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주 (5) >
“···예? 방금 뭐라고.”
강우진의 속삭임에 곱상한 남자 웨이터가 티 나게 당황했다. 하지만 피곤 섞인 미소의 키요시 또는 우진은 별수롭지 않게 같은 말을 반복한다. 다만 방금보다 목소리를 더 죽였다.
“호리노치 아미에의 애인 맞잖아요. 이름이- 그래 호료 에이시.”
젊은 남자 웨이터의 당황이 커졌다. 당연했다. 호료 에이시 자신의 이름이 확실했으니. 더불어 호리노치 아미에의 애인인 것도 맞았다. 허나 이름 쪽은 상관없으나 아미에의 애인인 건 비밀이었다. 에이시와 아미에 빼곤 아는 사람이 없을 터였다.
그런데 돌연 나타난 이 빌어먹을 회사원이 왜 알고 있지?
“···”
너무 놀란 탓에 곱상한 남자 웨이터. 아니 에이시가 얼음처럼 굳었다. 그것이 절절하게 카메라에 담긴다.
하지만.
“컷.”
쿄타로 감독의 신호로 씬이 멈췄다. 당연하겠지만 강우진의 탓이 아니었다.
“호료 에이시 감정이 약합니다 조금 더 격하게 표현해 봐요.”
에이시를 맡은 단역 배우에게 디렉팅이 떨어졌다. 곧 단역 배우는 쿄타로 감독과 강우진에게 고개를 푹 두어 번 숙였다.
“죄송합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젓는 쿄타로 감독. 강우진 역시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한 얼굴로 맥주잔을 그에게 넘길 뿐.
“괜찮습니다.”
하지만 에이시는 너무 긴장해선지 우진에게 재차 사과했다. 이번에도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신인인가? 겉으론 냉엄하나 속으론 말랑한 강우진이 단역 배우의 얼굴을 보며 과거를 상기했다. 그래 자신의 첫 연기 때를. 꼴에 나름 2년 차에 접어들었다고 우진은 뭔가 토닥여 줄 말을 골랐다.
‘몸을 쓰는 것도 괜찮지 않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이는 그리 틀린 판단이 아니었다. 아마 이 촬영장에 있는 어떤 배우보다 짧은 기간 가장 많은 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강우진이었으니까.
그런 그가.
-스윽.
맥주잔을 바로 앞 선반에 올리며 목소리를 깔았다.
“대사와 표정만으로 힘들면 움직임을 삽입해 보세요.”
“···예?”
예? 라니. 강우진에겐 더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한 멘트는 동났다. 그래서 침묵을 택한다. 뒤는 알아서 하셔야죠.
그때였다.
-덜컥!
우진이 올려둔 맥주잔이 옆으로 쓰러졌다. 마른안주를 추가로 올렸다가 강우진이 맥주잔을 실수로 쳐버린 것. 아이 씨. 당황한 우진은 애써 침착하게 바에 비치된 마른걸레를 집었다.
‘또 사고 쳤네 사고 쳤어.’
그런데 왜인지 엎어진 맥주를 보던 단역 배우의 눈에 느낌표가 떴다.
“!!”
그러더니 맥주 닦는 우진의 손을 덥석 잡았다가 저도 놀라서 놓더니 꽤 크게 외쳤다.
“마 말씀대로 해보겠습니다!”
좀 오바다 싶었지만 무표정인 우진은 맥주를 닦으면서도.
‘그냥 멘트하나 준 건데 되게 고마워하네.’
태연하게 답했다.
“예 그러세요.”
이 모습은 당연히 모니터 보는 쿄타로 감독에게 목격됐다. 오디오기기 덕분의 둘의 대화도 헤드폰에 잘 들렸다. 새치 가득한 쿄타로 감독이 조용히 웃었다.
“야스타에 이어 단역 배우에게도 가르침을 주는군.”
바로 옆에 있던 스크립터 스탭이 일본어 뱉으며 끼었다.
“역시 그렇죠? 방금 우진씨가 모션 예를 들어준 거?”
“그래. 아닌 척하면서 동선 조언을 준 거지.”
“···겉으로만 딱딱하고 속은 진짜 상냥하신 거 같아요 우진씨는.”
“와중에 조언 준 동선도 딱 내가 원하는 거야. 데이터가 가득하니 저런 게 바로바로 나오는 거지.”
“저래 놓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인 게 진짜 멋지신 거 같아요.”
“생색내는 게 없지.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야 저건.”
틀렸다. 강우진은 현재.
