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10) >
대종상 영화제가 끝난 다음 날 27일 아침.
현재 세상은 연말에 분위기에 푹 빠져 있었다. 특히 각종 포털사이트와 수많은 매체는 영화제 뉴스를 양산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어느 곳이나 1면은 강우진이었다.
『[대종상]‘선전포고’ 강우진 전혀 기죽지 않았다 “내년에 논란 잠재울 것”』
청룡에서 이미 볶았는데 어제인 대종상에서 재료를 추가했으니까.
다만 오늘부터 언론은 강우진의 기백 좋은 소감보다는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우진이 수집 중인 트로피였다.
『[스타포토]도합 4번째 상 받으러 가는 강우진/ 사진』
『벌써 4관왕···괴물 신인 강우진 이번에도 소감은 강력한 한 방』
데뷔한 해에 영화제에 가는 것도 드문데 심지어 강우진은 미친 이슈와 함께 신인상 포함 인기상까지 총 4개를 거머쥐었다. 모두 최초였다.
전무후무한 기록.
『청룡과 대종상에서 신인상 싹쓸이 인기상 등 포함해 트로피만 4개 받은 강우진』
덕분에 슬슬 욕이 퍽 많던 여론에서도 변화의 물살이 철썩였다. 강우진이 그저 입만 산 배우가 아님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었으니까. SNS나 커뮤니티 중심으로 넘치던 우진의 과한 이미지가 뒤집힌다. 엎치락뒤치락. 그럴수록 언론은 계속해서 장작을 추가했다.
『네티즌들 “강우진 선포할 만하네” 강우진 4관왕에 단 하루 만에 바뀌는 여론』
이 같은 해일은 한국을 넘어 일본에까지 뻗어 나갔다.
『「낮기생의 강우진」 한국의 청룡 대종상에서 4관왕 그리고 충격 수상소감』
강우진의 팬과 팬클럽은 일본에도 존재하니까. 이미 꽤 거대했다.
-강우진 축하해!!! 늘 응원하고 있어!!
-한국에 가서 보고 싶었는데…….
-너튜브 통해서 강우진 수상소감 봤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wwww강우진 실제 캐릭터가 약간 범상치 않은 것 같아
-그래서 그가 일본에 오는 날은 또 언제야????
-데뷔 첫해에 수상만 4개라니!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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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진의 요란한 ‘최초’로 인해 그의 존재감이 쭉쭉 급성장한다. 이미 거인의 크기지만 인지도라는 영역은 끝이란 게 없다.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제 연말의 중간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는 것.
『이미 트로피만 4개 역사 쓰고 있는 강우진에겐 아직 ‘연기대상’이 남았다』
그런 강우진은 현재 출근 준비 중이었다. 산사태처럼 왁자지껄한 상황을 즐길 시간은 없으니까.
허나 찰나는 가능했다.
“훗.”
모자 쓴 우진이 거실 탁자에 올려진 트로피 5개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벌써 5개? 인생 최고점이다 지금.”
미장센에서 1개 청룡에서 2개 대종상에서 2개 해서 총 5개. 모두 모양은 달랐지만 뜻은 같았다. 트로피를 준 영화제에서 강우진을 인정한다는 것. 따라서 우진은 근엄함 없이 알맹이인 진짜 모습 그대로 흐흐 웃음 지었다.
아 안되지 안돼.
기분이 무척 업된 우진이 자신의 입을 찰싹찰싹 때렸다. 다시금 진중해지기 위해서였다. 이대로 나갔다간 저도 모르게 실실거릴 것 같았기에.
이어 강우진이 심호흡을 한 후.
-스윽.
집을 나섰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태연해져라. 냉정해져라.
그때.
-우우웅.
롱패딩 속 강우진의 핸드폰이 짧은 진동을 뱉었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대표님인가? 싶었으나 아니었다. 상대는 오늘 촬영이 있을 ‘실종의 섬’의 조감독의 톡이었다. 내용엔 며칠 뒤 새해인 1월 전체의 촬영 스케줄이 포함돼 있었고.
“아- 그러네.”
엘리베이터에 오른 우진이 혼잣말을 뱉었다.
“1월이 끝이었나?”
우진의 ‘실종의 섬’ 촬영도 종착지가 보였으니까.
다음 날 점심쯤 넷플렉스 코리아.
주말이 가고 28일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그렇기에 넷플렉스 코리아 역시 방금 출근한 직원들로 붐볐다. 연말이라 더없이 정신없다. 그런 사무실 안쪽 총괄디렉터실 소파에 여자 두 명이 마주 앉아 있다.
