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2) >
진심으로 강우진은 앞에 선 일본 할아버지가 누군지 몰랐다. 뭔가 포스가 줄줄 흐르는 느낌이긴 한데 애매했다.
‘스읍-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여튼 몰라.’
분위기 자체는 안가복 감독과 흡사한데 내뿜는 냄새는 이쪽 할아버지가 더 거칠다. 우진은 대충 결론을 내렸다.
‘제작진 쪽 사람인가? 촬영 감독 같은? 그래서 날 기다렸다고 한 거?’
명백한 오류였으나 강우진의 모습이 영 이상한 건 아니었다. 히데키 회장은 일본에서나 유명하지 강우진에겐 생소하기 짝이 없으니까.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만 알 뿐 일반인은 히데키 회장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허나 강우진은 분명 히데키 회장을 본 적이 있다.
본인은 기억 안 나는 듯하지만 우진은 과거 기사에서 히데키 회장의 사진을 봤었다.
‘낯기생’이 위기에 빠졌다가 기사회생했던 때였다. 한창 ‘낯기생’이 일본이나 한국이나 화제였을 무렵 강우진도 스치듯 히데키 회장의 얼굴을 봤다. 다만 매우 가볍게 본 터라 뇌리에 깊숙이 박히진 않았다.
반면 우진의 뒤쪽에 선 최성건은 눈이 확장된 상태였다. 히데키 회장을 정확히 알아봤으니까.
‘미 미친.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 이 양반이 진짜 왔잖아??’
최성건은 강우진의 메인 매니저임과 동시에 사업가였으니까. 카시히 그룹이 ‘낯기생’과 엮이기 전부터 그는 히데키 회장을 알고 있었다. 물론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긴 했다.
‘이 호텔에서 대본리딩을 한다고 해서 설마설마했는데- 히데키 회장이 정말 나타날 줄은.’
여기서 최성건은 약간의 확신이 섰다. ‘낯기생’을 살려준 건 카시히 그룹이 맞을지도. 메인 투자자말이다. 아직 카시히 그룹이 정식적인 입장을 밝힌 건 아니다만 히데키 회장과 ‘낯기생’은 뭔가 연관이 있다. 그게 쿄타로 감독이든 아카리 작가든.
‘애초 카시히 그룹 소유의 호텔에서 대본리딩한다는 것부터가···근데 우진이를 기다렸다고? 뭣 때문에?’
곧.
-스윽.
히데키 회장을 촬영 감독쯤으로 인식한 강우진이 작게 고개를 숙였고 입에선 낮은 일본어가 뱉어졌다.
“죄송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공항에서 길이 막혀서. 처음 뵙겠습니다 강우진입니다.”
퍽 유창한 일본어에 주변 배우들이나 스탭들이 수군댔다.
“···생각보다 더 일본어를 잘하는데요?”
“그러게요. 한국인이라 말 안 하면 모르겠어.”
‘아메토크 show!’와 각종 영상에서도 보긴 했지만 직접 우진의 일본어를 보니 상상 이상의 실력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이 강우진은 약간 부담됐다. 죄다 자신과 앞의 할아버지를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출입 기자들은 사진을 찍기 바빴다. 나중에 기사론 강우진과 히데키 회장의 만남 정도로 던져지겠지.
그때.
“흠.”
턱을 쓸던 히데키 회장이 주름진 웃음을 보이며 강우진에게 말했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일본어가 유창한 느낌이군요 수어 하는 모습 잘 봤어요.”
수어? 아- ‘아메토크 show!’를 본 건가? 강우진이 적당히 반응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히데키 회장이 우진에게 한 걸음 다가서선 목소리를 낮췄다. 주변에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우리 손주가 강우진씨를 참 많이 좋아합니다. 꿈이 됐을 정도로.”
“···그렇습니까?”
“강우진씨가 내 손주의 인생을 바꿔 줬어요.”
급작스레 손주의 얘기를 꺼내는 히데키 회장. 그런 그가 우진에게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고마워요 진심으로. 그 아이는 내 전부거든.”
아니 갑자기? 강우진은 속으로 당황했다. 앞뒤 설명이 없으니 감조차 안 왔다. 다만 딱히 되묻진 않았다. 그냥 딥하게 들어갈 필요를 못 느꼈기에. 이때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새치머리를 긁던 쿄타로 감독이 은근슬쩍 끼었다.
“우진씨 이 분은 카시히 그룹의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님이십니다.”
원래 소개론 ‘낯기생’의 메인 투자자라 말해야 했지만 보는 눈이 많기에 쿄타로 감독은 말을 바꿔야 했다. 정식으로 밝히는 건 히데키 회장이 할 일이니까.
“여기 호텔을 대여해주셨습니다.”
