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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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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10) >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1위로 꼽히는 칸 영화제. 깐느 영화제라고도 불리며 전세계 이름값 높은 수많은 영화인이 참석하는 축제. 물론 세계적 넘사인 아카데미상보다는 약하지만 칸 영화제 역시 배우로서 보자면 규모가 어마무시한 행사였다.

파급력이나 영향력 역시 그랬다.

덕분에 헐리웃 탑배우들도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기 위해 기를 쓴다. 한국 쪽도 꽤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감독이었고 배우로 수상을 한 건 드물거나 손에 꼽는다.

프랑스 칸 영화제.

뭐랄까- 핸드폰을 귀에 붙인 강우진에겐 현실감이 없는 단어들이었다.

‘칸이라. 칸? 직접 안 봐서 그런가? 썩 긴장되는 건 없는데.’

물론 TV나 기사로는 몇 번 봤지만 그뿐이었다. 분위기야 뭐 얼추 청룡영화제와 비슷하겠지. 그보다 조금 더 크던가. 어쨌든 핸드폰 너머 안가복 감독의 멘트를 들었음에도 우진은 크게 떨리지 않았다. 그냥 ‘아- 9월 30일에 칸 영화제가 개막한다고?’ 정도가 다였다.

상상이야 가지만 상당히 옅었다.

그럼에도 우진은 목소리를 깔았다. 안가복 감독에게 무거운 톤을 보여야 했으니까.

“9월 30일 기억하겠습니다.”

“음. 가볍게 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치우칠 필욘 없어요. 괜히 조급해질 뿐이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알고만 있어요.”

“예. 일단 기억만 해두겠습니다.”

“최 대표님에겐 따로 연락 안 해도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제가 전달하겠습니다.”

“그래요. 한국 복귀해서 봅시다. 아- 그렇지 이건 늙은이의 노파심인데. 많은 작품 진행하더라도 ‘거머리’의 ‘박하성’은 잊으면 안 돼요.”

이 할아버지가 날 뭐로 보고? 그래도 뭐 안가복 감독의 걱정도 어렴풋 이해는 되는 우진이었다. 지금 우진이 소화하는 작품이 몇 개인가? 더군다나 한국이 아닌 타국 일본에 와있다.

‘뭐 나를 의심하기보단 진짜 노파심이겠지.’

이런 미친 스케줄을 소화하는 건 한국 배우 중 강우진밖에 없었다. 당연히 안가복 감독의 수십 년 경력에서도 처음 봤을 것이고.

이를 증명하듯 핸드폰 너머로 안가복 감독의 늙은 음성이 다시 들렸다.

“허허 나이를 먹으면 자꾸 걱정만 늘어.”

강우진은 이 노파심 생긴 노장에게 립서비스를 해줘야겠다 생각했다.

“‘박하성’ 항시 유념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우진씨가 그리 말하니 더 듬직하구만. 그래요 이만 끊읍시다.”

“예 감독님.”

-뚝.

그렇게 핸드폰을 천천히 내리는 강우진. 현재는 ‘A10 스튜디오’의 외부 주차장. 통화 하느라 걸음을 멈춘 우진이었고 한예정 등의 팀 인원이 기다리는 눈치였기에 강우진은 일단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가자.”

다시금 움직이는 강우진 팀. 와중 우진은 제일 뒤쪽에서 걸으며 핸드폰으로 칸 영화제를 검색했다. 당연하겠지만 숱한 정보와 자료들이 쏟아졌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마어마한 양.

기사 쪽엔 안가복 감독이 말한 내용도 보였다.

『[해외IS]깐느 영화제 9월 30일 개막 확정 안가복 감독의 ‘거머리’ 포함 올해는 몇 개의 작품이 초정되나?』

근엄한 얼굴인 우진이 속으로 읊조렸다.

‘여튼 대단하긴 하네. 분위기만 보면 칸에 초청만 돼도 엄청 빨아주는 느낌?’

