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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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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7) >

23일 오후.

6시 30분쯤. 레드카펫 깔린 ‘파라다이스 S시티’의 초대형 홀인 ‘플라자’ 앞은 북새통 그 자체였다.

길쭉한 포토존 끝에서부터 홀의 계단 위 입구까지 깔린 레드카펫. 그 양쪽엔 광고판과 함께 줄 펜스가 세팅돼있고 수십 조명들이 세워졌다. 조명 사이사이에 몰린 인파는 최소 수백 명이었다. 방송국 인원들 리포터 기자들이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들고 정신없이 찍어댄다.

누구를?

“김허태!! 김허태 왔다!!”

“허태씨!!! 안녕하세요!”

“이쪽 보고 손 한 번 흔들어주세요!!!”

한명 한명 등장하는 배우를.

-파바바바박!!

-파바바바바박!!

분명 하늘은 컴컴한데 터지는 플래시 덕에 아침인가 헷갈릴 지경. 그런 기자들 등의 뒤쪽으로도 비슷한 수의 구경꾼들과 팬들이 비명이나 고함을 쳐대고 있다.

“꺄아아아아악!!! 오빠!”

“안녕하세요!! 미쳤다! 선물이요!! 선물!!”

“우아악!! 멋있다!!!”

“악!! 밀지 좀 마요!!”

위에서 본다면 머리통만 어마무시하게 많다.

“희정씨! 이번에 인기상 후보로 올랐습니다!! 기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토할 것 같아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배우가 도착해 레드카펫을 거니는 빈도가 서서히 빨라진다. 더불어 플래시 세례도 쉴 새 없이 터진다.

-파바바바박!!

-파바바바바박!!

당연했다. 청룡영화제의 시작이 앞으로 2시간 남았기에. 그 덕에 수백 구경꾼과 기자 등의 괴성 비슷한 외침은 데시벨을 높였다. 분명 몰린 인파가 작년보다 많다. 이유야 심플했다. 올해 청룡영화제는 장소부터 규모 외로 힘을 빡 준 상태니까.

그리고 이번 해 역시 영화제의 주인공은 여배우들.

“지민씨!!! 오늘 너무 예쁘신데요!!”

“감사합니다-”

“컨셉이 뭔가요? 드레스 컨셉!”

“별거 없는데? 그냥 주는 거 입었어요! ”

“하하하! 주는대로 입으신 거예요??!”

추운 날씨지만 속속 등장하는 여배우들은 얇은 드레스에도 대수롭지 않게 레드카펫을 밟았다.

“정아씨!!! ‘오늘의 연예계’서 나왔습니다!!”

“어머 안녕하세요.”

“드레스 잘 어울리시는데요??!”

“그쵸? 저도 마음에 들어요!”

레드카펫을 지난 배우들은 홀의 입구 쪽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30초 정도 자세 잡은 후 영화제 스텝의 안내를 받으며 홀 안으로 입장했다.

그것이 반복된다. 하지만 열기는 최고조.

여러 유형의 배우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자리가 어색한 배우나 성큼성큼 재빨리 레드카펫을 통과하는 배우도 있었다. 뭐 대부분은 여유가 넘치긴 했다. 영화제 베테랑은 미소와 손 인사 그리고 표정만으로 응대한다.

이렇게 약 30분 정도.

겨울 날씨에도 공기가 후끈해진 레드카펫 주변 수백 기자들이 돌연 흥분했다.

“홍혜연! 홍혜연!!”

“왔어?! 어디?!! 아! 혜연씨!!”

“안녕하세요 홍혜연씨!!!”

방금 흰색 벤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홍혜연이 내렸으니까. 덩치 좋은 가드의 부축을 받던 그녀는 역시나 레드카펫을 매우 편하게 걸었다. 하지만 양쪽에 다닥다닥 붙은 기자들과 팬들은 발광에 가까운 악소리를 질렀다.

“혜연씨!! 한마디만 해주세요!!”

“한량 잘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차기작 소식은 언제 들려주시나요??!!”

