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5) >
현재 ‘거머리’에 확정된 배우는 두 명이었다. 1년 차 새내기 강우진과 30년 차 대배우 심한호. 턱 봐도 무게감에 큰 차이가 나는 두 배우. 보통으로 보자면 성사되기 어려운 그림. 다만 그렇기에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 배우의 간극에서 자극의 향이 극심해진다. 흥미가 돋는다.
고로 관심이 증폭된다.
그게 언론이든 여론이든 연예계 불특정 수많은 다수든. 이건 아마 이슈를 넘어 한국 연예계 역사상 유례없는 라인업이 될 것. 최소 대배우 심한호는 그리 생각했다.
‘···강우진 같은 배우는 자주 나오는 게 아니지.’
수십 년. 심한호가 활동한 길고 긴 세월. 하지만 지금껏 그는 강우진과 같은 배우를 보지 못했다. 연기를 직접 본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 1년 만에 이만한 에너지 파급력 그리고 영향력을 떨치는 경우는 본 적 없다.
심지어 국내를 넘어 일본까지.
반대로 심한호는 그야말로 차근차근 연기력과 필모를 묵묵히 쌓아 올린 타입. 그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만 얼추 5년이 걸렸다. 강우진과는 전혀 반대의 타입이라 봐도 무방. 그렇기에 심한호는 강우진에게 깊은 흥미가 있었다.
더불어 어느 정도 질투까지.
그런 강우진과 심한호가 ‘거머리’에서 맞닥뜨리게 된 것이며 그 라인업을 안가복 감독은 오늘인 ‘스타들의 밤’ 파티에서 발표할 거라 선언했다.
곧 심한호가 중후한 목소리를 냈다. 미약한 미소를 머금은 안가복 감독에게 물은 것.
“여기서 하시면 부산스러워질 겁니다.”
알만하다는 듯 고개 끄덕이던 안가복 감독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초고급 호텔 입구 주변 카메라를 든 기자들 수십이 보인다. 추가로 연회장엔 많은 배우와 감독 그리고 관계자들이 있겠지.
“그래- 유난들을 떨 거야.”
“시끄러운 걸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늙으면 한산한 게 좋아지는 법이야. 그런데 장작을 던질 거라면 불이 잘 붙는 게 좋잖아?”
“화력을 키우시려는 거라면.”
“장작은 불이 활활 타오를 때 던져야지 허허.”
잠시간 짧은 흰머리의 안가복 감독을 보던 심한호가 팔짱을 꼈다.
“조금 신나 보이십니다 선배님.”
“글쎄. 오래간만에 즐겁긴 해. 좋지 않나? 자네나 나나 우진군의 시절이 있었어. 하지만 그 아이만 한 발자취는 아니었지.”
“···”
“솔직히 늙은이의 오지랖이긴 해. 허나 궁금하단 말이지. 과연 그 아이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말이야.”
읊조리던 안가복 감독이 오른쪽에 앉은 심한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주름진 미소를 짙게 만들었다.
“자네 같은 뒷방 늙은이 정도야 가뿐히 제치지 않겠나.”
“역시 농담이 느셨습니다.”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야. 자넨 아직 강우진 그 아이의 연기를 직접 보지 못 했고. 그렇지?”
“···뭐 그래서 간만에 피가 끓는 기분이 들긴 합니다.”
“좋군 감독으로서는 아주 이로운 모습이야.”
어깨를 으쓱인 심한호가 주제를 바꾼다.
“그래서 파티 어느 부분에서 발표하실 겁니까?”
“음- 시작하고부터는 정신없을 테니···놀 거 다 논 다음에 뒤풀이쯤 하면 어떤가. 그쯤 눈에 띄는 기자 아무에게나 하면 되겠어.”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자네도 옆에 붙어 있어.”
다시금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안가복 감독이 잔잔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야 그림이 살지.”
한편 서울의 넷플렉스 코리아.
한창 점심시간이라 부산스러운 넷플렉스 코리아였다.
특이한 건.
“우진씨 진짜 대박!!”
