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세 (2) >
화보 촬영장에 있는 강우진에게 ‘이로운 악’의 무술 콘티가 도착한 건 점심쯤이었다. 풀메에 롱코트를 입은 우진은 무심한 얼굴로 앉아 콘티를 확인했다.
-팔락 팔락.
콘티 속 액션들은 이미 몸이 기억하는 움직임들이었다. ‘이로운 악’의 1화를 각인시킨 뒤니까. 그래도 새로운 동선이나 연출이 추가되긴 했다.
‘오- 이건 좀 멋있을 듯?’
하지만 이 액션 콘티엔 검은 사각형이 뜨지 않는다. 그러니 우진은 눈과 감각으로 동선들을 파악해야 했다. 허나 강우진은 난감함을 느끼진 않았다.
“···”
오히려 신기했다. 컷 그림으로 된 액션 콘티를 보는 것뿐이지만 뭔가 머릿속에서 생생히 그려졌고 몸 전체로 움직임이 스며들고 있었으니까. 당장 보이라 말해도 아무 문제 없이 구현할 수 있다.
그저 상상이 아니었다.
이건 필히 아공간의 능력 중 하나다.
반복할수록 배역의 세상이 선명해지며 역할이 다루기 편해지는 것처럼 습득한 ‘무술’ 역시 비슷한 느낌이겠지. 언제부터였을까? ‘이로운 악’으로 ‘무술’을 습득했을 때? 아니. 아마 ‘라스트 킬3’ 때 몸에 이식한 ‘무술’의 힘이 클 것이다.
뭐가 됐든 아공간의 선물을 어떻게 써먹을지는 강우진의 영역.
-스으.
그가 눈을 감았다.
12일 늦은 아침.
서울에서도 살짝 외진 곳. 강우진을 태운 커다란 검은색 밴이 퍽 높은 액션스쿨 외부 주차장에 섰다. 곧 밴의 뒷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롱패딩을 걸친 우진이 내렸다. 오전에 스케줄이 있었는지 메이크업과 헤어에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 그가 무표정으로 액션스쿨 건물을 바라봤다.
“···”
태연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탄성을 뱉고 있었다.
‘오오- 여기가 액션스쿨. 얘기만 듣고 처음인데 엄청 크네? 대충 학교 강당쯤 되는 건가?’
현재 우진의 롱패딩 안에는 적당한 운동복 차림이었다. 신발도 런닝화. 지금부터 ‘이로운 악’의 액션 테스트가 있을 예정이니까. 그래서인지 이미 외부 주차장에는 ‘이로운 악’의 이름표를 단 승합차가 두어대는 보였다.
이쯤 조수석에서 내린 최성건이 우진의 옆에 붙었다.
“송 PD님하고 스탭들은 진작에 도착했을 거야. 테스트용 카메라도 설치해야 할 테니까.”
우진이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성건이 스타일리스트 등의 스탭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차에 좀 있어. 우르르 들어가는 게 그림도 별로고.”
“아- 진짜요? 아쉽다. 알겠습니다···”
결과적으론 강우진과 최성건만 움직였다. 뭐 전부 가도 상관은 없겠으나 ‘이로운 악’ 자체가 아직 외부에 밝혀진 작품이 아니기에 예의상 둘만 들어가는 것.
어쨌든 강우진이 액션스쿨 내부로 들어섰다.
바로 감탄사를 뱉는 우진. 물론 내면으로만.
‘와- 씨 겁나 크네??? 저거 천장에 달린 게 그 와이어 그런 건가??’
이미 액션스쿨 내부엔 카메라 몇 대가 설치돼 있었다.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딱 봐도 몸이 탄탄해 보이는 무술팀 수십 명과 ‘이로운 악’ 연출부 스탭들 등등. 그중 송만우 PD와 무술 감독이 우진에게 금세 다가왔다.
“우진씨 일찍 오셨네??”
“안녕하세요 PD님. 생각보다 전 스케줄이 금방 끝났습니다.”
곧 우진과 인사를 마친 턱수염 송만우 PD가 무술 감독을 소개했다. 사실상 강우진이 만나는 ‘이로운 악’의 첫 번째 키스탭이었다. 무술 감독이 웃으며 우진의 손을 잡았다.
“반갑습니다 우진씨. 드디어 이렇게 보네요. ‘이로운 악’에서 무술 감독을 맡았습니다.”
심상치 않은 무술 감독의 악력에 흠칫한 우진이었으나 굳은 얼굴을 만들어낸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한창 인사를 나눌 즈음 우진은 수많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강우진을 실물로 처음 본 ‘이로운 악’ 연출팀 스탭들도 그랬고.
