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 (7) >
권기택 감독의 입에서 ‘실종의 섬’의 크랭크업이 선언된 순간 대형 세트 단지에 몰린 백여 명 스탭들의 흥분도는 단숨에 치솟았다.
“으아!! 드디어!!”
“크-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맞아! 이게 어떻게 끝나긴 하는구만!! 하하하!”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흐어!! 이제 잠 좀 자야겠어 진짜!”
“자자 다들 뒷정리 남은 거 잊으신 거 아니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동고동락한 스탭들. 그들은 얼싸안거나 하하호호 웃으며 기쁨을 나눴다. 푸근한 권기택 감독은 그저 모니터 앞자리에 앉을 뿐 백여 명 스탭들을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그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100% 끝난 건 아니었다. 간혹 발생하는 추가 촬영이 있을 수 있다. 거기에 제작발표회나 남은 포스터 촬영 등 자잘한 스케줄이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순간 ‘실종의 섬’ 전체 스탭들은 휴식기에 접어든다 봐도 무방했다. 다만 권기택 감독은 여기서부터가 진짜였다.
영화 제작의 핵심 중 하나인 후반 작업이 남았으니까.
따라서 앞에 비치된 모니터를 빤-히 보는 배 나온 권기택 감독의 얼굴에선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다. 어느새 그는 머릿속으로 편집에 관한 구상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 임시 포스터가 아닌 정식 포스터는 어떤 식으로 가야 하는가? 1차와 2차 예고편은? 오프닝 음악은?
배우들의 매력을 극대화할 연출은?
그의 뇌가 급작스럽게 일을 시작했다. 방금 촬영 일정이 모두 끝났지만 쉴 새가 없다. 하지만 권기택 감독은 국내 감독 중 거장 중의 거장. 금세 착착 예상 연출이 쌓이기 시작했다.
‘역시 초중반부터 중반부 이후까진 진선철 상병으로 가닥을 잡는 게 좋겠어.’
강우진이 맡았던 배역 얘기였다. ‘실종의 섬’ 시나리오 구상 초기부터 권기택 감독은 ‘진선철 상병’의 캐릭터를 중시 여겼다. 각 인물의 갈등과 극의 긴장도를 그가 도맡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권기택 감독이 바삐 머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
“조심히!! 야! 끝났다고 너무 막하지 말라고! 그게 얼마짜린지 아냐?!!”
“죄송합니다!”
“소품 정리하겠습니다!”
“촬영팀! 레일 철수합니다??!”
백여 명 스탭들은 환희를 뒤로하고 촬영 현장 정리에 돌입했다. 이쯤 권기택 감독에게 여전히 군복을 입은 류정민이 다가왔다. 키가 길쭉해서인지 군복이 퍽 잘 어울렸다.
“감독님.”
그의 인기척에 모니터를 가만히 응시하던 권기택 감독이 고개를 돌렸다.
“음 그래요. 정민씨 고생 많았어.”
짧은 머리의 류정민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독님.”
“허허. 나야 이제부터 진짜 고생 시작이지.”
잠잠히 웃던 권기택 감독이 팔짱을 끼며 뒷정리로 정신없는 현장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좀 쓸쓸해졌어. 시작할 땐 배우님들이 많았는데 말이야.”
현재 ‘실종의 섬’에 남은 배우는 류정민 하유라 포함 조연과 조·단역 몇몇이 다였다. 나머지 주연급 배우들은 강우진과 마찬가지로 촬영 일정이 끝나 이탈한 상태. 이에 류정민이 힘내라는 식으로 권기택 감독의 어깨를 주물렀다.
“하긴 다 있었으면 좀 더 시끌벅적했겠네요. 언제나 느끼지만 영화가 하나 끝나면 기분이 좀- 싱숭생숭합니다.”
“자네는 한량 끝나고 바로 넘어왔으니까 더 그러겠지. 그래서 ‘실종의 섬’에서 얻은 게 있나? 촬영 이외에 한계를 찾기 위한 목적도 있었잖나.”
이 역시 강우진이 포함된 얘기였다. 류정민이 ‘실종의 섬’에 합류하기 전 내포했던 속뜻.
“감독님 저는 이중인격을 그저 눈빛과 표정만으로 표현할 순 없습니다.”