“맞아요! 다시 보이더라고요.”
“전 아침에 영상보고 놀라서 커피도 엎었어요.”
“반전이 세긴 했지??”
“그 사건에 강우진씨가 있을 줄은-”
“근데 우진씨 생각보다 어어엄청 날쌔더라고요? 이미지만 보면 막 움직이는 거 귀찮아하는 타입인데.”
“호신술 같은 걸 배웠을까요??”
“보통 그런 걸 배웠어도 실전에서 그리 냉정하게 쓸 수가 있나?”
직원들의 대화 주제가 죄다 강우진이라는 것.
“전 아직 우진씨는 ‘한인호’로 보여서···완전 침 흘리면서 봤어요.”
“아영씨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멋있잖아요! 저 사실 ‘남사친’ 이후로 ‘강심장’도 가입했어요.”
“반했네 반했어. 근데 남자인 내가 봐도 그 영상은 인정. 근데 대체 우진씨는 그걸 어떻게 한 거지? 나라면 못 했을 거야.”
“누구라도 그럴걸요? 완전 현실판 히어로!”
“어쨌든 언론들 난리 났어요 지금. 고맙게도 다시금 ‘남사친’까지 언급되더라니까요??”
이미 ‘남사친’으로 강우진과 인연이 있는 그들이었고 몇 시간 전 출근하던 때에 어디서든 우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
총괄디렉터실의 통통한 김소향 역시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있었다. 이유가 뭐겠는가?
“또 봐도 안 믿기네.”
자리에 앉아 노트북에 출력되는 강우진의 블랙박스 영상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으니까.
약 5번이나 영상을 되감아 본 김소향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녀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남사친’ 때부터 봐왔지만 이런 전문가 수준의 무술을 할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으니까. 곧 그녀가 입에 붙은 손을 떼며 순수하게 느낀 점을 뱉었다.
“아니 우진씨는···우연치곤 너무 대단하지 않나? 마치 하늘이 점지해준 배우 같잖아??”
생각해보면 ‘남사친’때도 예상외의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었다. 화린의 난데없는 합류 강우진의 예상 밖의 보컬 실력 일본 진출 등등등.
그런데 그건 약과였나?
강우진은 무슨 랜덤박스 같았다. 최소 김소향은 그리 느꼈다.
“무술은···진짜 생각도 못 했다. 무슨 양파 같네. 까도까도 뭐가 계속 나와.”
이때.
-똑똑.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울린 뒤 문이 열렸다. 팀장급 여자 직원이 들어온다. 그녀의 허리엔 태블릿이 끼워져 있었고 다가오는 팀장급 직원에게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어어 강우진씨 영상? 나도 진작에 봤어요.”
이어 여자 직원이 태블릿을 내밀며 답했다.
“네. 저도 봤어요 근데 이건 다른 건. 아- 우진씨와 관련이 있긴 한데.”
“응? 뭔데?”
“일본 쪽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요청이 왔어요. ‘남사친’을 리메이크 하고 싶다고.”
“···어? 정말? 무슨?”
다급히 태블릿을 확인하던 김소향이 메일을 읽으면서도 작게 읊조렸다.
“이 제작사···일본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곳이잖아?”
이 시각.
정오가 됐을 무렵. 국내 수많은 대중들은 폭발적으로 포털사이트에 ‘강우진’을 검색해대는 중이었다. 사실 십 수 시간 전 새벽부터 난리였지만 출근 시간을 넘어 점심시간이 되자 그 수가 어마무시하게 폭증했다.
물론 오늘 아침 뉴스를 탄 것도 큰 힘을 보탰다.
현재 지하철이나 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거의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대부분의 화면엔 강우진 관련이 많이 비추고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빌드업이 완벽했으니까.
가뜩이나 문제로 대두되는 사생편 또는 스토커 문제. 그 피해자가 무려 화린. 이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그 뒤로 스토커 괴한의 인터뷰가 추가되며 국민의 공분을 샀었다. 사람들은 마치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했고 격분했겠지.
