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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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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4) >

카메라 표정 없는 키요시의 얼굴을 옆에서 정면으로.

“···”

조용히 시체를 내려보던 강우진 또는 키요시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녹음기였다. 하나가 아니다. 여러 개다. 우진이 녹음기를 몇 초간 쳐다본다.

표정은 없지만 안광이 울렁인다.

이미 ‘이요타 키요시’로 가득한 강우진의 내면에 뭔가가 울렁였다. 그것이 무엇인가? 모르겠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우진이 고개를 올렸다. 하늘을 본다. 칠흑의 바다에 별이 떠 있다.

평소엔 그저 그런 광경일 터다.

오늘도 그래야 했다.

그런데 왜 이리 빛나 보이는가.

우진은 심정에 팽배해지는 뭉근한 것을 무시했다. 숨길 순 있다. 작디작았으니까. 우진이 올렸던 고개를 내렸다. 무심한 입술을 달싹였다.

“이상한 기분이야.”

눈동자가 점차 말라비틀어진다. 의도적으로 감정을 지워내고 있는 것이다. 직전에 가득했던 울림이 조금씩 기화되는 게 카메라에 선명히 담겼다. 저런 게 어떻게 가능할까?

쿄타로 감독 주변의 스탭들은 입을 막거나 눈이 커졌지만 음성을 뱉진 않았다.

“···”

“···”

아니 못한 것이다. 저 풍요로운 표현에 눈을 떼기 힘들어서였다. 연기? 그래 연기다. 하지만 저 배우의 것은 뭔가 더 강대하며 섬세하다. 몸이 지닌 모든 걸 다룰 줄 안다.

-투두둑.

강우진이 손에 쥐고 있던 녹음기들을 차가워진 ‘츠즈키 이츠마’. 아니 시체의 위로 대강 뿌렸다. 녹음기들은 시체의 머리를 맞고 배 위로 허벅지에 튕겨서 여기저기 안착했다.

물론 이번에도 키요시는 그를 직접 제거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키요시는 그저 바로 뒤에서 종용했을 뿐이다. 츠즈키 이츠마를 움직여 가라오케의 주인 호리노치 아미에와 이이야 사키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키요시는 증거품을 조용히 모았다. 살해 장면의 사진과 녹음기들. 경찰로 넘어가면 바로 살인자로 낙인찍히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것들로 키요시는 츠즈키 이츠마를 압박했다.

완벽한 줄 알았던 너의 살인들은 모두 내 손안에 있다. 아쉽게도 난 널 좋아하지 않아. 이츠마 정리할 시간을 줄게. 3일. 그 뒤에 난 이 증거품들을 그대로 경찰에 넘길 거야. 잘 마무리해.

키요시의 음성은 차갑기 짝이 없었다.

츠즈키 이츠마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남은 시간 3일. 1분 1초마다 압박은 가중됐다.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것의 죄책감이나 벌 받을 두려움이 아니었다. 욕심의 옥죄임이었다. ‘숙제’ 중 한 명인 이츠마는 중견기업 오너 집안. 이대로 간다면 탄탄대로겠지. 하지만 가진 게 많은 만큼 상실에서 오는 타격도 크다.

지금까지 쌓은 재력 명망 권력 명예 인맥.

찬란한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재로 변해 흩어지는 것이다. 키요시는 츠즈키 이츠마에게 자수를 권했었다. 자수? 이츠마는 모든 걸 잃을 바에는 삶을 포기하는 게 낫다 싶었다. 늘 꿈꿨던 그리돼야 했던 찬란한 미래를 지키고자 하는 아집이다.

그에겐 그 미래가 평범한 삶이었다. 보통의 일상이었다.

평범함은 잃고 나서야 고귀하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렇게 키요시에게 종용당한 이츠마는 결국 자신의 것이 돼야 했던 회사의 옥상에서 약을 삼켰다. 약은 단숨에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강우진. 아니 키요시가.

-스윽.

무던한 얼굴로 시체를 내려보다가 주머니서 뭔가를 꺼냈다. 카메라 그의 손을 따라 움직인다. 키요시가 꺼낸 것은 접히고 또 접힌 해진 종이였다. 코나카야마 긴조를 시작으로 많은 이름이 적혔다. 전부 완수한 숙제였다.

