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IWMMGA Chapter 320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 폭탄 (1) >

“칸에 보낼 메인 포스터 말씀입니까?”

강우진의 낮은 되물음에 핸드폰 너머 안가복 감독의 늙은 음성이 다시 들렸다.

“그래요 칸에 넘길 ‘거머리’의 포스터. 자네도 알겠지만 이 포스터는 일반적인 것과는 달라. 홍보용이 아닌 소개용에 가깝지. 그것도 칸에 올 전세계의 영화인들에게 소개할 포스터야.”

포스터는 영화 제작 중에 시기별로 여러 컷을 만들어낸다. 초기 홍보를 위해 본격적인 영화의 마케팅을 위해 상영 중 소문을 위해 등등등. 당연히 모두 다른 컨셉으로 제작되는데 그 대부분의 핵심은 결국 홍보나 마케팅이었다.

그렇기에 자극이 무조건적으로 삽입된다.

하지만 첫 목적지가 칸 영화제인 ‘거머리’의 경우는 일반적인 상업 영화와는 달랐다. 대중들의 이목이나 홍보용이 아닌 그야말로 ‘거머리’의 상징성 또는 얼굴이 돼야 했다. 그러니 포스터 제작의 결 역시 판이해야 한다.

보이고자 하는 대상이 대중들이 아니니까.

물론 칸 영화제 기간 동안 초청된 사람들이 ‘거머리’를 보겠지만 실질적인 핵심 인물들은 세계 각국의 영향력 넘치는 영화인들이었다.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과 관계자들 각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 헐리웃 포함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작자 또는 배급·투자자들 등등등.

한마디로 세계적 영화인들이 볼 ‘거머리’ 포스터가 필요하다는 얘기.

그 포스터는 ‘거머리’의 얼굴과 상징이 되기도 하겠지만 행여 칸 영화제에서 수상이라도 하면 세상으로 퍼질 포스터기도 했다.

흥행은 나중 일이다.

개봉용 포스터는 차후 제작해도 문제없었다. 아니 사실 ‘거머리’가 올해 칸에서 제대로 사고를 치면 포스터도 따로 필요가 없긴 했다. 칸을 뒤집어 놓으면 그 자체가 거대한 홍보·마케팅이니까.

그런 중요도가 어마무시하게 높은 메인 포스터 제작이기에.

“편집 마무리와 더불어 포스터 쪽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우진군이 일본에서 돌아오면 채택된 포스터 리스트에 따라 찍을 거니 일단 유념하고 있으라고 전화했네.”

안가복 감독의 목소리도 짐짓 진중하기 짝이 없었다. 반면 외면으로야 심히 포커페이스가 짙은 강우진은 내면으로는 별수롭지 않았다.

‘뭐 나야 하란 대로 찍으면 되겄지.’

딱히 긴장되는 것도 없다. 오히려 다른 쪽이 신경 쓰였다.

‘그나저나 9월 중순 전?? 거머리도 편집 거의 끝났네? 워- 씨 뭔가 일이 착착 정리되는데 한 방에 쏠리는 느낌이지 않냐?’

가을에 당도하자 숨죽였던 작품들이 단숨에 우르르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이쯤 꽁지머리 최성건이 우진의 옆에 붙었고 일단 강우진은 목에 힘을 넣어 핸드폰 반대편 안가복 감독에게 답했다.

“예 감독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그래요. 메인 포스터 제작에 들어가면 칸에 가는 것도 한 달이 채 안 남았다는 소리지요 시기에 맞춰서 언플도 돌릴 거네. 자네야 긴장 탈 일이 없겠다만 일단은 말해두는 거야. ”

“알겠습니다.”

“근데- 일본은 왜 가는 건가? 아아 그 애니메이션 관련 인가요?”

“비슷합니다. ‘낯기생’ 제작발표회도 있고요.”

“흠. 그 작품도 벌써 제작발표회군.”

잠시 조용하던 안가복 감독이 읊조렸고.

“얼추 비슷한 시기에 오픈될지 모르겠구만.”

그가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자세한 일정 관련은 최 대표에게 전달하지. 고생하고.”

“고생하십쇼 감독님.”

-뚝.

천천히 핸드폰을 내리는 강우진에게 최성건이 바로 물었다.

“감독? 누구 감독?”

우진은 득달같이 달려든 최성건에게 통화 내용의 핵심을 전달했다. 금방 눈에 흥미가 돋은 최성건이 작게 웃었다.

“오호- 칸에 보낼 메인 포스터 말이지? 슬슬 칸에 간다는 게 실감 나네. 것보다 ‘거머리’ 편집이 9월 중순 전에 끝날 것 같다고?”

“네. 안가복 감독님 말로는.”

“뼈를 갈아 넣는 중인가? 밤샘 촬영 중에도 초벌 편집을 진행했다곤 하나 속력이 겁나 빠르긴 해.”

다시금 멈췄던 걸음을 움직이는 강우진의 팀. 그중 핸드폰 캘린더를 보던 최성건의 미소가 짙어졌다.