이 타이밍에 뿌려진 반전. 바로 강우진.
우진이 시원하게 괴한을 제압하는 부분은 대중들에겐 끝없는 사이다를 먹인 것과 같았고 생각도 못 했던 인물이 튀어나와 관심이 폭발하는 건 덤이었다. 뭣보다 현재 강우진이 가지는 영향력이 너무도 강력한 상태였다.
따라서.
『[속보]‘송곳 괴한’에게 습격당한 ‘화린’을 구한 건 ‘강우진’이었다』
화산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이슈픽]한 유명 커뮤니티에 업로드된 ‘강우진 블랙박스 영상’ 내용 보니···』
『“가드가 아니었어?!” 화린을 보호하며 구해낸 건 괴물 신인 ‘강우진’』
『한 시민이 올린 블랙박스 영상에 선명히 찍힌 ‘영웅’ 강우진의 모습들/ 영상』
언론이 이 건의 냄새를 맡고 기사를 쏘기 시작한 건 새벽. 따라서 터진 용암은 진작에 연예계를 뒤덮은 상태였다.
『[스타톡]‘강우진’이 스토커 괴한 제압하는 영상에 누리꾼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현실판 ‘남사친’ 강우진 진짜로 화린을 구해냈다···블랙박스 영상 삽시간에 번지는 중』
화린 사건이 터졌을 때보다 화력이 몇 배는 급증했다. 강우진의 등장으로 판이 180도 뒤집혔으니까. 초마다 기사가 갱신된다. 새로고침을 누르면 새로운 기사가 후두둑 쏟아진다. 어느 포털사이트를 들어가도 강우진의 이름이 메인에 걸렸을 정도.
『올해 연예계를 뒤집은 강우진 이번에는 영움담으로 팬들에게 매력 어필?』
『[연예계]강우진 ‘우리네 식탁’으로 미국 넘어갔지만 빈자리 느껴지지 않을 정도···화린은 왜 사실을 밝히지 않았나?』
『미담을 넘어 영웅담을 만들어 냈지만 모든 것을 숨긴 강우진···대체 왜?』
기자들은 오해와 오류가 섞인 추측도 쉴새 없이 양산해냈다.
『국내 발칵 뒤집은 ‘강우진 블랙박스 영상’ 한 커뮤니티에선 ‘합성’ 또는 조작설까지』
『[이슈체크]‘남사친’부터 ‘우리네 식탁’까지 이번에 화린을 구한 ‘강우진’···더욱 진해지는 둘의 연인 냄새』
물론 기자들보다 몇 배 더 흥분한 건 여론이었다.
“너네 커뮤에 뜬 거 봤어?? 화린 구해준 게 강우진이라고 함.”
어디든 강우진의 이름이 분출되고 있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나.
“헐? 진심?”
“아! 야! 나도 영상 봤음! 개지려!”
“뭐야! 나도 볼래! 어디서 봐? 너튭?”
“노노 잠만.”
“와- 근데 강우진 미친 쩔더라! 처음엔 진짜 걍 합성인 줄!”
“대박!! 이거 뭐야?? 진까 강우진 맞아??! 대존멋!”
“이정도면 강우진 국정원 출신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점심을 위해 식당에 모인 회사원들.
“제 말이 맞죠? 화린 구한 거 강우진 맞다고 했잖아요 김대리님.”
“허- 이거 화린 사건 당시 블박 진짜 맞나??”
“아! 맞다니까요?? 오늘 아침에 뉴스도 떴어요!”
“···강우진 멋있네. 아니 근데 얘는 원래 뭐 운동 같은 걸 배웠었나? 몸놀림이 무슨 이소룡급인데.”
“영상 나온 거 보면 뭐든 유단자인 거 같죠??”
“어어 아니면 군대서 배웠다거나. 아! 강우진 얘 특수부대 나왔네!”
“엥? 그게 뭐예요??”
