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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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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세 (6) >

1월 17일 일요일 7시. 예능계 대부 윤병선 PD의 새 예능 ‘우리네 식탁’이 뚜껑을 열었다. 채널은 종편 HTBS. 공중파는 아니다. 허나 요즘엔 채널의 경계선이 희미하며 윤병선 PD의 이름값만으로도 불리함을 덮고도 남았다.

어쨌든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네 식탁’은 매주 일요일 7시에 전파를 탄다.

다만 지금 시작된 ‘우리네 식탁’은 0화였다.

‘우리네 식탁’은 미국 얘기가 메인이긴 했지만 준비과정에서도 스토리는 퍽 많았으니까.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네 식탁’ 0화는 각 멤버들의 인터뷰부터 보였다.

[“형! 앉아요 앉아.”]

[“하- 윤병선 얼굴 지겹다 지겨워. 우리 년에 한 번만 보자니까?”]

[“역시. 형은 사람이 참 안 변해서 좋아.”]

[“난 너 싫어.”]

바지사장인 안종학을 시작으로 하강수 홍혜연 화린 연백광 그리고 강우진까지. 멤버의 결성 뒤론 분식집에서 찍었던 팀 결정 스토리와 연습하는 컷이 이어졌다. 이 부근의 메인은 역시 강우진 홍혜연의 주방팀이었다. 홍혜연의 서툰 요리실력이 먼저였고 강우진의 현란함이 뒤쪽이었다.

윤병선 PD 특유의 편집과 자막 등이 장면을 생생히 살렸다.

스승인 스타 셰프가 우진의 요리를 실제 셰프의 것으로 헷갈리는 씬에선 실시간 시청자 채팅방이 요동치기도 했다. 눈과 귀와 입이 즐거운 ‘우리네 식탁’이었다.

후반부엔 강우진의 창작 메뉴를 수준급으로 만드는 장면도 공개됐다.

[“이름은 음- 그냥 김자반 막국수가 좋겠네요.”]

이때도 시청자 채팅방은 널뛰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네 식탁’ 0화는 멤버들이 미국행 비행기를 탄 것까지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총 1시간 30분 정도의 러닝타임.

‘우리네 식탁’이 끝난 뒤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엔 긍정뿐이었다. 일만의 부정을 찾기 힘들 정도.

-윤피디님………..진짜 쌉존잼입니다…….

-ㅋㅋㅋㅋㅋ하 시밬ㅋㅋㅋㅋ힐링된닼ㅋㅋㅋㅋ너무 재밌자너!!

-아닠ㅋㅋㅋ강우진은 원래 성격이 저런거임???ㅈㄴ신박하넼ㅋㅋㅋㅋ근데 뭔가뭔가 웃김ㅋㅋㅋㅋ

-일요일 밤에 우리네식탁 딱 보고 주말 마무리하면될듯ㅋㅋㅋㅋ꿀잼!!

-강우진 웍질에서 1차 반하고 칼질하는 거에서 2차로 빠짐

-하….당장 다음화를 가지고와요!! 간만에 볼만한 예능 나와서 행복해…

-멤버들 케미 기대된닼ㅋㅋㅋㅋ안종학은 알고 있었고 의외로 하강수랑 연백광이 허당이넼ㅋㅋㅋ홍혜연이랑 화린은 존예고! 강우진은 말은 별로 없는데 걍 센터같음ㅋㅋㅋㅋㅋ

-아니!! 김자반 막국수 나만 먹고싶음?? 이거 어디서 팜???

-ㅠㅠㅠㅠㅜㅠ존잼이다!! 해외 사람들 반응 빨리 보고싶어…..

-저번 윤피디 예능이 한 12퍼 찍지 않았나?? 이번 게 시청률 더 잘나올듯ㅋㅋㅋㅋ

-강우진은 대쳌ㅋㅋㅋㅋㅋㅋ못하는 게 뭐임???

이 시각 종편 HTBS 예능국의 ‘우리네 식탁’ 편집실은 지옥과도 같았다. 너튜브용 미공개 영상 예고편 티저 메이킹 본편 등등 밤새 이어지는 편집과 미팅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윤병선 PD나 작가진들의 얼굴엔 피곤이 덕지덕지 붙었고.

