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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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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신 (1) >

연말. 한 해의 마무리가 도래하면 어디든 바쁘다.

특히 연예계 쪽은 심하게 티 날 정도로 정신없어진다. 방송가는 물론이며 영화계 예능판 하다못해 시사 쪽까지도. 연말에만 열리는 행사들도 상당히 많고 방송으론 특집 기획 등의 이름을 단 파일럿 프로 역시 쏟아진다.

명절 또는 연말에만 반짝 방영되는 프로가 이에 속한다.

사실 연예계는 10월부터 연말 준비를 시작하긴 했었다. 그것이 11월이 돼서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 그중 연말의 피날레는 역시나 각종 시상식. 당연히 시상식에 참여할 배우 포함 연예인들도 자연스레 일정이 빡빡해질 수밖에.

뭐가 됐든 한국의 영화제 중 가장 유명한 청룡영화제 역시 활동을 시작했고 조직위원장의 입에서 올해 데뷔한 강우진의 이름이 뱉어졌다.

“분명 올해는 강우진이 다 쓸어 먹을 게 빤해.”

이 역시 최초가 아닐까? 신인배우는 보통 데뷔한 해에는 조용하다. 뭐 간혹 라이징으로 떠서 영화제 자체에 참석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이렇듯 한 영화제의 수장이 콕 찍어 섭외하려는 신인은 없다 말해도 무방했다.

“아마 우리 말고도 다들 강우진 걔는 어떻게든 섭외하려고 할 거야 그러니 사전에 침을 발라 놓자 이거고.”

올해 강우진의 돌풍이 어마어마했다는 방증이었고 청룡의 조직위원회 직원들이 그 방증에 힘을 보탰다.

“백프로 그럴 겁니다. 도는 소문엔 MBS는 딱히 강우진과 연을 맺은 프로가 없는데도 부른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아아 그거 저도 들었어요. 지금 강우진 인기가 워낙 좋으니까 대놓고 보여주기식으로 가겠다는 건가?”

“강우진은 라이징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니까요. 데뷔한 해에 이 정도 파급력을 만든 건 솔직히 사상 초유 아닙니까?”

“‘마약상’ 보세요. 아까 박스오피스 보니까 250만 관객 넘겼더라고요 묘하게 강우진이 끼면 뭐든 기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약간 흥분하며 강우진의 이름을 뱉어댔고 상석의 위원장 역시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아니 확실히 강우진의 해였지.”

“위원장님 말씀대로 아직 수상 후보는 선별 중이라도 강우진 쪽 섭외는 최대한 빨리 도장 박아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판 돌아가는 것 보면 여기저기서 강우진한테 파발 날릴 거 같은데 정작 강우진 스케줄은 대충 봐도 내년까지 풀일 겁니다.”

사실이었다. 현재 강우진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스케줄이 가득 찬 상태. 그 사이 연말에 시상식들도 돌아야 하는 형편. 덕분에 청룡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마음이 급해졌다.

“최대한 빨리 내용 정리해서 강우진 측에 넘겨 그렇다고 너무 싼마이 느낌나게 보내면 안 되고.”

이들이 한 해 이슈의 핵 또는 화제성 으뜸인 배우에 목을 매는 건 심플한 이유였다. 대중들의 시선과 시청률. 그래야 광고도 쭉쭉 팔리고 돈도 원활히 돌릴 수 있다. 전통과 명성은 덤.

재밌는 것은.

『[연예계]연말 도래한 상황에 방송가부터 영화계는 시상식 준비로 시끌벅적』

현재 연예계는 청룡과 비슷한 대화나 상황이 많이 보인다는 것. 딱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라 당연하긴 했다.

예를 들자면.

“다들 ‘마약상’ 봤지요? 내가 봐선 올해 티켓파워 으뜸은 강우진이야.”

청룡과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대종상 영화제가 그랬다. 역사는 청룡 보다 오래됐지만 인지도 면에서 밀리는 감이 있어 대종상 측은 더 필사적이었다.

“강우진 걔는 어떻게든 앉혀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즉 한국의 3대 영화제 중 청룡과 대종상이 강우진에게 극강의 관심을 보였다. 백상도 비슷하긴 했으나 아직은 조용했다. 3대 영화제 중 백상은 내년에 열리니까.

영화계가 이렇게도 시끌벅적한데 방송가라고 조용할까?