‘아오- 맥주 냄새 퍼지네. 쪽팔리게 실수는- 아오 강우진. 정신 좀 차리자.’
딱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왜인지 그의 주변은 알아서 감겼다. 쿄타로 감독과 키스탭들은 물론 우진의 바로 앞에 선 웨이터 단역 배우까지. 그는 심지어 눈에 하트가 떴다.
이성보단 존경의 하트였다.
뒤로 몇 분.
“하이- 액션!”
다시금 씬이 시작됐다. 앞부분은 같았다.
허나.
“호리노치 아미에의 애인 맞잖아요. 이름이- 그래 호료 에이시.”
자신의 정체가 발각된 순간 단역 배우가 호료 에이시가 맥주잔을 엎었다. 우진의 앞에 놓인 맥주잔이 아니었다. 거품을 덜어내기 위한 에이시의 뒤쪽의 맥주잔이었다. 당황해 뒷걸음질 치던 그가 손으로 엎은 것.
모니터 보며 바로 미소짓는 쿄타로 감독.
“그렇지.”
다행히 이번엔 끊는 것 없이 씬이 진행됐다. 얼어붙은 호료 에이시. 피곤 섞인 미소의 강우진. 둘을 찍는 카메라. 우진이 뗐던 엉덩이를 다시 붙였다. 이어 맥주 한 모금. 마른안주 중 땅콩을 집었다. 땅콩을 씹으며 낮게 한 마디.
“많이 놀라시네.”
그리곤 티 안 나게 까닥이는 손가락. 가까이 오라는 뜻. 호료 에이시는 옆에서 다른 손님을 상대는 여자 웨이터를 힐끔한다. 우진 또는 키요시가 다시 말했다.
“와요 아니면 소리칩니다.”
어금니를 문 호료 에이시가 천천히 강우진에게 붙었고 우진이 그의 귓가에 뭔가 말을 속삭였다. 카메라 호료 에이시 얼굴을 바짝 담는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에이시 눈이 디립다 팽창했다.
반면 죽은 눈과 미소가 공존하는 강우진은 별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끝나고 만나죠 당신이 해줄 일이 있습니다.”
잠시 뒤.
강우진이 있던 가라오케의 모습이 조금 변했다. 카메라의 구도 조명의 설치 진열된 소품 등. 몰렸던 보출도 전부 빠졌다. 적당히 어두웠던 내부의 색이 밝다. 음악도 꺼졌다. 딱 오픈 전의 형태였다. 강우진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다른 씬 촬영이니까.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 것.
그런 가라오케 홀의 테이블 중 입구 쪽에 세 명이 보였다. 네이비 경량패딩의 마나 코사쿠 또는 형사 모치오. 후배 형사. 그리고.
“빨리 끝내주세요 할 일이 많으니까.”
배꼽이 훤히 보이는 긴팔 티에 여자. ‘호리노치 아미에’를 맡은 우라마츠 미후유였다.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와 갈색 긴 머리 도톰한 입술은 벌겋고 화장이 짙다.
셋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스윽.
짜증 섞인 얼굴의 아미에가 다리를 꼬았다. 후배 형사가 아닌 척 그녀의 다리를 힐끔했다. 시선을 느꼈지만 아미에는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입에 물곤 테이블에 비치된 유리 재떨이를 앞으로 끌었다. 그리곤 후배 형사를 한심하게 보는 모치오에게 물었다.
“펴도 되죠?”
“물론입니다.”
답한 모치오가 조사용 수첩을 펼쳐 그사이에 끼워진 사진 중 하나를 내밀며 입을 열었다.
“코나카야마 긴조 아시죠?”
담배 연기와 함께 사진 속 긴조를 보던 아미에가 퉁명스레 답했다.
“알아요. 아는 거 알고 오신 거잖아요. 걔 죽은 거 뉴스 뜨고 온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예 그냥 절차상 묻는 겁니다. 그럼 에- 이쪽은 아십니까?”
모치오가 사진을 바꿨다. 하지만 이번엔 아미에의 대답은 달랐다.
“모르겠는데요 처음 봐요 이런 아저씨.”
“미사키 슈토쿠라고. 코나카야마 긴조씨를 살해한 범인입니다. 아십니까?”
“···”
카메라 담배를 입에 문 아미에를 정면으로 찍는다. 그녀의 눈이 순간 짧게 흔들렸다.
“몰라요 그런 사람.”