그리고 그 끝에.

-‘츠즈키 이츠마’

눈앞 시체의 이름이 적혀있다.

“보고 있으려나-”

작게 읊조린 우진이 해진 종이를 구겼다. 그걸 그대로 입에 넣어 꿀떡 삼켰다. 이요타 키요시다운 행동이었다.

여기서 잠시 침묵.

“컷!”

쿄타로 감독의 사인 뒤 구도를 바꿔 몇 번의 리-액션. 약 3번의 재촬영 뒤 지금의 씬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촬영 씬은 앞으로 좀 더 남았다.

특히.

“아 이번이 그 씬이네?”

“응 이요타 키요시의 두드러진 첫 감정이 나오는.”

“어렵네-”

바로 이어질 씬의 연기는 퍽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수십 스탭들의 기대감이 더 커졌다. 모니터 앞의 쿄타로 감독 역시 그랬다.

‘이 컷은 중요해.’

‘낯기생’엔 여러 핵심 연출이 있지만 지금의 씬이 무엇보다 가장 상위의 장면이었다.

‘지금의 씬이 잘 살아야 바뀐 결말의 임팩트가 몇 배는 커져.’

하지만 쿄타로 감독은.

“···”

촬영존 안에서 메이크업 수정 중인 강우진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디렉팅을 줄 생각이 없다. 저 배우라면 우진이라면 상상 이상의 장면을 만들어 줄 거란 확신이 있었으니까.

반면 강우진은.

‘어우-’

겉으론 딱딱했지만 속으론 미약한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연기는 처음 아닌가? 음- 처음이 맞아. 없었지 한 번도.’

이미 이요타 키요시의 삶을 모두 가진 그였지만 현실에선 처음 보이는 연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묘하게 떨리지만 꾹꾹 누르자. 그나마 보는 눈이 줄어서 좀 낫다 싶은 우진이었다.

그리고.

“끝났습니다!!”

우진의 메이크업 수정이 완료됐다.

잠시 뒤.

스탭들이 빠진다. 카메라들이 강우진을 향한다. 쿄타로 감독이 확성기를 들었다. 슬레이트가 쳐졌다.

“하이- 액션.”

이내 강우진은 잠시 놓았던 키요시를 끌어냈다. 금세 그의 시야에 변화가 생겼다. 보이는 카메라 조명 등의 거치적스러운 것들이 사라졌다. 촬영 현장이 아니었다. 우진에겐 종착지일 뿐.

늦은 밤 세상은 고요하다. 아무도 없다.

발치에 몸뚱이가 누워있지만 이미 죽었으니 사람이 아니다.

“···뭔가 심심하네.”

‘숙제’가 적힌 종이를 꿀떡 삼킨 뒤다. 표정 없는 우진이 목을 만지작했다. 목구멍이 꺼끌해서였다.

“구긴 종이를 삼킨 건 좀 너무했나?”

혼잣말을 뱉은 그가 괜히 머리를 긁었다. 괜히 주변을 한 번 두리번 했다. 다시 시체를 내려본다.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강우진 또는 키요시는 메말랐다. 감정? 기분? 아니 개념 자체가 그랬다. 인식이 마른 장작 같다.

그의 디테일한 행동이 시선이 호흡이.

‘천진난만함이- 저리 선명하게.’

모니터 보는 쿄타로 감독에겐 어린아이처럼도 보였다. 실제로 그럴 것이다. 지금 우진의 내면 가득히 번지기 시작한 것은 어수룩한 무언가다.

카메라 강우진의 정면으로.

우진이 몸을 돌렸다. 멈칫했다. 다시 시체를 돌아봤다. 잠시간 응시했다. 쓸데없는 짓이다. 가자. 발길을 떼어보지만 이내 그의 발이 다시 멈췄다.

우뚝.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 하는 그였다. 이때쯤이었다. 강우진의 속에서 급작스레 폭포수가 터졌다. 차갑거나 뜨겁진 않다. 미지근했지만 그로 인해 우진의 숨이 약간 불규칙해졌다. 입이 아닌 코로 빠져나오는 호흡이 말이다.