그럴 리가.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하는 것은 방송가도 다른 바 없었다.

‘얼어죽는 연애’의 방영이 코 앞인 KBC.

“강우진은 섭외했어?!”

“지 진짜로 부릅니까??”

“그럼? 야 그쪽에 아직도 언질 안 줬냐??!”

“부를 명분이 ‘얼어죽는 연애’가 전분데 거기엔 2화 한정 특출로 나온 게 전부라서···”

“그딴 건 나중 일이고 임마!! 일단은 부르란 말이야! 안 돼도 계속 트라이 해!!”

이미 ‘프로파일러 한량’으로 초대박을 친 SBC도.

『25% 시청률 올린 ‘프로파일러 한량’ 오래 SBC 연기대상에서 몇 관왕이나 할까?』

『올해 전설 세운 ‘한량’ 누리꾼들 “SBC 연기대상에서 ‘박대리’ 수상은 백퍼”』

MBS 역시 섭외의 움직임은 보였으나 다른 두 방송사에 비하면 가능성이 희박하긴 했다. 어쨌든 공중파 3사도 연말 대비에 힘을 무지막지하게 쏟고 있었고 그들이 공통으로 울부짖는 건 ‘괴물 신인 배우’였다.

강우진.

한마디로 올해 연말 강우진이 초대된 시상식에 모두 참석한다면 최소 4곳 이상이었고.

『[기획]데뷔와 함께 역사 쓰는 ‘강우진’ 올해 연말 몇 관왕이나 차치하나···최다관왕 기록 깰지 관심』

이 역시 신인으론 최초였다.

뒤로.

연예계 전체가 연말 준비로 발에 부스터를 달았을 무렵 돌풍의 핵심인 강우진은 한 상영관에서 ‘마약상’을 관람하고 있었다. 두 번째 감상이긴 하지만 역시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마약상’은 느낌이 다르구나 싶은 우진이었다.

‘크-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줘야지.’

그리고 중반부에 자신이 등장하고부터는 민망함이 동반됐다. 다만 같은 상영관에서 ‘마약상’을 보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보는 재미는 있었다.

특히.

“꺄악!”

“으헉!!”

‘이상만’의 첫 마약씬에서 강렬한 천둥·번개로 인해 많은 관객이 깜짝 놀랄 땐.

‘와- 씨 나도 소리 지를 뻔!’

묘한 쾌감까지 드는 강우진. 희한한 그림이었다. 관람객은 ‘마약상’을 보며 팝콘을 씹지만 우진은 영화와 더불어 그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며 팝콘을 입에 넣는다. 지금의 관객들은 스크린 속 ‘이상만’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 하겠지.

“미친 강우진 연기 소름.”

“내 말이. 아 저 표정 밤에 생각날 것 같아.”

그렇게 강우진은 ‘마약상’이 끝나기 전에 상영관을 빠져나왔고 집에 도착해선 찍은 인증샷을 SNS와 함께 소속사에 전송했다. 어렵사리 할 일을 마친 강우진은 침대서 스르륵 눈을 감으며 읊조렸고.

“됐다 이제 걍 닥치고 풀잠.”

그대로 기절했다.

이어 몇 시간 뒤.

같은 날 늦은 밤 꽁지머리 최성건은 bw 엔터의 대표실에 앉아 있었다.

“···”

자리에 앉은 채 진중한 얼굴인 그. 직원들 대부분이 퇴근했으며 ‘실종의 섬’ 해외로케에 참여한 팀들에겐 이틀의 휴가가 주어졌음에도 최성건은 쉬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가.

-스윽.

책상 한쪽에 올려진 작디작은 글자들이 빼곡한 달력에 시선을 옮겼다.

‘11월이라-’

어째선지 연말이 당도한 현재를 되새기는 최성건이었고 앞쪽 6인 테이블에 쌓인 어마무시한 종이뭉치들에 시선을 옮긴다. 강우진에게 들어온 대본과 시나리오들이었다. 뿐만이 아닌 그의 앞엔 수많은 투명파일이 즐비했다.

전부 강우진의 섭외 건이나 미팅 요청들.

홍혜연의 것도 있긴 했지만 최근의 강우진 것에 비교하면 극히 소량에 불과했다. 뭐 다른 배우들과 비교하면 홍혜연의 기세도 말도 못 하게 높은 편이긴 하나 그저 강우진의 파워가 어이없을 정도로 미친 수준일 뿐.