아니 알고 있었다. 명확하게는 미사키 슈토쿠는 모르지만 그의 성은 알고 있었다. 미사키. 그래 미사키 토카와 성이 같다. 곧 머리를 긁적이던 모치오가 수첩을 덮었다.
“그렇군요. 음- 긴조씨와 동창이시죠? 학교 때 그는 어땠습니까?”
“···별로 친하지도 않았어요. 어울리긴 했지만 저랑 잘 안 맞는 애였고. 여자 좋아하고 멍청하고.”
“뭔가 원한이 있을 만한 사건은?”
“그 그딴 걸 왜 나한테 물어요!”
급작스레 흥분하는 아미에. 모치오는 작게 웃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죄송합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절차입니다.”
“아이 씨. 모른다구요 그딴 거. 학생이 무슨 원한을 사요.”
“그렇죠.”
이번엔 후배 형사가 수첩에서 다른 사진을 꺼내 보였다.
“혹시- 여기를 알고 계십니까? 치바에 있는 어촌마을인데.”
즉 사건이 터진 장소였다.
“몰라요 이딴 시골 마을.”
“음 알겠습니다.”
이때 쿄타로 감독의 OK 사인. 몇 번의 재촬영. 약간의 조명 조절 후 콘티상 다음 씬으로 넘어갔다. 이번 질문은 모치오 형사를 맡은 마나 코사쿠의 입에서 뱉어졌다.
“코나카야마 긴조씨가 사망하기 전 아미에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 하셨죠?”
“뭐예요? 왜 따지는 말투?”
“아 죄송합니다. 사과드리죠.”
“···전화 왔었어요. 제가 일하고 있을 때.”
“어떤 대화가 오갔습니까?”
“몰라요.”
“예?”
“전화는 받았는데 노이즈가 심하게 껴서 뭔 소린지 하나도 안들렸다구요!”
거짓이었다. 짜증 낸 그녀의 머릿속엔 순간 긴조의 마지막 음성이 스쳤다.
‘아 아미에. 미사키 토카가 돌아왔어.’
미후유 또는 아미에는 구역질이 쏠렸다. 담배 연기가 목구멍을 턱하고 막는 기분이었다. 역겹다. 소름이 돋았다. 흥분한 그녀의 호흡이 떨렸다. 미사키 토카가 살아 돌아와? 미친 소리야. 그런데 미사키 슈토쿠란 인간은 또 뭐지? 토카 그 년의 아버지? 아니면-
‘지 진짜 토카가 살아 있어? 나···걔가 죽은 거 확실히 봤나?’
아미에는 스스로 기억을 조작했다. 혼돈에 빠지면 인간이 으레 하는 과정이었다. 분명 과거에 토카가 피를 쏟은 채 바닥에 엎어진 걸 보긴 했다. 그런 다음 구급차에 실려 갔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며칠 뒤였다.
그런데 그게 시체가 맞아? 진짜 살아 있다면?
망상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아미에였다. 일단 미사키 슈토쿠의 존재가 시발탄이었다. 토카의 아버지가 긴조를 죽였다. 왜? 대체 왜?
‘아무도 모를 텐데?’
토카에게 행한 짓들을 세세히 모든 걸 아는 건 멤버들뿐이었다. 아버지의 복수? 말이 안 됐다. 그가 알 리가 없으니까. 수년간 아무 일 없던 게 그 증거였다.
이 순간.
“아미에씨 미사키 슈토쿠가 범인은 확실하지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치오의 대사. 놀란 듯 그를 쳐다보는 후배 형사. 두 눈이 급격히 커지는 아미에.
“고 공범?”
이는 모두 모치오의 추측일 뿐이었다. 그녀에게 말해봐야 의미가 없다. 허나 모치오는 아미에의 반응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을 느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찔러본 것이었다.
어쨌든 이 대사는 아미에의 혼돈을 가중시켰다. 타이밍이 좋았다고 할까?
“공범···”
뉴스에선 긴조가 한 명의 범인에게 살해당했다고 했다. 이 형사들도 처음엔 그리 말했다. 그런데 공범?
‘서 설마! 진짜 미사키 토카가 살아 있어??’
그게 아니고선 토카의 아버지가 대뜸 긴조를 죽였을 리 없다. 심지어 긴조는 겁탈까지 당했다. 긴조가 겁탈을 당한 이유를 아미에는 어렴풋 눈치챘다.
긴조가 토카에게 한 짓.
그것을.
‘역시 토카 그게 살아 있는 거야 확실해.’