“와- 우진씨 실물 미쳤다.”
“응. 확실히 배우긴 배우네. 혼자만 아우라가 달라.”
“생각보다 피지컬도 좋으셨네···사 사인받는 거 오바죠? 저 한량 때부터 팬이었는데.”
“오바지. 송 PD님한테 털리고 싶어? 근데 괜히 강우진 강우진 하는 게 아니었어. 완전 분위기 깡팬데??”
“청룡만 봐서는 좀- 되게 세 보였는데 생각보다 점잖으시네요? 잘생겼고.”
“그냥 잘생겼다고 해. 뭘 사족을 붙여.”
무술팀 수십 명 인원도 모두 우진을 힐끔대거나 수군대고 있었다. 신기함 반 묘한 기류가 반.
어쨌든 움직이던 강우진에게 송만우 PD가 물었고.
“자-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우진씨 시간이 얼마나 있습니까?”
대답은 꽁지머리 최성건이 했다. 예의 섞인 미소는 덤.
“죄송합니다만 1시간 정도가 최대일 것 같습니다 PD님.”
“하하하 죄송하긴요. 우리야 이제 프리 시작한 거고. 안 그래도 우진씨 준비하는 작품도 많은데 그렇죠? 1시간 오케이. 서두르면 충분합니다.”
시원하게 웃는 송만우 PD가 묵묵하게 액션스쿨 전체를 훑는 강우진에게 시선을 붙였다.
‘첫 액션 작품의 첫 무술 리딩이야 그런데 역시 냉정하구만. 담담할지야 알았어도 조금은 질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냉철하다 못해 현재 강우진은 차가운 느낌마저 들었다. 어째 평소보다 더 차분하다. 저 포스가 담대함이 보통의 신인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어떤 낯선 환경에서도 한눈팔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틀렸다. 지금 우진은 신명나게 한눈을 팔고 있었다.
‘워- 쌍절곤이 크기 별로 있네? 헐! 검이다 검. 저거 진짠가? 플라스틱이겠지??’
이를 알 턱이 없던 송만우 PD가 우진을 불렀다.
“우진씨 롱패딩 벗고 준비하죠. 가볍게 몸이라도 풀고 있어요.”
한눈팔던 우진이 근엄히 고개를 끄덕였고.
“예 PD님.”
롱패딩을 벗은 우진은 운동복 차림이 됐다. 적당히 몸을 푸는 그의 앞에 무술팀 수십 명 중 선별된 십수 명 인원들이 정렬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탄탄한 몸의 무술 감독이었다. 그가 강우진에게 설명했다.
“일단 콘티 대로 먼저 보여드릴게요. 우진씨가 한 번 보시고 느낌부터 잡아보죠. 투입은 그다음.”
“부탁드리겠습니다.”
답하면서도 우진의 신경은 무술팀 인원 중 한 명에게 꽂힌 상태였다. 단연 눈에 띄는 덩치가 거대한 사내. 박철규였다.
‘워- 대박 크시네? 김대영보다 한 수윈가?’
사내는 위로나 옆으로나 김대영을 앞서고 있었다. 당연히 운동하는 사람이니 몇 배는 더 근육질이었다. 우진은 돌연 LA에 있는 커다란 흑인을 상기했다. 거인에 속하는 조셉 펠튼이었다. 얼추 비슷한 덩치겠다 싶었으니까. 그래도 겉으로 티를 내진 않는다.
그저 시니컬하게 무술팀을 보는 척할 뿐.
반면 액션씬을 준비하는 무술팀은 강우진을 힐끔대며 작게작게 속삭였다.
“분위기 엄청 잡네?”
“그러게. 눈빛이 무슨···괜히 가오잡는 건가.”
덩치 산만 한 박철규도 포함이었고.
“저러다 몇 분 뒤면 헉헉댈 게 빤하지. 짱짱한 담이 얼마나 큰지 한번 봐보자고.”
“그 근데 진짜 괜찮은 겁니까?”
“뭐가? 아니 그냥 가볍게 긴장감만 주는 거야 긴장감만.”
무술 준비는 약 10분 정도 걸렸다. 몸을 풀던 십수 명 무술팀이 뭉쳤고 그들의 앞엔 몸이 탄탄한 무술 감독이 섰다. 강우진의 옆에 선 송만우 PD가 카메라 구도를 확인한 후 신호를 쏜 건 이때.
“하이- 슛.”
