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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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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16) >

마일라 카라가 강우진에게 빚을 졌다. 그래 마알리 카라의 입장에선 어마무시한 빚이 맞았다. 그렇기에 우진을 보는 카라의 파란 눈엔 진심이 가득했다.

반면 강우진은 왜인지 대답이 없었다.

“···”

그저 카라의 얼굴을 빤- 히 볼뿐. 그게 적어도 10초는 유지됐다. 이에 카라는 작게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헛기침했고.

“큼.”

강우진의 담담한 시선을 피했다. 동시에 카라는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나 방금 왜 눈 피했지?’

본인이 행동했음에도 뒤늦게 의아함을 인지했으니까. 마일리 카라는 기가 센 편이었다. 뭐 이 험난한 헐리웃에서 최정상에 섰으니 그럴 만했다. 허나 지금의 카라는 평소의 상태와는 오묘하게 달랐다. 최소 카라 자신은 그리 느꼈다.

‘왜 이 남자를 똑바로 못 보는 거냐고.’

강우진을 처음 봤을 때도 그의 여러 능력에 화들짝 놀랐을 때도 LA서 다시 재회했을 때도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카라였다. 그녀의 나름 차분해졌던 심장이 다시금 미약하게 뛰기 시작했다.

한참 그녀가 홀로 혼돈에 빠졌을 쯤.

‘음.’

무심한 얼굴의 우진은 겉과 달리 속으론 그녀를 약간 걱정하고 있었다.

‘괜찮나? 아니다 아니야.’

이건 우진이 아닌 누구라도 그럴 터였다.

‘어후- 괜찮을 리가 없지. 그딴 병신같은 일이 터졌는데.’

그런 카라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하는 건 이상했다. 강우진은 나름 머리를 굴렸다. 컨셉질을 유지하면서도 카라를 다독여 줄 말이 뭐가 있나? 그러다 뭔가 떠오른 우진이 대뜸 목소리를 깔았다. 그랬더니 상당히 낮은 톤의 영어나 나왔다.

“한식을 좋아합니까?”

잠시 딴생각에 젖었던 카라가 파란 두 눈을 끔뻑였다.

“···네?”

“한식이요.”

작게 고개를 갸웃한 카라가 일단 답했다.

“어- 네. 자주 찾아요. 한국에서 촬영했을 때 우진씨가 해줬던 요리 잘 먹는 거 봤잖아요.”

“그랬죠.”

“갑자기 한식은 왜.”

“매운 것을 잘 드십니까?”

“좋아···해요.”

우진이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연출이었다.

“당신과의 작업을 마친 뒤 한국 가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한식을 하나 해드리죠 그건 맵게 해야 맛있어요.”

순간 카라의 눈이 확장됐다. 흥미가 가득했다.

“정말??”

“네. 저는 때때로 매운 걸 먹으며 스트레스를 풉니다.”

스트레스? 여기서 마일리 카라가 작게 웃었다. 왜 강우진이 돌연 한식이나 매운 것 같은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으니까. 지금 저 남자는 나름대로 나를 걱정하고 있구나. 늘 냉철해 보이는 우진이었기에 옅게 닿는 온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카라였다.

‘걱정이 뭐 저래 정말 특이한 남자야.’

단숨에 긴장이 탁 풀린 카라가 작게 숨을 뱉으며 답했다.

“해줄 거면 정말 맵게 해줘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후회하실 텐데요.”

“괜찮아요 그 정도는 돼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편하신 대로.”

짧은 대답을 들은 카라가 이마에서부터 금발을 뒤로 쓸면서 주제를 바로 잡았다.

“고마워요 그보다 빚이요. 내가 우진씨에게 큰 빚을 졌어요.”

“들었습니다.”

“아마 우진씨가 아니었다면 난 많은 것을 잃었을 거예요. 심하면 목숨까지 잃었을지···후-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몸을 다쳤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거고.”

