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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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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5) >

오열하던 엎어진 자세 그대로인 강우진은 키요시를 벗어내자마자 자신의 얼굴과 입가에 콧물과 침이 범벅이라는 걸 인지했다.

‘미친. 이거 얼마나 나온 거냐?? 탈수 현상까지 오겄네.’

아니 뭐 사실 말라비틀어진 오열 연기를 할 때도 알고는 있었지만 연기와 현실은 다르지. 콧물 좀 얼굴에 범벅됐다고 누구도 욕하지 않을 걸 알지만.

‘그래도 빈틈이 없는 게 낫잖아?’

이건 컨셉질 포함 자기관리의 영역이었다. 굳이 오바떨 건 없지만 이렇게 하나둘 놓기 시작하면 모든 포기가 쉬워진다. 강우진은 엎어진 채 다시 한번 스스로 강조했다.

방심은 금물.

덕분에 우진은 가만히 엎어진 채 콧물과 침들을 닦아 냈다. 경박스럽지 않고 의연하게 또는 부드럽게. 들썩거리는 것이 옅다. 이쯤 우진의 등 뒤의 스탭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짝짝짝짝짝짝짝!

뭐냐? 갑자기 뭔 박수? 콧물 닦는다고 극찬을 하는 건 아닐 거고. 아마도 조금 전의 연기에 관한 박수겠지. 어쨌든 저 박수가 끝나기 전엔 일어나야 했다. 꽤 오랫동안 무릎을 꿇은 탓과 수분을 빼낸 탓에 우진의 힘이 많이 빠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콧물 등을 제거하는 것에 성공한 그가.

-스윽.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한 포커페이스를 얼굴에 장착한 채 스르륵 일어났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다들 우진이 콧물 닦다가 일어났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최소 강우진은 그리 생각했다. 이럴 때일수록 세상 뻔뻔한 철판이 중요하다.

‘몰라 씨. 당당하게 걷기.’

우진은 냉혹함을 평소보다 더 진하게 만들었다. 민망함을 조금이나마 중화시킬 반사적 행동이랄까? 이어 대강 바지를 털던 우진의 눈에 바로 보이는 일본 배우. 직전까지 시체였던 ‘츠즈키 이츠마’ 역을 맡았던 배우가 아직도 우진의 앞에 서 있었다.

그가 강우진과 눈이 맞았다.

“···”

“···”

잠시간 침묵한 채 서로 시선을 교환한다.

일본 배우는 초반보다 더 딱딱해진 평소보다 컨셉질이 배가 된 우진의 얼굴을 보곤 확신했다.

‘···아직 감정 추스린 게 완벽하진 않아. 그래도 프로다 이렇게나 빨리 본인으로 돌아오다니.’

강우진은 속으로 움찔했다.

‘뭔데? 왜 그렇게 보는데요? 아직 내 얼굴에 콧물의 잔해가 남았냐??’

서로 상충하는 속내가 충돌하는 가운데 일본 배우가 먼저 일본어를 뱉었다. 심히 심각하다.

“감동했습니다. 연기나 그 이후의 자세도.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충분히 시간을 가시셔도 돼요. 감정을 다 추스른 후에 움직이세요.”

이게 뭔 쌉소리지? ‘콧물이 아직 거기 턱 쪽에 남았습니다’ 따위의 대사를 생각했던 우진이었다.

‘근데 뭔 감동이고 감정을 추스려? 뭐라는 거야 이 양반.’

‘이요타 키요시’의 모든 건 이미 진작에 강우진의 몸에서 사라졌다. 장착하고 빼는 것 하니만큼은 귀신같은 그였으니까. 하지만 저 일본 배우의 반응이 이상하다.

“···”

우진은 시니컬함을 유지한 채 천천히 고개를 뒤쪽으로 돌렸다. 여러 카메라 조명 등의 사이에 선 수십 스탭들이 보였다. 다들 진중한 얼굴들이다. 몇몇은 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감격하기도 한다.

