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3)
턱수염 50대 남자. 아니 SBC의 베테랑 드라마 PD인 송만우는 배우 보는 눈이 탁월했다. 퍽 까다롭기까지 했다.
그럴만한 경력이긴 했다.
드라마판에서만 20년 가까이 연출을 해왔으니까. 최소 15작품 이상은 만들어왔고 그중에서 히트친 작품도 많았다. 그런 그가 처음 ‘슈퍼액터’의 1차 예선전 심사위원 부탁을 받았을 땐 별 기대가 없었다.
해봤자 1000명 중에 한 둘이나 볼만하겠지.
그마저도 시장에 나오면 쓰레기나 다름없을 것. 아니나 다를까 심사 첫 참가자부터 가관이었다. 바로 강우진.
송만우 PD가 본 우진의 첫인상은.
‘어째 나사가 하나 빠진 얼굴이네.’
멍청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왼쪽에 앉은 탑여배우 홍혜연이나.
“PD님. 쟤 좀 얼빵하지 않아요?”
오른쪽에 앉은 유명 제작사의 캐디(캐스팅 디렉터)도 비슷한 감상을 내놨다.
“그러게요. 어째 시작부터 쎄- 합니다.”
강우진은 혼이 빠져있었다. 그 모습이 송만우 PD에겐 생기가 없음으로 판단됐다. 연기를 봐봤자 의미 없는 부류.
거기다.
“선배님. 잠깐 귀 좀.”
‘슈퍼액터’의 메인 PD인 단발 여자 PD의 귓속말이 송만우 PD의 한숨을 증폭시켰다.
“저분 정식 참가자는 아니에요. 그냥 친구 따라 왔다는데 그 친구가 지금 화장실 가서 안 온다네요.”
“그래서?”
“첫 참가자부터 탈락되면 그림부터 분위기가 영 거시기하니까 쟤 그냥 시간 끌기 용으로 연기 한 번 시켜보죠?”
“시간 끌기?”
“네. 개그컷이라도 하나 건지면 좋고요. 어차피 너튜브용 예고편이나 티저에 쓸 소스가 필요하긴 하니까요.”
즉 저 멍청한 놈은 정식 참가자도 아니었다.
“후킹용 제물로 쓰겠다 뭐 그런 건가?”
“에이- 제물은 너무 워딩이 거칠고요. 그냥 시도는 해보자 뭐 그런 거죠.”
“···뭐 메인 PD인 네가 알아서 하는 건데. 저 친구 의사는 확실히 물어야겠지?”
“아유 당연하죠.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강우진 일반인 또는 후킹용 제물. 송만우 PD 포함 3명의 심사위원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강우진의 연기.
분위기는 딱 5초 만에 급변했다.
“허억! 커헉!”
나사 빠진 강우진이 송만우 PD 얼굴에 충격을 때려 박았다. 여배우 홍혜연의 표정도 볼 만했다.
그리고 1분.
어느새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이의 사고가 멈췄다. 바닥을 미친 듯 기는 강우진을 보는 심사위원들은 물론이며 열댓 명의 ‘슈퍼액터’ 스탭들까지 전부.
지금의 강우진 연기는 그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단 1분 만에 여기 있는 베테랑들의 눈을 사로잡는 힘.
“으읍! 흐흐으-”
사실적이며 현실적이고 농도가 짙다. 딱히 쪽대본을 보지 않아도 지금 강우진이 산속에 있으며 괴한에게 피격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바로 눈앞에서 목도한 송만우 PD는.
‘요행 따위나 재능이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건 최소 5년. 어쩌면 10년은 갈고 닦은 거야.’
강우진의 평가를 뒤집었다. 연기를 생업으로 삼는 저 위의 탑배우들도 쉽게 보일 수 없는 기술이었다.
‘···감정은 태도가 되고 기분은 자세가 된다.’
거기에 고민은 표정으로 냄새는 망상이 된다. 이 모든 것이 섞여 한 인물의 표현이 도출되고 어렵사리 나온 그 표현을 입에서 꼼꼼히 잘 씹어야 적절한 대사 하나가 뱉어진다.
그것을 끝없이 되풀이해야 간신히 한 컷을 건질 수 있다.
국내 현존하는 수많은 배우들도 이 작업에 목숨을 건다. 최고라 칭송받는 탑스타나 원로배우들조차도.
그런데 그것을.
‘얜···쪽대본 잠깐 보고 구현한다고?’
강우진은 코 풀 듯 쉽게 해내고 있다. 연기를 잘한다 따위의 수준이 아니었다. 우진은 지금 그냥 대본 속 인물이었다. 하지만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질문에 관한 강우진의 침착한 대답 때문이었다.
“독학했습니다.”
