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신 (4) >
뭔 소리지. 강우진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니 난데없이 아카데미상이 왜 나와? 이는 강우진이 아니더라도 비슷할 것이 분명했다. 앞뒤 설명이 없었으니까.
‘아카데미상이 현재로선 불가능해? 아니 거긴 현재가 아니라 계속 불가능한 거 아니냐??’
당연히 강우진도 오스카상 또는 아카데미상에 관해 적당히 알고는 있었다. 소시민적. 아니 현재도 뭐 비슷하긴 하지만 어쨌든 과거 기사 등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물론 모두 한국과 관련된 내용.
한국계 헐리웃 배우가 아카데미상에서 상을 받았다던가 한국 영화가 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해외서 개봉 뒤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됐다던가. 우진의 기억은 틀린 건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 영화 역사상 아카데미상에 초청된 영화는 존재했다.
딱 두 작품.
2010년에 하나 2015년에 하나. 두 작품의 공통점은 세계 3대 국제영화제인 칸과 베니스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 뒤로 아카데미상에 예비 후보로서 노미네이트됐지만 안타깝게도 정식 후보 선정에서 탈락했다.
뭐가 됐든 예비 후보라도 한국에선 최초였다.
그리고 많은 한국 감독들이 노력함에도 여전히 그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여기서 강우진에게 하나 확실한 것은.
‘아카데미상은 그냥 개개개쩌는 곳이잖아? 그 정도면 상상하는 것도 돈 드는 거 아니냐? 막보같은 곳.’
아카데미상은 그야말로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시상식이라는 것. 그렇기에 우진은 배우가 됐음에도 1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뭐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 너무 아득했으니.
그러니까 최성건의 말은.
‘그리고 아카데미상은 현재로선 불가능해.’
터무니없으면서도 당연했다. 덕분에 약간 어이없긴 해도 우진은 일단 컨셉질을 진하게 만들었다. 약하게 보일 순 없으니 적당한 허세를 첨가한다. 그래 정해진 대답이지만 뭐 좀 쎈척하는 건 나쁘지 않겠지.
“물론 올해는 힘들겠죠.”
다음으로 뱉어진 최성건의 대답들은 우진에게 혼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처음부터 아카데미상만 노리고 있었냐? 서운한데? 그 미친 계획 언질이라도 줬으면 마음에 준비라도 했을 거잖어. 심장병 걸리것다.”
아니 대체 무슨 소리신지. 간만에 극강의 당황이 우진의 온몸을 휘감는다. 내가 아카데미상을 언제 노렸다고 그러세요? 당최 이해가 안 됩니다만?
이 느낌은 딱 착각의 눈덩이가 굴러갈 때의 것과 유사했다.
‘어디지? 대체 어디서 파생된 착각이냐 이건 또?’
평소와 달리 지금의 착각은 너무도 거대했다. 근데 도저히 떠오르는 구간이 없다. 애초 우진의 입에선 단 한 번도 ‘아카데미상’이나 ‘오스카상’이란 단어가 나온 적이 없었으니까.
이때 최성건 길게 숨을 뱉으며 말을 이었다.
“후- 안가복 감독···통찰력 무섭긴 하네. 널 본 게 해봤자 며칠이 다임에도 네 심경을 파악하다니.”
누구? 그 영물 할아버지? 그 양반이 여기서 왜 나와? 물음표가 가득해진 우진이 낮게 물었다.
“···그분에게 말씀드리진 않았습니다만.”
“그래 하지만 네 성격에 티 나게 돌려 말했겠지. 괜히 미안해지네. 진작에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나도 아직 멀었나 보다.”
이쯤 우진은 인지했다. 뭐가 어떻게 굴러왔는지 모르겠다만 착각의 원흉은 그 영물 할아버지 때문이라는 걸. 과정을 묻는 것도 애매했다. 심지어 최성건은 방금 우진의 대답들로 뭔가 확신하는 느낌이다.