“시청자들 반응 어때?”

“미쳤어요 지금!”

“오케이! 바로 너튜브에 준비된 영상들 쏘고 기사들도 뿌려!”

“네 PD님!”

이미 인터넷엔 ‘우리네 식탁’ 얘기가 급격하게 파생되고 있었다.

이 시각 일본 도쿄.

오후 8시를 넘겼을 쯤 강우진은 ‘도쿄 쇼트쇼츠 국제영화제’의 폐막 겸 뒤풀이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당연히 복장은 풀정장. 장소는 도쿄 미나토구의 롯폰기 타워였다. 초대형 건물이며 여러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복합적 타워기도 했다.

그런 롯폰기 타워 안에 있는 호텔의 홀이 우진의 목적지였다.

홀엔 이미 ‘도쿄 쇼트쇼츠 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일본 영화판 또는 연예계의 거물 유명인들이 즐비한 상태였지만 로비에 들어선 우진은 무뚝뚝 그 자체였다.

호텔 입구에서부터 몰린 기자들이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지만.

“···”

강우진의 단단한 모양새는 변함이 없었다. 그 모습에 수십 일본 기자들은 여러 얘기들을 쏟아냈다. 의아하다거나 황당하다거나 놀랐다거나.

“엄청 당당하구만?”

“표정이 늘상 저런 건가? 냉풍이네 냉풍.”

“한국에선 건방지다는 얘기가 좀 있던데. 사실인가 보군.”

“나는 괜찮아 보이는데? 과연 1년의 신화를 이룰만하다는 느낌이야.”

현재 우진은 일본에서 급격하게 떠올랐다. 그런 강우진이 대뜸 이곳에 나타났으니 소란스러운 게 당연했다. 그리고 수십 기자들을 스치는 강우진은 나름 떨리고 있었다.

‘여기가 그 롯폰기 타워? 겁나 크네. 딴 곳도 가보고 싶다. 살짝 못 돌아보나?’

철저한 관광 모드였다. 거기에 사람이 하도 많아서이기도 했다. 다만 여기에 몰린 거물이나 유명한 인물들은 모두 강우진에겐 일반인이었다. 일본에서 날고 기면 뭐하나? 우진의 눈엔 그저 일본인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잘생기거나 예쁜 20~30대 일본인들로 보일 뿐.

그러다.

-스윽.

강우진이 수많은 거물들이 응집된 홀에 들어섰을 때 입구 옆쪽에서 익숙한 한국어가 들렸다.

“왔구만.”

돌아보니 한 손에 와인잔을 든 한국인 할아버지. 아니 뭐가 헐렁한 양복을 입은 안가복 감독이 다가오고 있었다. 강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니면 방금 왔는지 그도 혼자였고.

“정신없지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그래요. 반가워.”

안가복 감독이 홀의 중간에 일자로 쭈욱 펼쳐진 탁자 위를 가리켰다. 음식과 다과 샴페인과 와인 등이 즐비했다.

“와인? 샴페인? 뭐라도 마셔요.”

가득한 음식들에 우진은 속으로 침을 흘리면서도.

‘와- 씨 스시 개 맛있겠네.’

묵묵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물로 하겠습니다.”

인터뷰 스케줄 외로 오늘 하루가 빡셌던 우진이었기에 알콜이 좀 땡겼지만 참아야 했다. 어쨌든 주류 주변에 놓인 생수통을 집은 강우진에게 안가복 감독이 말을 이었다.

“여기 사람들을 봐 아닌 척하면서 죄다 우진군을 힐끔대고 있군.”

“···”

실제로 그랬다. 홀엔 유명 감독이나 배우 등으로 최소 200명 정도 모여 있었는데 강우진의 등장 후론 계속 이쪽을 힐끗댔다. 하지만 아직 다가오는 인물들은 없었다. 그 모습이 안가복 감독이 주름진 미소를 보였다.

“호기심인가 호승심인가. 어느 쪽이 됐든 우진군이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어요.”

“의도하진 않았습니다.”

“이 바닥이 의도한 대로만 굴러가면 천국이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옥인 거고. 허나 우진군은 그리 긴장한 기색은 없구만.”

“해야 할까요?”