한쪽은 김소향 총괄디렉터실였고.
“일단 차부터 들어요.”
반대편에서 대답하는 건 동그란 안경을 쓴 최나나 작가였다.
“아! 넵 감사합니다!”
마주 앉은 둘은 일단 차부터 후르릅 마신다. ‘남사친’ 이후 꽤 간만에 만난 둘이지만 그리 어색한 공기가 흐르진 않았다. 이때 통통한 김소향이 찻잔을 내리며 최나나 작가에게 물었다.
“요즘 작품 집필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맞아요?”
“네? 아아! 네네.”
호리호리한 최나나 작가가 소심하게 읊조렸다.
“열심히 쓰고 있어요.”
“대단하네요 ‘남사친’이 아직도 국내랑 일본에서 식지 않고 있는데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요? 이번엔 장편이겠죠? 어디랑 했어요?”
“···그건 아직 말씀드리기가.”
“아아 죄송해요.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기대되네요 이번에 작가님이 어떤 작품을 쓰실지. ‘남사친’ 때문에 배우들도 문제없이 붙을 거고.”
티 안 나게 미친 화제성을 달리는 강우진을 떠올린 최나나 작가가 수줍게 웃었다.
“네. 다행히.”
마찬가지로 미소짓던 김소향이 앞쪽 탁자의 태블릿을 최나나 작가에게 밀며 말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작가님 일단 한 번 보실래요?”
“네? 아아! 네.”
최나나 작가가 태블릿을 켰고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질문했다.
“작가님 혹시 일본의 A10 스튜디오라도 들어본 적 있나요?”
“네. 알아요 저 일본 애니메이션도 자주 보거든요. 엄청 큰 곳이잖아요 일본 애니 제작사 중에 TOP3에 드는.”
“맞아요. 태블릿 보면 알겠지만 그 A10 스튜디오에서 제안이 들어왔어요.”
“제안?”
몸을 앞으로 민 김소향이 검지로 태블릿을 찍었다.
“‘A10 스튜디오’ 측에서 ‘남사친’을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를 원해요.”
단숨에 눈이 커지는 최나나 작가.
“지 진짜요?? ‘남사친’을요???”
“네. 사실 첫 컨택이 들어온 건 좀 됐어요. 그사이 우리 쪽에서 검증이나 확인을 거쳤어요. 결과적으론 ‘A10 스튜디오’ 측은 꽤나 욕심내는 것 같아요 이미 1차 기획안과 각색에 관한 예상 스토리 라인도 받았어요. 거기 있으니까 한 번 보세요. 물론 작가님 메일로도 보내드릴 거고.”
설명이 펼쳐졌으나 최나나 작가는 커진 눈을 유지한 채 당황했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니까.
“···”
“놀라셨어요? 근데 ‘남사친’ 퀄이 잘 뽑히기도 했고 일본에서 워낙 잘됐으니까 당연한 수순이기도 해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죠?”
“아···네 알아요.”
“음- 기획안 보면 나오지만 A10 스튜디오 측은 리메이크를 하더라도 최대한 ‘남사친’의 원작 냄새를 유지할 생각인 것 같아요. ‘남사친’ 4화를 12화로 늘리긴 할 텐데 애니메이션이야 20분 내외니까 큰 문젠 안 될 거예요.”
“그 그럼 캐릭터는.”
“당연히 원작과 최대한 맞춰 주겠죠? 일단 베이스는 화린씨와 우진씨가 되겠고. 도중에 A10 스튜디오 측이 작가님에게 캐릭터 시트를 확인받게 끔도 할거예요.”
김소향을 보던 최나나 작가가 커진 눈을 아래로 내렸다. 태블릿을 본 것. 꿈인가 생신가 싶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상황이니까. 곧 김소향 총괄디렉터의 말이 이어졌다.
“‘남사친’이 일본에서 대박이 났다. 즉 일본 드라마 시장에서 ‘남사친’의 인지도가 높다는 얘기죠. 거기에 ‘남사친’의 애니까지 결과가 좋다면 지금의 몇 배는 인지도가 뛸 거예요. 시장의 규모 자체가 다르니까.”
“···”
“물론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긴 해요. 그래도 작가님의 결정이 최우선이고 만약 작가님이 원치 않으면 편하게 거절하셔도 돼요.”
“만약에요 이 애니메이션이 완성되면 일본 방송에 나가는 거예요??”
“그렇죠. 정규 편성을 받겠죠 다만 넷플렉스에도 풀리긴 할 겁니다.”
