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일 (11) >
‘이로운 악’이 SSS+ 급? 흰 사각형을 보는 강우진은 컨셉질 없이 순수하게 놀랐다. 눈도 약간 커졌다.
“와- 미친 이게 이렇게 갑자기 뛴다고?”
분명 ‘이로운 악’은 SS급이었다. 과거로 따지면 아공간에서 나온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방금 뒤집혔다. SSS+ 등급. 아공간의 최대 등급이 또 한 번 경신된 것.
“가만 있어 봐 아까 전에 넷플렉스 얘기한 다음에 이래 된 거니까- 당연히 넷플로 결정해서 등급이 떡상한 거네?”
송만우 PD와 미팅을 한 게 약 1시간 전이었다. 내용은 ‘이로운 악’의 최종 행선지였다. 수많은 가능성 중 ‘이로운 악’은 우진의 선택으로 인해 넷플렉스로 거의 확정됐고 많은 리스크를 짊어진 전세계로의 도전이었다.
그런 뒤에 책정된 SSS+ 등급.
곧 ‘이로운 악’의 흰 사각을 보는 강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전세계 런칭이 터진다는 거자네? 지린다.”
솔직히 우진도 SSS+ 등급의 결과가 어떻게 현실로 나올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웠다. 따지면 S급인 ‘프로파일러 한량’이 현실에서 본 가장 큰 결과였다. 그래도 그 한량보다 몇 배는 더 파괴적인 결실이 나온다는 거다.
대충 생각해 봐도 어마무시할 것.
어떨까? 무슨 일이 터질까? 솔직히 상상하는 것도 힘들었다. 뭐 우진이 개뿔 경험한 적도 없으며 데이터도 딱히 없으니까. 세계적으로 KPOP이네 한류네 좀 시끄럽다만 아직 대대적인 작품이 글로벌하게 터진 적은 없으니까.
“흐흐 뭐냐 막 진짜 전세계로 번지면서 각 나라 언어로 서비스되고 그러는 거 아니냐??”
그게 조금 오바라고 해도 최소 유럽 주요 도시로는 퍽 난리 나는 정도는 되겠지. 일단 강우진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렸다. 이 흥분을 가지고 현실로 돌아가서는 컨셉질 유지에 문제가 있으니까.
“아오- 씨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네.”
오직 강우진만 알고 있는 결과였기에 무턱대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허나 참아야겠지. 나름 아공간과 꽤 시간을 보내온 우진이었고 이 아공간의 등급이라는 건 약간 풍전등화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현재는 SSS+ 등급이라도 중간에 뭔 문제가 생기면 떡락하기도 한다.
‘최대한 자중하면서 난 할 수 있는 연기만 생각하자.’
아직은 시발점. 무척이나 예민한 시기이며 이때에 생기는 변화는 위험하다. 우진이 관여하는 것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는 게 베스트.
이어 작게 숨을 뱉으며 마음을 진정한 강우진이 다른 흰 사각형들을 다시금 훑었다.
-[8/시나리오(제목: 거머리) SSS급]
‘거머리’도 등급이 올랐다. 타이밍상 오디션 뒤로 생겨난 변화. 우진이 턱을 쓸었다. 생각해보면 노장 할아버지. 아니 안가복 감독이 오디션 끝나고 연기의 기준점 어쩌고 했었다. 짙은 착각의 향이 났으니 이 변화는 100% 거기서부터 시작된 게 빤했다.
‘아니면 배우들 영입이라든가.’
탑여배우 중 전설인 오희령도 합류했다. 오디션에서 뽑힐 배우들도 죄다 탑이고.
‘생각해보니까 거머리에 있는 배우들은 죄다 급이 미쳤네. 개빡이다 진심.’
어쨌든 떡상한 건 팡파레를 불 일이었다. 더불어 ‘실종의 섬’과 ‘낯기생’도 SS급으로 올랐다. 이쪽은 확실치는 않지만 강우진의 오르는 위세 덕분일 가능성이 컸다.
이내.
-스윽.
흰 사각형들을 보던 우진이 끝없이 컴컴한 아공간 바닥에 누웠다. 대자로 누웠다가 기지개를 쭉 켰다. 크- 따위의 소음을 시원하게 뱉었다. 그리곤 웃었다.
“연기 겁나 빡시게 해야겠네.”
무지막지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이후.
아공간에서 현실로 돌아온 강우진은 샵을 들른 후 바로 스케줄에 투입됐다.
당연하겠지만 오늘도 하루 일정이 지옥이었다. 오전엔 bw 엔터 관련으로 여러 것을 업데이트해야 했다. 최근 히데키 회장의 뒷배로 이사를 감행한 bw 엔터였다. 더불어 사업도 확장 중. 그러니 메인 홈페이지도 이번에 바뀌어야 했고 SNS나 너튜브 등등 마케팅에 관련된 모든 게 업그레이드됐다.
당연히 bw 엔터의 간판인 강우진의 모든 게 새롭게 삽입돼야 했다.