“흐읍-”

여전히 그의 얼굴은 표정이 없다. 하지만 시체를 내려보는 눈동자가 뭉근해졌다. 감정이 얼핏 보였다. 기분도 가늠된다.

“별로네.”

잠잠한 우울. 지금껏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림이 없던 키요시가 강우진이 모든 숙제의 종착지에서 감정을 내보인다.

그것이 생생하게 카메라에 비춘다.

왜? 왤까?

그는 왜 여기에 멍청히 서서 발을 떼지 못하는가. 강우진이 돌연 한 손을 들어 얼굴을 쓸었다. 미지근했던 감정이 점차 온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래 아우성을 친다. 내면 그 어딘가에 메아리친다.

끝이야! 여기가 끝이라고!

그래 끝이다. 더이상 제거할 대상도 없다. 그리고 이요타 키요시도 없다. 여긴 ‘숙제’의 종착지. 그리고 키요시의 존재 의미 역시 끝이었다.

“흐 흐흡!”

키요시 또는 강우진의 어깨가 티 나게 들썩였다. 얼굴을 감싼 손 틈 사이로 촉촉한 것이 새어 나왔다.

아이의 눈물.

그가 자리를 뜨지 못한 건 시체가 눈에 밟혀서가 아니었다. 무서워서였다. 두려워서였다. 이곳을 벗어나면 세상에서 자신의 의미가 지워질까 봐서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까 봐 아무 곳도 남은 게 없는 미지의 세상에서 자기가 보이지 않을까 봐.

허무? 아니다.

“끄윽! 흐흡! 크흡-”

오히려 키요시의 가슴은 가득 찼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살았고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만족한다. 이제 마무리만 잘 하면 된다.

그래서 그다음은?

무려 수년을 ‘낯선 이’가 되기 위해 잠자코 살았다. 그리고 행했다. 그런데 눈물이 나왔다. 슬픔이 근간이 되는 눈물은 아니었다.

“크흐흡!”

불쌍함이었다. 내가 또는 네가. 억울함이었다. 이 지경에 치달을 때까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세상이. 아쉬움이었다. 이깟 것에서 끝나버린 자신의 존재 의미가.

-스으.

어깨를 들썩이던 강우진이 허리를 숙였다. 약간 얼굴이 벌게졌다. 두 눈 역시 그랬다. 눈물이 뚝뚝 흐른다. 무릎을 짚은 그가 꽁꽁 잠갔던 걸쇠를 풀었다.

무지막지한 것이 심장에서부터 외부로 밀어냈다.

“크흐흑! 끄흑! 흐흐흡!”

우진 또는 키요시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오열이었다. 눈코입 면상에 난 모든 구멍에서 수분이 줄줄 흘러나왔다. 하지만 소음은 죽였다.

말라비틀어진 통곡이 있다면 이것이겠지.

절제된 통제된 강우진의 오열이 수십 스탭들 귓가에 스며들었다. 눈에 담겼다. 피부에 닿았다.

‘슬픔 없는 흐느낌이···가능하구나.’

‘저렇게 정적으로 오열하는데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모르겠어 저게 무슨 감정인지.’

‘묵살된 인생에 대한 헌사같이도 보여.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야···저런 걸 대체 어떤 배우가 표현할 수 있겠냐구.’

점차 우진의 목에선 쉰 소리가 났다. 콧물이 흘렀다. 침이 턱에 매달렸다. 꺼이꺼이라면 다독여주기라도 하겠건만 메말라버린 그의 오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무것도 못 해. 지켜보는 것 말곤.’

침통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지금껏 이요타 키요시에게 삶이란 바닥에 떨어트린 동전이었다. 눈에 들어가는 먼지였다. 때때로 갈증을 느껴 마시는 물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대수롭지 않게 펼치는 기지개였다.

대강 그 정도의 사소한 삶이었다.

그것마저도 끝이다.

강우진의 오열은 그의 눈물은 좁쌀보다 못한 자신의 의미를 인지한 것에 관한 아우성이었다. 통곡이었다. 그 의미를 차마 이곳에 두고 갈 수 없는 연민이었다. 결국 종착지를 떠나지 못하고 돌아온 텅 빈 자신의 껍데기를 마주한 동정이었다.