‘아오 몰라. 여기선 발 빼는 것보단 쎈척하는 게 컨셉질엔 어울리겠지. 걍 대충 맞장구나 쳐주자 어차피 아카데미상이고 뭐고 나아아아중 일일 테니까.’
아니 뭐 이렇게 된 김에 목적지가 겁나게 크면 좀 어때? 어차피 착각이고. 우진은 늘 그렇듯 후진 없는 직진을 선택했고 의미불명인 착각과 오해를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바로 잡는 건 의미 없고 귀찮을 뿐.
“괜찮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이었고.”
덤덤히 답하는 우진을 보던 최성건이 꽁지머리를 벅벅 긁었다.
“일단 이 건은 너랑 나만 알고 있자. 안가복 감독도 어디에 말하진 않을 거야 입이 가벼웠으면 그 위치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을 거고.”
“네 대표님.”
“어쨌든 후우- 처음부터 계획한 거라면 너도 잘 알겠다만 지금의 너로선 아카데미상은 힘들다. 거긴 일본 진출이랑은 체급이 달라. 아니 다른 행성이라 봐도 되지.”
“···압니다.”
“그래 뭐 너도 선수니까 아카데미상 관련 설명은 해줄 필요는 없을 것이고.”
아니요 절실히 필요합니다만. 우진의 진심을 최성건이 알 턱이 없었다.
“이력서 설계를 생각하고 있을 텐데 솔직히 짧은 기간 헐리웃에 먹히는 게 칸만 한 게 없긴 하다. 다른 길로는 헐리웃에 오디션 보러 다니는 건데 바늘구멍보다 좁아 탑급인 하유라 뺑뺑이 돌다가 국내 다시 돌아온 것만 봐도 답 나오지.”
“···”
“바닥에서부터 올라가는 것도 문제고. 최소 3년 이상은 걸릴 거다. 반면에 칸을 발판삼으면 지름길이 열려. 물론 칸에서 뭔가 성과를 내야 하는 것 역시 지랄 맞게 빡세긴 하다만.”
묵묵하게 듣는 우진은 처음 듣는 정보들을 머릿속에 저장시켰다. 그러니까 꿩대신닭으로 먼저 보인다 이 말이지? 시스템이 얼추 이해됐다. 그 사이 최성건이 우진에게 물었다.
“혹시 네가 생각하는 루트가 따로 있냐? 아니면 헐리웃 쪽에···인맥이 있다던가.”
개뿔 없었다. 미국조차 TV로 본 게 전부였는데 헐리웃에 뭐가 있을 리가. 허나 그대로 말할 순 없으니 우진이 에둘러서 말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음- 일단 안가복 감독이 그 발판을 자처했어. 너한테 매달리는 그림이야. 어제 직접 전화 와서 미팅을 요청했었다. 직접 만나서 시나리오를 넘기겠다는 거지.”
“그렇습니까?”
“그래. 솔직히 그 안가복 감독이 이렇게나 움직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야. 너가 꼭 필요하단다 수어 얘기를 했었는데 아마 이번 작품에 수어 컷이 삽입되는 것 같고.”
수어? 우진이 속으로 고개를 갸웃할 때 최성건이 말을 이었다.
“물론 네가 안가복 감독이 마음에 안 들면 적당히 비비다가 까도 돼. 누가 뭐래도 난 네 편이니까. 근데 좀 너무 대놓고 하면 그렇고 전략을 짜야겠지. 다만 안가복 감독과 함께 가는 영화사나 기타 등등의 사단은 해외 쪽으로도 전문가다. 경험이나 실적으로 따지면 국내선 으뜸이고.”
“그렇군요.”
“한 번 만나서 시나리오는 봐보는 게 어떠냐? 안가복 감독이 자처한 발판 얘기에도 적당히 장단 맞춰줄 겸.”
뭐 그 정돈 어렵지 않았다. 안가복 감독이 꺼려지는 건 사실이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저 무시하는 것도 답은 아닌 듯했다.
