아요. 앉아서 얘기하지.”

안가복 감독이 느릿하게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홍혜연도 얼결에 엉덩이를 붙였고 강우진 역시 안가복 감독 옆에 앉았다. 그의 얼굴은 무던했다. 평소와 같다.

허나.

‘이 할아버지- 아니 이 감독님이 왜 여깄냐?!’

내면으론 물음표가 우수수 솟는 중이었다. 안가복 감독. 한국 영화계의 레전드 또는 살아있는 역사. 그런 초대형 거물의 이름을 며칠 전 최성건의 입에서 들은 우진이었다. 그런데 뜬금 그 역사가 앞에 앉아 있다.

슬리퍼를 신고.

‘근데 이러고 있으니까 전설이고 뭐고 그냥 옆집 할아버지 같은데? 응 친숙해.’

곧 약간 흥분했던 우진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솔직히 홍혜연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으니까. 이럴 땐 자신의 알맹이가 소시민인 게 도움이 된다 싶은 우진이.

-스윽.

안가복 감독에게 깍듯하면서도 낮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감독님. 강우진입니다.”

별수롭지 않게 소시지를 포크로 짚던 안가복 감독이 느긋하게 답했다.

“알지 모를 수가 있나. 나도 반가워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래요? 허허 그래도 처음 봤는데 그러면 안 되지. 오- 그나저나 여기 음식이 괜찮구만.”

여유롭다. 과연 노장의 포스가 줄줄 흐른달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99개의 작품을 연출한 그였으니까. 그런 안가복 감독이 소시지를 우물대며 건너편 홍혜연에게 물었다.

“한량 잘 봤네. 연기가 많이 늘었더군.”

“가 감사합니다. 아직 부족하죠.”

“알면서 왜 그대로지? 자네의 그 상황마다 비슷한 호흡법 말이야.”

“···”

“내가 말해줬던 것을 아직도 달고 있으면 어째. 음? 탑의 자리에서 안주하는 건가?”

급작스레 잔소리를 듣는 탑여배우 홍혜연. 그녀는 과거 안가복 감독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연기에 관한 지적은 그때 나왔었다.

“자네는 급해. 대사는 정갈하지만 그것을 지탱할 호흡이 불안정해선 장점이 퇴색되지.”

“노력···하겠습니다.”

“아쉽단 얘기야.”

옅게 웃던 노장의 포스인 안가복 감독이 포크를 내려놓으며 강우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묘했어요.”

뭐가? 누가 봐도 지금 할아버지의 등장이 제일 묘합니다만? 속마음을 감춘 우진이 덤덤하게 답했다.

“제 연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운동회’ 영상.”

“···‘운동회’요?”

“그래요. 순간순간 결이 다른 눈빛이 보이더군. 지금의 눈과는 달랐어요. 상대적으로 가볍달까? 근데 연기할 때의 눈은 하나같이 배역의 것이었어.”

“···”

티를 내진 않았지만 강우진이 약간 긴장했다. 가벼운 눈? 설마 진짜 나의 모습을 간파했다거나? 이 할아버지도 무슨 능력이 있나?? 그러거나 말거나 안가복 감독의 늙은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메소드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메소드를 다룰 줄 안다는 게지. 페르소나를 자유분방하게 교체하는 법은 언제쯤 습득했어요?”

고급 단어들이 쏟아진다. 우진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앞에 앉은 이 노장은 영물이다. 그러니 컨셉질에 부스터를 달자.

“그런 걸 일일이 기억하진 않습니다.”

“기억. 연기를 기억으로 한다는 얘긴가요? 마주한 배역을 기록한다는 얘기군. 그렇기에 감정 스위치도 빠를 테고.”

“···”

“처음 보는 연기법이라 더더욱 묘해.”

잔잔히 웃던 안가복 감독이 커피잔을 들면서 주제를 바꿨다.

“수어를 배운 이유는 뭔가요.”

“배우는 것에 딱히 의미를 부여하진 않습니다.”

“태도는 국보급이군. 한국 일본 수어를 한다고 봤는데 다른 나라의 것도 되나?”

“미국 것도 조금은.”

잠시간 정적. 홍혜연은 둘의 대화를 지켜볼 뿐이었고 안가복 감독은 강우진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확하게는 헤집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눈빛. 그게 얼추 10초쯤.

-다락.

안가복 감독이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기며 자리서 일어났고.

“다 먹었구만. 말동무 고마웠어요.”