“꺅!! 언니!! 예뻐요!!! 얼굴 개작아!!”

“강우진씨는 같이 안 오셨어요???!”

“홍혜연씨! 이쪽!! 이쪽!!!”

홍혜연은 대답 없이 모두에게 손 인사하는 파였다. 꼼꼼히 여기저기를 보며 눈을 맞추는 건 덤. 그녀의 등장 후로 플래시 세례의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졌다.

-파바바바박!

-파바바바바바박!!

점점 몸값이 비싼 배우들이 나타났으니까. 홍혜연과 류정민 진재준 그리고 ‘실종의 섬’ 배우들 등등. 강우진과 부대꼈던 배우도 보였고 그와 전혀 상관없는 탑배우들도 즐비했다.

이쯤.

“으! 추워!!”

수백 기자 중 두터운 롱패딩을 입은 리포터 한 명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언제 오는 거지?”

대답은 같이 온 카메라맨이 했다.

“누구?”

“누구긴. 강우진 강우진.”

“아아.”

“여기 기자들 전부 아까부터 강우진 강우진 거리더만.”

어느새 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중 약 60%가량은 도착한 상태. 슬슬 수백 기자들은 가장 핫한 배우를 고대하고 있었다. 팬들도 마찬가지.

바로 강우진이었다.

그때였다.

-끼익.

가장 많은 기자가 몰린 레드카펫 끝에 도착한 검은색 승합차. 익숙한 차였다. 곧 수많은 기자들이 외쳤다.

“누구야!! 누구!!”

확인도 전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파바바바박박!!

얼마나 플래시가 터지는지 검은색 승합차가 흰색으로 보일 정도였다. 어쨌든 안내를 맡은 가드가 도착한 승합차 뒷문 쪽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차 문이 열렸다.

-덜컥.

바로 배우의 얼굴이 보였고 몰린 기자들과 팬들이 어마무시한 고함을 질렀고.

“강우진!! 강우진씨!!!”

“왔네! 우진씨!! 안녕하세요!!!”

“기다렸습니다!! 우진씨 인사 좀!!”

“꺄아아악!! 오빠!! 저희 강심장이요!!”

“으앗!! 밀지 마!!”

승합차 안에 있던 우진이 천천히 내렸다. 홍혜연에게 선물 받은 구두부터 검은색 턱시도 특이한 리본타이 역시 화린에게 선물 받은 시계까지.

-스윽.

레드카펫 초입에 선 강우진에게 눈이 멀듯 한 플래시가 터진다. 반면 강우진의 얼굴은 포커페이스 그 자체였다. 아니 평소의 몇 배는 짙다.

이는 컨셉이기도했지만 진심이기도 했다.

‘잠깐! 잠깐잠깐잠깐. 와 미친! 뭐냐 이거??! 여기 뭔데?? 바 발이 안 움직여!’

폭발하는 긴장감 요동치는 심장 가빠지는 숨 미세히 떨리는 손과 발. 강우진은 현재 영혼이 제멋대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위기였다.

가장 컨셉질이 짙어야 할 상황에 몸이 굳어버렸다. 눈이 부시다 못해 앞이 캄캄했다.

‘악! 눈부시다고!’

피가 안 돈다. 사고가 멈췄다. 우진은 승합차에서 내린 뒤 일말의 움직임 없이 그저 레드카펫 초입에 서 있었다.

수백 기자들은 좋다고 사진을 찍어댄다.

-파바바바박박!!

몰린 기자들? 팬들? 강우진에게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본 쪽이나 여러 제작발표회를 거쳐왔으니까. 심지어 그때 모두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얼어버렸는가?

이 웅장함과 장대함 덕분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홀 입구가 마치 이세계로 통하는 문 같기도 했고 한국의 가장 크다는 영화제의 분위기가 우진의 몸에 휘감겼다. 아무리 컨셉질의 달인 강우진이라도 이 순간이 평범할 순 없었다.