“진짜 한 달 남았네 칸 가는 거. 막상 닥치니까 초조하다. 어후- 솔직히 언젠가는 갈 생각이긴 했는데 이리 빨리 갈 줄은 몰랐어.”

긴장과 긴박이 섞인 최성건. 반대로 강우진은 딱히 떨리는 게 없었다.

‘칸? 몰라 씨. 불어도 각인 됐으니까 뭔 문제 있겠냐?’

아직은 현실감이 없어서였다.

한편 한 대형 영화사의 회의실.

드넓은 회의실 ㄷ자 책상에 앉은 늙은 남자가 핸드폰을 책상에 올렸다. 직전에 강우진과 통화했던 안가복 감독이었다.

-스윽.

짧은 흰 머리는 그대로였으나 주름이 더 늘었다. 얼굴에 피곤함이 덕지덕지한 건 덤. 그럼에도 안가복 감독 특유의 노장의 포스는 여전히 기민한 느낌.

“···‘낯기생’도 다 됐다라- 분발해야겠구먼.”

작게 혼잣말을 뱉은 안가복 감독이 고개를 올렸다. 그의 앞엔 영화사 대표부터 몇몇 간부들이 서 있었다. 뭔가 회의 중이었던 모양. 이어 강우진과의 통화를 적당히 전달한 안가복 감독이.

-슥.

다시금 시선을 내렸다. 그의 바로 앞엔 플라스틱 투명판에 붙은 크기는 일반 영화 포스터 정도의 종이들이 3개 정도 나열돼 있었다. 3개의 종이엔 일러스트로 그려진 그림과 함께 공통적으로 타이틀이 새겨져 있었다.

-‘거머리’

그랬다. 이 3개의 판은 칸에 진출할 ‘거머리’의 메인 포스터 후보들이었다. 그런 포스터 후보들을 유심히 내려보는 안가복 감독. 주변의 영화사 대표 등의 인원들은 딱히 말을 걸지 않았다.

“···”

“···”

그저 영물 안가복 감독의 선택을 기다릴 뿐이었다. 허나 그의 선택은 짧지 않았다. 5분 10분 15분. 안가복 감독은 팔짱 낀 채 약 15분 이상 포스터 후보들을 내려봤으니까. 충분히 그럴 만했다. 여기서 결정되는 포스터가 칸에 보내질 테니. 사실 이 3개의 후보를 만드는 데에도 약 2주의 시일지 소요된 상태.

이윽고.

“흠.”

침음을 뱉은 안가복 감독이 검지를 들었다. 그리곤 3개 후보 포스터 중 2개를 연달아 찍었다.

“이 두 개 다 만들어 보자고. 완성품을 직접 봐야겠어.”

“그러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선택된 후보 포스터 두 개의 일러스트는 ‘거머리’의 인물들이나 연출 등이 판이했지만 단 하나 확실히 공통적인 부분이 눈에 띄었다.

‘박하성’ 또는 강우진이 메인이라는 점이었다.

즉.

“이 두 포스터 콘티 바로 우진군 쪽에 공유해주고.”

칸에 강우진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걸릴 예정이라는 뜻이었다.

몇 시간 뒤 일본.

3일의 짧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강우진이 일본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그가 안착한 것은 늦은 아침쯤. 입국장에 들어선 우진은 시니컬함을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진하게 만들었다.

‘어우- 씨 많이도 몰려왔네 기자들.’

이유야 심플했다.

-파바바박!

-파바바바박!!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강우진을 보기 위해 일본 기자들 포함 팬들이나 구경꾼들이 수백 명 몰렸으니까. 일본에 종종 오는 강우진이 보기에 지금껏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출국장이 떠나가라 울리는 비명과 괴성.

“꺄아아악!!”

“강우진! 강우진!!”

“꺅!!!”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울림에 묻힌 기자들의 악 소리.

“강우진씨!!*%&%#)%#%!”

“(#)%(*@$@*‘낯기생’#)*(#%”

“우진씨!!#%()%*#)(%‘남사친: 리메이크’@#@”

사이사이 알아들을 단어들이 섞였으나 전체적으로는 뭔 소린지 판단이 불가능했다. 어쨌든 강우진은 기자들과 팬들에게 무던하게 손을 흔들면서도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쯤 한국과.

『[스타톡]‘낯기생’ 제작발표회로 강우진 일본으로 출국/ 사진』

일본 언론에선 당연하게도 동시다발적으로 강우진의 행보를 알리고 있었다. 특히 최근 여러 이슈들이 거대한 일본 쪽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진은 카시히 그룹 측. 정확하게는 히데키 회장이 준비해준 승합차에 올라탄 뒤 숙소로 확정된 ‘카시히 도쿄 호텔’로 이동했다.

강우진의 일본 첫 일정은 ‘남사친: 리메이크’ 관련 일본의 유명 잡지사 두 곳의 인터뷰였다.

이 순간.

“어!!”

