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2) >
점심쯤.
‘이로운 악’ 쪽이 섭외한 헐리웃의 스턴트 코디네이터 팀이 한국에 발을 들였을 무렵 삼성동 코엑스엔 왜인지 어마무시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원래도 심하게 북적거리는 곳이었지만 현재는 몇 배로 극심했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
“헐- 여기 뭐야? 사람 개많아!”
“대박! 기자들 자리 잡은 거 봐! 누구 연예인 오나??!”
1층 로비에 쳐진 줄 펜스 주변으로 수백 사람들이 엉겨 붙었고 그 앞으로는 대포 같은 카메라를 설치한 수십 기자들이 진을 쳤다. 1층만이 아니었다.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2층과 3층 모두에 사람이 꽉 찼다.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덩치 좋은 가드들이었고 그 사이 목에 스탭 목걸이를 찬 인원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몰린 인파는 전부 다 마치 짠 듯이 핸드폰을 들고 있었고 그들의 핸드폰이 향하는 곳은 수십 기자들의 대포 카메라의 앵글이 잡힌 곳이었다.
설치된 단상 그 위에 배치된 의자와 책상.
뒤로는 현재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만드는 배우의 대형 포스터가 걸렸다.
강우진이었다.
당연했다 이 자리는 우진이 메인 모델을 맡은 한 명품 브랜드 주체하에 열리는 팬 사인회였으니까. 따라서 강우진의 포스터 주변으로는 명품 브랜드의 로고도 곳곳에 박혔다.
즉 이 무시무시한 인파 모두는 강우진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것.
진작에 기사는 터지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강우진의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그는 현재 어디에 있는가?
우진은 사인회가 열릴 로비에서 조금 떨어진 오늘 행사를 위해 따로 마련된 대기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흠-”
대기실 밖은 그의 팀들이 바삐 움직이느라 시끄러웠지만 정작 우진이 혼자 쓰는 대기실은 나름 고요했다. 강우진은 소파에 다리 꼰 채 앉아 있었다. 멋은 최대치. 흑발을 자연스레 뒤로 넘겼고 의상은 위아래 블레이저와 슬랙스로 맞췄다. 색상은 짙은 갈색.
이미 준비는 만만이었다.
그런 우진은 왜인지 무선 이어폰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턱까지 괬다. 짬이 나서 잠을 자는 건 아니었다.
-♬♪
노래를 듣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 곡도 아니었다. 외국 노래였다. 이유야 간단했다 지금 우진이 듣고 있는 곡은 마일리 카라가 보내준 곡이었으니까. 정식 발매 음원은 아니었고 이번 새 앨범 작업을 위한 가이드 곡이었다.
우진으로서는 이 곡을 숙달하고 넘어가야 작업이 가능했기에.
물론 최근 카라 쪽에서 새 앨범에 관한 정보 이것저것을 보내왔다. 우진이 작업에 참여할 곡은 타이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더불어 곡의 컨셉이나 뮤비의 콘티 등도 넘어왔다. 따라서 우진은 짬이나면 대본과 함께 이렇게 곡을 자주 들었다.
‘노래가- 가이드 판인데도 좋냐.’
카라가 보내온 곡에 강우진의 참여도는 중간 정도였다. 피쳐링에 가깝지만 도중에 우진의 피아노 독주도 포함이었다. 이 정도면 상당한 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내용을 들었을 때 그는 겉으로야 묵직하게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극심하게 의아했었다.
대체 왜? 왜 그 글로벌 슈퍼스타 카라가 이런 결정을 내렸지?
하지만 강우진은 금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됐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이미 하기로 한거 대충하는 건 컨셉질에 맞지 않았다. 원래의 강우진도 그런 성격이었고.
뭐가 됐든.
‘근데 새삼 지리긴 하네.’
우진은 재차 가이드 곡을 재생시키면서도 저도 모르게 웃었다. 당연히 속으로.
‘내가 왜 세계적 울트라급 슈퍼스타의 새 앨범 가이드곡을 듣고 있냐? 심지어 참여도 할 판이고.’