카시히 그룹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우진의 뇌리에 뭔가가 번쩍였고 뒤쪽에 선 최성건이 바짝 붙어 속삭이기도 했다. 이때야 강우진은 앞에 선 할아버지가 일본의 재벌가 오너라는 걸 인지했다.
‘와- 씨 그래! 맞네! 기사에서 봤다!’
그래서 뭐? 할아버지의 존재를 명확히 알았지만 우진의 감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잖은가? 딱히 앞으로 계속 볼 것도 아니고 그냥 조금 신기한 게 다였다. 이쯤 쿄타로 감독이 우진에게 손짓했다.
“우진씨는 배우들과 인사부터 나눠요.”
“알겠습니다 그럼.”
히데키 회장이 강우진에게 여유롭게 말했다.
“오늘 연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무리 인사를 던진 우진이 몸을 돌렸을 때 최성건의 귓속말이 들렸고.
“나도 뒤쪽 자리로 빠진다.”
최성건이 우진과 멀어질 쯤 히데키 회장과 쿄타로 감독 아카리 작가는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플래시 세례가 번개처럼 터졌고 강우진은 홀의 전체를 눈에 담았다.
‘겁나 크네.’
수백 명은 가뿐히 수용할 정도의 크기. 그 중간에 놓인 ㅁ자 책상. 대본리딩이 진행될 ㅁ자 책상 위 이름표를 확인하던 우진은.
-[이요타 키요시 역/ 강우진님]
일본어로 적힌 자신의 이름을 확인했다. 상석의 바로 옆 첫 번째 자리. 그리고 그 주변으로 모인 배우들을 확인했다. 머리띠 한 남자 눈이 큰 여자 머리가 긴 여자 이목구비가 완벽한 남자 얼굴이 작은 여자 등등등. 최소 십 수명인 배우들이 모두 강우진을 보고 있었다.
낯설다. 하지만 불편하진 않았다.
곧 배우들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이는 강우진.
“안녕하세요 강우진입니다.”
자연스런 일본어에 일본 배우들 역시 예의 있게 강우진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마나 코사쿠입니다.”
“보고 싶었어요! 우라마츠 미후유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오기모토 야스타라고 합니다.”
“일본어를 굉장히 잘하시네요. ‘남사친’ 재밌게 봤어요 스나무라 키미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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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본 이름이 투척된다. 저들은 서로를 잘 아는 듯 보이지만 이 홀에서 강우진만 낯선 이였다. 한국 쪽 탑배우야 익숙하다만 여기 배우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강우진.
‘응 그냥 연기나 하자. 저걸 언제 외우고 있어.’
이어 주요 배우들과의 인사를 마친 우진이 뒤쪽의 조연급 배우들에게도 인사한 뒤.
-다락.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딱히 배우들과 대화를 잇진 않았다. 정신이 없어서였다. 컨셉질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이에 일본 탑배우들은 자리로 이동하면서도 작게작게 대화를 나눈다.
“많이 과묵한 편이네요 강우진씨.”
“아니면 아직 적응이 안 됐을지도 몰라요.”
“아아- 어색하긴 하죠 전부 일본 사람이니까.”
“긴장했네 저러다 대사라도 틀리면 어쩌려나.”
“아직 1년 차라 그랬나요? 신기하긴 한데 걱정이 되긴 하네요.”
“한량이나 ‘남사친’에서 보인 연기는 좋았어요.”
“하지만 일본어 연기는 처음일 테고 뭣보다 너무 많이 긴장했어요.”
자신을 우라마츠 미후유라 소개한 눈이 크고 대체로 텐션이 높은 여배우가 고개를 갸웃한다.
“에에- 긴장? 다들 그렇게 보여요? 난 아닌데. 긴장한 사람이 저렇게 멋진 목소리를 낼 리가 없잖아요.”
“하 미후유. 대본리딩에 와서 이상형을 찾고 있는 거야?”
“그게 아니라 강우진씨 말하는 톤에 떨림이 하나도 없다는 걸 말하는 거! 심지어 손도 안 떨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이때.
“여러분.”
히데키 회장과 얘기를 마친 쿄타로 감독이 홀에 모인 전체로 말했다.
“정리하고 10분 뒤 시작하겠습니다 화장실은 지금 다녀오세요.”
‘낯기생’의 대본리딩이 점화됐다.
잠시 뒤.
어느새 여기저기 포진됐던 백여 명 넘는 인원들은 제자리를 찾아 앉은 상태였다. 쿄타로 감독과 아카리 작가는 책상의 상석에 그 양옆으론 수십 배우들이 ㅁ자 책상을 감싼 스탭과 제작진들 관계자들 기자들까지.
참고로.