“끄흐흐흡- 크흐흑!”

다리에 힘이 풀린다. 뻐끔대며 오열하던 우진이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양손이 바닥에 닿아 미세히 떨렸다. 계속해서 쉰 통곡이 들렸다. 카메라 부들대는 강우진과 시체를 같이 잡는다.

마치 죽음 앞에 절을 하는 모습 같다.

아니다. 이 장면은 놓고 갈 자신의 의미에 예를 갖췄고 추모하는 것이며 키요시의 성장한 감정이 처음으로 외부로 표출되는 씬이다. 비록 하찮은 존재의 의미였으나 그 덕에 살았다.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컷은 이중적인 뜻이 담겼다.

복수의 끝에 달린 자신의 의미는 이다지도 하찮고 좁쌀만 하지만 그 복수가 허무하거나 의의가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것.

키요시는 감정적인 성장을 여기에서 찾았고 그것은 곧 희망의 새싹과도 같다.

새 삶의 단초였다.

보통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 강우진의 소리 없는 통곡은 점차 줄었지만 현장을 지켜보는 수십 스탭들의 가열된 감각은 식을 줄을 몰랐다.

저 배우가 표현하려는 것은 너무도 방대하다.

“···”

“···”

“···”

그저 느끼는 게 전부였다.

이제 쿄타로 감독의 차례였다. 5초 10초 15초. 씬의 마지막에 도달했다. 그의 입에서 이 경이로운 광경을 끊어내야 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하지만 쿄타로 감독은 유지되는 무음의 격렬한 과정을 욕심냈다. 이 컷이 지금의 강우진이 ‘낯기생’의 바뀐 결말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으니까. 관객들은 이것을 목도한 뒤 결말을 봐야 한다 그래야 ‘이요타 키요시’의 마지막 시선을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섞인 ‘낯선 이’의 새로운 시작을 말이다.

이윽고.

“···커어어엇!!”

자리서 벌떡 일어난 쿄타로 감독이 모자까지 벗으며 외쳤다. 곧 주변의 수십 스탭들이 멈췄던 숨을 파악하고 내쉰다. 반쯤은 박수까지 쳤다.

-짝짝짝짝짝짝짝!

여전히 엎어져 있는 강우진을 향한 찬사였다. 그가 보인 터무니없는 연기에 대한 극찬이었다. 말로써 표현할 방법이 없기에 그저 박수 쳤다.

하지만 왜인지 무릎 꿇은 채 상체를 앞으로 엎드린 강우진이 미동도 없다.

연기하던 모습 그대로 멈췄다.

오열하는 건 아니었다. 소리 없는 쉰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까. 그저 우진은 엎어진 채 가만히 있었다. 이에 강우진의 앞에 누워있다 먼저 일어난 시체. 아니 일본 배우가 엎어진 우진을 내려보며 미간을 꿈틀했다.

‘그래···그만한 연기를 쏟아냈어. 감정의 잔향이 없을 리가 없다. 아무리 연기 괴물 우진씨라지만 바로 풀긴 어렵지. 방금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으니까.’

지켜보는 스탭들도 비슷했다.

“감정을 추스르고 계시는가 봐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방금 같은 미친 연기를 보이고도 바로 벌떡 일어난다면···정말 신에 가깝죠.”

“억제된 오열. 아마 일본 연기판 역사에서 계속해서 회자 될 정도였어요. 조금 쉬게끔 두는 게 좋겠네요.”

“부축하는 게 더 방해겠죠 지금은. 격앙된 감정은 혼자만이 정리할 수 있으니까.”

걸어가다 엎어져 미동도 없는 강우진을 보곤 쿄타로 감독도 우뚝 멈췄다.

‘···그래 저만한 감정을 쏟아냈는데- 일반적인 배우라면 정신병이 걸렸을 정도라고. 충분히 감정을 되돌릴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엎어진 강우진은.

‘아오- 씨 침하고 콧물 개많이 나왔네. 닦아 닦아. 컨셉질 지켜!’

그저 콧물을 닦고 있었다.< 역대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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