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2) >
18일 오전 서울의 DM 프로덕션.
시간은 아침 9시 30분. 최나나 작가의 신작 드라마 ‘이로운 악’을 제작하는 DM 프로덕션. 신생 제작사답게 사무실의 모든 팀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인다. 그런 그들을 지나 눈에 띄는 중형 회의실 안 인물들도 미팅이 한창이었다.
아니 미팅이라기보단 목숨을 건 듯이 매우 분위기가 무겁다.
ㄷ자형 책상에 둘러앉은 대략 5명 정도. 그중에서 상석에 앉은 것은 그새 살이 빠진 건지 홀쭉해진 턱수염 송만우 PD였다. ‘이로운 악’ 제작 준비로 자주 밤을 새운 것.
“음-”
그는 이마를 감싼 채 투명파일을 내려보고 있었고 송만우 PD의 양옆에 자리한 인원들은 제작실장이나 캐디 외의 키스탭들. 이들의 뒤쪽 화이트 보드 판엔 수많은 배우들의 이름이 붙었다.
‘OK’ 그룹에 유일하게 적힌 강우진의 이름.
그때였다.
“PD님 육천으로 일단 밀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마찬가지로 투명파일을 내려보던 캐디가 물꼬를 텄다. 잘 보니 이들이 보는 투명파일엔 강우진의 몸값에 관한 자료들이 정리돼 있었다. 뭐 당연한 흐름이었다. ‘이로운 악’의 메인 남주로 OK를 받았으니 이젠 현실적인 부분까지 협상하여 도장을 찍어야 했다.
드라마 제작이라는 건 언제나 산 넘어 산.
곧 천천히 고개를 젓던 송만우 PD가 진중하게 답했다.
“이 상황에서 ‘일단’이라는 의견은 내지 마. 아직 우진씨가 한다고 한 말뿐이라고. 외줄 타기인 건 여전해.”
“···죄송합니다.”
“드라마 제작 원데이 투데이도 아니고 배우들 한다고 했다가 뒤집혀 진 게 한두 번인가?”
여기서 오른쪽에 앉은 제작 실장이 끼었다.
“그래도 우진씨는 PD님하고 한량도 같이했잖습니까? 어떻게 보면 지금의 강우진을 있게 한 작품이기도 하고. 설마 그런 인연도 있는데 휙 뒤집진 않지 싶은데.”
“물론 우진씨가 뭐 가볍게 말을 바꾸는 타입은 아니야. 워낙에 평소에도 시니컬한 편이고. 다만 내가 말하는 건 그런 인연에 기대어서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거지.”
“아.”
“더군다나 우진씨는 현실적인 부분에선 칼 같은 사람이야 자신의 가치도 매우 잘 알고 있고. 아마 지금도 어느 정도 몸값 기준은 세워뒀을걸?”
순간 턱수염 송만우 PD에게 과거가 떠올랐다.
‘그때 아무것도 없던 쌩신인때도 자기 가치를 스스럼없이 올렸었지.’
‘프로파일러 한량’ 관련 강우진의 출연 확정 도장을 찍을 때였다.
“그러니까 일단이나 뭐 얼추 같이 대충해선 안 된단 소리야. 거기다 새로 시작하는 우리 DM 프로덕션 체면도 있어. 이제 시작하는 작품인데 자본금이 빵빵하다는 이미지 체급을 올려두는 것도 필요해.”
읊조리던 송만우 PD가 들고 있던 투명파일을 툭툭 친다.
“이런 거 말고 제작사의 관점이 아닌 솔직한 자네들 생각을 말해 봐.”
대답은 제작실장이 빨랐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진씨의 몸값은 이번 미국 가기 전까지는 최대 회당 육천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한 열흘 만에 많이···올랐다고 판단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안가복 감독님 작품에 주연으로 합류한 건. 그리고 예정된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 분위기가 짙다는 것도.”
“추가로 화린씨를 구한 이슈도 있겠지. 우진씨가 가진 ‘무술’ 실력도 우리 작품엔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고.”
“예. 거기에 ‘우리네 식탁’으로 화제 된 부분이나 마일리 카라 이슈 외의 자잘한 것들을 전부 상정하면···모르겠습니다. 당장 봐선 회당 칠천은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요?”
