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6) >
한 맨션 앞에 허름한 카키색 재킷을 걸친 약간 머리가 부스스한 남자가 섰다. 턱엔 까끌한 수염이 자랐고 의욕상실이 묻은 힘 빠진 표정의 남자였다.
“후우-”
그가 2층의 낡은 맨션을 올려보다가 담배 연기를 적당히 뿜었다. 카메라 그의 뒷모습을 찍다가 천천히 옆으로 움직인다. 남자는 형사 요시자와 모치오였다. 오늘은 후배 형사 없이 혼자인 모양. 그런 모치오가 담배를 입에 문 채 작게 읊조렸다.
“그자가 여기 사는 건가. 평범한데.”
모치오는 오늘 연쇄적으로 일어난 사망 사건들의 마무리를 하고 온 참이었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대외적인 결말이었다. 경찰이 대중들에게 사건에 관한 전말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
범인도 피해자도 모두 죽었다. 코나카야마 긴조를 죽인 미사키 슈토쿠를 시작으로 모두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서로를 죽였다. 추가로 ‘미사키 토카’의 스토리도 밝혀졌지만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다. 너무 오래됐고 나머지 연쇄적인 사망 사건들이 몇 배는 더 자극적이었으니.
아니 남은 게 있긴 한가? 그래 확고한 정황과 증거품들.
다른 의심을 품기엔 정황과 남은 증거가 너무 확실했고 국민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경찰은 최대한 빨리 사건들의 마무리를 발표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스윽.
단 한 명. 지금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문 형사 모치오만이 아직 사건의 종결을 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두 가지가 맴돌고 있었다.
공범. 그리고 ‘이요타 키요시’.
형사 모치오가 양손을 재킷 주머니에 쑤신 채 발을 뗐다.
-캉 캉 캉.
철제 계단을 느릿하게 오른다. 2층의 복도 끝. 제일 마지막에 있는 집에 그가 살고 있다. 모치오가 찾는 그 남자.
카메라 뒷걸음질 치며 복도를 걷는 모치오를 앞에서 잡는다.
곧.
“···”
복도 끝에 도착한 모치오가 손을 올려 문을 두드리려던 때였다.
-철컥!
급작스레 열린 철문이 모치오의 머리를 팍하고 때렸다.
“읏!”
머리를 감싼 모치오가 작게 신음했고 집에서 나온 남자가 흠칫 놀라며 모치오에게 바로 말했다. 아니 역정냈다에 가까울 것이다.
“깜짝이야 뭐야 당신?”
미간을 좁힌 남자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허리를 작게 숙인 모치오를 노려봤다. 의심이 깊다. 남자가 복도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곤 다시금 모치오에게 짜증 냈다.
“놀랐잖아. 여기서 뭘 하는 거냐고 당신.”
머리를 감싼 모치오가 ‘크’ 따위의 소리를 내며 주머니서 뭔가를 꺼냈다. 형사 수첩이었다.
“형사입니다 갑자기 열려서 못 피했네요.”
“···형사? 형사님이 왜 내 집 앞에 있는 겁니까? 아! 이건 정당방위! 아- 아니 뜻이 좀 다른가?”
“예?”
“아니 형사님을 가격한 게 내 잘못이 아니란 얘깁니다.”
“탓을 하는 건 아닙니다만.”
“당연하지!”
남자의 음성이 살짝 경박했다. 그런 그를 잠시간 지긋이 보는 모치오. 곧 모치오가 형사 수첩을 주머니에 넣으며 남자에게 물었다.
“···이요타 키요시씨가 맞습니까?”
“어라?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설마 나를 찾아온 겁니까?”
“그렇습니다.”
약간 눈이 커진 남자. 아니 이요타 키요시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긁었다.
“나 나를 왜요?”
단박에 긴장하는 키요시. 반면 작게 고개를 꺾은 모치오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미사키 토카’를 기억하십니까?”
키요시가 팔짱 낀 채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생각이 깊어진 듯. 하지만 기억에 없는지 어깨를 으쓱였다. 움직임이나 목소리가 가볍다.
“누구야 그게. 처음 듣는데요?”
여기서 잠시간 침묵. 5초 정도. 이내 쿄타로 감독의 외침이 울렸다.
“컷컷컷! OOOOK!!”
만족의 사인이었다. 동시에 키요시. 아니 강우진과 마나 코사쿠가 철계단을 내려왔다. 그들에게 여러 스탭들이 붙는다. 메이크업 수정을 위해서였다. 뒤이어 쿄타로 감독도 합류했다.
“콘티대로는 이 컷까지만 가겠습니다 이후론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자유롭게 부탁합니다. 뒤쪽 장면도 이런 식으로 먼저 기존의 것을 찍은 후 자유롭게 찍는 컷을 번갈아 가겠습니다.”