단 한 명의 얼굴에서도 ‘콧물’은 찾을 수 없다.

심지어.

‘대표님은 또 왜 저렇게 심각한데?’

늘 붙어 다니는 꽁지 머리 최성건마저도 매우 단단한 표정이다. 강우진은 이 지점에서 확신했다.

이 향기 이 분위기 이 언발란스한 공기.

‘또또또 뭔가 멋대로 굴러갔구만.’

오해 또는 착각. 어디선가 우진이 겪어봤던 상황과 일치했다. 뭐 나야 개꿀이지. 강우진은 굳이 콧물을 내세우며 사태를 정정하지 않는다. 그는 프로가 확실했다 컨셉질의 장인.

-스으.

천천히 오른손으로 흑발을 쓸어 넘긴 강우진이 일본 배우를 보며 목소리를 세상 낮게 깔았다.

“추스른 게 아닙니다.”

“···그 그럼?”

“기억했습니다.”

순간 일본 배우의 눈이 커졌다. 강우진의 극한의 쎈척이 먹혔단 소리였고 우진은 차분히 인사한 뒤에 몸을 돌려 최성건에게로 걸었다. 도중에 여러 스탭들의 억제된 찬사와 격려 등이 들렸다. 물론 우진은 적당히 낮게 답할 뿐이었다. 곧 앞에 도착한 강우진에게 심각한 최성건이 물었다.

“괜찮냐? 오열 통곡 연기도 처음인데 그걸 통제하면서 해야 된대서 좀 걱정하긴 했다. 네가 워낙에 짙은 메소드적인 연기를 하니까. 근데 역시···너라도 방금 같은 연기는 썩 불편했지? 바로 회복이 안 될 정도로.”

아니요 콧물을 닦았습니다. 라고 말은 못 하니 우진은 거만함을 택했다.

“회복은 쉬웠습니다. 중요한 건 기억이죠.”

“기억?”

“예 그래야 나중에 다른 것과 붙여서 써먹을 수 있으니.”

“···미친놈.”

“감사합니다.”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젓던 최성건이 이내 엄지를 세웠다.

“근데 뭐 씬은 진짜 죽여줬다. 이만한 연기는 진짜 너니까 살렸고 소화한 거지 딴 배우였어 봐라 숱한 NG에 죽어났을 거다. 개봉하면 관객들 놀라 자빠지겠네.”

실제로 방금 우진이 보인 오열 연기 눈물 연기 등 녹진한 감정이 필수인 연기는 힘들다. 특히 배우가 씬을 소화하지 못하면 무수한 NG와 함께 리액션이 나온다. 가능하면 원샷원킬이 좋겠지만 그런 배우는 드물다. 아니 없다고 봐도 된다.

강우진이기에 가능했고 해냈다.

당연히 몇 발 뒤에서 우진을 지켜보는 썼던 모자 덕에 머리가 눌린 쿄타로 감독은.

“···방금 컷이면 차고 넘치지.”

리액션을 외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구도 변경도 없다. 자신이 본 것이 최고이며 최상이다. 그런 그가 나지막이 일본어로 읊조렸다.

“때때로 감독은 배우를 기만할 때가 있어.”

이에 바로 옆에 있던 조감독이나 스탭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예?”

쿄타로 감독은 우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말했다.

“배우의 연기가 부족함에도 배우의 연기가 과할 때도 배우의 연기가 어중간함에도 나는 그들을 격려하고 OK 사인을 내릴 때가 그럴 때지.”

타협을 말하는 것이었다. 시장의 암묵적인 룰에 기대는.

“그건 보기엔 별거 없지만 사실 기만이고 기망이다. 저 위에서 배우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착각 더는 행동하지 않고 고장 나버린 멍청이에 불과하지. 그런 게 현장에선 꽤나 빈번해.”

“아- 그렇습니다. 배우의 컨디션도 조절해야 하고.”

“그런데 오늘 나는 그것과는 결 다른 타협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 그게 무슨.”