“그런가?”
“아직은요. 얼굴에 붙은 것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괴물을 쫓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제 알았습니다.”
“알았다?”
권기택 감독과 시선을 맞춘 류정민이 ‘실종의 섬’에서 봤던 강우진의 연기들을 상기했다.
“강우진씨는 개체가 다르다는 것을요. 같은 배우지만 본질 자체가···”
말끝을 흐리는 류정민. 아마 신인류나 유일무이함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겠지. 충분히 이해한 권기택 감독이 스윽 일어나서는.
“자네도 충분히 괴짜야. 그저 우진씨가 존재할 뿐이지.”
주제를 바꿨다.
“‘실종의 섬’ 개봉 시기는 얼추 5월로 보고 있네.”
“5월- 봄이네요.”
푸근하게 웃은 권기택 감독이 류정민에게 엄지를 보였다.
“좀 쉬면서 피부관리나 받아둬 바빠질 테니.”
이후.
‘실종의 섬’이 뒷정리가 한창일 쯤 국내의 수많은 회사들이나 카페 등등에 모인 대중들의 입에선 한 예능이 오르내렸다.
“엥? ‘우리네 식탁’ 안 봤어요??”
“네 아직. 원래 윤병선 PD 예능은 잘 안 봐서. 근데 그렇게 재밌어요? 사람들이 다 그 얘기 하던데.”
“완전 꿀잼인데? 너튜브로 잠깐 찍먹이라도 해봐! 바로 빠질걸?”
윤병선 PD의 ‘우리네 식탁’이었다.
“괜히 그 시청률 나온 게 아니라니까?? 존잼존잼. 진짜 간만에 볼 예능 생김!”
“거기 강우진도 나오죠? 걘 어때요?”
“···아 거기서 강우진이 핵심이에요. 요리하는 거 진짜 폼 미쳤고. 나도 솔직히 강우진 좋아하는 건 아니었는데 이번에 ‘우리네 식탁’ 보고 검색 엄청 해봤어요. 덕질 시작해버림.”
오늘만이 아닌 ‘우리네 식탁’이 방영된 다음 날부터 그랬다.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예능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컨텐츠기에 반응은 더 강력했다.
그러니 국내 각종 매체는 ‘우리네 식탁’ 얘기로 시끄러울 수밖엔 없었다.
『‘역시 윤 PD’ 침체된 예능계에 ‘우리네 식탁’ 15.6% 시청률로 존재감 폭발!』
『15% 이상 시청률 예능이 얼마 만인가? 강우진 포함 ‘우리네 식탁’ 멤버들 기세 폭발』
예능계 대부 윤 PD의 새 예능이 15% 이상의 대기록을 세운 것도 한 몫 거들었다.
『‘우리네 식탁’에서 나온 강우진의 수준급 요리 실력 진짜 셰프도 헷갈릴 정도라고?』
『[스타톡]‘우리네 식탁’ 강우진 대체 못 하는 게 뭐? 미국행 앞두고 누리꾼들 “빨리 1화를 달라!” 아우성』
하지만 윤병선 PD 강우진 등의 출연자들 이름값으로만 만든 기록은 아니었다. ‘우리네 식탁’은 내용까지 탄탄했다.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넘어 한 주를 기다리게 할 폭발적인 기대감을 선사할 정도.
『SNS에 번지는 강우진의 창작 요리 ‘우리네 식탁’에 등장한 ‘김자반 막국수’는 어떤 맛?』
이렇게 물이 콸콸 들어오는데 윤병선 PD가 가만히 있을 턱이 없었다. ‘우리네 식탁’팀은 모든 채널을 총동원하여 홍보에 온 힘을 쏟았다. 너튜브에는 전주에 첫 방영한 0화의 편집 영상이 범람했고 이번 주에 나갈 1화의 예고편들을 미친 듯이 쏟아냈다.
예고편엔 ‘우리네 식탁’ 멤버들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모습이 담겼다.
LA의 미슐량 1스타 셰프의 등장은 덤이었다.
‘우리네 식탁’이 올린 모든 영상은 기본 조회수가 10만이었고 높은 건 100만도 많았다.