이해한다는 듯 최나나 작가가 다시금 태블릿에 집중했다. 그러다 화면을 몇 번을 넘기던 그녀의 손이 멈칫했다.
“어? 일본 성우를 쓰는데 우진님 사진이 왜 있어요?”
김소향이 픽 웃으며 답했다.
“‘A10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 남주 성우로 우진씨를 점찍은 거 같아요. 몸값 비싸서 그쪽이 감당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정말요???!”
“네. 괜찮은 선택이긴 하죠. 일본에서의 우진씨 인기도 있고 아마 그 ‘낯기생’ 촬영도 곧 들어갈 테니까. 타이밍 맞으면 ‘낯기생’과 동시에 진행될지도?”
“우와- 대박.”
“‘낯기생’하고 그 애니까지 잘되면 우진씨는 일본에서 3대 컨텐츠 모두 정복한 게 되겠네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뭐 당연히 추측이고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여기서 뜬금 최나나 작가가 태블릿을 툭 내리더니 퍽 강단있게 말했다.
“진행해주세요. 보고 싶어요 ‘남사친’ 애니메이션.”
“오케이. A10 스튜디오 쪽에 바로 전달할게요. 계약적인 부분 외의 기타 등등은 따로 연락 드릴게요.”
“네네!”
이때.
“아 A10 스튜디오 측이 부탁한 건데. 이 건은 일단 대외비에요. 작가님만 알고 계세요.”
김소향 총괄디렉터가 뭔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
“강우진씨 관련해서도요.”
며칠 뒤 30일 수요일.
시간은 밤이었다. 9시를 조금 넘겼다. 장소는 상암에 있는 SBC 프리즘타워. 총 15층이 넘는 높이의 SBC 사옥 건물이었다. 그런 프리즘타워의 초대형 스튜디오엔 파티가 한창이었다.
번쩍이는 무대 위에 유명 보이그룹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눈이 휘둥그레질 안무 강력한 비트의 음악 흥을 돋워 줄 형형색색의 조명들. 무대 의상을 입은 보이그룹 팀에는 익숙한 얼굴도 보였다. 연백광이었다.
강우진과 ‘우리네 식탁’을 같이 찍는 멤버.
물론 이 대형스튜디오엔 보이그룹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무대 앞 홀에는 수많은 배우 PD 제작진들이 몰렸다. 얼추 200명은 가뿐히 넘을 정도.
왜 이렇게들 모인 걸까?
그 이유는 이 스튜디오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SBC 연기대상’
공중파 방송국 중 하나인 SBC의 시상식 연기대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 당연히 SBC 채널에서 생방송 중이었다.
특이한 건 구도였다.
청룡이나 대종상은 영화관처럼 좌석이 촘촘했다면 연기대상은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였다. 마치 연회장을 연상케 하는 원형 테이블이 홀 곳곳에 비치됐고 그 테이블마다 멋지게 꾸민 배우들이 둘러앉았다.
원형 테이블 위에는 한 해를 빛낸 작품의 타이틀이 세워진 상태.
이때 무대 위 연백광이 안무를 마친 뒤 홀의 어딘가에 시선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그 인사를 받은 원형 테이블의 위엔 올해 전설을 쓴 작품의 타이틀이 걸려 있었고.
-‘프로파일러 한량’
무심히 손을 올려 연백광의 인사를 받아준 남자가 눈에 띈다.
“···”
강우진이었다. 순간 커다란 카메라 한 대가 우진을 찍으며 앞을 스친다.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대체로 그레이 톤의 턱시도인 강우진 말고도 이 테이블엔 눈에 익는 인물이 많았다. 턱수염 송만우 PD 살이 좀 찐 박은미 작가 탑배우 류정민 홍혜연 등등.
시청률 25%의 역사를 쓴 ‘프로파일러 한량’팀.
SBC만이 아닌 드라마 판 전체로 레전드 작품이었기에 커다란 카메라가 한량 팀에 자주 들른다. 뭐가 됐든 연백광과 그의 팀 축하 무대가 끝났다.
곧 유명 개그맨과 여자 방송인 등 사회자들이 만담을 펼친다.
간혹 홀의 배우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크- 프로파일러 한량. 대박이었죠 저도 드라마 방영될 때 엄청 봤었거든요.”
“맞아요. 그 배우분들이 눈앞에 앉아 있으니까 엄청 신기한데 인터뷰 좀 해볼까요?”
“아···류정민씨. 베이비펌이 진짜 잘 어울렸는데 천재 프로파일러 유지형 어디 갔습니까?”
웃으며 답하는 류정민.