사실이었다. 경미한 부상이라도 마일리 카라급 정도 되는 스타라면 완쾌가 우선이었다. 따라서 카라가 진행하는 앨범 작업은 물론이며 그녀가 소화하는 수많은 스케줄은 올스톱된다. 행여 큰 부상이라면 최소 년 단위로 회복에 힘써야 했다.

그것을 강우진이 막아 준 것.

이를 모르지 않던 카라가 강우진에게 말했다.

“난 빚을 지곤 못 살아요 근데 너무 큰 빚이라 꽤 오랜 기간에 걸쳐서 갚아야 할 것 같네요.”

“딱히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뭔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으니까.”

“알죠 하지만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사례는 어떤 형태로든 할 건데 그건 따로예요. 혹시 지금 우진씨가 원하는 게 있나요? 솔직히 당장 뭐라도 해주고 싶어요.”

포커페이스의 우진이 진중한 카라를 응시했다. 굳건하다. 대강 얼버무릴 순 없다. 뭐 평소에도 우진은 준다는데 마다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했다. 강우진의 생각이 깊어진다.

‘흠- 일단 뭐 하나라도 말해야 마일리 카라가 좀 편해질라나?’

돈? 아니 돈은 좀 별로다. 이미 많이 벌고 있고 이 상황에 돈을 달라는 건 좀 짜친다. 헐리웃의 인맥으로 카라 정도면 든든하겠지만 그녀가 하는 말로 봐선 이미 딴딴한 인맥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러다.

‘아.’

괜찮은 안이 퍼뜩 스치는 강우진. 하지만 이게 될까 싶었고.

‘좀 에반가? 아- 몰라 걍 질러봐.’

노빠꾸 성격이 발휘된 우진이 목소리를 최대한 깔았다. 진심으로 보여야 했으니.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응? 어떤?”

카라가 귀를 쫑긋 세웠다.

이틀 뒤 19일 태국 방콕. 이른 아침.

장소는 해외로케 관련 장소 헌팅 등으로 ‘이로운 악’ 팀이 머무는 방콕의 한 4성급 호텔. 로비를 통과해야 보이는 식당엔 나름 인파가 몰렸다. 호텔 측이 대접하는 조식이 한창이었으니까. 퍽 넓은 식당엔 각종 음식들이 나열된 상태였고 조식을 즐기는 손님들 사이론 ‘이로운 악’ 스탭들도 곳곳에 끼어있었다.

곧 습한 식당으로 근육질 외국인 무리가 등장했다.

“오- 오늘 준비된 음식은 마음에 드는데?”

“하하 다행이네. 또 어제처럼 말라버린 소시지가 나왔다면 울었을 거야.”

‘CQC’ 콘티 업그레이드 장소헌팅 동행으로 한창 바쁜 스턴트 팀 리더 에단 스미스와 팀 인원들이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이들이 입은 옷이 얇다. 그 덕에 이들의 근육이 더더욱 도드라졌다. 곧 선두로 조식 쟁반을 집은 에단이.

-스윽.

식당 내부를 훑었다. 많은 손님 중 눈에 익은 ‘이로운 악’ 스탭들을 찾는 것. 그런데 발견한 스탭들의 기분이 아침부터 들떠 보인다. 집게에 손을 올리던 코 큰 에단이 입을 열었다.

“흠- 무슨 일이지?”

대답은 바로 뒤에 붙은 곰 같은 덩치 남자가 했다.

“아마 강우진 때문일 겁니다.”

“강우진?”

“그가 일본에서 진행한 작품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하던데요.”

“아- 애니메이션이라고 했나?”

이들 역시 자세히는 몰라도 얼추 ‘남사친: 리메이크’가 잘됐다는 분위기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애니메이션이 잘됐다는 건 며칠 전의 일이지 않나?”

“계속해서 일본이나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 같던데요.”

“오호- 과연 그래서 스탭들이 저리 들뜬 거군.”