-하…..빨리 보고 싶다…..시간 더럽게 안가네….퇴든 언제해ㅠㅠㅠㅜㅜㅠ
-아!! 예고편 말고 본편을 달라고요!! 줘요! 지금!!
-ㅋㅋㅋㅋ푸드트럭으로 시작하는구낰ㅋㅋㅋㅋ미국인들 반응 졸라 궁금하넼ㅋㅋㅋㅋ
-메인 셰프는 강우진 확정임??? 미국인들이 맛 없다고 뱉으면 어캄???
-한국에선 탑배우들이 미국가서 요리하고 있으니까 ㅈㄴ신박하긴하넼ㅋㅋㅋㅋㅋㅋ
-미슐랭 원스타 셰프 뭐냐?? 제작진이 섭외한 건가???
-ㅋㅋㅋㅋㅋ아닠ㅋㅋㅋ미국 본토 미슐랭 원스타 셰프가 강우진 요리를 먹넼ㅋㅋㅋㅋㅋ
-이상만: 불겠어 돈통이 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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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물론 인터넷엔 ‘우리네 식탁’ 이슈만 터지는 건 아니었다. 워낙 써먹을 떡밥이 풍족했기에 국내 언론은 원하는 것을 집어다 쏘기 바빴다.
『‘일본 연기로 평정하겠다’ 강우진 일본에서 ‘낯기생’ 촬영 시작 일본 쪽 SNS에 목격담 속속 등장』
그렇게 21일이 저물고 22일 금요일이 밝았다. 아침부터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영화계 쪽이었다.
-오ㅋㅋㅋㅋㅋ실종의 섬 촬영 끝났다는데???ㅋㅋㅋㅋ생각보다 빨리 끝남
‘실종의 섬’ 크랭크업 소식이 퍼진 것.
『거장 권기택 감독의 ‘실종의 섬’ 어제부로 크랭크업! 개봉은 언제?』
『[무비IS]촬영 종료 알린 ‘실종의 섬’ 관계자 측 “확정 아니나 5월 쯤 개봉 예상”』
거장 중 으뜸으로 치는 권기택 감독의 신작이었고 류정민이나 강우진 등 탑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기에 기대치가 높았다. 업계든 여론이든 말이다.
『거장 감독부터 거물 탑배우들 몰린 ‘실종의 섬’ 흥할까? 망할까?』
그사이 강우진이 일본에 있는 와중에도 그와 관련된 것들은 착착 진행됐다. ‘이로운 악’의 송만우 PD는 최나나 작가를 대동한 대본 회의와.
“작가님 여기에선 좀 더 과격하고 뭐랄까요 노빠꾸로 가도 되지 싶은데.”
“그 그런가요?? 너무 오바 떠는 게 아닌가 싶어서.”
“괜찮아요 일단 질러 봐.”
키스탭들과의 제작 회의를 거듭하며 프리 단계를 빠르게 쳐내고 있었다. 하지만 급하지는 않았다. 총제작비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만큼 꼼꼼할 필요성이 있었으니까.
이어 같은 날 늦은 오후 공중파 KBC에선 강우진이 스쳤던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얼어죽는 연애]
-[마지막 화]
스타작가 이월선의 ‘얼어죽는 연애’였다. 우진이 등장한 건 초반 1 2화가 전부였으나 오늘 방영된 마지막 화에도 강우진이 등장했다. 그리 길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등장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선 난리가 났다.
-ㅠㅠㅠㅠ지금 얼어죽는 연애 마지막화 보는사람?? 강우진 나오는데ㅠㅜㅜ개감동….강우진이 나와서 찐막 느낌 제대로 살려준다….
참고로 ‘얼어죽는 연애’는 마지막화까지 10% 정도의 시청률을 수성했다. 충분히 준수한 성적이지만 이월선 작가가 워낙 스타작가라 작품을 까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스타작가 이월선 ‘얼어죽는 연애’ 평균 10%대 시청률로 종영 아쉬운 성적』
하지만 이월선 작가 ‘얼어죽는 연애’의 제작진 배우진은 만족하는 모양새였다.