가장 중요한 게 프로필 사진. 덕분에 강우진은 사계절로 나눠진 의상을 갈아 입어가며 아침부터 수백장이 넘는 사진을 찍어대야 했다.
“나아아아이스! 우진씨! 이번엔 좀 건방지게! 턱도 좀 올리면서!”
“아- 예.”
“굳굳!”
이게 점심까지 이어졌다. 한편 강우진과 결착을 낸 송만우 PD는 ‘이로운 악’의 주요 키스탭들과 함께 넷플렉스 코리아에 방문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모든 의견이 일치됐는데 일을 미룰 필요가 없었으니까.
“어서오세요 PD님. 연락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연락이 생각보다 빨랐죠?”
김소향 총괄디렉터와 송만우 PD의 미팅은 사안은 중대하나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매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번 작품 넷플렉스와 함께 전세계 한 번 제대로 노려보시죠.”
“감사합니다! 저도 목숨 걸고 달려들 생각이에요 그런데 최 작가님이나 우진씨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최나나 작가님은 상관없다고 하시죠 집필하시느라 정신이 없기도 하시고. 우진씨야 뭐 대충 성격은 아시잖아요? 긴장하는 것도 없이 시원하게 가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잘 부탁드립니다 PD님.”
“저야말로.”
드라마판 거물 송만우 PD. 아니 ‘이로운 악’과 넷플렉스 코리아가 정식으로 손을 잡았다. 이 순간부터 ‘이로운 악’은 넷플렉스 오리지널로써 전세계를 노리는 작품이 됐다.
이미 송만우 PD ‘남사친’의 최나나 작가 그리고 강우진의 크로스로 이슈가 된 ‘이로운 악’이었다. 거기에 넷플렉스까지 끼어 글로벌을 노린다는 게 발표되면 더욱 달아오를 것이 빤했다.
물론 이미 달아오른 쪽도 존재했다.
‘거머리’에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안가복 감독 포함 ‘거머리’ 팀.
홍보는 물론이며.
『[무비IS]안가복 감독의 ‘거머리’ 대대적인 오디션 진행했다? 소문 솔솔』
『‘오디션’ 진행 소문 도는 ‘거머리’···참여 배우들 대부분이 탑급 배우』
오디션의 다음 스텝을 위해 바삐 움직인다. 그중 어제쯤 오디션을 봤던 배우들도 눈에 띄었다.
“아직 연락 안 왔어??!”
“응 아직. 하루밖에 안 됐는데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좀 기다려 보자.”
강우진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지뢰가 있었지만 그래도 모두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진재준이나 홍혜연 화린 등 우진과 인연이 있는 배우들도 마찬가지.
반면 이미 ‘거머리’에 확정된 대배우들의 모습도 퍽 심상치 않았다.
잠시잠깐 오디션을 봤던. 정확하게는 우진의 연기를 목도한 오희령. 그녀는 화장품 광고 촬영장에서 두 손을 휘적대고 있었다.
“누나 또 수어 연습하시는 겁니까? 이미 잘 하시잖아요?”
수어 연습이었다.
“잘하는 게 문제가 아닌 거 같아서.”
“예?”
“수어는 디폴트로 돼야겠더라고- 말하듯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그냥 바로 먹히겠던데?”
“누 누가요? 누나가요? 누구한테요?”
“우진씨한테.”
대배우 심한호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오희령보다 더 딥했다. 커다란 집 거실에 앉은 심한호는.
-우우웅 우우우웅.
아까부터 핸드폰 진동이 울림에도 신경쓰지 않고 뭔가를 적어대고 있었다. 사실 지금 그에겐 진동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왜? 왜 윤정배 회장은 여기서 이런 행동을 취했는가. 내가 분석한 게 맞는가.”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윤정배 회장을 자신이 정한 그의 행동과 생각을. 파고들고 파헤치고 들쑤신다.
‘이 감정은 틀렸어. 사고를 넓히자. 더 생각해 봐.’
심한호의 시나리오는 이미 헤질 대로 헤졌다. 빈틈없이 공백에 글자가 빼곡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눈앞에서 까마득한 후배의 윤정배 회장을 본 뒤다. 솔직히 심한호가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강우진의 퍼포먼스는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범과 같은 얼굴인 심한호는 거침없이 공격하고 있다. 더불어 정진한다. 지금의 심한호는 오히려 강우진에게 고마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알을 깨게 해주었으니.
한편 일본 쪽의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일본 뒤집은「강우진」의 피아노 연주에 속 사정이 있었다 알고 보니 기상천외한 팬서비스』
『유명 성우「아사미 사야」가 밝힌 강우진의 피아노 연주의 스토리 딸을 위한 연주였다』
언론은 물론이며 여론까지. 여론 중에서도 SNS에 해일이 치고 있었다. 일본 3대 SNS 모두가 같았다. 모조리 ‘#강우진’ 태그로 쉴새 없이 게시글이 범람했다.
[hiro_88_552]
[세상에…단 한명을 위한 피아노 연주라니….내 딸의 얘기였다면 난 현장에서 기절했을 거야]
[#강우진 #아사미 사야]
[_aiko_]
[일본 배우들은 강우진에게 보고 배워야 돼! 너무 세련된 팬 서비스야! 그 소녀는 죽을 때까지 강우진을 응원할테고!]