‘그 영물 할아버지를 내가 이기면 그만이잖어? 컨셉질 연습도 할 겸.’
만렙 노장을 밟고 일어난다면 강우진의 알맹이는 철옹성처럼 지켜질 게 확실했다.
‘시나리오도 궁금하긴 해 한국 영화의 전설이 쓴 건 등급이 어찌 나올라나.’
이어 우진이 천천히 고개 끄덕이며 의연하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약속 잡아주세요.”
최성건이 엄지를 세우며 다이어리를 펼쳤고.
“오케이.”
조용히 핸드폰을 꺼낸 우진이 몰래 아카데미상을 검색했다.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 그중 아카데미상에 관한 역사 페이지를 읽던 우진이 속으로 격하게 외쳤다.
‘미친! 이거 진짜 가능하긴 한 거냐??’
본인이 봐도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같은 시각 일본 도쿄.
장소는 거대한 호텔. 현재도 수많은 인파들이 보이는 호텔의 한 홀에 열댓 명 무리가 모여있다. 그중 선두에 선 늙은 남자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깔끔한 정장에 눈썹에 흰털이 섞인 히데키 회장이었다.
“음-”
그의 옆에는 긴 머리를 한 줄로 묶은 오늘도 역시 깔끔한 인상이 돋보이는 비서실장 리리가 섰다. 뒤로는 비서실 및 여러 직원이 함께였다. 당연했다. 이 호텔은 카시히 그룹의 것이었으니까.
즉 히데키 회장의 소유.
이어 늙은 사자를 연상케 하는 히데키 회장이 넓은 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양손은 주머니에 푹 찔렀지만 퍽 집중된 눈동자. 지금 그가 보는 홀은 원래 연화장과 비슷한 성격을 띠는 곳이었다.
그것이 많이 변했다.
파티장이라기보다는 조금은 딱딱했다. 사무적이라고 할까? 중앙에 놓은 ㅁ자 책상 그 책상을 감싸는 백여 개의 의자들 등등. 물론 이 홀에 비치된 의자들은 죄다 가격이 나가 보였다. 그런 홀을 조용히 둘러보던 히데키 회장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스윽.
바로 앞의 ㅁ자 책상 위를 말없이 손가락으로 터치한다. 청소상태를 확인한 것. 그러면서도 까끌한 목소리를 냈다.
“더 필요한 건 없나?”
뱉어진 일본어에 바로 반응한 것은 비서실장 리리였다. 그녀가 또각또각 다가와 히데키 회장에게 답했다.
“예 회장님. 사전에 ‘토에가’ 영화사 측과 얘기 후 준비했습니다.”
“대본리딩이라는 게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이 없군. 자리는 부족하지 않게 해둬 당일에 허겁지겁 준비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곧 책상에 넣어진 의자를 빼내어 앉는 히데키 회장. 대충 봐선 그냥 앉은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론 준비한 의자의 편의를 테스트한 것이었다. 나쁘진 않았는지 천천히 다리 꼬던 히데키 회장이 다시 물었다.
“인원은. 리딩에 오는 인원은 얼마나 돼.”
작게 허리를 숙인 리리의 답변은 재빨랐다.
“원작자인 타키카와 아카리 작가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을 포함한 ‘낯기생’의 제작진들 출연 배우 배우들의 스탭들 영화사 관계자 기자들 외로 200명은 참석할 것 같습니다.”
“꽤 오는군.”
“아무래도 영화 ‘낯기생’의 규모 자체가 큰 편이다 보니.”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 히데키 회장이 다시금 홀을 둘러보다가 픽 웃었다.
“이 호텔에서 리딩을 하면 언론들이 또 흥분하겠구만.”
“예. ‘낯기생’과 저희의 관계에 재차 장작이 추가될 겁니다.”