“아니 전혀. 원하는 만큼 휘저어도 돼요. 그게 자네의 장점이기도 하니까. 타국이든 어느 환경이 됐든 주변에 눈길 하나 안 주는 것.”

오해였다. 강우진은 지금 중앙 테이블 위의 스시들을 힐끔대고 있었으니까. 이를 알 리 없던 안가복 감독이 와인 한 잔을 홀짝인 뒤 주제를 바꿨다.

“‘거머리’의 배우 오디션에 참석해보면 어때요.”

“오디션 말입니까?”

“음. 심사위원 쪽으로 요청하는 거지만 바쁘면 패스해도 돼요. 그런데 와주면 큰 힘이 되겠지.”

“···”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우진이었으나 내면으로는 화들짝했고.

‘심사?? 내가 배우 오디션 심사를 보라고?! 이게 뭔 쌉소리지???’

주변 일본 배우들과 눈인사한 안가복 감독이 우진와 눈을 맞췄다.

“주변에선 우진군 경력이 어쩌고 보는 시선이 어쩌고 하는데. 사실 내 보기엔 자네가 쌓아온 연기 인생은 충분하다고 봐. 데뷔야 1년 째지만 그간 독학으로 연기를 해왔잖는가.”

“···”

“가늠이야 안 되지만 권기택 감독은 최소 10년. 어쩌면 15년이라 생각하더군. 나도 비슷하고. 자네는 지금 신인이냐 베테랑이냐로 판단하는 건 문제가 있어. 신인류로 봐야겠지.”

뭐 익숙한 착각이라 우진은 별수롭지 않게 넘겼다.

“심사하는 것 없이 그저 앉아만 있어도 되는 겁니까?”

“그래요. 사실 그 정도만 해줘도 고맙지. 뭣보다 청룡에서 그리 큰 핵폭탄을 터트렸으니 어느정도 상응하는 퍼포먼스는 보여야 되지 않겠어요?”

“생각해보겠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크게 상관없을 것 같긴 합니다.”

“음 고마워요.”

이때.

“우진씨!”

가까이서 급작스레 일본어가 침투했다. 들어본 목소리였다. 옆을 보니 새치 가득한 짧은 머리의 쿄타로 감독이 반쯤 뛰어오고 있었다.

“하하 오랜만에 보네요. 사실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저기에 잡혀 있다 보니 늦었네요.”

정장 입은 쿄타로 감독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우진이 그의 손을 잡으며 낮은 일본어를 뱉었다.

“아닙니다 감독님.”

“어차피 며칠 뒤에 촬영장에서 볼 테지만 그래도 반갑네요. 지금 저쪽 인파들도 우진씨 얘기로 시끄러워요. 아니 여기 대부분이 그렇겠지.”

“그렇습니까?”

“가장 핫한 인물이시니까요.”

의미 심장하게 웃던 쿄타로 감독이 안가복 감독과 눈인사를 나눴다. 둘은 이미 영화제에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애초에 서로 안면이 있던 사이였으니까.

뭐가 됐든 여기서부터.

“저- 안녕하세요 강우진씨.”

연신 눈치만 보던 일본 배우들이 강우진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마 쿄타로 감독이 합류한 영향이 큰 듯 보였고.

“반갑습니다 강우진씨.”

“한량과 ‘남사친’ 재밌게 봤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점차 우진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일본의 탑배우들 유명 감독들 일본 연예계 관계자들 등등. 최소 열댓 명이 넘는 인물들에 둘러싸인 강우진은 많은 인사와 질문을 받아야 했다.

물론 안가복 감독과 쿄타로 감독도 마찬가지.

이쯤 한 가지 사실이 일본 거물들에게 설파됐다.

“아···안 감독님과 칸 영화제를 노리시는 거군요.”

안가복 감독과 강우진이 올해 열리는 칸 영화제에 참전한다는 것. 이는 홀에 있는 일본 탑배우들은 물론 감독들에게 빠르게 전파됐다. 금세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유야 간단했다.

“허- 코무로 감독도 이번 칸 영화제에 출품한다고 들었는데.”

“마스자와 감독도 저번 달에 크랭크인 올렸잖아? 이번 칸 영화제는 전쟁터겠구만.”

여러 일본 거장 감독들도 칸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다음 날 아침.