한국의 영화판을 말하는 것. 실제로 칸에서 한국의 발자취가 가장 희미하긴 했다. 결과로는 일본이 더 앞서기도 했다. 이어 칸 영화제 관련을 구경하던 우진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몰라- 그때 되면 알겠지. 그보다 프랑스 가는 건 겁나 기대되는데? 미친 나 올해만 해외를 몇 번이나 가는 거냐?’

그리곤 생각의 주제를 바꿨다.

-스윽.

‘A10 스튜디오’ 건물에 점점 가까워질 때쯤 우진이 옆구리에 끼웠던 대본을 빼냈다. 뭐겠는가? 애니인 ‘남사친: 리메이크’의 1화 대본이었다. 참고로 오늘 대본리딩은 일단 1화만 맞춰본다.

‘지금은 칸보다는 이쪽이 먼저지.’

먼 미래보다는 눈앞의 일부터 처리한다는 마인드. 그럴 만도 한 게 칸도 처음이지만 강우진에겐 애니메이션 성우도 태어나 최초였다. ‘남사친: 리메이크’ 측에서 성우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름 생각이 나면 자료나 공부를 하긴 했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확실히 배우 연기와 성우 연기는 판이하다는 것.

성우 더빙 관련 자료를 넘기던 최성건도 말했었다. 성우는 배우 연기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아예 다른 영역이라고. 하지만 차근차근 나아가면 된다는 말도 추가했었다.

정답이긴 했지만 강우진에겐.

-푹!

사기템인 아공간이 있었다. 우진이 ‘A10 스튜디오’에 돌입하기 전에 아공간에 먼저 입장했다. 그리곤 ‘남사친: 리메이크’의 흰 사각형을 본다.

-[10/대본(제목: 남사친: 리메이크) SS급]

성우의 현실 경험이 전혀 없으니 아공간의 리딩(경험)이라도 많이 해야 한다. 최소 강우진의 판단은 그랬다.

“플러스 애니 세상이 존잼이기도 하고.”

이세계에 다녀온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강우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준비 완료. 완성도가 매우 높은 대본이나 시나리오입니다. 구현도는 100%입니다. 리딩을 시작합니다.”]

금세 커다란 회색이 그를 덮쳤다.

얼마나 지났나?

애니메이션 ‘남사친: 리메이크’ 세상을 살던 그. 다시금 현실로 돌아온 강우진은.

‘어우 역시 꿀잼.’

만족했다. 역시나 애니메이션의 세상은 신박하면서도 즐길 게 많았다. 애니 ‘남사친: 리메이크’는 원작 ‘남사친’이 기반이 됐지만 일본 애니 특유의 향으로 각색됐다. 전체적인 배경은 180도 달라졌고 인물과 내용도 퍽 많은 부분이 변했다.

즉 ‘남사친’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일단 배경부터가 고등학교. 당연히 배역 이름도 바뀐다. ‘남사친’에서 우진이 맞았던 ‘한인호’는 ‘남사친: 리메이크’에서 ‘센고쿠 토오루’였다. 보컬 피아노 등으로 음악적 천재 그러나 과거 상처가 있다. 그것을 현재는 봉인한 상태.

화린이 맡았던 ‘이보민’은 ‘엔마 쿄코’로 바뀌었다.

‘엔마 쿄코’는 ‘센고쿠 토오루’와는 소꿉친구이며 스타일이 좋아선지 학교에서 인기론 1등이다. 하지만 성격이 사납다. 애니 ‘남사친: 리메이크’는 존재감 없던 우진 또는 ‘센고쿠 토오루’가 학교 문화제로 인해 돌연 쿄스튬을 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변신하면서 ‘센고쿠 토오루’의 숨겨진 잘생김이 폭발하니까.

이어 ‘남사친: 리메이크’의 세상을 동시에 성우 관련을 상기하던 강우진이 ‘A10 스튜디오’ 1층 로비에 들어서며 속으로 읊조렸다.

‘그보다 모든 게 각인됐는데- 성우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울 이유가 없었다.

한편 ‘A10 스튜디오’의 대회의실.

