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작 (4) >
5월 5일 어린이날 일본.
아침쯤. 현재 일본은 한국보다는 한 발 늦긴 하지만 나름 강우진의 이슈로 왁자지껄했다. 언론도 그랬고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백상에서 우진이 동시 수상을 한 것은 진작에 알려진 상태였고 돌연 터진 마일리 카라와의 작업 소식과 ‘김자반 막국수’ 컵라면이 그랬다.
두 소식은 이미 일본의 SNS에 핫한 주제였다.
『핫했던 「강우진」의 컵라면 일본 시장에도 상륙』
특히 마일리 카라 관련은 일본 연예계에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리고 ‘김자반 막국수’ 컵라면은 일본에서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중이었다.
일본에 유행의 흐름을 탔으니까.
[@Junuu22]
[신오쿠보까지 가서 강우진 컵라면 샀어!! 이거 진짜 맛있어!!! 진심이야! 줄 엄청 서서 샀는데 후회 없을 정도야!! 얼른 달려!]
[#강우진 #강우진 컵라면 #김자반 막국수]
일본 대중들의 인증샷이 넘치는 데다 일본 너튜버들 역시 ‘김자반 막국수’ 컵라면 관련으로 영상을 양산했다. 심지어 컵라면으로 다른 요리를 하는 것도 많았다.
이쪽은 아직 ‘우리네 식탁’의 방송을 볼 순 없었다.
뭐 너튜브로 이래저래 편집본이 좀 풀리긴 했으나 한국에 비교하면 미미했다. 지금의 광적인 현상은 당연히 강우진 혼자만의 힘이었다. 그의 영향력만으로 일본 대중들을 뒤흔들고 있는 것.
-강우진 컵라면 드디어 샀다!!
-부럽다…우리집 앞에 편의점은 아직 찾을 수가 없어…언제 들어오지?
-찾기 힘들다면 신오쿠보에 가면 돼! 줄을 서야 살 수 있지만 물량은 많은 것 같아!
-wwww난 벌써 일주일째 이것만 먹고있어
-그런데 이걸 진짜 강우진이 개발한 거야??
-정확하게는 요리를 개발했는데 그걸 상품으로 내놓은 거야
-강우진은 대체 정체가 뭐지? 셰프야? 아니면 배우야?
-이번에 성우도 참여하고 마일리 카라와 앨범 작업도 예정 중이라던데….이젠 그의 정체가 의심스러워 외계인이려나?
-헤에에에! 외계인! 가능성이 있어!
한편 한국과 일본에 지진을 일으킨 배우 강우진은 호텔 숙소에 있었다. 도쿄에 있는 최고급 호텔이었고 방금 일어났는지 검은색 파자마 입은 우진이 화장실에서 양치 중이다.
“···”
머리가 산발인 우진의 눈은 몽롱했다. 방금 잠에서 깬 모양. 무념무상으로 기계적 양치를 한다. 컨셉질도 잠시 내려놓은 모습. 물론 이 와중에서 침대에 올려진 그의 핸드폰엔 무지막지한 연락이 도착하고 있었다.
-우우웅.
-우우웅.
톡이나 문자 또는 DM들. 이유야 간단하겠지. ‘실종의 섬’ 시사회를 본 한국의 지인이나 동료들이 보내오는 게 빤했다. 어젯밤에도 난리였으니.
“후- 개피곤.”
방금 입을 씻어낸 강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이 중첩된 모양. 뭐 그럴만했다. 일본에 오자마자 ‘낯기생’ 촬영에 복귀했고 한국에 있는 동안 일본 쪽의 스케줄도 꽤 쌓인 상태였으니까.
‘요즘에 나 호텔이 걍 집 아니냐??? 이럴 거면 굳이 내 집이 필요하냐?’
살면서 이렇게나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 아공간이 없었다면 진작에 백기를 들었겠지. 물론 재밌기도 하지만 빡셈을 몸으로 절절히 느끼는 강우진이었다.
‘하- 망할. 오늘도 스케줄 꽉꽉 이랬지?’