독학? 이런 미친 연기를 독학으로 습득했다?
‘···대체 얼마나 고독한 길을 걸어온 건가.’
그렇게 강우진은 탑여배우도 베테랑 드라마 PD도 업계의 기타 등등 모든 이의 뒤통수를 때린 뒤.
-달칵.
유유히 방을 빠져나갔다. 그를 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다들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뒤로.
“죄 죄송합니다!!”
진짜 첫 참가자인 강우진의 친구가 입장했다. 죄지은 표정의 김대영은 대체로 우람했고 그를 보자마자 송만우 PD의 첫 질문은 이랬다.
“같이 온 친구분. 직업이 뭔가요?”
“···예? 아- 디자인을 합니다만. 왜 그러시죠?”
“계속?”
“네. 쭉 디자인만···”
여기서 강우진이 뱉은 모든 대답이 사실임이 증명됐다. 독학도 그렇고. 얼추 재야의 숨은 고수 느낌을 받는 송만우 PD였다.
이어 그는 머릿속에 강우진이라는 괴물을 가득 채운 채.
“알겠습니다 김대영씨. 연기부터 보죠.”
김대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넵!”
다만 아쉽게도 김대영의 연기는.
“컷. 됐습니다. 고생하셨어요.”
15초 만에 막을 내렸다.
10분 뒤 SBC 사옥 예술원 앞쪽 버스정류장.
주변엔 인파가 꽤 많았다. 오늘 예선전에 따라온 가족이나 친구들 등등. 그중 예술원을 도망치듯 나온 강우진도 보였다.
“아우···씨.”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다. 두통이 있는 것도 있었지만 아까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을 정리하는 중이기도 했다.
‘쪽대본 옆에 뭔가 검은색 사각형이 떴지? 그거 누르니까 요상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고.’
끝없이 컴컴한 아공간.
‘그 지랄 같은 곳에 내가 받았던 쪽대본이 둥둥 떠 있었고 그거 잡으니까···갑자기 미친 산속으로 이동됐어. 거기서 분명 나 죽었었지??’
확실했다. 강우진은 그 어두침침한 산속에서 한 번 죽었었다. 얼굴이 검은색인 괴한에 의해서. 그것은 상상 꿈 기억 따위의 흐릿한 게 아니었다.
명확히 강우진의 몸이 이동했고 100% 직접 경험했다.
심지어 지금도 생생했다. 당장이라도 그때의 그 산속 감정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뭐랄까 몸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느낌?
‘이건 뭐 진짜 시간여행이라도 한 것 같잖아?’
대체 그 빌어먹을 아공간은 뭘까? 당최 뭐기에 멀쩡한 사람에게 죽음을 경험하게 했나?
“아니 애초에 그게 왜 가능하냐고.”
바로 이때.
-우우웅 우우웅.
우진의 패딩 속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다. 김대영의 전화였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5분.
저 멀리서 우람한 김대영이 우다다 뛰어왔다.
“야야! 강우진!”
도착한 친구를 보자마자 강우진이 바로 멱살을 잡았다.
“미친놈아. 똥 싸러 가서 나라 구하고 왔냐?”
“···하하하. 쏘리. 아니 진심으로 자꾸 나오더라. 내 나름 죽는 줄 알았다고.”
“닥쳐. 난 진짜 뒤졌었다고.”
“뭐?”
고개 갸웃하는 김대영. 곧 강우진이 긴 한숨을 뱉으며 잡았던 멱살을 놨다.
“하- 됐다. 여튼 예선은?”
“어어 했지. 아! 근데 너 나 대신 들어갔었냐??”
“왜.”
“아니 심사위원들이 널 막 묻던데? 뭐라더라 너 뭐 하는 놈이냐고.”
여기서 아까의 수치심이 상기된 강우진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쯧 별거 안 했어. 그래서 합격했냐?”
“아니? 연기 15초 컷. 바로 아웃.”
“축하한다 미친놈아.”
“뭐 됐어. 어차피 큰 기대도 없었고. 그나저나 홍혜연님 봤냐? 봤지? 오지지?”
탑여배우의 이름이 나오자 강우진의 얼굴에 진심이 질펀히 묻었다.
“천사인 줄. 아니 그분은 천사가 맞다.”
“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리 예쁠 수가 있냐? 예뻐서 욕 나온 건 처음이었다.”
“인정한다. 우리가 살면서 홍혜연을 그렇게 가까이서 언제 보겠냐. 심지어 대화도 나눴음.”
“다시 볼 일이야 없겠지만 평생 기억 남을 듯.”
“어. 오늘 홍혜연 본 건 괜찮았어 나머진 다 쓰레기 같았지만.”
그러다.
-스윽.