홍혜연에게도 인사했다.

“자네도 반가웠어. 아 둘은 여기 주변에서 권 감독 작품을 찍고 있다지?”

“아- 네 감독님.”

“흠. 마실 나가는 김에 들를지도 모르겠어.”

이때였다.

“우진아!”

식당으로 꽁지머리 최성건이 다다닥 뛰어 들어왔고.

“박스오피스 결과 떴다! ‘마약상’이 1등 먹었···엥?”

서 있는 안가복 감독을 확인하자마자 그가 멈칫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듯한 표정이었다.

“아 안가복 감독님?!”

“그래요. 최대표님. 여기서 다 보네. 우연이구만.”

“···우연?”

당황이 점철된 최성건은 사고가 뒤죽박죽 엉켰다. 아니 안가복 감독이 왜 여깄어? 심지어 강우진을 만나고 있다.

‘서 설마 우진이를 만나러 왔어?’

아니 그럴 리가. 분명 안가복 감독과 통화도 한 최성건이었다. 그런데 굳이 저 초거물이 베트남까지 손수 왔을까? 오직 강우진을 위해? 이쯤 최성건이 급작스레 정신을 차렸다.

뭐든 일단 제대로 된 인사부터.

“아! 안녕하십니까!”

“허허. 뭘 그리 깍듯하게. 그럼 나는 가봐야겠구만.”

“예?”

이어 최성건을 스치던 안가복 감독이 재차 늙은 목소리를 냈고.

“최 대표님 나중에 따로 연락합시다.”

“어···알겠습니다 감독님.”

슬리퍼를 끌며 안가복 감독이 식당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최성건이 휙 고개를 돌려 강우진과 홍혜연에게 물었다.

“저 저 안가복 감독이랑 무슨 얘기를! 아니 여기 왜 있어??!”

대답은 긴장 풀린 긴 한숨을 뱉던 홍혜연이 빨랐고.

“놀러 오셨대요.”

“뭐? 놀러?”

그다음으로 강우진이 낮게 답했다.

“예 놀러 오셨답니다.”

“말이 되나.”

혼잣말을 뱉던 최성건이 무심한 얼굴의 강우진에게 시선을 붙였다.

‘놀러 온 건 그냥 한 소리. 타이밍으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백프로 우진이를 보러 온 거야. 세상에 저 안가복 감독이 손수 베트남까지 오다니.’

물론 홍혜연 역시 건너편의 우진을 보고 있었다.

‘우진씨한테 한 질문들이···그냥 허투루 하는 느낌이 아니었어. 수어? 수어는 왜 물었지? 어쨌든 다른 배우들보단 우진씨일 가능성이 커. 우진씨 연기를 이미 봤나? 아니면 이제 볼 예정?’

그녀도 직감했으니까.

‘···설마 100번째 작품에 우진씨를 쓰려고?’

같은 시각 다낭의 ‘실종의 섬’ 촬영터.

우거진 숲속. 대형 텐트 깔린 곳에 수백의 ‘실종의 섬’ 스탭들이 촬영 준비로 부산스럽다. 몇십 분 뒤 9시부터 스탠바이니 당연했다. 오늘 첫 씬은 류정민과 하유라 그리고 김이원만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강우진과 전우창은 현장에 없었다.

류정민 등의 배우들은 메이크업 텐트 안에서 촬영 준비에 바빴다. 메이크업 군복 의상 점점 적당한 대본 리허설 등.

와중.

“흠-”

텐트 밖 푸근한 권기택 감독이 보였다. 입은 반팔이 땀에 살짝 젖은 모습. 권기택 감독은 연신 뛰어다니는 수백 스탭들과 세팅이 진행되는 현장을 가만히 바라본다. 총괄 책임자니 전체를 직관하는 게 이상하진 않다만 현재 권기택 감독은 딴생각 중이었다.

명확하게는 며칠 전 난데없이 베트남에 나타난 안가복 감독과 만남을 상기하는 중.

장소는 호텔 주변의 카페였다.

촬영을 마친 뒤 등장한 권기택 감독에게 안가복 감독의 첫 마디는 간단했었다.

“내가 자네 현장을 좀 구경해도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그런데 보려는 배우가 우진씨가 맞습니까?”

“글쎄. 전체 배우를 본다는 것으로 해두자고.”

“알겠습니다. 일단 우진씨는 복귀했습니다. 촬영은 내일 점심부터.”

“아니야. 떼샷은 언제로 예정되어 있나? 전체 배우가 모여서 촬영하는 날.”

