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신 (9) >
강우진의 무덤덤한 인사에 최성건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가.
“어어 임마. 내가 잘 부탁···엉?”
멈칫했다.
“자 잠깐만.”
그리곤 시니컬한 얼굴인 우진과 눈을 맞췄다.
“우진아. 방금 뭐라고.”
“내년 칸도 잘 부탁드린다 말씀드렸습니다.”
“···칸이 내년 9월에 열리잖아.”
“예.”
“네 계약은 내년 3월까지고.”
“그렇죠.”
“그렇다는 건- 너 나랑 계속 가겠다는.”
워낙 뜬금없이 들이닥친 탓에 평소 여유와 능글맞음이 넘치는 최성건도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뭐랄까 좋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느낌? 그러거나 말거나 강우진은 평온했다.
“싫으십니까?”
“무무무슨!! 싫다니! 아니 근데 깜빡이 없이 너무 갑자기- 네가 직접 말해줄 준 예상 못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그렇겠지. 그래도···와 기분이 영 촉촉해지는데.”
“그렇습니까?”
되묻는 우진은 사실 생각보다 긴 고민을 거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놀라시는 거지? 대충 예상하고 계시던 거 아니었남?’
1년 계약임을 잊고 있었으니 오죽할까. 세상이나 많은 엔터들은 난리였지만 정작 강우진은 유난 떨지 않았다.
그렇기에 던져진 간단한 결론이었으며 진심이었다.
하지만 강우진이 편히 던진 돌멩이가 큰 파도를 일으켰다. 누구에게?
‘역시 이놈은 심장에 좋진 않아 묘한 곳에서 사람을 홀려.’
최성건에게.
그는 우진의 무던한 한 마디에 무한한 감격을 느꼈다. 울컥했다. 연예계서 구를 대로 구른 그로서도 처음 경험해본 상황이었고 우진은 이래저래 확실히 별종을 넘어선다는 생각이 최성건에게 번졌다.
“하하 그래. 츤데레. 넌 딱 그거야.”
애써 감격을 참은 최성건이 강우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가까이에 있는 간이의자를 당겼고 서 있는 강우진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보였다.
“나야 뭐 넙죽 받아야 할 상황이긴 한데- 대형이고 소형이고 엔터들한테 연락 많이 왔지?”
“예. 최소 열 곳 넘게.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급하게 정해도 되는 거냐? 아직 내년 초까진 시간이 있잖아.”
꽁지머리 최성건을 보던 우진이 컨셉질을 짙게 만든다. 목소리를 더 깐 것.
“시간은 있지만 거기에 할애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바쁘기도 하고요.”
이 역시 진심. 지금이 휴식기면 경험 삼아 못 만나볼 건 없다만 눈뜨고 감을 때까지 주구장창 스케줄인데 귀찮은 일은 사양이었다.
거기다 굳이? 싶기도 했고.
뭣보다.
‘지금 소속사만 한 곳이 없기도 해.’
최성건과 지금껏 쌓아온 관계가 너무 깊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 남짓. 그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최성건은 숱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강우진을 보필했다. 한 엔터의 대표가 말이다. 물론 진하게 쌓인 착각도 무시할 수 없고 우진의 컨셉질 역시 bw 엔터는 익숙하다. 홍혜연님도 있고.
이만하면 특이한 강우진에게 최상의 소속사가 아닌가?
그러니 우진에게 최성건이 원픽이었다. 허나 그렇다 해도 현실적인 부분을 흐지부지 넘길 생각은 없다.
‘조건을 대충대충 하는 건 대표님이 더 불편할 거고.’
계약서라는 건 결국 비즈니스고 서로 확고함이 더해졌을 때 관계는 두터워진다. 이는 최성건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우진아.”
강우진보다 먼저 최성건이 현실의 물꼬를 텄다.
“우리 1년 계약했을 때 bw 엔터가 어떤 맛인지 먼저 확인해보라 했었지?”
“예.”
“괜찮았냐?”