회당 칠천. 단 열흘 만에 우진의 몸값이 훅 올랐다. 허나 이것은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 강우진이 그만한 결과를 낸 건 확실했으니까.
이쯤 턱수염을 쓸던 송만우 PD가 이유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흠 추가로 ‘이로운 악’을 멱살 잡고 끌고 갈 남주로서의 고생 값도 플러스해줘야 해. 그 우진씨라면 모두 계산에 넣었을 거고.”
뭐가 됐든 맥시멈 칠천 이상. 순간 송만우 PD가 헛웃음을 뱉었다.
‘한량 때 회당 350으로 쇼부본 게 어제 같은데 어느새 육·칠천을 거론하고 있다니- 연출밥 수십 년에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군.’
그렇게 잠시간 생각에 빠졌던 송만우 PD가 정리를 마쳤는지 키스탭들에게 읊조렸다.
“오케이 맥시멈 7500. 이거로 어떻게든 붙여보자고.”
약 1시간 뒤. 신사역 근방 대형 녹음 스튜디오.
일반적인 녹음실보다는 뭔가 느낌이 다른 녹음 스튜디오였다. 일단 크기가 상당했다. 많은 마이크와 최소 10명은 거뜬히 들어갈 정도의 부스 녹음을 컨트롤하는 기기 역시 상당히 컸다. 녹음을 지켜볼 대기 소파와 의자들 역시 많다.
일반적인 녹음실보다 3배는 크지 않을까?
그뿐이 아니었다.
벽면에 붙은 각종 악기나 앨범 등이 녹음실의 인테리어를 고급지게 만든다. 그런 녹음 스튜디오 곳곳에 십수 명 인원들이 바삐 움직인다. 익숙한 얼굴의 PD가 진두지휘 중.
“여기 작업기기 쪽보다는 보컬 녹음할 부스 안에 카메라를 많이 설치해요!”
“알겠습니다! 천장에도 올릴까요?”
“어어 천장에도. 정면 측면 후방 위쪽 마이크 바로 앞에. 전부.”
“확인했습니다!”
“PD님! 의자는 얼마나 세팅할까요??!”
“아- 흠 일단 우리쪽 인원만 최소 10명은 넘고 그쪽이 얼마나 올지를 모르겠네···혹시 모르니까 20개 정도 깔아요! 소파까지 합치면 얼추 되겠지.”
“넵!”
PD 포함 이들은 전부 ‘강우진 부캐’ 채널의 팀이었다. 워낙 채널이 커지다 보니 직원들도 부쩍 늘었다. 최근 사무실도 더 넓은 곳으로 옮길 정도.
참고로 ‘강우진 부캐’ 채널은.
[채널명: 강우진 부캐]
[구독자 833만 명]
[동영상 33개]
최근 800만 구독자를 넘겼다. 미국 일정 때문에 영상 업로드는 살짝 더뎠지만 그사이 터진 이슈들 덕에 꾸준히 구독자가 착착 쌓이고 있었다.
물론 앞으로가 더욱더 기대되는 ‘강우진 부캐’ 채널이었다.
왜?
약 1시간 뒤 이 녹음실에서 ‘강우진 부캐’ 채널은 마일리 카라와 촬영을 시작하니까. 한국의 많은 너튜브 채널 중 오직 ‘강우진 부캐’ 채널만 진행하는 프로젝트.
이미 국내외로 기대치는 높았다.
그렇기에 촬영 세팅하는 스탭들은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은 얼굴로 손을 바삐 움직였다.
“미쳤다···지 진짜 마일리 카라가 여기 오는 거예요?? 저 완전 팬인데.”
“저도요. 전 카라의 영화나 곡이나 싹 다 보고 돋는데···평생 못 볼 줄 알았어요.”
“저 우진님한테 절하려고요. 입사 한 달 차에 마일리 카라를 보게 해주셔서.”
“완전! ‘강우진 부캐’ 채널이 진짜 개쩌는 거 같아요 파급력이나 뭐나 거의 압도 수준!”
“그 글로벌 슈퍼스타 카라가 콕 찍은 거니까 말 다 했죠.”