어찌보면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헐리웃에서도 파급력 터지는 마일리 카라와의 작업이라니. 아마 이 순간 그녀의 새 앨범 곡을 듣고 있는 건 마일리 카라의 팀들 빼면 지구 통틀어 강우진이 처음일 거였다.
“인생 진짜 한 치 앞이 예상이 안 되는구만.”
작게 고개를 젓던 우진이 곡을 들으면서도 손을 움직였다. 앞의 탁자 위 올려진 태블릿을 집은 것. 화면을 두 번 터치하자 아까까지 그가 보던 것들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카라 쪽에서 보내온 뮤직비디오 콘티였다.
‘컨셉도 겁내 특이해 실연당해 반쯤 미친 여자.’
뮤비 컨셉은 곡의 분위기와 직결됐다. 실연 집착. 거기다 의상 자체는 보란 듯이 섹시였다. 그런데 이제 ‘광기’를 곁들인.
이때.
-덜컥.
대기실 문이 열리며 파란 단발의 한예정이 들어왔다. 그녀가 다리 꼰 우진을 보며 특유의 퉁명스런 목소리를 냈다.
“오빠 5분 뒤 나가시면 돼요.”
“알았어.”
금세 무심한 얼굴로 변한 강우진에서 태블릿으로 시선이 내려간 한예정이 물었다.
“아- 그 마일리 카라 쪽 뮤비 컨셉 보고 계셨네요.”
“응.”
“저도 그거 의상 준비 때문에 먼저 봤었는데요. 오빠 진짜 괜찮아요?”
“뭐가.”
“뮤비가 좀 찐하던데. 오빠한테 요구하는 것도 생각보다 많고요. 피아노 독주야 짧으니까 그렇다 치지만 스토리상 오빠가 카라의 집착 대상이던데.”
그게 핵심인데 무슨 소리지? 실제로 뮤비 콘티에 삽입된 카라의 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집착이 동반된 ‘구애’였다. 다만 안무가 좀 찐했다. 섹시한 의상의 카라나 댄서들이 주가 되지만 강우진이 투입되고부터는 그녀들의 구애가 시작된다.
카라와 밀착되며 스킨십도 많다.
도중에 입술이 닿을락 말락하는 컷도 포함돼 있었다. 확정이 아니라서 삭제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선 그랬다. 당연히 우진이 안무를 추거나 동선이 있지는 않았고 카라 쪽에선 문제가 되거나 어렵다면 뮤비 콘티의 수정도 할 의향이 있다는 말이 전달됐다.
강우진의 대답은 OK였다.
진심이 그랬다. 그저 연기일 뿐이다. 허나 이런 생각도 있었다.
‘아니 살면서 언제 그 글로벌 슈퍼스타인 마일리 카라에게 구애를 받아 보겠냐고.’
전세계의 남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그러나 이걸 그대로 표현하는 건 병신이었다. 우진은 한예정에게 최대한 낮게 답했다. 냉엄하고 냉철하게.
“상관없어 연기니까.”
그러자 한예정이 약간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고.
“후 그래도 상대가 그 마일리 카란데 오빠한테는 그냥 일이네요. 신기해 어찌 그리 한치에 흔들림이 없어요?”
진심을 숨긴 강우진이 미약한 착각에 당당히 맞섰다.
“일은 일이니까.”
뒤로.
대기실에 있던 강우진이 코엑스 내부의 팬 사인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굉음과 같은 비명과 함께 줄 펜스 앞으로 진을 친 수십 기자들의 대포 같은 카메라에서 미친 듯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파바바바박!
-파바바바바박!!
반면 컨셉질이 짙은 강우진은.
“···”
이미 이런 광경이 꽤 익숙했기에 의연하게 움직였다. 수십 기자들을 향해 적당히 손을 흔들고 모인 수백 팬들에게도 인사를 보냈다. 싹 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지라 사람이 아닌 핸드폰에 인사를 하는 모습처럼도 보였다. 모인 인파는 초반보다 두 배는 늘었다. 덩치 좋은 가드들이 통제가 버거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팬 사인회.