“강우진씨. 그가 직전에 보여준 연기를···예술을 나는 판단할 수 없었다. 함부로 NG냐 OK냐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어.”

연기가 부족해서가 아닌 아득함을 느끼는 연기기에 판단의 오류가 생긴다. 머리가 백지장이 된 탓에 내릴 수밖에 없는 타협.

쿄타로 감독이 발을 움직였다.

-터벅 터벅.

그리곤 강우진에게 붙어 진중하며 확고하게 말했다.

“방금의 씬으로 인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닿는 ‘낯기생’의 결말은 폭발할 겁니다.”

도화선이란 얘기였다.

뒤로.

24일 월요일의 촬영은 자정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낯기생’의 촬영 스케줄이 마무리에 치닫고 있기에 조금 무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어 다음날인 25일이 밝았다.

‘낯기생’의 크랭크업까지는 이제 3일 남짓. 하지만 강우진은 다급한 것 없이 25일의 ‘낯기생’ 촬영에 참여했다. 이른 아침부터였다.

“액션!!”

현장의 호흡은 점차 가빠졌다. 쿄타로 감독이나 백여 명 스탭들의 기백도 증폭됐다. 어제의 강우진 연기를 봐서일지도 모르지. 뭐가 됐든 진행되는 촬영은 ‘이요타 키요시’의 숙제 뒤의 내용 그리고 시나리오 전체의 빈틈을 채울 인서트 컷이었다.

그러면서도 강우진은.

‘워- 미친!!’

쉬는 시간마다 티 안 나게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한국은 현재 ‘실종의 섬’ 붐이 일어나고 있었고 하루마다 기사 폭탄이 터지는 중이었으니까. 그뿐인가? SNS나 너튜브도 ‘실종의 섬’이 점령했다.

그냥 ‘실종의 섬’이란 해일이 한국을 뒤덮었다 봐도 무방했다.

‘터진다! 이건 진심 사고 제대로 터질 듯!’

속으로 흥분이 점철되던 우진은 촬영에 돌입하면 귀신같이 차갑게 변했다. 이날도 밤늦은 시간에 스케줄이 정리됐다.

다음날인 26일의 스탠바이 시각은 점심쯤.

‘낯기생’의 촬영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고 나태하지 않았다. 도리어 몇 배는 더 긴박했다. 시간이 어떻게 녹는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그렇게 이틀 뒤 28일 금요일이 밝았다.

장소는 도쿄. 시간은 새벽녘 6시쯤.

보통이라면 많은 이가 하루를 시작할 시각이지만 이미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낯기생’ 팀이었다. 모인 곳은 최근 ‘낯기생’팀이 상주했던 대형 세트장. 그중에서도 야외 컷을 위해 꾸며진 공간. 각 인물들의 집이나 가게 등. 꽤 자주 이용하는 세트의 외부 모습이 지어졌다.

규모만 봐도 이 세트 공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쉽게 느껴졌다.

그 사이로.

“조명 테스트합니다!!”

“보고 있어요!”

“조명 끝나고 카메라 갈게요!”

“감독님! 이쪽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백여 명 스탭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분주하다. 물론 오늘도 모자를 푹 눌러쓴 쿄타로 감독도 마찬가지. 동분서주. 이들이 촬영 세팅에 공을 들이는 세트는 2층으로 된 맨션이었다. 복도형 맨션이며 2층 끝쪽엔 철계단이 붙었다. 맨션의 외벽은 회색이지만 검은 때가 많다. 턱 봐도 오래된 느낌.

시나리오상 이 맨션은 ‘이요타 키요시’의 집이었다.

오늘 ‘낯기생’팀은 여러 컷을 찍을 예정이지만 두 가지 정도가 핵심이었다. 이 맨션에서의 키요시와 형사 모치오의 첫 대면 그리고 장소를 이동해 찍는 ‘낯기생’의 바뀐 결말 씬.

그래서인지 백여 명 스탭들의 눈빛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하하 이런 날이 오기는 하는군.”