여러 유명 애니 캐릭터가 벽면에 붙은 이미 수많은 책상들이 ㄷ자 형태로 세팅된 대회의실. 거대한 ‘A10 스튜디오’ 건물의 많은 회의실 중엔 사이즈가 가장 큰 곳이었다.

이 대회의실은 이미 대본리딩장으로 탈바꿈됐다.

배치가 끝난 책상들 책상 위 배역표와 생수통 여분의 대본 ㄷ자형 책상을 둘러싼 간이 의자 세팅 마무리에 여념이 없는 수십 직원들.

‘남사친: 리메이크’의 성우 소개 겸 대본리딩은 여타 다른 작품의 리딩과 비슷한 그림이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책상 위에 마이크가 있다는 것 회의실 정면 초대형 모니터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모니터가 달린 이유는 간단했다. 완성된 ‘남사친: 리메이크’ 애니를 보면서 입을 맞추는 게 핵심이니까.

뭐가 됐든 ㄷ자 책상 자리들을 보면 오늘 리딩 자리에 성우만 최소 십수 명이 올 것이 빤했다.

70% 정도가 유명 인기 1티어 성우였다.

그중 강우진과 인연이 깊은 아사미 사야도 포함이었다. 자리 배치를 보니 남주인 강우진은 감독 석의 바로 왼쪽이었고 아사미 사야는 우진의 반대편이었다.

와중.

“아세요? 성우들 사이로 강우진씨 캐스팅된 거 안 좋게 본대요.”

세팅 마무리하는 직원들 몇몇이 조용히 수군댔다. 물론 일본어로.

“아- 저도 소문은 들었어요. 근데 내가 꽤 잘나가는 성우여도 좀 불편하긴 할 것 같아요.”

“에에 그래요??”

실제로 현재 일본의 성우 업계에서 강우진을 보는 시선이 곱진 않았다. 당연히 좋게 느끼는 이도 존재했지만 반 이상이 불편함을 표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배우판 못지않게 일본의 성우 시장은 퍽 거대하니까.

즉 아쉬울 게 없다.

애니메이션도 영화 드라마와 같이 대본 분석은 중요했다. 다만 얼굴과 표정이 안 나오는 만큼 화술과 목소리가 중점이 된다.

그와 더불어 다양한 기술이 중요시되며 구사해야 했다.

딕션 등의 명확한 발음은 물론 배역과 입을 맞추는 것 배역과 같은 호흡 상황 사건에 따른 목소리 톤 강세 대사가 들어갈 타이밍 대사의 속도 조절 뉘앙스 리듬 긴 대사의 경우 쉬는 텀 외의 수많은 기술들.

성우 연기는 언뜻 연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180도 다르다.

연기야 배우가 배역 자체가 되는 것이지만 성우 연기는 이미 존재하는 배역의 성대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섬세함이 요구되는 것. 상당히 까다롭게 볼 수 있는 어려운 영역.

이렇기에 초짜 신인 성우는 첫 대사부터 빈번하게 실수를 범한다.

대사 들어가는 타이밍부터 잡기 어렵기 때문.

한마디로 애니의 캐릭터와 동화되는 것부터 문제였다. 물론 그런 숱한 실수들을 넘어가며 시행착오 하는 건 성우 누구나 그렇다.

그저 연륜 경험의 차이일 뿐.

“솔직히 성우들이 볼 땐 강우진씨가 좀- 급작스레 굴러온 돌이잖아요.”

“아아. 그래도 신선한 바람은 생길 것 같은데.”

“확실히 그렇기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성우 업계가 힘든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호황에 가깝죠. 좀 낯설게 느끼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신인 성우들보다야 훨씬 나을 것 같아요. 일단 딕션이 보장되니까. 그리고 감정선 잡는 것도.”

의견이 첨예하다.

추가로 강우진은 한국 배우였다. 반대로 ‘남사친: 리메이크’는 일본 애니메이션. 그러니 현지인 수준의 일본어는 디폴트에 극 중 남주가 가진 능력과 감정까지 풀어내야 한다.

가뜩이나 첫 경험일 텐데 거치적거리는 게 너무 많다.