“···”
히데키 회장은 강우진의 얼굴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고 최성건은 우진의 뒤통수 쪽의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분위기는 엄숙하다.
그런 엄숙함을 깬 건.
-드륵.
“안녕하십니까 ‘낯기생’의 감독인 타노구치 쿄타로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일본의 거장 쿄타로 감독이었고 그가 왼쪽에 앉은 아카리 작가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어진 그녀의 소개.
“안녕하세요. 목숨을 걸고 썼던 ‘낯기생’을 인물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벅차올라요.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세계적 작가인 타키카와 아카리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쿄타로 감독이 자신의 오른쪽 앞의 배우에게 시선을 맞췄다. 강우진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요타 키요시를 맡은 강우진입니다.”
유창한 일본어지만 짧고 명료했다. 여기서 뒤쪽에 앉은 최성건은 감격했다.
‘크- 일본에서 난다긴다하는 배우들 제치고 우진이가 첫 번째 소개. 죽이는구만.’
쿄타로 감독이 우진을 얼마나 아끼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요타 키요시 역이 매우 중요한 배역이기도 했고.
어쨌든.
“마나 코사구입니다 ‘요시자와 모치오’를 맡았습니다. 잘 부타그립니다.”
“안녕하세요오- ‘호리노치 아미에’를 맡은 우라마츠 미후유입니다!!”
“스나무라 키미코예요 ‘이이야 사키’역을 맡았습니다.”
배우들의 소개와 박수가 쭉쭉 이어진다. ‘낯기생’은 들어간 투자금도 큰 만큼 출연하는 배우들이 많았다. 탑배우와 A급 배우의 비중도 크다. 배우 소개만 30분이 넘게 이어진다. 그 끝에.
-스으.
자리 중 제일 끝쪽 수줍게 일어난 단발의 여배우가 자신을 소개했다.
“아 안녕하세요. 나카죠 키미라고 합니다. ‘미사키 토카’역을 맡았어요 많이 배우고 가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피부가 하얗고 뭔가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배우. 얼추 신인인가 싶은 느낌. 실제로 나카죠 키미는 데뷔한 지 2년 차인 신인이 맞았다. 일본에선 꽤 인기 좋은 신인으로 이름을 날리는 중. 덕분에 키미는 어마무시한 오디션을 뚫고 ‘미사키 토카’역을 맡을 수 있었다.
‘미사키 토카’는 비중은 적되 ‘낯기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배역이었다.
강우진이 연기할 ‘이요타 키요시’의 방아쇠가 될 인물이니까. 토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에서 키요시는 복수의 명단을 작성한다. 그런 키미는 긴장감이 폭발하는 중이었다.
‘후- 인사는 잘 끝냈어.’
전부 대선배들에 감독과 작가 역시 전설적 인물. 심지어 주변에 관계자들도 백여 명. 심정으론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그때.
‘···어?’
시선을 올렸던 키미가 약간 놀랐다. 왜? 제일 앞자리의 강우진이 자신을 보고 있었으니까. 서로 눈이 마주쳤다. 키미의 연기 대부분은 저 강우진과 붙게 된다. 따라서 키미는 강우진이란 한국 배우에 관심이 컸다. ‘남사친’과 ‘한량’ 역시 모두 봤다.
결과적으론 대단했다. 키미는 그리 느꼈다.
심지어 저 한국 배우는 이제 1년 차. 하지만 벌어진 격차는 멀었다. 강우진은 쿄타로 감독의 바로 옆에 앉은 주연이었고 키미는 제일 끝에 앉은 조·단역. 아무도 큰 관심을 주지 않는 본인에게 왜 강우진은 눈길을 보내고 있는가.
‘뭐 뭐지? 인사라도 해야 되나?’
한창 배우 소개가 이어지던 중 키미는 강우진에게 어색하게 목례했다. 우진 역시 가볍게 받아준다. 그런데.
‘왜···시선이.’
자신을 보는 강우진의 눈빛이 텅텅 비어있음을 느끼는 키미. 뭐랄까 감정이 보이지 않는 무던한 시선이었다. 도무지 말로써 표현이 어려운 얼굴. 왜 저 한국의 배우는 날 저런 얼굴로 보는 거지.
무시? 아니면 측은?
그때였다.
-팔락.
“시작합니다.”
쿄타로 감독의 진중한 일본어가 리딩장에 퍼졌다. 이에 아카리 작가는 물론 배우들 전부가 시나리오를 펼쳤다. 지문과 진행은 당연히 쿄타로 감독이 맡았다.
“S#1. 교실 안 여러 학생들이 한 남학생을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바닥에 엎드린 남학생의 얼굴은 무뚝뚝하다.”