“강우진님은 진짜···아니 사장님이라고 불러야되나? 여튼 대박이지 않아요? 심지어 배우가 본업!”
남녀 스탭들은 죄다 헐리웃 스타 마일리 카라를 본다는 것으로 현실감이 멀어지고 있었다. 물론 최근 입사해서 강우진을 처음 보는 인원도 꽤 있었다.
“하- 어쨌든 완전완전 기대돼요 오늘!”
이 시각.
강우진은 녹음 스튜디오의 주차장에 세워진 승합차에서 내린 참이었다.
-텅!
풀메이크업에 헤어도 말끔히 만졌고 의상으론 두터운 니트와 청바지였다. 뭐 당연하겠지만 표정은 단단했다.
“···”
그런데 어째 평소의 컨셉질보다 투철한 느낌. 이유야 심플했다.
-스윽.
강우진의 옆에 ‘강우진 부캐’ 채널의 카메라가 붙어 있었으니까. 모든 순간을 찍을 VJ였다. 워낙 덩치 큰 촬영이었기에 당연했다. 약간 예능 촬영 느낌. 따라서 포커페이스인 우진의 심장이 조용할 턱이 없었다.
촬영도 촬영인데 게스트가 그 마일리 카라.
‘미친 하다하다 이젠 헐리웃 탑배우까지?? 와- 돌겠네 진짜.’
사실 최성건에게 말을 전달받았을 쯤 강우진은 당황하긴 했어도 나름 의연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그때 우진이 헐리웃에 있었기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심히 떨리는 그였다.
뭐랄까 외계인을 만나는 느낌?
그런 강우진이 애써 마음속에 찬물을 끼얹으며 발길을 옮긴다. 어떠한 멘트도 없다. VJ도 이미 각오한 바가 있는지 그저 우진을 따라간다.
반면 강우진을 따르는 팀들은 호들갑이었다.
일단 스타일리스트들은 매우 상기된 상태였고.
“어머- 우진 오빠는 무슨 밥 먹으러 간대요? 왜 저렇게 평온해??”
“맞지? 솔직히 마일리 카라니까 조금은 표정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매번 보지만 너무너무 신기해.”
스타일리스트 실장으로 승급한 한예정도 쌀쌀맞은 평소완 달리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것을 캐치한 꽁지머리 최성건.
“예정이 너 왜 아까부터 한마디 말이 없냐?”
“···대표님 저 토할 거 같아요.”
“어?”
“마일리 카라 완전 팬이라- 연기도 그렇고 가수로서고 미쳤는데 카라는 패션으로도 알아주거든요.”
“아 들어본 것 같네.”
덩치 좋은 장수환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강우진과 그의 팀들이 녹음 스튜디오에 입성했다. 금세 커다란 인사가 오간다. 그중 메인 PD가 강우진에게 다가왔다.
“하하하 오셨어요? 일단 스튜디오 내부 카메라 설치는 끝났습니다. 확인해보시고 부족한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아- 예.”
강우진은 넓디넓은 녹음실을 대충 훑었다. 보는 둥 마는 둥. 그때였다.
-♬♪
녹음 기기 뒤쪽 대기 의자에 앉으려던 최성건의 핸드폰이 울렸다.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탭의 전화였고.
“어어 아- 알았어요.”
통화를 마친 그가 우진에게 말했다.
“마일리 카라 올라오고 있단다.”
강우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주변 십수 명 스탭들의 호들갑이 빨랐다. 웅성웅성 수군수군. 뒤로 약 3분.
-스윽.
녹음 스튜디오의 유리문이 열리며 덩치 좋은 외국인들이 먼저 입장한다. 딱 봐도 가드였고 그들을 바로 뒤쪽에 얼핏 금발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스타인 마일리 카라였다.
덕분에 ‘강우진 부캐’ 팀 등이 모두 얼어붙었다. 그저 좋은 향기를 뿜으며 등장한 마일리 카라를 눈동자로만 쫓을 뿐. 카라는 한국의 겨울 날씨에 맞춰 카키색 숏패딩을 걸쳤고 그녀의 파란 눈동자가 녹음실 스튜디오 중앙에 선 남자에게 향했다.