“퇴근했어요 워낙 일하는 걸 귀찮아해서.”
시상식과 예능의 느낌이 적절하게 섞인 느낌. 당연히 포커페이스인 강우진에게도 질문은 던져졌다.
“올해 대 파란의 주인공 강우진씨!”
“박대리 대사로 멘트 드리블을 좀 치고 싶은데 그게 약간 비방용이라 조금 힘드네요.”
“우진씨 오랜만에 박대리로 돌아오셨는데 기분 어떠세요?”
마이크를 건네받은 강우진이 목소리를 착 깔았다. 컨셉질과 약간의 장난을 섞었다.
“박대리 대사 해드릴까요?”
사회자들이 당황하며 말렸다.
“아니! 아니아니아니! 이거 생방송인 거 아시죠?”
“그거 하면 사곱니다 사고!”
천천히 고개 끄덕인 우진이 마이크를 내렸다. 나름 경험이 생겼다고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겉만이 아닌 알맹이의 진짜도 말이다.
그렇게 몇십 분간 분위기를 풀던 연기대상이 본격적인 수상 순서로 돌입했다.
이쪽은 영화제와 달리 시작이 달랐다.
“자! 첫 시상 부문은 ‘씬스틸러상’입니다! 올해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준 배우님께 드리는 상이구요 총 두 분에게 드리게 됩니다.”
수상 발표는 SBC 드라마국의 배 나온 간부가 맡았다.
그 포문의 배우는.
“SBC 연기대상 씬스틸러상. ‘프로파일러 한량’의 박대리. 강우진씨!”
말해 뭐할까? 유행어까지 파생시킨 강우진이었다. 이렇듯 많은 수상과 트로피를 받는 배우들 가운데서 강우진은 결국 1등을 먹었다.
대상도 아니고 최우수상도 아니었다.
올해 SBC의 대상은 류정민의 차지였고 최우수상 중 여자 부문은 홍혜연이었으니까. 물론 조연상이나 우수상도 아니었다.
“신인상 남자 부분! 프로파일러 한량의 강우진씨!! 축하드립니다!!”
그럼에도 강우진이 1등이었다.
오늘 SBC 연기대상에서 유일하게 강우진만이.
“특별 연기상! 와- 이건 진짜 처음 아닌가요?? 축하드려요!! ‘박대리’역의 강우진씨!!”
상을 3개나 탔으니까.
이어진 31일 밤.
방금 SBC를 이어 KBC와 MBS의 연기대상도 모두 끝났다. 시간은 어느새 밤 10시 30분. 올해가 끝나기까지 약 1시간 30분 남은 시점.
곧 2021년 1월 1일이 시작된다.
이쯤 도로를 달리는 승합차 안의 강우진은 무심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당연히 속으론 어깨춤을 추고 있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런 그의 손엔 새로운 트로피가 쥐어져 있다. 트로피의 앞면에 박힌 글씨는 이랬고.
-‘KBC 연기대상’
-‘신인상’
-‘강우진’
올해의 마지막 1시간을 불태우기라도 하듯 언론은 신명나게 기사를 갈기고 있었다. 그런 기사들에서 강우진의 대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제]수상소감부터 트로피 개수까지 전부 기록에 레전드···‘괴물 배우’ 강우진 결국 8관왕 달성!』
『[스타톡]신기록 제조기 ‘강우진’ 한국 연예계 역사에 범접할 수 없는 한 획 그었다』
『올해 트로피만 8개 기적의 대서사시 만들어낸 강우진···과거에도 미래에도 다시 없을 배우』
한편.
2020년 한 해를 회식으로 마무리한 노장 감독. 즉 안가복 감독이 짧은 흰 머리를 쓸며 거대한 주택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
그의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는다. 전화였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으나 안가복 감독은 주름진 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마치 이미 전해 들은 내용이 있는 듯이. 그런 안가복 감독이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재밌는 것은 그가 뱉은 언어가 영어라는 점.
“그래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름 유창하다. 연륜 때문일까? 어쨌든 그의 핸드폰 너머로 마찬가지 영어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안 감독님. 프로듀서 조셉 펠튼입니다. 기억하실까요.”
상대는 헐리웃 거물 프로듀서 조셉 펠튼이었다.
“물론 기억해요. 당신 같은 유명 프로듀서를 잊을 리가. 그래서 어떤 이유로 연락을 했나요.”
“일단 저와의 얘기는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곧 핸드폰 너머 조셉이 안가복 감독에게 물었다.
“안 감독님 혹시 제가 감독님의 촬영 현장을 볼 수 있겠습니까?”< 연말 (10)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