“···”

대체 여긴 뭔가? 내가 여기 왜 있지? 몇 달 전만 해도 퇴근 후 너튜브나 보며 누워 있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 수백 기자들과 팬들이 모두 자신을 찍어대고 있다.

아- 아니지. 정신 차려라 강우진.

우진은 불현듯 망각하던 본인의 위치를 상기했다. 하지만 온몸에 퍼진 전염병 같은 긴장감은 식지 않았다.

몰라 그냥 걸어.

시야는 좁다. 하도 시끄러워서 귀에 들리는 게 멍멍하다. 손발은 여전히 떨린다. 하지만 강우진은 가진 모든 집중을 한곳에 응집했다.

걷는 것.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림 없이 보이는 결승선을 향해 걸어가자. 다른 것을 할 겨를이 없다.

-뚜벅 뚜벅.

특이한 것은 그 심정이 남이 보기엔 아우라로 보인다는 것. 묘한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 기자들이 수군거릴 수밖엔 없었고.

“이야- 뭐야? 강우진 저 친구 딴딴하네?”

“간지봐라 간지. 어지간한 탑들보다 여유가 넘치는데??”

“첫 영화제 맞나?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소문에 슴슴한 친구라더니 진짠가 본데??”

이쯤 레드카펫을 걷던 강우진의 시야가 서서히 넓어졌다. 오묘하게도 막상 몸을 던지니 생각보다 마음이 편해져서였다.

‘···어?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용기를 얻은 그가 느릿하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어마어마한 인파와 카메라들이 보인다. 손을 차분하게 손을 올려보자.

-스윽.

강우진이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찬가지인 광경이 펼쳐진다. 이어 똑같이 손을 올려본다. 미소는 없다. 그저 덤덤함만이 가득하지만 강우진은 만족했다.

그렇게.

‘후- 도착.’

가까스로 홀의 입구 포토존에 발을 들인 우진이 몸을 돌렸다. 방금 지나온 눈이 휘둥그레질 레드카펫이 보인다. 미션 클리어. 우진은 조금씩 사그라지는 심장 고동을 느끼면서도.

‘약간 놀이기구 타는 느낌? 짜릿한 맛이 있네- 이거.’

영화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직전까지 강우진의 워킹을 찍었던 기자들이 결과물을 확인했다.

“순식간이긴 했는데 폼은 배우 중에 가장 좋네.”

약 한 시간 뒤 대형 홀 ‘플라자’ 안.

청룡영화제가 진행될 ‘플라자’의 내부는 웅장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무지막지하게 넓은 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진 천 석 넘는 관객석 높디높은 천장 그 천장에 달린 수십 조명들 약간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왼쪽 벽면에 달린 대형 스크린 3대 곳곳에 비치된 촬영팀까지.

뭣보다 정면의 커다란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의 홀과는 반대로 무대는 주황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폭죽이 터지는 형태로 만든 무대 조형물과 초대형 스크린 청룡영화제 문구가 박힌 사회자 자리 바닥에서 은은히 빛이 뿜어져 나오는 무대 무대 한쪽에 세워진 사람 크기의 영화제 트로피 동상.

대단했다. 최소 좌석에 앉은 강우진은 그리 생각했다.

‘지리네 아니 와···진짜.’

배우로서 참석한 우진이었지만 알맹이는 소시민이었으므로 시선은 관광객과 비슷했다. 여전히 자기가 여기 왜 앉아 있는지 헷갈렸다.

심지어.

‘탑배우들 개많네.’

한국의 연기판을 끌고 가는 수많은 배우가 우진의 주변에 우르르 앉아 있었다. 뭐랄까 너무 많다 보니 저들이 배우가 아닌 그냥 마네킹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 그랬다. 강우진은 이런 화려한 세상에 발을 들인 것이었고 이곳에서 모두에게 충격을 주는 이슈들을 뿌리고 있었던 것.

새삼 그 많은 일들이 얼마나 굉장했는지를 깨닫는 강우진.