‘저 남자네 강우진.’
외모로 보나 아우라로 보나 그가 강우진일 게 분명했으니까. 따라서 카라는 바로 우진에게 다가섰다. 미약한 미소 내미는 악수 열리는 입술. 카라가 특유의 차가운 음성을 냈다.
“강우진씨? 반가워요. 마일리 카라예요.”
그녀의 목소리에 주변 우진의 스탭들이 무언의 흥분을 뱉었다. 소리는 없지만 입을 막는 등의 액션을 취했으니까. 반면 강우진은 카라의 손을 잡으며 시니컬한 인사를 뱉었다. 물론 영어였다.
“안녕하세요 강우진입니다.”
동시에 카라의 뒤쪽 팀들을 확인하는 강우진. 얼추 열댓 명인데 전부 외국인들이며 카메라를 든 인원을 보니 카라 쪽에도 촬영팀이 섞인 듯 보였다. 그럴 만했다. 강우진은 구독자 800만이지만 마일리 카라의 공식 너튜브 채널 구독자는 7000만을 훌쩍 넘기니까. 참고로 SNS 팔로워는 1억 명.
그렇다 그녀는 실제로 외계인이었고.
“역시- 영어를 상당히 잘하시네요.”
강우진은 바로 앞 파란 눈의 카라를 보며.
‘외계인이 말을 하네? 개신기.’
정신을 단단히 다잡아야 했다.
“그저 소통될 정돕니다.”
“음? 아닌데요? 너튜브 영상 중 영어로 된 커버를 보고 어느정도 예상은 했는데 막상 보니 그 이상인데?”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했어요 내 곡을 커버해줘서 고마워요.”
“워낙에 명곡이니까요.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음- 되게 차분한 립서비스네요? 아 나도 우진씨가 나온 드라마를 봤어요. 다 보진 못 했지만 인상적이었어요.”
“그렇습니까? 저도 당신이 나온 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배우가 되기 전부터.”
“정말? 참 근데 진짜 배우가 된 게 1년밖에 안 됐어요?”
“네.”
마치 미국인 두 명이 인사를 나누듯 자연스러운 흐름. 당연히 카라 쪽이나 강우진 쪽의 촬영팀은 카메라를 붙인 상태였고 마일리 카라는 입은 패딩을 벗으면서도 바로 앞 강우진을 스캔했다.
‘실물이 몇 배는 나아 생각보다 조용조용한 스타일이고. 봤던 연기 배역과는 전혀 다른 느낌? 텐션이 이렇게 낮은데 폭발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거기다 데뷔 1년 차가 진짜였어??’
이어 그녀가 뜬금 강우진에게 물었다.
“···혹시 조셉 펠튼이라는 사람 알아요?”
응 알아요. 헐리웃에서 명함을 준 프로듀서였다. 왜 그녀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온지는 모르겠으나 우진은 일단 ‘라스트 킬3’에 관한 모든 것을 숨겨야 했으니 부정했다.
“아니요 처음 듣네요. 왜 물으시는지?”
금발을 귀 뒤로 쓸어 넘기던 카라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면 됐어요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그렇군요.”
곧 우진이 ‘강우진 부캐’ 채널의 PD에게 받은 태블릿을 카라에게 건넸고.
“오늘 촬영 스케줄부터 설명해 드려야겠네요.”
전체 일정을 유창한 영어로 브리핑했다. 카라는 물론 그녀의 반삭 매니저나 팀들 전원이 경청했다. 간략히 축약하자면 듀엣 보컬은 이 녹음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나머지 토크나 요리 등의 컨텐츠는 대여한 다른 스튜디오로 이동해야 했다.
이미 어느 정도 전달이 있었기에 카라의 이해는 빨랐다.
“좋아요 그러면 듀엣곡은 역시 당신이 커버했던 ‘Absolute’로 하나요?”
“맞습니다.”
가슴까지 오는 금발을 카라가 찰랑인다. 고개를 끄덕인 것.
“오케이. 우진씨가 커버한 건 ‘Absolute’ 가사를 한국어로 바꾼 거였는데 이번엔 어떤 거로 하나요. 영어? 한국어?”
“전 둘 다 상관없습니다.”