도쿄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 커다란 승합차 안. 하품을 쩍 하는 최성건 포함 우진의 팀들이 각자 할 일에 바쁘다. 그중 회색 코트를 걸친 강우진은 무심히 창밖을 보고 있다.

승합차는 한 커다란 건물 외부 주차장에 멈췄다.

위치는 대략 도쿄역 근방.

주차를 마친 승합차에 내린 우진이 보이는 높디높은 건물을 눈에 담았다. 전체가 회색이며 층수가 10층은 넘어 보인다. 거기다 옆으로도 넓다.

‘와- 확실히 크긴 크네.’

그쯤 옆에 붙은 꽁지머리 최성건이 강우진의 어깨를 툭 쳤다.

“가자 우진아.”

이동하는 건 최성건과 강우진 그리고 직원 몇몇. 사이에는 통역 직원도 포함이었다. 곧 건물 입구 앞에 설치된 거대한 동상이 강우진을 반겼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유명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였다. 퍽 인지도가 높아서 애니를 잘 모르는 우진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입구 위쪽엔 당당한 간판이 달렸다.

-‘A10 스튜디오’

일본 전체로 TOP3에 드는 초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 ‘남사친’의 애니화를 더불어 오늘 강우진이 미팅할 곳이기도 했다.

역시 ‘A10 스튜디오’는 로비부터 남달랐다.

‘지린다- 여기가 회사여? 그냥 굿즈 파는 곳 아니고??’

지금 우진이 속으로 읊조린 것처럼 대형 제작사 ‘A10 스튜디오’의 1층 로비는 애니 캐릭터로 가득했다. 사람 크기의 등신대가 곳곳에 보이며 로비에 많이 보이는 모니터엔 애니가 출력되고 있었다. 천장이나 벽면에도 캐릭터 천국.

아예 굿즈를 파는 판매점도 보인다.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이곳은 천국이 아닐까?

애써 무심함을 유지하던 강우진이었지만 실로 굉장한 광경에 신기함을 금치 못했다. 그래도 강우진 팀을 마중 나온 ‘A10 스튜디오’의 직원은 평범했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장 입은 남녀 직원 몇몇이 강우진에게 인사를 던지며 안내를 맡았다. 특이한 건 인포메이션 엘리베이터 복도 등 스치는 직원들이 전부 강우진을 대놓고 구경한다는 것. 심지어 꺅꺅하는 여직원도 꽤 있었다.

그렇게 강우진 팀이 도착한 곳은 5층의 넓은 회의실.

‘아니 여기를 회의실이라고 불러도 되냐??’

회의실도 애니메이션 캐릭터 왕국이었으니까. ㅁ자형 책상에 쌓인 책자들부터 유리문 정면의 스크린 외에 어디라도 캐릭터가 즐비했다. 뭐랄까 앉기가 꺼려질 정도였으나 어떻게든 의자를 빼내 엉덩이를 붙이는 강우진.

곧 안내 맡은 직원들이 나가자마자 bw 엔터 인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여기 진짜 약간 혼란스럽지 않아요?? 애니 제작사로 유명하다 해도 이 정도일 줄.”

“이것 봐요 의자에도 캐릭터 그려진 거.”

“뭔가···아키하바라에 온 것 같은 기분. 아시죠? 애니메이션 관련으로 엄청 유명한 거.”

강우진은 침묵으로 동의했다.

동시에.

-스륵.

여자 캐릭터가 그려진 유리문이 재차 열리며 아까완 다른 직원들이 들어왔다. 여자 둘에 남자 둘. 그런데 뭔가 포스가 남달랐다. 얼추 ‘A10 스튜디오’의 간부급이 아닐까 싶은 우진이었다.

뒤로 간단한 인사와 명함들이 오갔고.

“감사합니다 강우진씨. 만나 뵙지도 못할까 봐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자신을 기획부 팀장이라 소개한 여자가 강우진에게 미소를 보였다.

“지금 저희 회사 난리 났어요 우진씨 팬이 많거든요.”

“감사합니다 영광이네요.”

“‘남사친’ 정말 재밌었어요.”

“일본 팬분들이 좋아 해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와- 이미 알고는 있었는데 어떻게 일본어를 그렇게 잘하세요??”