한 명 한 명 대화하며 사인해주는 과정은 대략 2시간이 약속이었지만 워낙 몰린 팬들이 많은 관계로 우진은 30분 정도를 더 써야 했다. 가까스로 정리된 팬 사인회를 마친 우진이 밴에 올랐을 때 조수석에 앉은 최성건이.
“고생했다 우진아.”
꽁지머리를 풀었다 다시 묶으면서도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인터뷰 몇 개 따고 오후에 ‘이로운 악’ 액션 스쿨 넘어갈 거다. 그 해외 무술팀은 이미 합류했다네?”
“예 대표님.”
답한 우진에게 최성건이 확정된 일정 하나를 브리핑했다.
“그리고 마일리 카라 관련해서 LA 넘어가는 건 9일 아침 비행기다.”
오늘로부터 대략 5일 뒤였다.
한편 서울 쪽의 커다란 액션스쿨.
바닥이 온통 회색 매트인 천장에 달린 와이어나 각종 무술 소품이 즐비한 액션 스쿨. 물론 ‘이로운 악’의 무술팀의 메인 무대였고 수십 무술팀은 당연하며 턱수염 송만우 PD를 포함한 ‘이로운 악’의 스탭도 꽤 보였다.
공간의 섹션마다 무술팀 인원들이 모두 분주했다.
재밌는 것은 무술팀 사이로 숨을 헐떡이는 배우들이 끼어있다는 것. ‘이로운 악’에 캐스팅된 무명·신인 배우들이었다. 많은 배우 중 무술이 필요한 배우들은 진작에 연습을 시작한 상태였으니까.
몇몇은 눈에 익은 배우들이었다.
공룡상이며 우진과 ‘우리네 식탁’을 함께한 탑배우 하강수나 선한 탈이면서도 강우진이 우상인 조무찬이 그랬다.
전부가 땀을 흘려가며 무술 연습에 매진한다.
그 전체를 통솔하는 건 무술 감독이었고 그 옆엔 턱수염 송만우 PD가 팔짱 낀 채 지켜보는 중이었다. 당연히 테스트 카메라와 메이킹 팀의 촬영도 잊지 않았다. 참고로 송만우 PD는 며칠 뒤 태국 방콕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확정된 해외 로케 촬영 관련으로 장소 헌팅 증 정돈할 게 많았으니까.
와중.
“이야-”
숨을 헐떡이며 생수를 벌컥이는 무술팀 인원 몇몇이 송만우 PD의 뒤쪽에 모인 외국인 무리를 보며 속닥였다.
“확실히 뭔가 포스가 남다르지 않냐?”
“그러니까. 솔직히 헐리웃 쪽 무술팀 태어나 처음 본다.”
“야야 헐리웃에선 무술팀이라고 안 하고 스턴트 코디네이터? 뭐 여튼 그렇게 불린대.”
“워- 저 남자 덩치 봐. 팔뚝이 내 허벅지만 하냐.”
“유전자 자체가 다르니까.”
외국인 무리는 오늘 한국에 들어온 ‘이로운 악’ 측이 섭외한 헐리웃 쪽 스턴트 코디네이터 팀. 5명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액션 스쿨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몇몇은 ‘이로운 악’ 무술팀을 지켜보거나 몇몇은 서로서로 대화를 해대고 있었다. 통역이 붙어 있긴 했으나 당장은 송만우 PD나 무술 감독과 소통하고 있지는 않은 듯 보였다.
약간 뭐랄까 분위기를 살피게 둔다는 느낌?
그래서인지 외국인 무리는 무술팀 전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여유가 있었다. 반대로 ‘이로운 악’ 무술팀 전체는 그들을 티 나게 신경 썼다.
“저 팀이 맡은 헐리웃 영화가 뭐래드라? 엄청 유명한 영화도 있던데.”
“크- 근데 어떻게 섭외가 됐지? 돈을 엄청 부었나?”