오늘은 ‘실종의 섬’ 촬영은 없지만 쿄타로 감독과 간단한 미팅이 있었고 ‘남사친: 리메이크’ 관련 A10 스튜디오도 봐야 했다. 오후엔 인터뷰와 화보. 밤엔 ‘실종의 섬’의 개봉에 앞서 개인적인 홍보 영상 촬영도 있다. ‘실종의 섬’ 팀 전원이 홍보 스케줄에 박차를 가하지만 강우진만 일본에 넘어왔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
뒤로 한 시간.
호텔 내부 라운지로 강우진과 꽁지머리 최성건이 등장했다.
-스윽.
라운지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을 우진이 금세 독차지했다. 아침과는 달리 청남방 차림의 강우진이 멀쑥해졌으니까. 물론 차분한 냉정함도 얼굴에 장착했다. 허나 내면의 알맹이 강우진은 딴생각에 바빴다.
‘와- 씨 뭐냐 빵 냄새. 개지리네!’
그런 우진이 만난 것은 모자를 푹 눌러쓴 그럼에도 가득한 새치가 보이는 쿄타로 감독이었다. 촬영 전 강우진을 만나러 잠시 들른 것. 핸드폰 보던 쿄타로 감독이 우진에게 웃음을 보이며 일본어를 뱉었다.
“하하 우진씨. 서로 바쁘니 본론만 간단히 합시다.”
“예 감독님.”
쿄타로 감독이 종이 몇 장을 꺼내 우진에게 보였다. ‘낯기생’의 시나리오 중 몇 장면이었다.
“우진씨도 이미 알고 있는 씬이겠지만 살짝 변화를 줘볼까 해요 아카리 작가님이나 키스탭들 등과는 이미 얘기가 끝났어요. 마나 쿠사쿠씨에겐 어제 말했고.”
“···”
“키요시와 형사 모치오의 첫 대면. 이 컷을 두가지 방향으로 찍어볼까 합니다. 하나는 콘티 그대로 하나는 씬의 대사를 걷어내고 배우들이 원하는 대로. 강우진씨와 마나 쿠사쿠씨가 자유로이 표현해줬으면 하는데 우진씨 생각은 어때요?”
자유롭게? 뭐 애드립같은 걸 얘기하는 건가? 상황에 인물을 던져놓고 알아서 해보라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강우진의 얼굴은 평온했다. 컨셉질이 섞였지만 진심이기도 했다.
‘‘배역의 자유도’ 그거 써먹으면 되지 싶은데.’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예 별로 어렵진 않습니다.”
“다행입니다. 참고로 촬영 콘티상 이 컷은 아마 ‘낯기생’의 마지막 촬영 날이 될 겁니다.”
“그렇습니까?”
“음. 그리고 그날 아마 손님들이 좀 올 겁니다. 아카리 작가님이나 영화사 간부들. 그리고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까지.”
즉 ‘낯기생’과 엮인 모은 인물이 모인다는 뜻이었다.
뒤로.
시간이 총알처럼 쏘아졌다. 강우진이 일본에서 스케줄을 녹이는 동안 한국에선 그야말로 영화 전쟁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성수기가 개막했으니.
『어린이날 수많은 인파로 가득찬 영화관 모습···역시 성수기/ 사진』
대기하고 있던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알렸다. 전 주에 인기가 폭발했던 영화가 금세 시들해지고 새로이 개봉한 영화들이 기세를 높였다. 앞으로 개봉 예정인 대형 영화 헐리웃 영화들 역시 미친 듯이 홍보를 뿌렸다. 이에 질세라 ‘실종의 섬’도 더욱이 마케팅·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실종의 섬’ㅣ3차 공식 예고편ㅣ어울림 영화사
너튜브 포함 많은 영상 플랫폼엔 광고 성격이 짙은 예고편과 캐릭터 소개 영상 메이킹영상 등을 폭탄처럼 포격했다. 물론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은 각자에 스케줄에 맞춰 무대인사 예능 및 너튜브 출연으로 영화 전쟁에 기세를 더했다.
『[무비톡]블록버스터 헐리웃 영화부터 거장 감독의 영화들 까지···신작 영화들 쏟아진다 영화관만 함박웃음』
그렇게 5월 8일 토요일.
어버이날에 맞춰 강우진의 부모인 서현미 강우철이 ‘실종의 섬’ 시사회에 도착했다. 둘만이 아닌 우진의 여동생 강현아와 ‘강심장’ 간부진인 그녀의 친구들도 함께였다. 당연히 강우진의 초대였다.