“좋았습니다.”
“하하 고맙다. 그래도 연장 계약서에 관해서 내가 생각했던 핵심 내용은 들어봐야지.”
“말씀하세요 아- 근데 이제 1년 계약은 안 해도 됩니다. 번거롭네요.”
최성건이 돌연 진중한 얼굴로 변했다.
“알아 그래서 연장계약은 3년으로 잡았다. 기본 기간이라 보면 돼. 비율은 9:1에서 7:3. 이것도 보통의 비율. 물론 9:1 때 진행한 작품이나 광고 등은 모두 전 계약으로 유지된다. 끝으로 계약금 부분.”
최근에 홍혜연 급 탑여배우의 이적료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20억. 계약금만 20억으로 언론이 난리였었다. 그 20억이란 금액은 그녀의 경력부터 모든 것이 상정된 몸값. 반대로 강우진의 초기 계약금은 사천.
곧 최성건이 강우진에게 제안했다.
“난 네가 지금 살고있는 집을 주려고 한다.”
“···”
단단한 표정에 별 변화가 없는 우진이었으나 속으로는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예에에엑??!’
현재 강우진이 살고있는 삼성역 근방의 고급 오피스텔은.
‘지 집을 준다고요?? 미친!! 진짜로??!’
매매가가 10억이었으니까.
뒤로.
시간이 흐른다. 강우진은 그저 정해진 연기와 스케줄을 소화하기 바빴지만 외부의 설레발은 끝없이 파생됐다.
『수많은 엔터들에 러브콜 조짐 내년 강우진은 어디에 둥지를 틀까?』
더불어 강우진의 이슈가 추가된 김에 그와 관련된 것들도 재차 조명된다. 아니 원래도 지속된 어그로가 끌리곤 있었지만 더 시끄러워진 것.
예를 들면 ‘남사친’.
『[드라마픽]‘남사친’ 벌써 약 한달 째 넷플렉스 상위권 유지 중 단막의 반란』
런칭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남사친’은 현재 넷플렉스 코리아에서 2위를 지키는 중이었다.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콘텐츠]
1. 불량 엄마
2. 남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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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를 내어줬지만 그마저도 최근의 일이었다. 단막인 ‘남사친’은 1위를 거의 3주간 지켰었다. 그것만으로도 기록 경신이었고 강우진의 인지도와 연기 스펙트럼에 퍽 많은 힘을 실어줬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인기가 팍 죽은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2위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특이한 것은 일본 쪽이었다.
[오늘 일본의 TOP10 콘텐츠]
1. 남사친
넷플렉스 재팬에서 ‘남사친’은 여전히 1위인 점이 그랬다. 분명 ‘남사친’은 한국에서의 인기도 높았으나 결과를 까고 보니 일본에서 더 큰 폭발력을 자랑했다. 덕분에 일본 언론에선 이 같은 현상을 여러 각도로 조명하거나 분석했다.
『「남사친」의 흥행으로 보는 일본의 한류열풍 일본은 긴장해야 한다』
뭐가 됐든 ‘남사친’은 일본에 불어닥치는 한류 에 부스터를 달아준 격이었고 ‘남사친’의 OST는 여전히 음원차트를 점령 중이었다.
[1(-)]이거괜찮아?/강우진·화린(‘남사친’OST Part. 3)
[2(↑1)] 금단 연애!/고주아(‘걸그룹 연습생은 금단 연애 중’ OST Part 1 Prod. 한아리)
[3(new!)]Spicy boy/주비드
[4(↓1)]남자사람친구/강우진(‘남사친’OST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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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일본의 오리콘 차트에도 등장할 정도.
이로써 ‘남사친’은 단막으로서 유일무이한 전설을 남겼다 봐도 무방했고 그 중심에는 당연하겠지만 강우진이 우뚝 서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 무엇보다 황소 같은 질주인 것은 역시나 ‘마약상’이었다.