“무게 엄청 잡네. 근데 왜 아무것도 안하냐?”
쉬는 인원이나 무술 연습에 열중하는 인원이나 외국인 무리를 힐끔대기 바빴다.
“당장은 적응부터 하라는 거겠지. 그리고 애초에 쟤들은 ‘CQC’ 전문으로 섭외된 거라 우리랑은 상관없어.”
“아- 즉 강우진 전용이다?”
“당연하지. 애초 ‘이로운 악’ 자체가 강우진 원맨쇼 드라마라드만.”
“강우진이 오긴 오나 보네. 근데 오늘은 적당히 인사만 하고 끝날 분위긴데? 아까 감독님도 그렇게 말하더만.”
“첫날부터 뭘 하겠냐.”
도중에 강우진의 얘기도 꽤 나왔다.
“와- 그나저나 강우진 이번엔 좀 빡세겠는데? 쟤들 포스 좀 봐라. 헐리웃에서 무술로 날아다니는 애들이 대충할 리는 없고.”
“100% 죽어날걸? 나도 ‘CQC’ 들어는 봤어도 자세히는 몰라서 좀 찾아봤는데 완전 초고급 전투 기술이더만. 절대 몇 달 안에 배울만한 게 아니여.”
“어떻게든 자세만 만들라는 거겠지. 어후- 암만 강우진이래도 ‘CQC’ 같은 걸 어떻게 쉽게 배우냐.”
약간 분위기가 부산스러워짐을 느낌 무술 감독이 외쳤다.
“집중 안 하냐?!! 뭘 떠들어 대는 거야!”
단숨에 무술팀 인원들 전체가 입을 합 다물었다. 그럼에도 약간 불편했는지 몸이 탄탄한 무술 감독이 혀를 찼다.
“쯧 흐트러지면 다친다고 백번을 말해도.”
바로 옆 팔짱 낀 송만우 PD가 뒤쪽을 엄지로 찍으며 작게 웃었다.
“헐리웃 스턴트 팀이 신기한 거겠지 그래서 저 팀이랑 얘기는 나눠 봤나?”
“했지. 통역 통해서 나누는 거라 쉽진 않았지만 서도 나쁘진 않았어.”
“느낌이 어때?”
“어떻긴 레벨이 확 높지. 무술 콘티 보자마자 어색한 부분 바로 지적하더만. 확실히 헐리웃 짬이 있어선지 달라.”
“달라야지 저 팀이 얼마짜린데. 여튼 의견 잘 나눠서 무술 콘티 수정할 수 있으면 해. 나는 퀄만 높아진다면 뭐든 하자는 주의니까.”
“알지 무조건 퀄은 격상할 거야. 전문가들 모셨으니까.”
읊조린 무술 감독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우진씨는 언제 오시나? 저 스턴트 코디네이터 팀 소개받으러 잠깐 들른다며?”
고개 끄덕인 턱수염 송만우 PD가 바로 답했다.
“통화 했는데 거의 다 왔다는군.”
몇십 분 뒤.
강우진을 태운 검은색 밴이 액션 스쿨의 외부 주차장에 멈췄다. 자연스레 밴에서 내리는 강우진. 그의 복장은 팬 사인회에서 입었던 블레이저 그대로였다. 당연했다 애초 전달받기로도 간단한 인사만 하면 된다고 했었으니까.
-스윽.
포커페이스를 장착한 우진이 커다란 액션 스쿨을 바라봤다.
‘해외 무술팀이 와 있댔나?’
딱히 긴장되는 건 없었다. 헐리웃 쪽 스탭이야 몇 번이고 봤었으니까. 이어 최성건이나 우진의 팀이 붙자 강우진의 발이 움직였다. 성큼성큼. 일말의 고민 없이 직진한 그가 액션 스쿨의 문을 열었고 근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로운 악’ 조연출이 바로 외쳤다.
“선배님! 우진씨 오셨습니다!!”