곧 최성건이 가까운 캐비닛을 연다.

-달칵.

캐비닛 안에서 꺼내는 얇은 파일. 계약서였다. 누구의 계약서겠는가?

“···우진이가 워낙 태풍이라서 그런가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강우진의 것이었다. 꽁지머리를 재차 단단히 묶던 최성건이 약간 쓸쓸한 웃음을 지었고 계약서를 펼쳤다. 그가 확인하려는 건 계약 종료일.

“내년 3월 15일.”

이번 달은 시작됐으니 따지고 보면 강우진의 계약 기간은 어느새 4달이 전부였다. 우진의 계약은 1년. 이미 반절은 훌쩍 넘은 상태. 워낙 일이 펑펑 터져선지 실감이 안 나는 최성건이었고.

‘새삼 어처구니가 없달지.’

지나온 날들을 떠올려 본다. 이제사 되돌아보니 직접 겪어온 일임에도 꿈과 같았다.

‘대충 8개월 만에···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진 거냐. 상식이 파괴된다 파괴돼.’

보통의 신인 배우라면 5년. 아니 10년이라도 힘들 것들을 강우진은 1년도 안 돼 척척 해내고 있었다. 이대로 큰 잡음 없이 쭉쭉 나아간다면 강우진은 필히.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획을 긋는 배우가 될 거야. 국내든 해외든.”

과거에도 미래에도 다시 없을 역사를 쓰게 될 게 빤했다. 갈구함이 방대해진다. 욕심이 짙어진다. 욕망이 눈을 가린다. 최성건의 얘기였다. 언제가 됐든 강우진의 그 영광에 그림자는 본인이었으면 하는 바람.

하지만.

“···이게 알려지면 국내가 또 한 번 발칵 뒤집히겠지.”

국내 어쩌면 일본 쪽까지. 우진의 1년 계약 부분과 계약 종료가 가깝다는 것이 퍼진다면 현존하는 엔터들부터 에이전시는 거품 물고 달려들 게 빤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방어할 자신이 있는가?

솔직히 강우진과의 계약 초반에만 해도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던 최성건이었다. 자신의 인맥과 능력으로 우진에게 부스터를 달아 줘야겠다 생각했었다.

허나 그건 섣부른 자신감이었다.

“이렇게나 괴물일 줄 알았냐고.”

그때도 충분히 괴짜 이상이었지만 그건 지금의 강우진과 비교하면 100분의 1이었다. 심지어 뭐가 더 있을지 가늠도 안 됐다.

더불어 현재 강우진의 심정 역시 판단이 어렵다.

bw 엔터의 만족도부터 계약 기간 이후 계획들까지. 공과 사가 확실하며 모든 것을 꿰뚫는 강우진이니 진작에 결말을 내렸을 터.

“흠-”

뭐 당연하겠지만 강우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 물론 이번 계약이 종료된 후 각종 엔터들이 달려들면 몇 배는 더 뛴다. 점차 고민이 심화되는 최성건.

그러다.

“됐어 당장은 회사 확장과 안가복 감독 건만 집중하자.”

최성건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아직은 현재로선 그 누구보다 자신이 유리했으니까. 그런 최성건이 노트북 속 정리하던 자료들을 켰다. 회사 확장을 위한 수많은 준비들이 가득 담겼다.

만날 투자자들 그에 따른 PPT와 스케줄 등등.

동시에 안가복 감독의 조사표도 꺼낸다. 아직 강우진의 심정은 명확히 모르나 필요하다 하면 언제든 술술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

‘거기다 안가복 감독은 백프로 다시 접촉할 거고.’

대충 봐도 휴식은커녕 밤을 새워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최성건은 표정을 단단히 굳혔다. 그 괴물을.

“목숨을 건다.”

기상천외한 신인 배우를 잡는 것에 사활을 걸어야 하니까.

“우진이를 잡냐 못 잡냐가 bw 엔터 최대의 변곡점이 될 거야 그놈은 진작에 답을 내렸을지도 모르지만.”

틀렸다. 강우진은 그저 침대에 파묻혀.

“···커-”

별생각 없이 꿀잠을 자고 있을 뿐이었다.

이틀 뒤 11월 6일. 아침.