곧 십수 명 무술팀이 적당한 속력으로 무술 감독에게 달려든다. 현재는 무술 감독이 강우진의 동선을 보이는 중이니까. 즉 그가 ‘이로운 악’의 ‘장연우’였다. 이 액션씬은 ‘이로운 악’의 초반 ‘장연우’가 곰 같은 덩치의 문신 남자를 압살한 뒤의 내용.
뺨을 얻어맞은 문신 남자가 부른 동료들이 ‘장연우’에게 달려드는 컷.
“흡!”
-팍!
내지르는 주먹을 간단히 피한 무술 감독. 그가 두 번째 상대의 무릎을 발로 쳐냈다. 동시에 오른쪽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잡아당기며 면상에 타격. 무술 감독은 현란함보다는 설명하는 느낌으로 꼼꼼히 무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코 세월아 네월아는 아니었다.
신속하며 명확하다.
그것을 묵묵히 보던 헐리웃의 스턴트 코디네이터 개리 펙과 대등했던 우진은 느꼈다.
‘살짝 느린가?’
생각보다 천천히 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고 이쪽이 헐리웃과 비교해 딸린다는 건 아니었다. 전체적인 볼륨만 보면 ‘라스크 킬3’보다 더 나았다. 최소 두 쪽 다 경험한 강우진은 그리 느꼈다. 그리고 정도를 파악했다.
‘뭐 재연이고 보여주기식이니까 느린 게 당연한 걸지도. 나도 지금은 저렇게 해야 할 테고.’
이후 몇십 분.
“컷.”
몇십 분간 진행되던 무술을 송만우 PD가 끊었다. 그리곤 우진에게 시선을 맞췄다.
“어때요. 바로 할 수 있겠어요? 애매하면 한 번 더 봐도 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진이 빠꾸없이 답했다. 솔직한 심정이며 그의 평소의 모습이었다.
“아니요 가능하겠습니다.”
그런 우진이 익숙한 송만우 PD는 미소지었다.
“하하. 역시 그렇지?”
하지만 이곳엔 강우진이 생소한 인원이 더 많았다. 무술 감독 그리고 연출부 스탭들은 약간 놀랐고 무술팀 인원들 몇몇이 미간을 좁혔다. 거인 박철규도 마찬가지. 그러거나 말거나 송만우 PD가 무술 콘티를 한 장 넘기며 말을 이었다.
“오케이. 그러면 떼샷은 예열한 다음에 하고. 일단 1:1 컷부터 먼저 가보죠.”
“네 PD님.”
답한 우진은 이미 ‘이로운 악’의 장연우와 ‘무술’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단숨에 그의 혈관을 타고 숱한 감각이 뻗어 나간다.
-스윽.
별수롭지 않게 바닥에 깔린 회색 매트를 밟아보는 강우진.
‘약간 물렁한가?’
매트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거였다. 축구선수가 잔디 상태를 인지하는 것과 비슷했다. 이어 강우진이 십수 명 무술팀 앞에 섰다. 이번 우진의 상대가 될 사내는 연신 눈에 띄는 거인의 사내 박철규였다.
그런 그가 작게 웃으며 우진에게 다가왔다.
“팬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어마무시한 덩치다. 팔뚝의 딱딱함이 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몸도 좋다.
‘미친. 피지컬 진짜 지리시네.’
속으로 순수하게 감탄한 우진이 목소리를 평소보다 더 깔았다. 왠지 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포함됐다.
“감사합니다.”
간단한 인사 후 무술 감독이 다가와 둘의 동선을 다시금 확인했다. 리허설과 같다. 동선은 그리 길지 않았다. 거인 박철규가 달려들면 그의 품속으로 파고든 뒤 다리를 건다. 박철규가 무릎을 꿇고 엎어지면 목을 타격 후 면상에 주먹 한 방.
뒤로 더 동선이 있지만 당장은 짧게 한 챕터만.
이내 강우진과 박철규가 마주 섰다. 우진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덩치 차이는 크다. 허나 송만우 PD는 카메라에 비추는 그림을 보며 비죽 웃었고.
“좋네 밸런스가.”
앞에 선 거인을 보며 우진은 훤한 낭심이나 목 외의 그의 약점과 치명상을 줄 부위를 훑고 있었다. 이건 그저 스위치 켜진 ‘무술’ 때문에 생기는 버릇과 비슷했다. 그러다 강우진이 간단하게 마음을 다스렸다.
‘짜고 치는 고스톱 또는 연기. 힘을 빼고 사실적으로 보이게만.’
이때.
“처음엔 가볍게 가봅시다- 하이 큐!”
송만우 PD가 신호를 뱉었다. 금세 우진의 앞에 선 거인 박철규가 콘티 대로 우진에게 양팔 들고 달려들었다. 황소? 곰? 어느 쪽이든 깔리면 죽을 정도의 파워였다.