『[K무비] ‘마약상’ 500만 돌파 식지 않는 흥행 열기···부동의 1위』
개봉한 지는 약 3주. 그러나 ‘청불’ 마약상의 기세는 여전히 매서웠다. 당연히 개봉 초기와 비교하면 힘이 조금 빠진 건 사실이나 국내 영화관 곳곳에선 매진이 보일 정도였다.
관객수 300만 이후부턴 알아서 굴러가는 형태였다. 영화계 언론이 대중들이 공짜로 입소문을 퍼트렸고.
『500만 관객돌파 ‘마약상 박스오피스 1위 행진 계속』
『[스타톡]500만 공약으로 걸그룹 댄스 추는 진재준/ 사진』
‘마약상’의 유례없는 흥행 가도는 공중파의 뉴스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벌써 3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독식한 ‘마약상’은 결국.
『‘청불’ 영화 역사상 기록 경신하나? 주말에 ‘마약상’보러 몰리는 인파들』
‘청불’ 영화들이 넘어서지 못한 수치를 달성했다.
[일별 국내 박스오피스]
1. 마약상/ 개봉일: 10월 28일/ 관객수: 360111/ 스크린수: 1002 / 누적관객수: 601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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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관객수를 넘겨버렸다. 이는 침체된 영화계에도 희소식이면서도 청불 영화의 희망을 보여준 것과 같았다. 매주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은 넘쳤으나 ‘마약상’의 독주를 막진 못했다. 영화 자체의 재미와 배우들의 연기가 딸렸으니까.
『<마약상> 600만 관객돌파 역대 청불 최단 기간 경신!』
특히 대중들 또는 인플루언서 사이로 유행처럼 번지는 흥행의 입소문 덕분이 컸다. 추가로 영화를 지탱하는 두각을 보인 캐릭터가 장작을 계속 추가했다.
강우진의 ‘이상만’이었다.
『[무비톡]강우진 효과? 600만 넘어 700만 노리는 ‘마약상’』
『[심층분석]질주 마약상의 독보적 캐릭터 관객뜰이 ‘이상만’에게 반했다』
연예계든 스포츠든 어느 영역이든 눈길을 사로 잡는 스타는 필요하고 ‘마약상’에선 누가 뭐래도 이상만이 그 역할을 해낸 셈.
『‘마약상’ 700만 관객수 달성하면 ‘청불’ 영화론 최고 관객수 등극』
허나 이미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성적이지만 아직도 ‘마약상’의 명확한 최종 스쿼어가 예측되지 않았다.
『‘마약상’ 600만 돌파로 누적 매출액 450억 넘겼다 700만 달성시는?』
여전히 ‘마약상’은 부동의 박스오피스 1위이며 기세는 누그러지지 않았으니까.
『설마설마했던 ‘마약상’ 700만 관객 돌파 직전』
얼추 일주일. 아마 다음 주 정도면 마약상의 최종 스코어가 윤곽을 보이겠지.
이쯤 영화계에 ‘마약상’이 판을 치고 있다면 연예계 전반적으론 새로운 소식이 던져지고 있었다.
『‘마약상’의 주역 강우진 16일 ‘낯기생’ 대본리딩 위해 일본 출발』
『[스타이슈]‘남사친’ 뒤로 또 한번 일본 가는 강우진 이번엔 혼자 방문』
『일본 거장의 영화 ‘낯기생’에서 홀로 한국 배우 강우진 일본가서도 연기력 뽐낼 예정』
쿄타로 감독의 ‘낯기생’ 관련이었다. 물론 국내만이 아닌 일본 쪽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강우진 말 많던「낯기생」대본리딩 위해 일본 다시 온다』
강우진의 재방문이 일본 전역에 퍼졌다.
16일 아침 일본 도쿄.
도쿄에 있는 최고급 호텔인 ‘카시히 도쿄 호텔’.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카시히 도쿄 호텔’은 일본의 대기업 중 하나인 카시히 그룹의 소유. 그런 호텔 주변이 매우 부산스러웠다. 원래도 워낙 유명한 호텔이라 평소에도 손님이 많지만.