서울의 한 고급 오피스텔의 주차장에 방금 주차한 승합차에서 강우진이 내렸다.

-텅!

흰 반팔 위로 니트 조끼에 청바지 짧지만 자연스레 내린 헤어 풀메이크업. 누가 봐도 촬영에 임하는 자세였다. 당연히 컨셉질도 장착한 상태.

‘워- 여긴 내 집보다 몇 배는 좋아 뵈는디?’

속으로 우진이 남몰래 감탄을 뱉을 때 최성건과 우진의 팀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이한 건.

-끼익!

곧장 커다란 흰색 벤이 멈춘다는 것. 벤에서 여유롭게 내리는 것은 긴 생머리를 팔랑이는 탑여배우 홍혜연이었다. 그녀 역시 풀메이크업에 의상 역시 협찬인 명품 셔츠였다.

두 배우가 이 고급 오피스텔에 모인 이유?

‘우리네 식탁’ 윤병선 PD의 호출이 있었으니까. 정확하게는 예전부터 정해졌던 팀별 사전 촬영이었다. 주방팀인 우진과 홍혜연은 ‘실종의 섬’ 해외로케 덕에 좀 늦었고 다른 팀들은 진작에 촬영이 끝난 상태였다.

어쨌든.

“갈까요?”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긴 홍혜연과 강우진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사람이 많은 터라 그녀와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좋은 향이 우진의 코를 찌른다. 약간 심장이 두쿵대던 강우진은 필사적으로 무심함을 유지했고.

-띵!

강우진과 홍혜연은 안내받은 오피스텔의 벨을 눌렀다. 뭐 당연하겠지만 현관에서부터 소형카메라들이 비치돼 있었다.

이어.

“어어! 어서 와요!”

금세 현관문이 열리며 안경 쓴 윤병선 PD부터 작가들 등 스탭들이 둘을 반겼다. 고급 오피스텔 내부는 대강 우진의 집보다 넓었다. 허나 일반적인 집의 형태는 아니었다. 뭐랄까 사무적이랄까?

이유야 심플했다.

이 오피스텔은 예능 ‘우리네 식탁’의 공식 사무실이었으니까. 특이한 경우는 아니었다. 최근 방송가에선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게 빈번했으니. 여하튼 최성건 등의 팀을 빠지고 출연자인 강우진과 홍혜연만 오피스텔 거실로 움직였다.

푹신한 소파에 안착.

곧 강우진은 묵묵한 얼굴로 내부를 천천히 훑었다.

‘아- 이런 식으로? 좀 신기하네.’

수많은 종이와 글자들이 붙은 보드판 회의용 책상 각종 예능 소품들 널브러진 종이들. 공간만 다를 뿐 방송사의 예능국과 같은 풍경이었다. 천장부터 앞의 탁자 외 많은 곳에 소형카메라들이 즐비한 것을 봐선 이미 촬영은 시작된 듯 보였다.

그쯤 작가들과 섞인 윤병선 PD가 웃으며 우진에게 엄지를 추켜세웠다.

“‘남사친’이 여전히 대박인데 그새를 못 참고 또 ‘마약상’이 터졌던데요?”

작가들 역시 입이 닳도록 극찬한다.

“맞아! 저 ‘마약상’ 봤어요! 진심 꿀잼인데 이상만 나왔을 땐 우진님이 아닌 줄 알았다니까요??”

“나도나도. 진짜진짜 축하해요! 300만은 그냥 넘겠던데요! 청불인데 진짜진짜 대박!”

“축하드려요! ‘남사친’에 이어서 연달아 홈런!”

민망함이 극한으로 치솟은 우진이었으나 애써 얼음물을 끼얹는다.

“감사합니다 근데 저는 까메오라.”

“에이- 기사 보니까 ‘마약상’ 감독님이 대놓고 조연급이라 선언도 했던데요?”

홍혜연이 거든다.

“그렇게 까메오를 가장한 조연롤 배역 꽤 많아요 어떻게 보면 제작진의 술수? 같은 거지.”

이때 양손을 비비던 윤병선 PD가 주제를 휙 바꿨다.

“자- 브리핑이나 본격적으로 뭘 하기 전에. 우진씨 혹시 저번에 말한 개발 요리 생각해 봤어요?”

아 그거? 강우진이 돌연 덤덤하게 주방 쪽을 바라보며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써도 됩니까?”< 경신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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