사이사이 멋대로 뱉어지는 추측 또는 착각이 범람했다. 대중들의 흥분이 과열차게 달아오른다. 이쯤 현 상황을 끌어낸 시초의 영상 쪽은 기록적인 수치를 내고 있었다.
-초초초초대박))<화린 송곳 습격 사건> 이거 내 차 블박이 바로 앞에서 찍었음(어그로 아님).avi
대형 커뮤니티에 올라온 그 영상의 조회수는 10만 뷰를 찍었고 달린 댓글들은 수천을 넘기고 있었다.
-아닠ㅋㅋㅋㅋㅋ왘ㅋㅋㅋㅋㅋ강우진 얘는 대체 못하는 게 뭐임???
-박대리 폼 미쳤다
-???:송곳 좀 더 긴 걸 가져와 그 ㅈ만한 거론 덜 꼴리거든
-왜들 염병떠냐?? 딱봐도 합성인구만ㅋㅋㅋ
-↑이 새끼는 왜 어딜가도 ㅂㅅ같은 댓글만 달고다님??
-이상만:팬의 눈깔이 아니야 니 사생팬이지?
-개씹사이닼ㅋㅋㅋㅋ아오 내 손이 다 시원하다!!! 강우진 존멋!!!
-화린 진심으로 반했을 듯ㅋㅋㅋ이미 사귀고 있다 한표
-아니….왜 나는 오늘 이 영상만 되풀이하면서 보는거지….내가 조회수 한 1000은 늘려준 듯……
-근데 강우진ㅋㅋㅋㅋㅋㅋㅋㅈㄴ침착하네진짴ㅋㅋㅋㅋㅋ축구했어도 씹발랐을 듯……
-또 강우진이냨ㅋㅋㅋㅋ지겹다 지겨워
-얘랑 군대 동기 없냐??? 몸놀림이 진심으로 전문간데? 무술 제대로 배운티가 남
-연기잘해…노래 잘해…피지컬도 보통 이상이고…다가졌다 진심….이러니까 강우진한테 빠지는 거
-지나가던 무술 계통 사람입니다 영상 속 강우진씨가 보여준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팬티 젖고 갑니다
-오빠!! 나도 구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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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
-[영상]조금만 삐끗했어도 대형사고 화린 구한 강우진!!|빅뉴으스
-!레전드!강우진이 화린 구하는 영상ㄷㄷㄷㄷㄷ|정직한 레카TV
너튜브 포함 각종 영상플랫폼에도 블랙박스 영상이 온 천지에 퍼진 상태. 상황이 이쯤 되면 강우진의 지인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이미 우진의 불알친구들 단톡방은 요동치고 있었다.
-경성: 야!! 강우진!! 응답해라!!!!!
-형구: 시바 니도 봤냐??? 지금 우리 회사 강우진 얘기로 난리남
-형구: 근데 이 새끼 원래 운동을 좀 했었? 내 기억엔 뭣도 없었는데
-경성: 농구는 좀 했잖엌ㅋㅋㅋㅋ
-형구: 그럼 시바 슛이나 쏠 것이지 왜 무협을 찍냐고
-대영: 강우진 지금 미국임
-형구: 야 미친! 넌 안감?? 강우진 무협 찍을 때 같이 없었냐?
-대영: 난 미국 안 감 지금 회사임 나도 블박 영상보고 놀라서 토할뻔
-경성: 강우진 군대 어디 나왔지? 해병대? 특수부대?
-대영: 내가 알기론 일반 보병
-형구: 근데 왜 존나 잘하냐곸ㅋㅋㅋㅋ아 강우진 이새낀 또 잠수네
-경성: 그런 거 아님?? 혼자 무술 연마한 거? 왜 그런 영화도 있잖아 올드한보이
-대영: 미친놈이냐? 강우진이 군만두 처먹으면서 무술을 왜 연마해
여기까지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뒤로 고작 13시간 정도의 일이었고.
『[기획]‘연기 괴물’에 ‘이슈 괴물’ 강우진 그의 이슈가 끊이지 않은 이유···아직 터질 게 남았을지도』
시작일뿐이었다.< 미국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