“그러니까요. 크랭크인 한 게 어제 같은데.”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 오늘 마지막 촬영에 뒷정리까지 끝내면 한 잔 시원하게 하자고.”

“찬성!”

오늘이 ‘낯기생’의 마지막 촬영 날이라 그렇다.

‘낯기생’의 마지막 촬영 날이 도래했지만 마음이 풀어진 스탭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원래도 그럴 테지만 특히나 오늘 이 현장에는 많은 손님들이 몰려들 예정이었으니까.

“촬영 잡힌 배우님들 말고 이미 빠진 배우님들도 오신다고 들었는데 진짜예요?”

“아아. 맞아 말고도 영화사 쪽이나 배급사 쪽도 올 거야.”

“와- 다 오는 거네요.”

“아카리 작가님도 오신다고 들었는데?”

“확실한 건 아니지만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도 올지 몰라.”

“에에에?? 정말로??”

대화를 나누는 스탭들의 예측만 들어보면 오늘 세트장은 여러 인물로 가득 찰 게 빤했다. 실제로 이 시각엔 많은 이들이 ‘낯기생’ 세트장으로 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방금 일어난 강우진은 물론이며.

“아으- 개피곤. 그래도 뭐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니까. 근데 좀 아쉽긴 하네.”

우진과 연기할 형사 모치오 역의 마나 코사쿠 ‘낯기생’의 배우들 원작자 아카리 작가 그리고 히데키 회장까지. 모두가 ‘낯기생’의 마지막을 기대하고 있었다.

오늘 촬영의 스탠바이 시각은 아침 7시 30분.

시작은 강우진부터였고 그다음이 마나 코사쿠. 둘의 솔로컷 등의 촬영이 끝난 다음이 오늘 올 손님들이 볼 촬영 씬이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침 10시쯤이 되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강우진씨 오셨습니다!!”

세트장에 강우진이 배우 중 1등으로 도착했다. 포커페이스가 짙다.

“어서 와요 우진씨.”

“안녕하세요 감독님.”

“컨디션이나 기분은 좀 어때요.”

“평소와 같습니다.”

“역시 그렇군.”

마지막 촬영이라는 것에 속으론 약간의 긴장은 서렸지만 그럴수록 그의 컨셉질은 더욱 단단해졌다. 이어 몇십 분 후 강우진의 촬영부터 시작됐다. 그 사이 얼굴선이 짙은 마나 코사쿠가 도착했다. 준비와 촬영이 번갈아 진행됐다.

이윽고 9시쯤.

서서히 세트장으로 ‘낯기생’의 배우들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아아 미후유씨 어서 와요.”

촬영 상 이미 사망한 ‘호리노치 아미에’ 역의 우라마츠 미후유를 포함한 여러 배우들. 당연히 모두 맡은 역이 죽었기에 이탈한 상태였다. 이미 백여 명 스탭들이 뛰어다니는 세트장이 점차 몇 배는 더 북적이기 시작했다. 영화사 배급사 간부들도 속속 도착했으니까.

그리고 아침 10시가 됐을 무렵엔.

“감독님 역시나 크랭크업하는 날이라 세트장이 정신없네요.”

“오셨습니까 작가님.”

타키카와 아카리 작가가 나타났다. 쿄타로 감독과 대화한 뒤 여러 배우들과 인사하는 그녀. 그중에서도 이미 키요시와 다를 게 없는 강우진과의 대화가 제일 길었다.

“오늘 촬영 열심히 해요 아닌 척했지만 기대하고 있어요. 이러면 너무 부담되나?”

“아니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이쯤.

“에에- 지 진짜 왔어요! 저기!”

촬영 세팅 중이던 조명 팀 스탭 몇몇이 호들갑을 떨며 세트 입구 쪽을 가리켰다. 곧 주변의 수십 스탭들의 시선이 움직였다.

“···요시무라 히데키 회장- 정말로 왔네??”

비서를 대동한 히데키 회장이 마지막 손님이었다.< 역대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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