“뭐야 무슨 기자들이 저렇게 많아요?”
“그러게요. 호텔에서 무슨 행사 하나 봐.”
“정신없네.”
오늘따라 왜인지 기자들이 많이 깔렸다. 호텔의 바로 앞부터 근방에 있는 거리에도 많이 보인다. 이유야 간단했다.
오늘 이 ‘카시히 도쿄 호텔’에서 그간 일본을 뒤흔들었던 영화 ‘낯기생’의 대본리딩이 있을 예정이니까. 하지만 대본리딩이 있다고 해도 깔린 수십 기자들의 양이 좀 과하다.
‘낯기생’의 대본리딩엔 많은 이슈가 포함됐으니까.
많은 일본 탑 배우들이 참여한 ‘낯기생’ 자체도 그랬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거물 쿄타로 감독 세계적 소설 작가 타키카와 아카리 아직도 확실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카시히 그룹과 히데키 회장.
그리고.
『오늘 입국할 예정인 ‘남사친’ 「강우진」 낯기생의 배우 중 홀로 한국 배우』
기상천외하게 인지도가 수직상승한 한국의 배우 강우진까지. 연예면과 사회면 모두의 이슈가 합쳐진 대본리딩이었기에 기자들이 몰린 것. 호텔 주변을 점령한 기자들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긴 충분한 수였고 심지어 호텔의 로비에도 기자들은 퍽 많았다.
다만 이 기자들은 외부 기자들과는 좀 달랐다.
이들은 ‘낯기생’ 대본리딩에 정식으로 초대된 기자들. 그렇기에 치열한 외부 기자들과는 달리 여유도 있었고.
“들었습니까? 오늘 리딩에 원작자인 타키카와 아카리 작가도 참석한다는 거.”
“워낙에 시끄럽던 작품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중 하나니 당연하겠죠. 간단히 인터뷰는 해줬으면 좋겠네요.”
“흠흠 근데 ‘낯기생’ 대본리딩을 이 ‘카시히 도쿄 호텔’에서 한다는 건-”
“역시 뒷배가 카시히 그룹인 게 확실하다는 거겠죠.”
홀의 입장을 기다리며 간단한 담소를 나누기 바빴다.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까지 나와 주면 좋겠습니다만.”
“글쎄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이 굳이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 것 같네요.”
“어쨌든 기자들 몰려서 정신없구만. 마치 연말 시상식 같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강우진은 언제 오는 거지?”
“배우 중 유일하게 한국 배우 아닙니까 아마 지금쯤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지 싶은데.”
천천히 고개 끄덕이던 기자가 픽 웃었다.
“거기도 기자들 꽤나 몰렸겠습니다.”
한편 하네다 공항의 출국장.
출국장은 그 어느 때보다 인산인해였다. 그중 짐벌에 핸드폰을 끼운 딱 봐도 BJ이구나 싶은 여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당연했다. 행색도 그랬지만 머리 색이 초록색에 가까웠으니까.
“우와!! 기자들 봐!”
그런 그녀가 몸을 빙 돌려 출국장 상태를 핸드폰에 보인다. 펜스 줄 앞에 최소 백여 명은 돼 보이는 기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재밌는 건.
“아!! 좀 비켜주세요!!”
“꺅! 방금 누가 발 밟았어!”
“밀지 마세요!!”
기자들의 바로 뒤쪽 까치발이거나 핸드폰을 머리 위로 쭉 올린 구경꾼들이 몇 배는 많다는 것. 초록 머리 BJ와 비슷한 느낌의 인원도 수십. 곧 BJ가 눈을 크게 뜨며 감탄사를 뱉었다.
“이거 봐 이거. 전부 강우진 팬이야! 저기 현수막도 가지고 왔어!”
바로 그때.
“아!!”
여자 BJ가 재빨리 출국장을 핸드폰에 보이며 외쳤다.
“강우진! 강우진 나왔다!!”< 경신 (9)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