“흠-”
침음을 뱉던 히데키 회장이 의자서 일어나 홀을 천천히 거닐었고 그 뒤를 비서실장 리리가 따랐다. 적당히 열댓 명 직원들어 멀어진 상태에 히데키 회장의 주름진 입이 다시 열렸다.
“요즘 강우진은 어떤가.”
“‘남사친’의 상승세 이후 출연작인 ‘마약상’이란 영화가 한국에서 최근 크게 흥행 중이라고 합니다.”
“오- 그래? 한국에 돌아간 이후 쭉쭉 성장하고 있는 모양이군.”
“뿐만 아니라 너튜브 채널과 SNS 역시 과거완 달리 덩치가 매우 커졌습니다. 한국에선 1년 안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칭하는 분위깁니다.”
보고를 마친 리리가 옆구리에 껴놨던 투명 파일을 히데키 회장에게 내밀었다. 당연히 강우진 관련 조사표였고.
-팔락.
묵묵하게 내용을 확인하던 히데키 회장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이 그러더군. 강우진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예?”
“나도 비슷하고. 희한한 배우지 자국도 아닌 타국에서 그 짧은 순간 어떻게 그리 은혜를 뿌리고 다닐 수 있을까.”
지금껏 막힘없던 리리가 멈췄다. 무슨 소린지 이해가 잘 안 됐으니까. 그때 투명 파일을 덮은 히데키 회장이 혼잣말을 뱉었고.
“직접 보는 게 은근 기다려지는군.”
고개 올린 히데키 회장의 짙은 눈동자가 리리에게 닿았다.
“이번 ‘낯기생’ 건은 브랜디드 컨텐츠 정도의 효과를 낳았지?”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인지도가 이 정도면 나름의 명분도 생긴 것 같고 계열사 라인 중에 광고 모델 자리 있는 것들 확인해서 올려 봐.”
물론 강우진의 얘기였다.
한편 도쿄의 ‘토에가’ 영화사.
‘낯기생’의 영화사인 ‘토에가’에선 쿄타로 감독이 주축이 된 제작 회의가 한창이었다. ㄷ자 책상 상석에 쿄타로 감독 주변으로 둘러앉은 인원들.
이미 꽤 진행됐는지 분위기는 마무리쯤 돼 보였다.
“이야- 설마하니 대본리딩을 그 최고급 호텔에서 하게 될 줄이야.”
“맞아요 무조건 우리 영화사에서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거긴 진짜 재벌들 파티나 열어주는 곳 아닙니까?”
“그뿐 아니라 돈을 쏟아붓는 대기업 행사들도 열립니다. 대본리딩은 우리 영화가 최초예요. 아니 이런 일은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겁니다.”
“이거 언론에 퍼지면 또 한바탕 거품 물겠네요.”
“당연하죠 가뜩이나 우리 영화랑 카시히 그룹 관계로 시끌벅적한 상황이니까요. 근데 대본리딩이 이렇게 호화스러워도 되나 싶습니다.”
“하하하 뭐 어때요. 이슈되고 좋죠. 배우들한테 면도 서고. 근데 대본리딩 당일에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이 올까요?”
“설마- 그건 힘들겠죠.”
“맞아요 안 오지 않겠습니까?”
이쯤 새치 가득한 쿄타로 감독이 주제를 바로 잡았다.
“자자 감탄들은 나중에들 하시고. 오늘 결정 난 것들 빨리 배우들에게 알립시다. 특히 대본리딩의 장소와 일시.”
“혹시 11월 16일에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면 어쩔까요.”
“하루 이틀은 변동될 수 있겠죠 그런데 괜찮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대본리딩은 16일로 확정됐다고 배우들에게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고개 끄덕인 쿄타로 감독이 배우 중 한 명을 콕 찝어 강조했다.
“강우진씨에게 가장 먼저 알리세요 제일 멀리 있으니까.”
‘낯기생’의 대본리딩은 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다음 날 11일 아침 bw 엔터.