“강우진이 잘된다는 건 ‘이로운 악’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니까요. 일본 쪽의 상위 탑배우들 못지않은 인지도라고 들었습니다.”

다른 팀원이 끼었다.

“그것도 있겠지만 순전히 강우진이라는 존재가 신기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다른 음식을 담던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한국의 대규모 드라마를 진행하면서도 일본에서 이전에 진행한 작품이 터졌지. 정작 강우진 본인은 헐리웃에 있고. 심지어 그 마일리 카라와 앨범 작업 중. 우리가 봐도 충분히 황당하면서도 대단한 정도야.”

“어지간한 헐리웃 배우보다 더 바쁜 거 같습니다. 체력이 버티는 것도 신기하고.”

“특수부대 출신이잖나.”

“아-”

에단이 작게 침음을 뱉다가 말했다.

“텐션만 보면 강우진은 빠른 시일 안에 헐리웃에서 볼 수 있을 정도야.”

이미 기회가 있었다는 것도 에단은 대충 알고 있었다. ‘라스트 킬3’에 관한 일.

‘그 기회를 강우진은 왜 깠을까.’

동시에.

-♬♪

코 큰 에단의 반바지 속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었다. 별수롭지 않게 핸드폰을 꺼낸 그가 약간 놀랐다.

“···조셉 펠튼?”

전화 건 상대가 헐리웃 유명 프로듀서 조셉 펠튼이었으니까. 곧 거인 조셉의 얼굴을 상기하던 에단이 핸드폰을 귀에 붙였고.

“조셉?”

핸드폰 너머로 조셉 펠튼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약 5분 정도 그와 통화하던 에단의 눈에.

‘···허 헐리웃 쪽에서. 아니 이 조셉 펠튼이 강우진을??’

퍽 충격이 서렸다.

‘방콕까지 직접 올 생각인가? 팀을 이끌고?’

이어 잠시간 멈췄던 에단이 돌연 픽 웃었고.

‘그렇군 헐리웃에선 이미 강우진을 눈여겨보고 있었어.’

몇 분간 통화를 진행하던 에단이 핸드폰을 내렸다. 스턴트 팀원들이 바로 물어왔다.

“조셉 펠튼? 방금 전화 조셉이었습니까?”

“···그래.”

“갑작스러운데요. 섭외? 하지만 조셉 펠튼 정도면 주변에 우리 말고도 스턴트 팀은 많을 텐데.”

“아니 그가 찾는 건 우리가 아니야.”

“예? 그럼-”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번 건은 우리의 이력서가 되기도 해.”

미소가 짙어진 에단이 작게 읊조렸다.

“‘CQC’ 촬영을 할 이 방콕에서 파티가 열리겠군.”

이후 십 수 시간 뒤.

태국 방콕의 19일이 저무는 밤이었다. 시간은 얼추 10시 30분쯤. 4성급 호텔 로비로 땀을 뻘뻘 흘리는 ‘이로운 악’ 팀 인원들이 우르르 들어섰다.

오늘의 스케줄을 마치고 방금 복귀한 것.

십수 명 키스탭들은 피곤한지 로비에서 적당히 인사들을 마친 뒤 각자의 룸으로 움직였다. 그중 턱수염 송만우 PD도 마찬가지였다.

“어후- 죽갔네.”

이들이 방콕에 머문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넘었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것도 어느새 거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짧다면 짧은 일주일간 많은 것이 수정됐고 결정됐다. 총괄 결정자인 송만우 PD는 룸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을 튼 후 땀에 젖은 검은색 민소매를 벗었다.

“빡세다 빡세.”

피부가 좀 탔나 싶은 송만우 PD. 침대에 널브러졌다. 드라마판에선 거물이며 해외로케는 퍽 자주 해봤던 그였으나 할 때마다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이동해야 한다. 침대에 누워 잠시 멍때리는 그. 벽면에 붙은 궁전 그림을 응시하던 송만우 PD가 가까스로 움직였다.