다만 지금의 우진은 침착했다.
“후-”
작게 숨을 뱉으며 박철규의 올가미 같은 양팔을 피한 뒤 오히려 그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훅!
이어 박철규의 옆구리로 나오면서 그의 윗옷을 당긴다. 그다음이 목덜미. 힘을 역이용해 다리를 거는 것까지. 허나 가볍게 한 탓인가? 둔탁한 툭! 소리가 났다. 순간 강우진은 거목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박철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하지만.
“아.”
짧은 침음을 뱉은 박철규는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짜고 친 대로 행동하지 않은 것. 실수. 그러나 왜인지 무술팀 인원 몇몇이 티 안 나게 픽 웃었고 박철규가 진중하게 무술 감독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우진씨가 앞에 있어서 긴장했습니다.”
눈빛에 서늘함을 실은 무술 감독이 낮게 답했다.
“정신 차려라.”
“예 감독님.”
박철규가 우진에게 대강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우진씨. 긴장해서 느낌이 더 안 났나 봐요.”
아니 뭐 사과까지. 강우진은 무심하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잖아? 담담하게 다시금 자리에 선 강우진. 거인 박철규 마찬가지였다. 재차 송만우 PD가 신호를 뱉었다.
“하이- 액션.”
박철규가 기세 좋게 다시 달려든다. 어째 방금보다 힘이 더 들어간 것 같지만 강우진은 별수롭지 않았다. 그저 저 거대한 양팔을 피해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 뿐.
-훅!
이번에도 정확한 타이밍.
‘다음은 옆구리.’
바로 박철규의 옆구리로 빠진 강우진이 정해진 동선대로 그의 윗옷을 당기려 했다. 그런데.
-휙!
박철규가 예정보다 허리를 더 폈다. 의도가 있었으나 그 바람에 우진이 뻗은 손의 타겟이 바뀌었다. 삽시간이라 손을 거둘 수도 없었다. 그대로 우진의 손에 힘이 가해졌다.
결과적으론.
-팍!
‘아.’
강우진이 박철규의 운동복 바지를 종아리 바로 위까지 부드럽게 벗긴 게 됐다. 다행히 박철규는 바지 안에 또 다른 바지를 입고 있었다. 흔히 ‘땀복’이라 부르는 쫀쫀한 바지였다.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바지가 벗겨진 건 사고였다.
명백하게 당황한 우진.
‘이런 미친!! 죄송합니다!!’
그가 습관적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박철규의 벗겨진 바지를 올려주려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박철규는 그 손길을 공격으로 판단했는지 어쨌는지.
‘이 이게 무슨!! 설마 눈치챘나?!’
미간을 확 찌푸리며.
-훅!
우진의 양팔을 잡아채려 했다. 과격하다. 허나 이미 ‘무술’이 온몸에 퍼진 강우진이었다. 본능이 발동한다. 반사적으로 박철규의 오른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리곤 가해지는 힘을 역이용해 물 흐르듯 박철규의 다리를 걸었다.
‘풀썩’ 소음이 울려 퍼진다.
바지 벗겨진 거인 박철규가 무릎을 꿇으며 흔히 말하는 ‘OTL’ 자세가 됐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박철규의 지금 모습은 원래 하려던 무술 동선의 마무리 그 자체였으니까. 바지 벗겨진 것만 빼면 모든 게 완벽하다 할 정도.
잠시잠깐 액션스쿨 전체에 묘한 침묵이 퍼졌다.
“···”
“···”
“···”
뒤쪽 십수 명 무술팀 인원 몇몇은 낯빛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땀복이 노출되는 거야 액션스쿨에서 흔한 일이지만 왜인지 다들 이걸 어쩌지 싶은 표정이었다.
‘OTL’ 자세의 박철규를 목도한 강우진은 근엄한 얼굴이었다. 뇌가 작동을 멈췄으니까.
‘조졌네.’
그런 우진을 보던 무술 감독의 얼굴은 단단했다. 다소 충격적이라 말해도 무방했다.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야. 정교하고 자연스러웠다. 도중에 철규 저놈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어긋났었어 그런데 그 급박한 찰나에 우진씨가 동선을 바꿨다.’
무술 감독이 속으로 진중히 읊조렸다.
‘하지만 결과는 같아. 설마 동선을···사실적이고 타당하게 바꾼 건가? ‘이로운 악’의 진짜 악 남주 ‘장연우’ 캐릭터에 맞춰서?’
턱수염 송만우 PD는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악동적인 면모가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그림 죽이는데?’< 기세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