한 번에 롱테이크로 가는 것이 아닌 컷마다 기존의 것과 자유롭게 가는 것을 나눠서 가겠다는 소리.
이어진 강우진과 마나 코사쿠의 간결한 대답.
“예 감독님.”
“네.”
방금의 씬은 이미 3번째 정도 반복했고 여기서부턴 촬영 콘티를 벗어나 배우들 멋대로 쿄타로 감독이 아카리 작가에게도 말했던 배우 둘이 자유롭게 활개 칠 차례. 물론 연출 상황 배역의 감정 갈등은 유지하면서 말이다.
이에 두 배우를 보는 20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몰린 세트장의 공기가 변했다.
“이 이제 시작하는군.”
“대사도 강우진씨와 마나 코사쿠씨가 마음대로 하는 건가요?”
“그렇다고 들었어.”
백여 명 스탭들은 물론이고 영화사 배급사 간부들.
“이렇게 가는 컷은 처음 봐 괜찮은 거겠지?”
“글쎄- 그런데 헐리웃에선 종종 이렇게 배우에게 맡기곤 해. 감독과 배우의 시선은 다르니까. 일본에선 볼 일이 없어 솔직히 나도 듣기는 했지만 처음 봐.”
“지금 것도 나쁘진 않은데 말이지. 가뜩이나 많은 도전이 섞였는데 괜히 무리하는 거 아닌가?”
“여기까지 왔으니 지켜보는 수밖에.”
감독 자리 뒤쪽에 앉은 코끝에 안경을 걸친 아카리 작가는 딱히 말이 없었다. 신기함도 있다. 자신이 쓴 작품의 장면을 두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하지만 표정은 굳었다.
“···”
방금 본 건 이미 그녀도 알고 있는 컷이었다. 거기다 충분히 만족할 정도의 그림이 뽑혔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미지였다.
이때.
“작가님.”
그녀의 오른쪽에서 까끌한 늙은 음성이 들렸다. 정장 재킷은 벗은 주변에 비서들을 대동한 히데키 회장이었다. 그가 앉은 채로 잠잠히 물었다.
“방금의 키요시는 좀 유난이었던 것 같은데. 원래는 저런 캐릭터가 아니었지요?”
“아- 맞아요. 콘티상 키요시는 모치오 형사가 올 걸 알고 있었고 적당한 연기를 가미한 상태예요.”
“원래의 모습을 숨기기 위한?”
“네. 혼동을 주는 거예요. 모치오 형사가 기민하다는 걸 키요시는 알고 있거든요. 이 장면은 원작에서도 적당히 표현되기도 하지만 감독님이 이 컷에 좀 더 욕심을 내시면서 세세한 연출과 각색을 첨가하셨어요.”
“그럼 이제 달라진다는 건가요?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벗어나 편하게 연기한다고 들었는데.”
“···저도 그걸 보러 왔어요.”
“흠- 그렇군요.”
안광이 빛나는 히데키 회장이 정면을 향했다.
‘흔히 볼 수 없는 구경을 하는군. 허나 역시 쉽지는 않은 겐가? 스탭들의 긴장도가 높아졌어.’
강우진과 마나 코사쿠에게 설명을 마친 쿄타로 감독은 촬영존에서 빠지고 있었다. 메이크업 수정을 마친 스탭들도 마찬가지. 강우진과 코사쿠는 잠시잠깐 짧은 대화를 할 뿐 이렇다 할 계획을 짜진 않는 것 같다.
서로의 느낌을 중요시하겠다는 걸까?
사실이었다.
두 배우. 즉 우진과 코사쿠는 서로 합의 한 부분이 있었다. 시작은 코사쿠의 제안부터였다.
“서로 기본적인 핵심 대사들은 유지하되 나머지 자유 연기들은 알리는 것 없이 편하게 가보죠.”
짜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실제 ‘낯기생’의 인물이 되어 무분별하게 들이닥치는 감정에 상황에 연기에 몸을 맡겨보자는 뜻. 강우진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1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나야 그게 더 편하니까. 아니 애초에 일일이 알려주는 게 더 웃기다. 그래서는 배우들의 자유에 맡기는 게 아니잖아? 강우진이 시니컬하게 답했다.
“편히 가겠습니다.”
진심이었다.
몇십 분 뒤.
슬슬 재촬영의 준비가 끝났다. 우르르 빠진 백여 명 스탭들은 촬영존을 둥그렇게 감싼 채 숨을 죽였고 영화사나 배급사 간부들 등도 진중한 얼굴로 세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카리 작가의 눈엔 묘한 기대와 걱정이 서렸고 그녀의 오른쪽 히데키 회장은 속을 알기 힘든 얼굴이었다.