[#강우진 #강우진 피아노 #아사미 사야]
[mini5161548]
[강우진의 「인생의 회전목마」를 정신없이 듣고 있어. 그는 아마 이번 일로 인해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응원을 받게될 거야! 나도 그렇고! 강우진 사랑해!]
[#강우진 인생의 회전목마 #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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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위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래 일본 전역이 들썩이고 있었다. 일찌감치 일본을 강타한 강우진의 피아노 연주. 보통이라면 짧으면 며칠 길면 일 주 정도 뜨겁고 말 사안이었다. 하지만 일본 유명 성우인 ‘아사미 사야’가 어마무시한 떡밥을 던짐으로써.
『끝없이 공유되는「아사미 사야」의 SNS 게시글/ 사진』
강우진의 피아노 연주 이슈는 완벽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강우진」이 보인 소녀 한 명을 위한 팬 서비스가 SNS를 뒤흔든다』
이슈를 넘어 일본 국민의 감성을 자극했으니까. 그것도 매우 강렬하게. 그것이 강우진의 쇼맨십이건 뭐건 상관없었다. 일본 여론은 우진의 상상도 못 할 팬서비스에 반했다. 따라서 일본 쪽 너튜브는 물론이며 커뮤니티에선 죄다 강우진 얘기뿐이었다.
4일에 터지고 오늘인 5일 내내 일본 곳곳을 강타했다.
『SNS에 번지는 한국의 배우「강우진」미담 그가 한류에 기름을 붓고 있다 』
하루가 지난 6일이 밝았음에도 해일은 잔잔해지지 않았다. 더욱 폭발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 결과로 단 이틀 만에 일본의 유명 예능에서도 언급될 정도였다.
“강우진씨로 지금 일본은 난리잖아요? 사요씨는 우진씨 어떻게 보세요?”
“헤에- 멋있죠! 피아노 치는 영상만 10번 넘게 봤어요. 근데 그게 그냥 친 게 아니라 감동 스토리가 숨겨진 거 아세요?”
“알죠알죠 성우 아사미 사야씨가 올린 SNS 게시글 저도 봤습니다.”
“그런 환상적인 팬서비스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에요?”
“이분 이거 우진씨한테 제대로 반했는데??”
이 흐름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입에도 바삐 오르내렸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비슷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이슈가 아니었다. 심지어 그 주인공이 일본 배우가 아닌 한국의 배우. 그가 보듬어준 일본의 몸이 불편한 소녀.
일본 대중들은 가히 광적이었고 일본 연예계 쪽도 조용할 리 없었다.
강우진이 빠졌지만 촬영 속도를 높이는 ‘낯기생’ 촬영장이나.
“우진씨 그날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친 거에 그런 속사정이 있을 줄은!”
“맞아 아무도 몰랐죠?”
“저도 그냥 피아노가 보여서 치시는 줄 알았어요. 소녀 팬 한 명 때문에···손수 피아노를.”
“그 소녀 팬이 좋아하는 작품의 OST를 쳐 준게 진짜 미치게 멋지지 않아요?”
“지금 일본이 들썩이는 게 이해돼요.”
“그 무심한 얼굴을 하고선 속은 진짜 상냥하고 다정하고.”
“근데 이대로면 우진씨 복귀할 때쯤엔 일본 팬들 어어엄청 늘겠어요.”
“지금도 우진씨 SNS 폭발 직전이던데요??”
‘남사친 리메이크’를 준비중인 애니 제작사 ‘A10 스튜디오’.
“이 이 정도 피아노 실력이면 우진씨한테 직접 맡겨도 되지 않겠습니까??”
“가능만 하다면 그쪽이 정답이죠. ‘남사친 리메이크’ 오픈할 때 파급력이 상당할 겁니다!”
“근데···우진씨가 해주실까요?”
“부딪혀봐야죠 이 스토리를 놓치기는 아깝습니다. 바로 트라이해보겠습니다!”
“예 그럼 부탁드립니다. 저희 쪽은 성우 캐스팅에 집중하겠습니다.”
최근 강우진이 찍었던 카시히 그룹 광고 쪽도 편집에 열을 올렸다. 지금 시기가 광고를 오픈하기에 제격이었으니까. 최대한 빨리 대중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속력을 최대치로 높였다.
그리고 일본 1등 포털사이트의 트렌트 랭킹 1위가 3일째 강우진으로 유지됐다.
1. 엔터테인먼트/ 강우진 (-)
한국 배우론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같은 시각 한국.
강우진이 일본에 해일을 일으킨 것이 한국에도 점차 번지고 있을 무렵인 6일 늦은 아침쯤. ‘거머리’ 측에서 공식적인 소식 하나를 쏘아 올렸다.
『[공식]‘거머리’ 배우 라인업 확정! 심한호 강우진에 이어 오희령 진재준 한소진』
주요 배우 확정 관련이었다.< 해일 (1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