솔직히 이리 많은 배우를 목격한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 셀 수도 없는 배우들 모두가 나를 알고 있다? 묘하게 찌릿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아까부터 우진의 주변 배우들이 그를 힐끔댔으니까.

거기다.

“자- 배우들 앉은 그림 쭉 훑어요 아아! 강우진 인서트 좀 따고!”

청룡영화제를 생방송으로 촬영하는 방송팀도 강우진을 신경 쓸 정도였다. 그런 강우진의 자리는 1층의 중간쯤 주변에는 탑배우 진재준과 박판서 그리고 김도희 감독도 보인다. ‘마약상’을 함께 했던 키스탭들도. 당연했다. 강우진은 ‘마약상’ 팀에 섞여 있었으니까.

이쯤 회색 정장의 진재준이 강우진에게 귓속말했다.

“우진씨 영화제 가 봤어요? 뭐 그리 침착해?”

우진의 오른쪽에 앉은 원로배우 박판서도 거든다.

“허허 그러게. 누가 보면 영화제 밥 먹듯이 온 사람처럼 보겠어. 청룡은 처음이죠?”

내부를 구경하다 정신을 차린 우진이 목소리를 깔았다.

“예 청룡은 처음입니다.”

“처음인데 주목하는 스타로 시작해버리는구만. 저 봐봐 배우들이 슬쩍슬쩍 보잖아.”

진재준이 거들었다.

“아까 입장했을 때 우진씨 물어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렇습니까?”

“우진씨한테는 안 달라붙었어? 아마 영화제 끝나면 와가 지고 엄청 말 걸 거예요. 피곤하면 튀어.”

홀의 조명이 더욱 어두워진다. 이를 눈치챈 박판서가 정면 무대를 보며 말했다.

“슬슬 시작하나? 보자- 순서가 어떻게 됐지?”

대답은 당연히 진재준이 했다.

“청룡은 매년 같잖습니까. 1부 스타트로 신인상 그다음에 최다관객상? 후에 단편들 한 번 훑어주고 축하 무대.”

“아아 무대 끝나면 키스탭들 수상인가?”

“예.”

“허허 우진씨 바로 준비해야겠어?”

강우진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지만 현실감이 멀어지기도 했다. 보고 듣고 한 게 많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니 어색하기만 했다. 뭔 상들을 주르륵 말해주는데 하나도 귀에 안 들어왔다.

이때.

-♬♪

홀 전체 조명이 무대 쪽으로 쏴지면서도 경쾌한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고 목에 인터컴을 두른 방송팀 PD가 무대에 사인을 던졌다. 그러자 무대 바닥의 빛들이 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쪽 초대형 스크린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해진 홍보 영상이 틀어진 것.

이내 무대 왼쪽에 설치된 사회석에 익숙한 인물 두 명이 나타났다. 유명 방송인들이었다. 그들의 짤막한 인사. 실제 현장에서 생생히 보곤 있지만 강우진은 TV를 시청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회자들은 적당한 만담 뒤 큐카드를 보며 진행을 이었다.

“자! 그럼 청룡영화제의 첫 순서를 시작하겠습니다!”

“올해 가장 빛났던 신인 배우를 위한 순서인데요? 발표는 작년 신인상을 수여한 고성진씨와 박유민씨가 해주시겠습니다!”

안내가 끝나자 다시금 음악이 틀어졌고 커다란 무대로 네이비 턱시도와 베이지 드레스를 입은 배우 두 명이 걸어 나왔다. 무대 중앙에 선 둘은 많은 관객들에게 인사한 뒤 스탠딩 마이크에 멘트를 쳤다.

“작년 이 무대에서 신인상을 탔었는데 제가 직접 발표를 하러 나오니 떨리네요. 유민씨는 어떠세요?”

“저도 그래요.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되나?”

“네. 올해도 역시 쟁쟁하신 배우님들이 후보로 나오셨는데 감히 제가 이걸 발표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셔야죠. 각오를 다지죠.”

“하하 알겠습니다.”

곧 큐카드를 내려본 남자배우가 말을 이었고.