“···”
촬영 감독과 잠시간의 대화를 마친 쿄타로 감독이 여러 모니터가 놓인 자리에 앉았다.
“후우-”
작은 숨을 뱉으며 스탭에게 손짓했다. 남자 스탭 한 명이 튀어나와 카메라 앞에서 슬레이트를 쳤다.
-탁!
쓴 모자를 벗은 쿄타로 감독이 확성기를 들었다. 그의 입에서 ‘액션’이 뱉어지기 직전. 세트 맨션 쪽의 강우진은 이미 철문을 닫고 안쪽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곤.
‘일단-’
재빨리 이요타 키요시를 끌어올렸다. 금세 우진이 보는 세상은 ‘낯기생’이 됐다. 모든 것이 키요시가 됐지만 강우진은 왜인지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과거와 달랐다.
현재 강우진에겐 최근에 추가된 능력인 ‘배역의 자유도’가 있다. 틀은 깨졌다. 숱한 가능성이 넘쳐난다. 뭐 사실 깨진 지는 꽤 됐고 우진은 이미 숙달됐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강우진은 ‘이요타 키요시’ 자체를 유지하면서도 뜬금 탈춤을 출 수 있었다.
다만 우진은 탈춤 대신 다른 것을 꺼낸다.
사실 이미 며칠 전부터 정해둔 답이 있었으니까.
‘배역합성은 일단 필요해.’
어차피 키요시가 형사 모치오를 보며 적당한 연기를 가미하는 컷이었다. 그러니 배역합성은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키요시의 근간을 버리긴 싫었다. 키요시는 끝까지 키요시스러움이 있길 바랐다. 연기 속에 연기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배역합성으로 호출한 배역은 키요시와 비슷하면서도 반전을 때릴 수 있어야 한다.
역시 강우진은 생각해둔 소환수가 있다.
“···”
이미 키요시로 팽배한 강우진에게 다른 냄새가 겹쳐진다. 주인의 호출에 소환수가 응답한 것이었다. 배역합성은 삽시간에 이루어졌다.
여기까진 맛보기. 이 뒤부터가 진짜다.
배역합성으로 끌어낸 소환수와 함께 키요시의 근간을 유지한다. 하지만 강우진은 시나리오의 틀을 깰 예정이다.
‘배역의 자유도’를 해금한다.
와중 이 같은 상황을 알 턱이 없는 철문 밖의 마나 코사쿠는 형사 모치오의 감정을 복기하면서도 속으로 다짐 중이었다.
‘괜찮다 의연하게 가면 돼. 어차피 자유에 맡기더라도 극 중의 상황은 같다. 키요시보다 모치오의 상황이 더 우위야. 키요시는 숨겨야 하고 나는 그가 숨기는 걸 어렴풋 눈치채고 있다.’
어떤 연기가 닥쳐와도 편하게 대처할 것을 말이다.
‘공격한다면 오히려 내 쪽이야. 그를 키요시를 쉽게 보내줄 생각은 없다.’
두 배우는 그야말로 ‘낯기생’의 인물로서 미지의 영역에 내던져졌다.
이때.
“하이- 액션!”
감독의 사인이 울렸다. 곧 마나 코사쿠가. 아니 형사 모치오가 두 손을 재킷에 쑤신 채 움직인다. 캉캉캉 소리를 내며 철제 계단을 올랐다. 카메라는 그 뒤를 따랐다가 그의 앞으로 움직였다.
어느새 도착한 복도 끝.
하지만.
“···”
조용하다. 원래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철문이 열려야 했다. 그러나 미동도 없다. 시작부터 틀이 깨졌다. 허나 형사 모치오는 대수롭지 않다. 그가 머리를 긁었다. 그리곤 철문을 두드렸다.
-똑똑.
3초 5초 10초. 미동은 없다. 모치오는 작게 한숨을 쉬며 턱을 긁었다.
“집에 없나?”
재차 문을 두드리는 그.
-똑똑똑.
이번엔 처음보다 강도가 세다. 그래도 철문은 열릴 기미가 없다. 뭐지? 형사 모치오가 복도를 두리번하다가 픽 웃었다.
“암호라도 대라는 것 같군.”
자연스러운 애드립. 모니터에 코를 박은 쿄타로 감독도 만족스러운지 읊조렸다.
“좋아 그렇게.”
어쨌든 문은 열리지 않는다. 형사 모치오가 철문 앞에서 손목시계를 보려 고개를 내렸을 때였다.
-철컥!