배우와 성우는 비슷하지만 명백히 다른 영역임에도 일본에서 대박을 터트린 성우는 개뿔 모르는 강우진이 남주로 캐스팅됐다? 일본 성우들이 보기에 우진은 딱 봐도 인기로 뽑힌 냄새가 강했다. 일본 성우판에도 어마무시한 지망생이 있고 그만큼 성공하기엔 바늘구멍.

덕분에 걱정하거나 시기하는 성우도 많다.

뭐 이상한 현상은 아니었다.

애초 혈연 지연 학연 플러스 악연까지 연결되는 한국 연예계에도 똑같은 상황은 비일비재하니까.

따라서 일본 성우들에겐 강우진은 매우 핫하다.

여기 이 리딩장에 이미 도착해 자리를 채운 몇몇 남녀 성우들도 그랬다.

“오 오늘 강우진씨 오는 거 맞죠??”

“당연합니다. 작품 남주인데 안 올 리가.”

“흐아- 저 너무 기대돼요. 이 애니에 확정되고 작품 이해 좀 높이려고 넷플렉스에서 ‘남사친’ 봤거든요? 거기에서 완전 강우진님 팬 됐어요.”

“그렇습니까? 근데 전 좀 별롭니다.”

“에···왜요?”

“글쎄요. 인기나 이슈로 캐스팅된 느낌이 강하잖아요.”

“아.”

“물론 그분 연기야 잘하는 거 알고 있어요. 그 쿄타로 감독 작품의 주연이기도 하고. 그러니 분명 애니 쪽 대본 분석에도 꽤 잘하실 겁니다. 하지만 성우는 기술이 아예 다르잖아요.”

얼추 다섯 정도인 서로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의 주된 대화 주제는 역시나 강우진이었다. 리딩장을 나와 화장실 갔다가 복도를 걷는 성우들도 쑥떡 대는 건 같았다. 하지만 데시벨은 최소로 낮춘다.

“강우진씨 캐스팅되고 화제성은 확 높아졌는데 뭔가- 좀 성우 업계가 쉽게 보여지는 것 같지 않아?”

“아 확실히 좀 그런 뉘앙스가 보이긴 해.”

“선배 성우분들도 좋게 보진 않더라고.”

“전문 성우들도 매 작품 쉽지 않은데 현역 배우를- 그것도 한국 배우를 남자 주인공으로 잡다니. 일단 일본어 발음부터가 문제지 싶어.”

“음. 일본서 인터뷰하는 영상들 보면 발음 쪽은 그래도 좀 괜찮던데? 한국인치고 일본어는 잘했어.”

“평범히 잘하는 것과는 다르지. 대사에 배역의 모든 걸 실으면서도 그림에 따른 치고 빠지는 기술도 필요하잖아.”

강우진을 겪어보지 못한 성우들은 그에게 대는 잣대가 보통일 수밖엔 없었다.

아니 텃세일지도.

“최근 ‘A10 스튜디오’가 헛방만 쳐서 그런지- 화제가 되는 건 좋은데 무리수는 아니었으면 좋겠군.”

“어쨌든 오늘 하루가 좀 고단하겠어···분명 강우진씨 아마추어라 실수 연발일 테니까.”

“내기 어때?”

“무슨 내기?”

“그가 첫 대사부터 저는지 아닌지로.”

그때였다. 대회의실 또는 리딩장 입구의 유리문을 열던 성우들의 뒤로 냉혹한 남자 목소리가 돌연 끼었다.

“좋습니다.”

낮은 톤의 일본어였다.

“내기하시죠.”

순간 움찔한 남자 성우들이 고개를 뒤로 휙 돌렸다. 흑발의 단단한 얼굴인 남자가 서 있었다. 성우들은 금세 그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가 강···우진.”

정답이라는 듯 팀들을 대동한 강우진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다가선다. 그리곤 다시 말했다.

뒤가 없는 냉소적인 톤.

“내기 아마추어인 저와 프로인 두 분 포함 성우분들 중 누가 더 많이 저는지로. 어떠십니까?”

물론 리딩장 안의 모두에게도 들렸다.< 역대 (1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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