강우진의 눈에 김대영 옆구리에 끼워진 종이가 보였다. 아까도 봤던 3장짜리 쪽대본. 그런 쪽대본을 가만-히 내려보는 그가 대뜸 손을 내밀었다.
“야 그거 쪽대본 줘봐.”
“어? 아 어어.”
김대영의 손에 들린 쪽대본은 그냥 쪽대본이었다.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쪽대본이 강우진의 손에 넘어가자마자 상황은 변했다.
‘아- 망할.’
없었던 검은 사각형이 쪽대본 옆에 떴으니까. 회색과 검은색이 회오리치는 듯한 형태. 마치 쪽대본의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미치겠네 진짜.’
뭐가 됐든 검은 사각형은 아까와 같이 나타났다. 즉 이걸 검지로 찍으면 그 지랄 맞은 공간에 빨려들어 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는지.
-팔락.
덤덤한 얼굴의 강우진이 쪽대본을 펼쳤다. 따지고 보면 처음 읽어보는 거였다. 그리고 쪽대본의 첫 줄을 읽자마자 우진은 확신했다.
‘역시. 내가 경험한 거랑 같은···내용이야.’
쪽대본의 내용과 강우진이 산속에서 당한 경험이 같았다.
갈색 바람막이 입은 겁먹은 사내 그의 감정 기분 외형이 불명확한 괴한 산속 바스락대는 낙엽 을씨년스러운 바람 무언가에 찔리는 것 겁먹은 사내의 비명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다시금 찔리는 것 등등.
‘겁먹은 사낸지 뭔지는 내가 선택했었지? 그럼 결과적으로- 대본 속 배역과 상황이 내가 된다는 얘긴데···’
이런 미친 소리를 누가 믿어 줄까? 하지만 우진은 확신했다. 그러니 일단은.
‘몇 가지 확인을 해봐야겠어.’
떠오르는 것을 실험해봐야 했다. 그다음 무시하든 말든 결정해도 될 터.
곧.
“야.”
고개를 돌린 강우진이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김대영에게 물었고.
“너희 집 판교였나?”
“어. 갑자기 집은 왜?”
“너 집에 대본 좀 있냐? 가능하면 최근 거로. 종류는 상관없고.”
“···있기야 하지. 이래저래 들어오니까. 근데 갑자기 웬 대본? 평소 TV도 잘 안 보는 놈이.”
“됐고.”
핸드폰을 꺼내든 우진이 택시앱을 켰다.
“너희 집 좀 가자 지금 바로.”
약 두 시간 후. 김대영의 집.
우람한 김대영은 판교역 주변의 아파트에서 부모님과 살고 있었다. 다만 지금 그의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고 우진은 바로 김대영의 방에 입성했다.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는 강우진.
“와- 너 이 새끼 자면서도 똥 싸냐? 이 구린내 뭐여?”
뭔가 퀴퀴한 냄새가 풍겼으니까. 허나 김대영은 별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남자 방은 원래 이런 거야. 향기 나는 니네집이 비정상이라고.”
“지랄도 풍년이네. 야 환기 좀 시켜.”
바로 열리는 창문. 이어 강우진이 김대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본은?”
“아아 잠깐만. 최근에 받은 거 하고- 내가 봤던 게 여기 어디에.”
곧 김대영이 책장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것을 약간 한심하게 보는 우진이었고 김대영이 대본을 들어 보인 것은 3분 뒤였다.
“찾았다. 드라마 대본 2개에 영화 시나리오 하나. 3개면 되지?”
“어.”
깔끔한 책대본 두 권 종이 뭉치인 영화 시나리오 하나. 총 3개가 강우진의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역시 이렇지.’
2개의 대본과 시나리오 옆에 검은 사각형이 나타났다. 크기만 조금씩 다를 뿐. 어쨌든 여기서 첫 번째 확인을 끝낸 우진이 긴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후-”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41분. 뒤로 우진이 미세히 떨리는 검지를 펼쳤다. 그러자 앞에 앉은 김대영이 헛웃음을 뱉었고.
“돌았나. ET냐? 뭐 하는 짓거리여?”
꽤 진중한 얼굴로 강우진이 친구에게 답했다.
“나 잘 보고 있어라. 오케이?”
“보고 있잖아.”
이 순간.
-푹!
우진의 검지가 책대본 중 하나인 검은 사각형을 강하게 찔렀다. 그러자.
“읏!”
온몸이 알싸해지는 기분과 함께 아공간이 강우진을 끌어당겼고 잠시간에 모호한 감각을 느끼던 우진이 황당하게 픽 웃었다.
“여길 또 왔네.”
어느새 그의 시야엔 끝없이 컴컴한 공간만이 보였으니까. 다시 진입했다. 뭔지도 모를 이 공간에. 붕 뜬 듯한 애매한 감각은 동일했다.