시나리오상 많은 학생이 ‘이요타 키요시’를 괴롭히는 씬이 처음엔 꽤 많다. 이 부분은 키요시의 서사를 쌓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리딩에선 효과음이나 단역들이 없으므로 쿄타로 감독이 적당히 지문으로 처리했다. 따라서 강우진의 초반 씬도 넘어간다.
사이사이 주요 배우들의 대사가 짧게 이어진다.
“어이- 키요시! 똑바로 서보라고 똑바로.”
대사와 함께 인물들의 이름 역시 지문으로 알려진다. 본격적으로 갈등이 시작되는 건 전학생 미사키 토카가 등장하고부터.
“S#18. 몰린 학생들을 헤친 미사키 토카가 모두에게 강렬히 외친다.”
자신의 차례가 온 것에 키미는 침을 꿀떡 삼킨 뒤 크게 외쳤다.
“그만해! 하지 마 너희들은 이런 게 재밌어?”
토카가 키요시에게 대사쳤다.
“괜찮아?”
이제 강우진의 차례. 키미가 고개를 돌려 제일 앞자리에 우진에게 시선을 맞췄다. 동시에.
“!!!”
느꼈다.
시선. 지금 우진이 지닌 눈빛이 아까 자신을 보던 것과 동일하다는 것을. 텅 비어버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동자. 그랬다 강우진은 키미를 무시한 게 아니었다.
‘···아까부터 키요시였어? 키요시로서 토카인 나를 봤던 거야.’
그는 아까부터 키요시였다. 생각해보니 강우진의 저 황폐한 눈빛은 키요시와 다른 바 없었다. 딱 시나리오 속의 ‘낯선 이’와 같았다. 아니 더욱이 생생했다. 키미는 순간 팔뚝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등골에 싸함 역시 그랬다.
‘그 근데 이렇게나 빨리? 아무도 모르게??’
언제? 대체 언제부터 그는 키요시였나?
정답은 간단했다.
“···”
지금 키미를 지긋이 바라보는 강우진은 배우들 소개가 이어지던 훨씬 전부터 키요시였다. 그에겐 이미 백여 명 스탭들이나 제작진은 지워진 상태였다. 히데키 회장이나 쿄타로 감독도 없다. 그저 지독한 괴롭힘이 질펀한 교실과 악인들이 가득찬 세상이었다.
그러나 괜찮다. 괴롭지도 않았다. 그저 우진은 여기에 존재할 뿐. 마음이 죽었다.
수십 배우들과 백여 명 인원들이 눈치챌 리 없었다. 분명 냄새는 키요시의 것이지만 키요시는 아무것도 없는 인물이니까. 도리어 주변이 알아차린다는 건 키요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강우진은 현재 각인된 키요시 자체였다.
동요 없는 눈빛과 생각 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강우진은 끝자리의 키미를 봤다. 공허한 눈동자 속 딱 하나만이 보였다.
궁금증.
“나는 괜찮아.”
저 여자가 왜 나를 감싸는 걸까.
이 순간이었다. 강우진. 아니 키요시의 첫 음성이 전체로 퍼졌을 때 쿄타로 감독부터.
‘아무것도 실리지 않았다 대사에 일말의 기분이 보이지 않아. 감정이 없는 것이 키요시의 감정. 저 세밀한 표현을 어찌 저리 쉽게 할 수 있지?’
눈 커진 아카리 작가는 물론.
‘···심장이 떨려. 키요시 키요시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일본 배우들이 강우진을 보며 동공을 확장시켰다. 키요시의 존재를 눈치챘으니까. 우진은 끝자리 키미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보고 있는지 알 수가없다.
키요시가 작게 고개를 꺾는다.
이상했다. 분명 눈코잎 그리고 호흡까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만 강우진에겐 기묘한 메마름이 전신에 흐르고 있었다. 이어 토카가 키요시에게 물었다.
“도시락 같이 먹을래?”
키요시가 간단히 답했다.
“너만 괜찮다면.”
“괜찮지 그럼! 옥상으로 가자.”
“알았어.”
말을 하면서도 강우진은 끝없이 토카를 바라봤다.
“아! 키요시 도시락 없어? 원래 빵만 먹어?”
“보통은.”
“내 도시락 먹어볼래?”
“그럴게.”
목적도 없고 애정도 없다. 하지만 키요시는 반응한다. 토카와 대화를 한다. 그녀를 똑바로 본다. 서서히 점차 우진을 보는 일본 배우들은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충격받는 이도 있었다.
강우진의 건너편에 앉은 머리띠로 긴 머리를 고정한 마나 코사쿠가 그랬다.
‘어떻게···’
통제나 절제의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 저 한국의 신인 배우는.
‘어째서 배우가 감정을 없앨 수가 있는 거지?’
의도적으로 감정을 삭제했다.< 낯선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