호리노치 아미에가 부추겼으니까. 긴조를 움직여 토카에게 해를 입힌 건 사실상 아미에였다. 그것을 아는 건 당연히 몇 없다. 다만 토카 당사자는 알고 있을 것.
-덜컥!
순간 토가 쏠린 아미에가 벌떡 일어났다. 눈이 확장됐고 입술이 미세히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 그대로를 꽁꽁 숨겼다. 과거를 최대한 덮었다.
“그만 돌아가 주세요! 좀 쉬어야겠어요.”
그러나 머리 긁던 모치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 아직 질문이 좀 남았습니다만. 통화가 온전치 않았다면 긴조씨가 얼마나 여기에 자주 왔었습니까? 사망 당일에도 왔었던데.”
“돌아가시라구요!!!”
괴성을 지르는 아미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후배 형사가 모치오를 잡아끌었다.
“선배님. 일단 가시죠. 다음에 다음에.”
“어? 아니- 아직 질문이.”
억지로 끌리던 모치오에게 후배 형사가 귓속말했다.
“이번에도 문제 터지시면 진짜 오래 쉬셔야 됩니다. 적당히 좀 하세요.”
“···그 그런가?”
이때야 모치오가 씩씩거리는 아미에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남은 질문은 다음에.”
“오지 마세요!! 또 오면 경찰에 정식으로 항의할 거니까!”
“···또 연락 드리죠.”
가라오케를 빠져나가는 두 형사. 바로 입구 문을 잠근 호리노치 아미에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면서 커진 눈알을 굴렸다.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말을 반복한다.
“···있어. 살아 있어. 토카 그년이 살아 있는 거야.”
한편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두 형사 중 모치오가 뒤쪽 계단 아래의 가라오케를 힐끔했다.
“두 번.”
후배 형사가 긴 한숨을 뱉으며 되물었다.
“예? 또 뭐요?”
“호리노치 아미에가 티 나게 눈빛이 흔들린 게 두 번이라고. 처음은 미사키 슈토쿠의 이름을 들었을 때 두 번째는 공범이란 단어에서.”
“그랬나? 여튼 선배님. 진짜 적당히 좀 하세요. 오래 보자고요 좀.”
그러거나 말거나 모치오는 깊은 생각에 빠진 참이었다.
“···일단 돌아가자 미사키 슈토쿠 가족관계부터 다시 봐야겠어.”
뒤로.
가라오케의 세팅이 또 한 번 변했다. 손님이 없는 건 같지만 조명이 한없이 어둡다. 느낌상 뭔가 쿰쿰한 냄새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정신이 이상해진 호리노치 아미에는 홀에 없었다.
깔린 카메라 레일을 따라가면 보이는 룸.
그중 끝쪽의 VIP 룸에서 아미에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애인 곱상한 호료 에이시의 무릎에 누운 상태. 그리고 아미에는 술에 단단히 취했다. 찌들었다. 애인의 무릎에 얼굴을 댄 채 눈물을 뚝뚝 흘린다.
“흐윽- 흑!”
곱상한 에이시가 그녀를 다독였다.
“괜찮아 아미에. 힘든 일이 있으면 다 털어놔. 난 너의 힘이 될 수 있어.”
에이시는 최대한 그녀를 따듯하게 보듬었다. 그게 얼추 30분쯤. 아미에가 흐느끼며 입을 열었다. 물론 정신은 온전치 않았다. 거기다 술에 취했으니 오죽할까.
“흑···토카가. 토카가 살아 있어.”
“토카?”
“응- 미사키 토카 그년이 살이 있는 거야. 죽었어야 할 게 살아 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미에.”
“···그년은 전학 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호리노치 아미에가 모든 것을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애인인 에이시는 차분히 들었다. 하지만 뭔가 눈빛이 요상했다.
그렇게 약 1시간쯤 지났다.
“···”
아미에는 잠에 빠졌다. 물론 에이시의 무릎 위에서. 이쯤 곱상한 에이시는 천천히 아미에의 얼굴을 들어 룸을 빠져나왔다.
-스윽.
잠시잠깐 뒤를 돌아 아미에를 본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기절한 상태. 곧 에이시는 진중한 얼굴로 가라오케를 빠져나와 뒷골목으로 빠졌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린다.
그때였다.
“오셨네요.”
건조한 음성이 들렸다. 카메라 어둠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낯선 이’. 아니 강우진을 정면으로 담는다. 그가 표정 없는 얼굴로 에이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손을 발발 떠는 에이시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우진의 손 위로 떨어트렸다.
-툭.
녹음기였다.< 질주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