돌연 철문이 열리며 형사 모치오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팍 소리와 함께 모치오가 약간 휘청했고 문 안쪽에서 무던한 얼굴의 이요타 키요시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하지만 입을 열진 않았다.
“···”
그저.
“크으-”
고통을 호소하는 모치오 형사를 가만히 바라볼 뿐. 키요시의 얼굴엔 그닥 표정이 없다. 재밌는 것은.
-스윽.
모치오 형사와 철문을 번갈아 본 키요시의 눈동자에 놀람이 가득해졌다는 것. 바로 표정이 서렸다. 늘 표정 없던 그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표정은 딱딱했다. 그리고 말도 없다.
“···”
키요시가 약간 양손을 움찔대며 멈칫멈칫한다.
그 모습을 모치오가 확인했다.
한 손으로 머리를 누르며 남은 손으로는 형사 수첩을 꺼낸다. 그 수첩을 키요시에게 보이며 모치오가 말했다.
“크으- 아아 괜찮습니다. 뒤늦게 여셔서 피할 새가 없었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전 형삽니다. 이요타 키요시씨 맞죠?”
“···”
물음이 던져졌으나 키요시는 놀란 채 두 눈만 끔뻑일 뿐 답하지 않았다. 모치오가 수첩을 재킷에 넣으며 작게 미소지었다. 여전히 한 손은 머리 위에 얹었다.
“이요타 키요시씨 아니십니까?”
모치오가 키요시와 눈을 맞췄다. 그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복장은 간단한 셔츠였다. 회색에 가까운 셔츠. 뭐랄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느낌.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묘한 것은 그의 행동이다.
‘왜 반응이 없지?’
이상했다. 분명 그랬다. 지금 눈앞의 키요시는 본연의 것과 어수룩한 또는 서투른 청년 같은 냄새가 뒤섞였다. 그래 마치 두 인물이 합쳐진 것처럼.
코사쿠 또는 모치오가 일단 찔러보자는 식으로 다시 말했다.
“아아 긴장하지 마세요. 일본 전체로 큰 사건이 났지만 이 근방에선 별일 없습니다. 그저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
이번에도 대답이 없는 키요시. 그럼에도 그의 눈은 모치오 형사를 빤히 응시하고 있다. 뭔가 시선이 묘하다. 어딜 보고 있는 거야? 그보다 침묵? 모치오는 키요시가 지금 얼었다고 판단했다.
입을 다물겠다?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하고 있는 거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긴장감을 숨기려는 것이고.’
하지만 틈을 줄 순 없지. 어느새 미소를 머금은 턱에 까끌하게 난 수염이 눈에 띄는 형사 모치오가 키요시에게 다시 물었다.
“이요타 키요시씨 역시 제가 올 걸 알고 있었죠?”
표정에 큰 변화가 없는 키요시. 이쯤 세트장에 있는 200명 넘는 모두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혹시 대사를 까먹었다거나? 아니 자유로이 하는데 까먹을 게 있나?’
‘괜···찮은 건가.’
이는 모니터를 응시하는 쿄타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침묵. 그가 짜온 건 침묵인가? 끝까지 입을 다물 셈?’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의아한 것은 지워지지 않는다. 두 인물의 냄새가 섞인듯한 첫 등장까진 좋았는데 그대로 침묵인 건 너무 슴슴하니까.
이때였다.
-스윽.
200여 명 인물의 시선을 독차지한 강우진 또는 키요시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한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올린다. 모션에 예의가 담겼다.
이어 어렵사리 입을 연다.
“아 아- 으아-”
우진이 급작스레 신음을 냈다. 아니 신음이 아닌가? 곧 쿄타로 감독을 시작으로 전부의 눈에 물음표가 떴다. 특히 강우진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모치오 형사가 제일 극심했다.
‘뭐···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미간을 팍 좁힌 모치오가 키요시에게 되물었다.
“예? 이봐요 지금 혹시 저를 놀리는 겁니까?”
하지만 강우진은 여전히 비슷한 신음을 하다가.
“으 아- 아-”
급작스레 두 손을 올렸다. 모치오 형사는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방어태세에 돌입했지만 강우진의 두 손은 그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스으.
그의 두 손은 허공에서 부드럽게 비행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형사님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요.”]
일본 수어였다.
[“형사님도 이 수어의 뜻을 알지 못하겠죠?”]
키요시가 수어를 하고 있었다.
순간 모니터 보던 쿄타로 감독이 두 눈을 확장 시키며 고개를 훅 올렸다. 세트 맨션 안의 강우진을 본 것.
‘수 수어?!’
더불어 전혀 예상치 못한 연기에 모치오가 얼어붙었다.
“아···”
형사 모치오가 명백히 당황한 것이었다.< 역대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