‘일단은 씻고 오늘 건들 확인하면서 맥주나-’

시원한 맥주 한 캔이 간절한 송만우 PD가 몸을 일으킬 때였다.

-우우웅 우우우웅.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둔 그의 핸드폰에서 진동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송만우 PD가 벌떡 일어났다. 이 늦은 밤에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 터졌을 가능성이 컸으니까.

그런데.

“응?”

발신자를 확인한 송만우 PD가 고개를 갸웃했다.

“우진씨네?”

상대가 LA에 있을 강우진이었기에.

가만있어 봐 방콕이랑 LA 시차가 어떻게 되지? 얼추 계산해보니 지금 LA는 이른 아침이었다. 뭔가 묘하다 싶은 송만우 PD가 일단 핸드폰을 귀에 붙였고.

“어어 우진씨. 하하 간만에 LA는 어때요? 여기 방콕은 죽을 맛이야.”

핸드폰 너머로 강우진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도 그냥 그렇습니다.”

“그래요? 근데 거긴 지금 아침 아닌가?”

“예.”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혹시 뭐 사건 터졌어요? 아니지 지금 ‘남사친: 리메이크’ 건으로 한창 분위기 좋잖아.”

“PD님 혹시 지금 ‘이로운 악’에 배우 한 명 넣을 수 있습니까?”

“···어? 배우?”

“네. 특별 출연이든 우정 출연이든.”

순간 송만우 PD의 미간이 약간 꿈틀했다. 강우진의 대사가 낯익었기 때문이었다. 각종 엔터들이나 제작사들이 자주 하는 수법.

배우 끼워팔기. 또는 꽂는다고 표현한다.

연예계선 퍽 자주 볼 수 있는 그림이라 드라마판 거물인 송만우 PD에겐 익숙했으나 그 상대가 강우진이라는 것이 매우 묘하면서도 의아했다. 급작스런 타이밍도 그렇고.

‘배우 수급이 전부 끝난 걸 우진씨가 모르지 않을 텐데- 이제사 배우를 끼워판다?’

최성건 대표라면 얼추 이해가 되지만 강우진이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음 뭐 갑작스럽긴 한데 최근 bw 엔터가 파격적으로 확장 중이니···혹시 최대표의 부탁?’

아니 부탁한다고 우진씨가 순순히 들어줄 위인인가? 어느 쪽이든 이해가 어렵다. 뭐가 됐든 송만우 PD로서는 우진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강우진이지 않은가?

‘별수 없지.’

사실 조금 난감한 것도 있었다. 그가 꽂으려는 게 어떤 배우든지 간에 이 시점에 새로운 배우를 삽입하면 일이 늘어난다. 연출적인 부분이 그랬고 최나나 작가도 추가된 배역에 따라 집필이 불가피했다. 조연급이든 무명이나 신인급이든 빡센 건 매한가지.

전체 제작 스케줄도 약간 꼬인다.

허나 턱수염 송만우 PD는 어떻게든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래요. 우진씨 부탁이면 안 되는 것도 되게 해야지. 그래서 배우 누군데? 아 근데 너무 무명이면 연기 확인은 필요한 건 알죠?”

“PD님도 아는 배웁니다.”

“그래? 누구? 대사 정도는 줘도 괜찮은 급인가?”

되물음에 핸드폰 너머 강우진이 낮게 답했다.

“마일리 카라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송만우 PD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아- 마일리 카라? 알지알지. 그 정도 급이면···”

말을 멈췄다. 그리곤 두 눈을 끔뻑였다. 지금 자신이 들은 게 맞나 싶어서였다.

“잠깐 잠깐만. 누 누구?”

강우진의 대답은 이번에도 짧고 명료했다. 흥분 따윈 없었다.

“마일리 카라요.”< 가을 (1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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