영화관에 도착한 서현미 강우철의 얼굴엔 감동이 한가득했다.
“세상에- 여보 저기 모니터 좀 봐. 우진이가 우리 우진이가 주연이래.”
“현미야···뭘 새삼스레. 그래도 우리 아들 멋있긴 하네.”
서현미가 ‘실종의 섬’의 소형 포스터를 들었다. 동굴 앞을 배경으로 군복 입은 배우들의 단체 샷.
“신기해. 여기 포스터에도 우진이가 있어. 주연으로.”
“확실히. ‘마약상’땐 이렇게 대놓고 있진 않았지.”
이미 꽤 깔린 ‘실종의 섬’ 포스터나 등신대에는 다른 탑배우들과 함께 강우진이 당당하게 제일 앞자리였다. 곧 시사회가 열릴 상영관 앞의 강현아가 부모를 불렀다.
“엄마! 아빠!! 우리 들어가야 돼!”
점차 홍보력이 질펀해지는 ‘실종이 섬’. 거장 권기택 감독과 탑배우들 이슈왕 강우진 덕분에 ‘실종의 섬’은 잘 팔렸다. 하지만 ‘실종의 섬’의 정식 개봉일인 5월 19일. 그날에 같이 참여하는 다른 영화 팀들도 화력이 약하진 않았다.
“기사! 기사를 더 뿌려! 약하잖아!!”
“바로 배급사 쪽에 요청하겠습니다!!”
“무조건 ‘실종의 섬’보다 두 배는 뿌리라고! 분위기 보니까 홍보 스케줄 이거론 안 돼 배우들이랑 얘기해서 예능도 더 잡아!”
“옙!!”
경쟁작들도 홍보에 돈을 들이붓고 있었다. 19일에 다가설수록 끝없이.
“성수기야 성수기!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실종의 섬’ 시사회 후기 좀 파봤어?”
“많이는 없는데 꽤 극찬을 받았답니다. 퀄 잘 빠진 것 같습니다!”
“권기택 감독인데 잘이야 빠졌겠지. 쯧 솔직히 내용이 구려서 스스로 무너지는 게 베스트긴 한데···”
“19일로 개봉 잡은 거 좀 무리한 거 아닙니까??”
“아니. 그때가 딱이야 석가탄신일이라 빨간날이기도 하고. 뒤로 밀리면 대형 헐리웃 영화들 줄줄이다. ‘실종의 섬’이 그나마 붙어볼만 해.”
19일에 개봉하는 영화만 4개였다. 국내 것 3개 헐리웃 1개.
“너튜브 쪽 광고 두 배로 늘리자고.”
“이미 저희가 제일 많은데요?”
“더 압도적으로 가야 돼. 그나마 다행인 건 강우진이 지금 한국에 없다는 거야. 이때가 기회라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경쟁작들. 더불어 영화판은 그야말로 신작 홍수가 터진다. 다만 강우진은 다른 형식으로 ‘실종의 섬’을 지원했다. 이미 언론 여론으로 팽배한 이슈들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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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괴물 채널을 움직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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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진은 배우임과 동시에 어엿한 괴물 너튜버 인플루언서였기에.
그렇게 영화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영화 전쟁’ 5월 19일 밝았다···‘실종의 섬’ 출격 완료』
5월 19일이 밝았다.
5월 19일 수요일. 부처님 오신 날.
느지막한 아침. 빨간 날이라 그런지 서울의 지하철이나 버스가 평일보다는 조용했다. 뭐 여전히 많긴 하지만 출근 전쟁과 비교하면 한산해 보인다.
바로 그 시각 판교역 근방에 있는 커다란 멀티 플렉스 영화관에 익숙한 남자 세 명이 보였다.
방금 엘리베이터에 오른 셋은.
“아- 미친 내가 쉬는 날에 고추들이랑 영화관에 올 줄이야.”
“이경성. 손에 든 사탕이나 빼고 말해. 아침부터 뭘 처먹는 거냐? 그리고 우리 예전에 한 번 영화관 갔었잖어? 우진이 ‘흥신소’ 볼 때.”
“크크 이경성 저새끼 그때도 팝콘 처먹고 있었음.”