그녀가 분위기 메이커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미팅 분위기가 금세 풀렸고 A10 스튜디오 측에서 태블릿 몇 개를 강우진 팀에 건넸다. 화면엔 남자 캐릭터의 앞모습 뒷모습 등이 출력되고 있었다. 누군지는 여자 팀장이 설명했다.

“‘한인호’ 캐릭터 시트예요. 최대한 우진씨의 외형을 참고했습니다.”

큰 키에 흑발 진한 이목구비 무심한 표정. 확실히 강우진과 비슷하긴 했다. 이에 최성건과 bw 직원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닮았네요 우진씨하고.”

“음. 그러네.”

“잘 뽑힌 거 같은데요??”

반면 강우진은 좀 달랐다.

‘이게 나? 에이- 얘는 너무 존잘인디??’

캐릭터가 어색하달까? 이때 A10 스튜디오 측 남자 간부가 설명을 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차차 말씀드리겠지만 당장 핵심부터 말씀드리면. ‘남사친’ 애니메이션은 이미 제작 중입니다. 올해 7월 런칭이 목표입니다. 속도를 내기 위해 세 팀을 가동 중입니다.”

즉 1화에 한 팀 2화에 한 팀 3화에 한 팀을 움직인다는 뜻. 이러면 동시에 3화씩 완성시킬 수 있다. 중소형 제작사는 불가능하겠지만 A10 스튜디오 정도의 대형은 충분히 가능했고.

-슥.

A10 스튜디오의 여자 팀장이 적당히 두꺼운 종이뭉치를 우진에게 밀었다.

“1화 정식 대본입니다. 보내드렸던 가안과 비교해서 설정이 추가된 것도 있고 빠진 것도 있습니다만 확정으로 보셔도 됩니다.”

변한 건 존재하지만 핵심은 똑같다는 건.

묵묵한 얼굴인 우진이 대본을 받은 뒤 표지를 확인했다. 일본어로 박힌 타이틀이 보인다.

-‘남사친 리메이크’

-1화

-A10 스튜디오

하지만 강우진은 타이틀보단 다른 것에 시선을 맞춘 채였다. 대본 옆에 붙은 검은 사각형이었고 남몰래 우진이 검지를 들었다.

-푹.

금세 그의 시야가 캐릭터 가득한 회의실에서 암흑만이 존재하는 아공간으로 변했다. 이때야 딴딴한 컨셉질을 푼 우진이 기지개를 쭉 켜며 발을 움직였고.

“아욱! 일단- 등급부터 확인해보자고.”

둥둥 뜬 여러 흰 사각형 중 방금 추가된 ‘남사친 리메이크’를 확인했다. 곧 우진이 픽 웃었다.

“오-”

-[10/대본(제목: 남사친 리메이크) S급]

-[*완성도가 매우 높은 애니메이션 대본입니다. 100% 리딩이 가능합니다.]

대박 날 조짐이 다분한 결과였으니까. 이어 미소를 유지한 우진이 ‘남사친 리메이크’ 흰 사각형을 선택했다.

-[10/대본(제목: 남사친 리메이크)을 선택하셨습니다.]

곧 흰 사각형이 리딩(경험) 가능한 인물들을 나열했다. 강우진은 당연히 남주를 선택했다. 솔직히 애니의 리딩(경험)보다는 완성된 100% 애니의 세상이 궁금한 게 더 컸다. 호기심.

저번 가안의 애니 세상은 구현도 50%임에도 가히 충격적이었으니까. 재밌기도 했고.

“100%면 얼마나 변할라나?”

그런데.

[“···”]

로봇 같은 여자가 침묵을 선사한다. 이건 퍽 익숙한 분위기였다. 이내 그녀의 음성이 아공간 전체로 울려 퍼졌다.

[“기본 스팩 이상의 능력이 감지됩니다. ‘피아노’를 먼저 습득합니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아니 저번엔 안 이랬잖아?

“잠깐만 피아노?”

하지만.

[“‘피아노’ 리딩 준비 중···”]

[“···준비 완료. ‘피아노’ 리딩을 시작합니다.”]

거대한 회색이 강우진을 덮치는 건 삽시간이었다.< 기세 (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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