이 외침으로 인해 액션 스쿨에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이 강우진에게 박혔다. 배우 중엔 하강수가 작게 웃었고 조무찬의 두 눈동자가 반짝였다. 송만우 PD와 무술 감독이 단박에 우진에게 달려왔다. 입은 송만우 PD가 먼저 열었다.
“왔구만 오전에 팬 사인회는 잘 마무리했어요?”
주변 스탭들에게 인사하던 우진이 낮게 답했다.
“예 PD님.”
몸이 탄탄한 무술 감독이 웃으며 끼었다.
“이야- 오늘 우진씨 멋이 폭발하는데요? 하하하 이렇게 꾸민 걸 몇 번 못 봐서 그런가?”
간단히 인사가 오가던 무렵 턱수염 송만우 PD가 조연출을 불러 뭔가를 지시했다. 곧 고개 끄덕인 조연출이 후다닥 달렸다. 등장한 강우진을 지긋이 보던 헐리웃 스턴트 코디네이터 팀 쪽이었다.
이내 통역을 대동한 외국인 무리가 다가왔다.
그들의 포스에 강우진의 표정엔 별 변화가 없었다. 외국인들 거대한 건 이미 적응했으니까.
‘역시 개크네 저럴 줄 알았지.’
어느새 바로 앞에 붙은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코가 큰 외국인 남자가 강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연히 뱉어지는 건 영어.
“강우진씨? 반갑습니다 팀의 리더인 에단 스미스라고 합니다.”
통역 직원이 바로 강우진에게 말을 전하려 했으나 무심한 얼굴인 우진의 손은 이미 그에게 내밀어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우진입니다.”
팀 리더라 소개한 코가 큰 에단 스미스가 약간 놀랐다.
“듣긴 했는데 정말 영어를 잘하시네요.”
“적당히 할 뿐입니다.”
“다행입니다.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겠어요. 작업엔 대화가 가장 중요하니까.”
할 일이 없어진 통역 직원이 두 눈을 끔뻑인다. 그러다 아차 한 그가 송만우 PD 쪽에 붙어 둘의 대화를 통역했고 고개 끄덕인 송만우 PD가 우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우리 작품의 메인 남주를 맡았고 오늘도 스케줄이 있는 와중에 짬을 내서 오셨습니다. 오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을 주고받는 정도로 하시죠.”
통역 직원을 통해 전달되는 대사. 이에 에단 스미스의 시선이 다시금 강우진에게 붙었다. 블레이저에 슬랙스. 확실히 운동할 차림은 아니었다. 그런데 대뜸 코가 큰 에단이 에두르는 것 없이 우진에게 말했다.
“지금 당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사전에 무술 연습 영상은 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워서요. 가능하면 ‘CQC’ 관련으로 짜인 무술 콘티 컷 중 하나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어렵습니까?”
이 말을 눈이 약간 커진 통역이 송만우 PD나 무술 감독에게 전했다. 금세 최성건과 무술 감독이 당황했다. 물론 송만우 PD도 마찬가지였고 그가 손을 흔들며 나섰다.
“아 아니. 그건 사전에 얘기된 것도 아니고. 우진씨는 아직 ‘CQC’ 정식으로 배우지도 않았어요. 뭣보다 이렇게 갑자기 진행되면 우진씨에게 무리가.”
그러나.
-스윽.
강우진의 움직임 때문에 송만우 PD의 말이 끊겼다. 우진이 돌연 입은 블레이저를 벗었기 때문이었고 에단 스미스 포함 이 액션 스쿨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붙었다.
벗은 블레이저를 발치에 대충 던진 우진이 에단 스미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추가된 우리의 ‘이로운 악’ ‘CQC’ 콘티를 숙지했습니까?”
에단 스미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습니다.”
그 포함 덩치 큰 스턴트 팀을 쭉 훑던 강우진이 답했다. 매우 낮은 톤의 영어였다.
“해보죠 그럼 대신 그쪽 팀 분들 전부가 포함되는 컷으로.”
너희 다 덤비란 얘기였다.< 가을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