“그럼 제41회 청룡영화제 첫 번째 순서. 신인상 시작은 신인남자배우상입니다. 후보부터 만나보시겠습니다.”

그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무대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부터 홀의 여기저기 달린 모니터에 영상이 출력됐다. 짤막한 영화 장면 열연하는 배우의 모습과 대사 배우들의 이름이 빠르게 교차된다.

그중에선 익숙한 배역이 보였다.

[“눈깔이 뽕쟁이가 아닌데? 짭새 눈깔이야 니 짭새지.”]

‘마약상’의 이상만. 즉 강우진이었다. 결과적으론 총 5명의 후보가 등장했다.

[‘우울한 남자’ 박태우/ ‘조작된 손’ 하상일/ ‘배반의 키워드’ 안일훈/ ‘너와 함께’ 김건/ ‘마약상’ 강우진]

후보가 나올 때마다 관객석에 있는 당사자가 모니터에 비춘다. 제일 마지막은 역시나 강우진이었고 대형 모니터에 우진의 포커페이스가 출력됐다.

와중.

“누가 될 것 같아? 역시 강우진?”

“전 잘 모르겠어요. 핫한 거야 강우진이 맞는데-”

“심사위원단 점수도 중요했지 아마?”

“네. 근데 이상만 연기가 죽이긴 했어요.”

“아직도 심사위원단이 그대론가?”

“그렇죠.”

관객석을 가득 메운 배우들은 수군대기 바빴다.

“난 김건 한 표.”

“흠- 걔 연기가 좋긴 하던데. 역시 강우진이 더 눈에 띄지 않나?”

“다들 반전을 기대하는 거야? 무조건 강우진이지.”

“‘마약상’이 청불이었잖아. 그런 것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나?”

“저는 박태우가 될 것 같아요. 연기 담담하게 잘해.”

냉정한 평가도 있고 질투 섞인 생각도 들린다. 뭐가 됐든 신인남자배우상의 진행을 맡은 배우에게 봉투 하나가 전달됐다. 결과가 담겼을 게 분명했고.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여기서 강우진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니 머릿속이 하얗다고 해야 하나? 그저 정면을 바라볼 뿐.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전율이 흐르긴 했다. 어렴풋 경이로운 순간이라는 건 알아챘으니까.

그런 강우진의 마음을 공유하는 이는 이 순간에도 많았다.

문 닫은 죽집의 강현아와 우진의 부모들.

“제발···제발!!”

“혀 현아야 좀 조용히. 우진이도 저렇게 듬직히 있는데.”

“제발 우리 아들이!”

“여보!”

한 술집에 모여 앉아 TV를 보며 마음을 졸이는 우진의 불알친구들.

“외쳐라! 외쳐! 내 친구 이름을 불러!”

“아 미친. 이게 뭐라고 개떨리네!”

“괘 괜찮아. 무조건 그놈이 받을 거니까.”

“김대영 이 새끼 손 떠는데?”

당연히 청룡영화제 현장에 와 있는 여러 거물과 TV 보는 많은 인물들 역시 같은 마음.

이윽고 청룡영화제 무대 위에선.

“신인남자배우상!!”

결과지를 내려보던 남자배우가 상기된 얼굴로 변하며.

“올해 이 분이 정말 대단하셨죠? 데뷔한 해에 파란을 일으키시네요! 축하드립니다!!”

스탠딩 마이크에 대고 크게 외쳤다. 시선은 정면 수많은 배우들을 향했다.

“제41회 청룡영화제! 신인남자배우상! ‘마약상’의 강우진 배우님!!”

동시에 홀 안에 어마어마한 박수가 쏟아졌고.

-짝짝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

수백의 배우들의 모두 한곳을 돌아봤다. 방송팀 카메라 전부도 불린 배우 쪽으로 앵글을 맞췄다.

곧 웅장한 관객석들 중앙에서 한 남자가 말없이 일어났다.

“···”

무던한 얼굴의 강우진이었다.< 연말 (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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