“음- 다 모이는 촬영은 며칠 뒤에나 있을 겁니다.”

“그럼 그때로 하지. 배우들에겐 적당히 둘러대는 게 좋겠어.”

“관광을 왔다가 들렀다는 식이 좋으시겠습니까?”

명답이라는 듯 안가복 감독이 웃었다.

“그렇지. 놀러 왔다 이게 좋겠군. 근데 강우진 그 친구가 맡은 배역은 말해 줄 수 있나?”

권기택 감독 역시 미소지었다.

“어차피 보실 거면 직접 확인하시는 게 와닿지 않겠습니까? 미리 들으면 재미없죠.”

“허허. 그래 기대감으로 두란 얘기군.”

“충분히 가치는 있을 배역입니다.”

이쯤에서 다시 현실 ‘실종의 섬’ 촬영터로 정신을 되돌린 권기택 감독이 작게 읊조렸고.

“떼샷이라- 전체 배우와 섞였을 때의 폼을 보고 싶으신 건가?”

천천히 발길을 돌려 배우들의 있는 대형 텐트에 들어섰다. 바삐 촬영 준비하던 류정민 하유라 김이원이 권기택 감독에게 눈을 맞춘다.

“아 감독님. 거의 끝났습니다.”

“저는 다했는데 먼저 나가 있습니까?”

“저도 거의 다 했어요.”

허나 권기택 감독의 대답은 달랐다.

“아니. 천천히 해도 돼. 것보다 며칠 뒤 있을 떼샷 촬영 날에 손님이 올 것 같아.”

되물음은 군복 상의를 입던 하유라가 빨랐다.

“손님이요? 누구요?”

류정민이나 김이원 역시 같은 마음인지 권기택 감독을 바라봤고 권기택 감독이 나긋나긋 간단하게 답했다.

“안가복 감독님.”

배우들 전체가 격하게 당황했다.

“···예 예??!”

“안가복 감독님이요?? 갑자기?!”

“진짜 안가복 감독님이 여길 오신다구요??!”

이에.

“음 베트남에 놀러 오셨다가 잠시 들르신다는군.”

권기택 감독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고.

“촬영하는 걸 조금 구경하다 가실 모양이야.”

탑배우들은 입을 쩍 벌렸다.

뒤로 몇십 분 뒤.

호텔의 고급진 방 탁자에 안가복 감독이 홀로 앉아 있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

아까 만났던 강우진 때문일까? 정확진 않지만 그는 턱을 괸 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때.

-똑똑.

노크 소리가 퍼졌다. 곧 스륵 일어난 안가복 감독이 문을 열자 익숙한 40대 후반의 남자가 입장했다. 일전에 강우진에 관해 안가복 감독과 얘기했던 인물. 사실 그는 영화사의 대표였다. 그런 그가 안가복 감독에게 웃으며 물었다.

“아침 식사하시죠 감독님.”

반면 다시금 의자에 앉은 안가복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했어. 자네하고 직원들끼리 하고 오지.”

“예? 아침 식사를 하셨다고요? 언제 하셨습니까??”

“좀 전에. 산책 나갔다가 조식을 먹었지.”

“말씀하시죠! 위험하게 혼자 가신 겁니까?”

“뭐가 위험한가 베트남을 처음 온 것도 아니고. 과거 촬영하던 때도 생각나고 좋았어.”

이어 안가복 감독이 팔짱 끼며 주제를 바꿨다.

“그보다 강우진과 만났어.”

“어? 걔를 보셨습니까??! 촬영할 때 보신다고 하셨잖습니까.”

“조식 먹기 전에 보여서 말을 걸었지. 홍혜연과 있더군.”

“홍혜연도···둘에겐 갑작스러웠겠는데요. 꽤 놀랐겠습니다.”

주름진 웃음을 지은 안가복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도 않았어. 날 무슨 뒷방 할아버지 보듯 하더군.”

“누 누가요?? 홍혜연이 그럴 리는 없고! 강우진이 그랬습니까?! 그 무슨! 버릇없이!”

“아니. 왜 호들갑인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봤단 얘기야. 심지가 딴딴한 거지. 오묘한 색깔을 가진 배우더군. 그런 색은 처음 봤어. 근데 말이지···”

말끝을 흐리던 안가복 감독이 만났던 강우진을 상기하며 잔잔하게 말했다.

“알맹이는 숨긴 냄새가 나.”< 독주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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