시간은 8시쯤. 아직 출근 시간이 아닌지라 bw 엔터는 고요했다. 출근한 직원이 없는 것. 하지만 직원들 없는 책상 위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뭔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현장 같기도 하다.
그런 bw 엔터에 왜인지 인기척이 들렸다.
이유야 간단했다.
“아침부터 미안하구만.”
“아닙니다 감독님.”
대표실의 테이블엔 강우진과 짧은 흰 머리의 안가복 감독이 마주 앉아 있었으니까. 물론 이 자리엔 영화사 대표와 최성건도 함께였다.
머릿수는 총 4명.
단출한 자리였으나 안가복 감독이 내미는 종이뭉치는 퍽 거대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다낭에서는 너무 앞뒤가 없었어요. 일단 자세한 얘기를 하기에 앞서 이것부터 한번 봐요.”
-스윽.
안가복 감독의 100번째 영화가 될 시나리오였다. 곧 우진에게 넘어가는 종이뭉치를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던 최성건이 침을 꿀떡 삼켰다.
‘저게 그- 발판이 될.’
반면.
“예 감독님. 감사합니다.”
시나리오를 받은 우진의 얼굴은 세상 냉정했다. 실제로도 침착한 강우진이었다.
‘할아버지가 성격 시원시원하시네. 바로 시나리오부터 넘기고.’
다낭에서부터 강우진에게 안가복 감독은 노장의 초거물이 아닌 그저 옆집 할아버지에 불과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영물을 끼얹은.
뭐 마인드 컨트롤의 힘이었다.
어쨌든 강우진은 무심한 얼굴로 시나리오의 표지를 확인했다. 초고라 그런지 타이틀만 적혀 있었다.
-‘거머리’
안가복 감독의 100번째 영화 제목은 ‘거머리’였다. 다만 강우진에겐 타이틀 말고 다른 것도 보였다. 뭐겠는가? 시나리오 옆에 붙은 회오리치는 검은 사각형.
이를 알 리 없던 안가복 감독이 입을 열었고.
“한 번 훑어봐도 괜찮아요.”
이미 첫 장을 넘기던 우진은 남몰래 검지를 들었다. 아공간에 진입한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뒤.
건너편 우진을 바라보는 안가복 감독에겐 수십 초의 시간이었으나 강우진에겐 최소 10분이라는 시간의 괴리가 생겼다. 곧 우진의 얼굴이 진중해짐에 따라 안가복 감독이 작게 고개를 갸웃했다.
“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라도 있나?”
“···”
침묵하던 강우진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 것보다- 하···시작부터 S급인 거 실화냐??’
이 순간.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우진의 옆에 앉은 최성건의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고 움찔한 그가 작게 고개 숙이며 자리서 일어났다. 대표실을 나선 그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상대는 홍보팀 팀장이었고.
“어어 팀장님.”
핸드폰 너머 팀장의 목소리는 격하게 흥분한 상태였다.
“대 대표님!! 기사! 방금 뜬 기사 좀 보셔야겠습니다!!”
그런 그가 최성건의 톡으로 링크를 보냈다. 바로 보이는 기사의 타이틀.
『[단독]‘괴물 신인’ 강우진 알고 보니 bw 엔터와 1년 계약···내년 초에 FA시장 나오나?』
기사를 확인한 꽁지머리 최성건의 두 눈이 디립다 확장됐다.
“이 이런 미친!!”
허나 이 시각 같은 기사에 눈알이 쏟아질 듯 커진 건 최성건 만이 아니라는 것.
“대 대표님!! 혹시 강우진 1년 계약이라는 기사 보셨습니까??!”
“뭐?? 1년 계약? 그게 뭔 개똥 같은 소리야?”
“기사가 떴습니다!! 근데 내용이 찌라시 같지는 않습니다!! 강우진 내년 초에 영입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말이 되나···기다려 봐!! 기사 확인하고 바로 전화할 테니까!!”
국내 수많은 엔터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경신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