강우진을 가만히 보던 카라가 팀들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다시금 우진에게 파란 눈을 맞췄다.
“듀엣 전에 우진씨가 솔로로 부르는 ‘Absolute’를 듣고 싶어요.”
약간은 차가운 투였으나 확고함이 묻었다.
“가능하면 커버 영상으로 올라왔던 한국어 가사로. 영상과 직접 듣는 건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일단 먼저 들어보고 듀엣의 느낌을 맞춰보도록 해요.”
강우진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곧 녹음 기기 앞에 카라 쪽 팀 외국인 몇몇이 앉았고.
“이런 한국에 와서 프로듀싱을 할 줄은 몰랐어.”
“하하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저 한국 배우 노래를 잘해? 나는 커버 영상을 못 봤어.”
“글쎄 나도 많이는 못 들었어. 그런데 카라의 곡을 꽤 잘 커버했어. 제법이다 싶었지.”
“오호- 그래?”
그런 그들의 뒤로 마일리 카라가 섰다. 강우진은 최성건과 PD와 잠시간 대화한 후 녹음 부스로 움직였다.
마이크 앞에 선 우진이 헤드폰을 쓴다.
그 모습을 부스 밖에서 가만- 히 보던 카라가 저도 모르게 옅은 감탄사를 뱉었다. 물론 상대는 바로 옆에 선 반삭 매니저였다.
“잘생겼어 묘하게 거친 느낌이 섞여서 더욱 눈길을 끄는 것 같아.”
“카라. 그런 건 나중에 말해도 되잖아. 듣는 사람이 많아.”
“뭐 어때. 감정은 느껴질 때 말해야 속이 시원하다구.”
“···그래. 여튼 저 얼굴에 적당히 네 곡을 커버할 보컬 실력도 있으니 인기가 높겠지.”
이때.
-♬♪
마일리 카라의 히트곡 중 하나인 ‘Absolute’의 전주가 녹음실에 퍼진다. 시작은 강렬한 드럼. 점차 바이올린이 섞인다. 그러다 뚝 멈춘 후 다시금 드럼이 천천히 울린다.
도입부 강우진의 보컬이 시작됐다.
드럼에 따라 낮지만 그만의 확고한 굵은 톤이 녹음실 전체 인원의 귓가를 파고든다.
순간 녹음 기기 앞에 앉은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어?”
“잠깐만.”
그리고 카라의 팔뚝엔 소름이 돋은 참이었다.
‘음색이···너무 좋은데? 마치 내 곡이 아닌 듯한.’
단 한 소절로 강우진이 녹음실 모두를 집중시켰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Absolute’는 후렴구로 직진한다.
-♬♪
초반과는 달리 강렬해진 드럼과 바이올린 마찬가지로 약간은 거친 강우진의 보컬이 뒤섞이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럴수록 그의 음색에는 호소력과 감정이 짙게 묻어난다. 원곡자인 카라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보컬도 보컬인데. 감정 어떻게 커버 곡에 저런 감정을 녹일 수 있어?’
‘Absolute’에 녹아든 메시지는 자유였다. 배우이기도 한 카라는 이 곡에 절망을 섞어서 부른다. 그렇기에 점차 희망찬 힘이 섞인다.
그런데 지금 저 한국의 배우는 시작부터 끝까지 화를 내고 있다.
불만이 가득하다. 그런 보컬이었다.
당연히 우진의 표정에도 서서히 역정이 섞였다. 자연스레 보컬에도 그 격함이 섞이고 곡 역시 강우진의 조율에 따라 변주된다.
‘감정의 농도가···’
본적도 없는 수준. 심지어 자신의 곡도 아닌 커버한 곡이지 않은가? 금발의 카라는 움직임이 멎었고 그에게 강우진에게 순수하게 매료됐다. 외모가 아닌 우진의 에너지가 그녀를 빨아들였다.
마일리 카라는 저도 모르게 경탄했다.
‘뭐야! 커버 영상이 반도 못 담았잖아!’
심지어 ‘강우진 부캐’ 채널의 주제에 따르면.
‘취미?? 이 이게 무슨 취미야?!’
강우진에게 보컬은 ‘본캐’도 아니었다.< 연말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