『이월선 작가 “충분히 행복한 작품 많이 배웠다 제작진 배우들 그리고 강우진에게 감사”』
뭐가 됐든 현재 한국에 강우진이 없음에도 그의 이름은 끝없이 거론됐다. 피날레는 ‘얼어죽는 연애’의 마지막 화가 끝났을 무렵이었다.
여러 탑배우들에게 한 가지 소식이 전달됐다.
예를들면 ‘마약상’의 진재준.
“재준아! 떴다! 방금 ‘거머리’ 쪽에서 오디션 정보 보냈어!!”
“오! 진짜?”
노장 또는 영물인 안가복 감독의 ‘거머리’의 정식 오디션 날이 확정된 것. ‘거머리’ 측이 거르고 걸렀는데도 많은 탑배우들이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다.
문제는.
“어어! 오디션은 지정 연기고- 또 안가복 감독님하고 심한호 선배님 그리고···어? 강우진?”
“우진씨? 우진씨가 뭐.”
“아니···오디션 심사에 강우진이 있을 거라는데? 이거 맞나??”
“우진씨가···있을 거라고?”
뿌려진 오디션 정보엔 심사위원으로 강우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어어. 에이- 설마. ‘거머리’ 측이 헷갈렸나 보지. 아무리 그 안가복 감독님이라곤 해도 설마하니 탑배우들 줄줄이 오디션 보는데 강우진을 심사위원으로 올렸을라고.”
“···아니 진짜일 거야. 말이 오디션이지 그냥 폼만 보는 성격이 강할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 임마 진재준이야! 강우진이 지금 핵폭탄이라곤 해도 어떻게 니가 걔 앞에서 오디션을 보냐고!”
“안 감독님은 그 점을 보시려는 게 아닐까?”
그 덕에 ‘거머리’의 오디션 정보를 확인한 여러 탑배우나 A급 배우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가 강우진??! 진짜 강우진이 심사에 낀다고??!”
“전화! 전화해봐!”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에이 씨! 뭐 이딴! 아니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탑급 짬에 오디션 보라는 것도 빡치는데! 뭐? 강우진??”
“그러게···이건 좀 오반데.”
오류라고 생각하는 곳 의심하는 곳 역정 내는 곳 포기하는 곳 등등.
하지만 분명.
“···괜찮겠냐? 한참 후배 앞에서 오디션 볼 수 있겠냐고.”
“네 상관없습니다.”
“후 알았다.”
이 시점에 배우들의 입장이 판이하게 갈렸다. 도전하려는 이와 무시하려는 이로 말이다. 물론 무시하는 쪽이 더 많았다.
“패스해 패스! 이건 진짜 아니지! 세상에 안 감독님 작품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라 그래. 강우진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적당히 해야지.”
“세계를 접수했으면 몰라 작품수도 나보다 한참 딸리는 애 앞에서 오디션을 보라니!”
어쨌든 국내 배우판이 발칵 뒤집힐 정도의 사안이었다.
다음 날 23일 토요일. 일본 도쿄.
느지막한 아침. 도쿄에 있는 한 고등학교. 현재는 방학의 끝물이라 학생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앞 운동장 쪽엔 왜인지 백여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린 상태였다. 거기에 카메라 조명 오디오 기기 등 각종 촬영 기기다 즐비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이들은 ‘낯기생’ 촬영팀이었으니까. 첫 촬영지였던 ‘이네후나야’ 마을의 일정을 마친 뒤 야외 촬영지인 이쪽으로 넘어온 것. 빡빡하긴 했으나 어떻게든 해낸 ‘낯기생’ 팀이었다. 이 학교에서는 ‘낯기생’ 사건의 단초가 될 모든 과거 씬이 촬영될 예정이었다.
키요시의 이지메나 미사키 토카의 죽음. 그리고 모든 이들의 어린 시절 말이다.
“레일! 여기 운동장부터 깔게요! 다음은 교실!”
“학교 뒤쪽에 쓰레기들 쌓겠습니다!!”
“배우분들한테 교복 지급됐어요?!”
“예! 전부 지급했습니다!!”
“카메라 테스트! 하나 둘!”
그렇기에 ‘낯기생’에 출연하는 모든 주연급 배우들이 이 학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얼추 열댓 명이 넘는다. 스탠바이 시간은 정오쯤. 현재는 아침 11시였기에 배우 전체가 도착하진 않았다.