“닥쳐라. 나형구 니도 먹었잖아.”
강우진의 불알친구들이었다. 투덜대면서도 영화관으로 향하는 이유야 간단했다. 오늘 정식 개봉한 ‘실종의 섬’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방금 층수를 누른 간만에 휴일인 우람한 김대영이 나형구에게 말했다. 나형구는 아까부터 누군가와 바삐 연락 중이었다.
“니 여친분은 어디 계시는데?”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음.”
“아 오키.”
참고로 이들 셋은 강우진의 시사회 초대를 받았지만 시간이 안 맞아 가지 못했다. 그렇기에 오늘 따로 모인 것. 어쨌든 엘리베이터 안은 층수를 올라갈 때마다 점차 사람들이 가득 찼다. 공간이 부족해 다음 것을 타야 할 탈락자들도 많았다.
구석에 구겨진 나형구가 김대영에게 속삭였다.
“야 사람 개 많네. 이거 전부 영화관 가는 건가?”
“백퍼지. 층수 안 누르잖아.”
“와 돌았네. 아침 11신데 무슨 사람이-”
“휴일이잖냐. 요즘 영화관 씹성수기고.”
-띵!
대화 중에 엘리베이터가 영화관에 도착해 문을 열었고 인원들은 썰물 빠지듯 영화관으로 주르륵 밀려 나갔다. 불알친구 삼인방도 마찬가지.
동시에 셋은 입을 쩍 벌렸다.
“와···뭐 뭐냐??”
“인간들 존나 많아. 시바 뭐여???”
“미쳤네. 전쟁 남? 무슨 인간들 피난 온 것처럼 가득 찼냐?”
영화관 로비에 그득한 인파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매표소 매점 대기 소파 등 인산인해였다. 가족 커플 남녀 친구들 솔로 등등등. 어마무시한 사람들 덕분에 영화관 로비는 조명만 없다뿐이지 클럽을 연상케 했다. 그만큼 몰렸다는 얘기.
“와 귀 아파.”
“야 나형구 여친님 찾어 빨리. 여기 까딱 잘못하면 사람 못 찾아.”
“어. 아! 여기! 진주야!!”
이내 나형구의 여자친구까지 합쳐지며 4명이 된 팀. 이 팀의 리더는 우람한 김대영이었다.
“···진심 전쟁터네. 야 이경성 너 뭐 먹을 거면 가서 사오고. 형구하고 여친분 인증샷 찍으려면 지금 하세요. 나는 티켓 발권할 테니까.”
“오케이.”
“근데 예매는 했지?”
“당연하지. 며칠 전에 오픈되자마자 샀어.”
팀이 금세 뿔뿔이 흩어졌다. 어렵사리 발권기 앞에 선 김대영이 영화 티켓을 뽑았다. 그마저도 대기줄 때문에 15분이나 기다렸다. 티켓을 뽑은 김대영이 다시금 몰린 인파에 놀라며 핸드폰을 들었다.
“와- 아니 분당이 이러면 서울은 얼마나 더 몰렸다는 거냐?? 이 정도면 매진도 뜨겠는데?”
그가 현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를 확인했다. 오늘 개봉한 신작 영화만 4개. 그중에서 김대영이 ‘실종의 섬’을 찍었다.
[CCV 판교]
[5월 19일 수요일/ 상영 시간표]
[2D/ 실종의 섬/ 2관]
[9:05~11:12/매진][12:20~14:32/매진][16:10~18:22/ 매진][20:05~22:37/매진][23:00~25:27/20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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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김대영의 눈이 훅 커졌다.
“지 지리네??!”
매진행렬이었으니까.
이어 그가 재빨리 포털사이트에 ‘실종의 섬’을 검색했다. 제일 처음으로 보이는 건 기사였다.
『‘실종의 섬’ 개봉날 전체 예매율 1위 등극!』
[올여름 극장가 성수기 텐트폴 대작으로 ‘실종의 섬’ 낙찰되나?]
[현재 권기택 감독의 ‘실종의 섬’이 극성수기 신작 영화들 사이로 개봉 첫날 CCV 등의 극장 대형 멀티플렉스 3사에서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실종의 섬’이 독주로 스타트를 끊었다.< 대작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