다만.
“보자-”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는 탓인지 지금의 우진은 나름 침착했다. 약간 여유가 생겼달까? 그래도 두려움과 공포는 여전했다. 하지만 강우진은 마음을 다잡아야 했고.
-스윽.
몸을 돌려 뒤쪽을 확인했다. 역시나 있었다. 가슴팍 정도 높이로 둥둥 뜬 흰색 사각형이. 재밌는 것은.
“늘었네?”
아까와 달라진 점이 있었다. 흰색 사각형이 한 개가 아닌 두 개라는 점.
즉.
“이거 계속 추가되나 보네.”
새로운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습득할수록 개수가 늘어남을 뜻했다. 아직 가까이서 확인은 안 했지만 저 두 번째 흰색 사각형은 직전에 강우진이 만진 책대본일 게 빤했다.
허나 우진은 둥둥 뜬 흰색 사각형에 다가가지 않았다.
“그럼 일단은.”
다른 실험이 먼저였으니까.
“나가기!”
크게 외쳤으나 변화는 없다.
“아웃! 로그아웃! 밖으로!”
이후 뜻은 비슷한 다른 단어들을 외치는 강우진.
“뒤로 가기! 야! 여자! 나 내보내 줘! 끄기!”
그렇게 얼추 5분이 흘렀다.
이때.
“아오- 씨! 퇴장!!”
퇴장이란 말을 끝으로 강우진을 회색이 덮쳤다. 삽시간이었다.
“흡!”
덕분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은 그. 곧 우진의 귓가에 김대영의 음성이 들렸고.
“야! 뭐여 갑자기? 괜찮냐?”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우진의 눈에 우람한 김대영이 보였다. 그의 방으로 돌아온 것. 살짝 멍한 상태긴 했지만 확실히 그 아공간에서 빠져나왔다.
이러면 답은 하나였다.
‘퇴장. 그게 밖으로 나오는 명령.’
우진은 바로 현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41분. 그 지랄 맞은 공간에 들어갈 때와 같았다.
‘거기에 한- 5분은 있었어. 근데 시간은 그대로.’
넓이가 가늠 안 되는 아공간에 진입하면 외부의 시간이 멈춘다. 아니면 몇 배는 늦게 가든지. 적당히 답을 내린 우진이 김대영에게 물었다.
“방금 나 어땠냐?”
“뭐가? 그냥 ET 마냥 검지로 지랄 떨었잖아?”
“다음엔.”
“잠깐 멈칫하더니 갑자기 헉했고. 야 니 진짜 괜찮냐?”
친구의 반응에서 강우진이 턱을 쓸었고.
“재밌네 이거. 그럼 다음은-”
다시금 우진이 검지를 펼쳤을 때였다.
-우우웅 우우우웅.
책상에 올려둔 김대영의 핸드폰이 긴 진동을 뱉었다. 덕분에 우진을 걱정스레 보던 그가 핸드폰을 집었다.
“네- 여보세요.”
곧 누군가와 통화하던 김대영이 앞에 앉은 우진과 눈을 맞췄다.
“네네네 아! 네? 아아- 네네. 잠깐만요. 지금 앞에 있어서.”
말을 마친 김대영이 핸드폰을 우진에게 밀었다. 작게 속삭이면서.
“‘슈퍼액터’ PD 너 좀 바꿔 달라는데?”
바로 미간을 찡그리는 강우진. 어쨌든 핸드폰을 넘겨받긴 했고.
“네.”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약간 상기된 여자 목소리.
“강우진씨?? 아유- 그렇게 갑자기 후루룩 가버리셔서 놀랐어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강우진의 센척과 허세가 다시 발동했다. 아까의 수치심이 스믈스믈 고개를 들었으니까.
“아니 뭐. 예.”
“저기- 우진씨? 혹시 ‘슈퍼액터’ 또 나오실 의향 없으세요?”
“왜요?”
“합격이세요! 1차 합격! 2차 예선전에 나와주시면 진짜 좋을 것 같은데! 스토리도 좋아요 친구 따라 왔는데 오히려 내가 합격했다? 재밌잖아요?”
날 웃음거리로 만들겠다? 개소리하고 있네. 강우진이 핸드폰 너머 흥분한 PD에게 낮고 무겁게 답했다. 컨셉유지는 중요하니까.
“싫은데요.”
쎈척은 패시브에 수치심을 중화시킬 변명거리도 첨가했다.
“어차피 그냥 심심풀이였습니다.”
시간 때우기로 한 뻘짓이었으니 제발 잊어달라는 뜻이 내포됐다. 하지만 핸드폰 너머 ‘슈퍼액터’ PD는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그 연기가···심심풀이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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