운동장에 설치된 여러 천막 중 배우들의 대기 천막엔 대략 5명의 배우가 보였다.
곧 이탈할 야스타와 ‘미사키 토카’ 역을 맡은 어른 여배우 나카죠 키미 조연급 배우 둘. 그리고 ‘낯기생’ 팀 전체에 인기 스타가 된 강우진이었다. 우진은 현재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
묵묵히 앉아 있다. 허나 혼자는 아니었다. 미남의 야스타가 그의 옆에 붙어 조잘대고 있었으니까.
“우진씨 세상에. 너튜브 구독자가 1000만이 넘던데요? 어떻게 한 겁니까??”
“그냥 취미로 하는 겁니다.”
“에에엑?? 취미라니. 말도 안 돼요. 배우 그만하고 너튜브만 해도 될 정도잖아요! 아 근데 진짜 그만두시면 안 됩니다. 전 우진씨 팬 됐으니까요.”
“그렇습니까?”
“당연하죠! 그래서 말인데 우진씨. 우리 인스타 맞팔할까요? 친해지면 좋으니까.”
“그러시죠.”
우진은 진심으로 좀 귀찮았다. 하- 얘 생각보다 시끄러운 타입이었네. 약간 성격이 여동생인 강현아를 닮았다. 와중 ‘미사키 토카’를 맡은 신인 나카죠 키미도 강우진에게 관심이 가득했다.
‘마 말을 걸어도 될까?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힐끔대기만 할 뿐 그 어떤 액션을 취하진 못했다. 이 무렵 천막의 밖 미친 듯 분주한 ‘낯기생’ 스탭들 몇몇은 의아함을 분출하고 있었다.
현장에 원래는 없던 외국인들이 보였으니까.
“저 외국인들 어느 팀이지?”
“그러게 나도 처음 봐. 어제 촬영에 있었나?”
“없었지 않아? 뭐지.”
“감독님과 얘기하는 거 보면- 아아 혹시 특별효과팀이나 VFX팀 아닌가?”
“근데 왜 아무것도 안 하지.”
뜬금 나타난 외국인 무리는 갈색 단발의 여자 짧은 주황 머리 남자 뚱뚱한 남자 포함 5명이었다. 그들은 쿄타로 감독과 짤막하게 얘기한 뒤 서로 대화만 할 뿐 촬영 세팅에 관여하진 않았다.
그런 그들을 유심히 보는 꽁지머리 남자.
“스읍- 쟤네 어디서 봤는데. 특히 저 갈색 단발. 아닌가?”
배우진 스탭들의 천막 앞에 팔짱 낀 최성건이었다. 오늘 그는 국내에 일이 겹쳐서 일단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었고 잠시잠깐 현장을 확인하러 온 참이었다. 그 틈에 외국인 무리를 본 것. 그런데 저 외국인 여자는 특히 낯익었다.
“분명 본 얼굴은 맞는데 확 떠오르지가 않네.”
이때였다.
“대표님.”
천막에서 불쑥 나온 파란 단발로 바뀐 스타일리스트 실장 한예정이 최성건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다급하다.
“이거 보셨어요?”
곧 외국인들에게서 시선을 거둔 최성건이 고개를 돌렸다.
“어? 뭐?”
“저도 너튜브 모니터링하다가 방금 봤는데요.”
설명한 그녀가 핸드폰을 조작하다가 최성건에게 쭉 내밀었다. 한예정의 핸드폰엔 한 너튜브 영상이 출력되고 있었다. 업로드된 지는 30분 남짓.
-【특종 단독!!】돌풍의 배우 강우진!! 비밀리에 이미 헐리웃 영화 스크린테스트까지 받았다?! 헐리웃 입성 코앞!(결정적 증거 입수!)|팩트가이즈
곧 영상 타이틀을 본 최성건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이유야 간단했다.
“···뭐냐 이거? 이게 왜 어떻게 떴어?”
아무도 몰라야 할 극비가 만천하에 공개됐으니까. 심지어 업로드 30분 만에 이미 조회수는 40만을 넘기고 있었고.
-조회수 41만 회
댓글은 이미 광적으로 포화상태였다.< 희생 (7)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