“헐! 오빠오빠! 저기 봐봐요! 건물 위에!”

“대박!!”

같은 승합차에 탄 스타일리스트 팀이 호들갑을 떨었다. 덕분에 무심한 얼굴인 우진의 시선은 그녀들이 가리킨 곳을 향했다. 강우진도 탄성을 질렀다. 물론 속으로만.

‘미친?? 저거 난데??!’

큰 빌딩 위에 걸린 광고판에 애니 ‘남사친: 리메이크’의 영상이 출력되고 있었다. 물론 광고였고 중간쯤 강우진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대박 난 애니의 성우진이 나오는 중에 강우진이 핵심이니 당연했다. 이젠 도쿄 도심에 우진의 얼굴이 거대하게 박히는 일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다.

‘개쪽리네 뭔가-’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어! 저기 버스 옆에도요!”

“악! 진짜다! 오빠! 우진 오빠! 버스에도 오빠 얼굴 붙었어요!”

“아? 저 가게 앞에 등신대도 우진 오빠 같은데??!”

도쿄 곳곳에 강우진은 널려 있었다.

후로.

쪽팔림을 애써 숨긴 강우진은 무리 없이 일본의 첫날 스케줄을 소화했다. 인터뷰하는 잡지사마다 사진을 무지막지하게 찍어댔는데 화보 촬영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늦은 오후쯤에 강우진은 식사 겸 쿄타로 감독을 만났다.

“하하 우진씨. 몇 달 안 됐는데 엄청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새 더 얼굴이 좋아지셨어요.”

“안녕하세요 감독님.”

“일단 앉죠.”

직전까지 ‘낯기생’ 편집에 박차를 가하다가 온 쿄타로 감독은 바로 진행 상황을 읊었다.

“이 속도 그대로 가면 문제없이 9월 말쯤엔 편집이 마무리될 겁니다.”

“예. 전달받았습니다.”

대답하면서도 우진은 속으로 읊조렸다.

‘스읍- 9월 말. 살짝 애매하네. ‘거머리’로 칸 가는 거랑 잘하면 쪽날지도.’

사실이 그랬다. ‘거머리’ 관련 칸 영화제는 9월 30일 날 개막하는데 강우진은 그 전에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그러니 어쩌면 ‘낯기생’의 시사회 전 완성품 테스트에 참석하는 게 어려울지 몰랐다. 이를 쿄타로 감독 역시 모르지 않았는지.

“올해 칸이 9월 30일이죠?”

강우진에게 미리 말했다.

“음. 편집이 끝나는 날이 정확진 않지만 그 근방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영 테스트는 편집이 끝나고 며칠 안으로 진행할 거고요.”

“참석이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압니다 별수 없죠. 우진씨가 워낙 바쁘시니까. 스케줄이 괜찮으면 테스트에 참석해주시고 어렵다면 다른 배우님들만이라도 모여서 테스트해야죠.”

‘낯기생’의 완성품. 솔직히 우진도 가능하면 보고 싶긴 했다.

‘내 첫 일본 영화니까 어지간하면 확인하고 싶긴 한데- 칸 일정을 미룰 수는 없으니까.’

어쩌겠는가? 현실적으로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면 한쪽을 포기하는 수밖에.

‘쯧 뭐 힘들면 ‘낯기생’ 개봉할 때 몰래 영화관에서 봐도 되고.’

이어 쿄타로 감독은 내일 있을 제작발표회의 정보를 읊었다. 장소는 ‘낯기생’의 대본리딩이 있었던 현재 강우진이 숙소로 이용하는 ‘카시히 도쿄 호텔’이었다. 100% 히데키 회장의 뜻이 함유됐겠지. 나름 다행이긴 했다. 급할 거 없이 숙소에서 쉬다가 시간 맞춰 내려가면 되니까.

그렇게 식사를 마친 우진은.

“그럼 가볼까요?”

“네 감독님.”

쿄타로 감독과 ‘카시히 도쿄 호텔’로 움직였다. 호텔 로비서부터 수많은 손님들의 시선을 독차지한 강우진. 그런 그가 호텔의 초대형 홀에 들어섰다. 명확히는 내일 열릴 제작발표회의 대형 홀을 방문한 것.

‘워- 겁내 크네. 대본리딩 때보다 한 2배는 넓지 않냐??’

제작발표회를 위한 준비 세팅은 이미 완료된 상태였다. 홀 전체로 깔린 수백 책상 정면에 커다란 단상 그 위 길쭉한 테이블이 배치됐다. 홀의 곳곳엔 소형 카메라가 세팅됐고 뒤쪽과 대각선엔 소형보다는 큰 카메라와 함께 일본 스탭들이 뭔가를 조작하기 바빴다.

우진이 그들을 보자 쿄타로 감독이 작게 웃으며 설명했다.

“실시간 방송팀입니다. 들으셨죠? 내일 제작발표회는 너튜브가 메인이 돼서 실시간 스트리밍도 나갑니다. 기자들은 약 150명 정도 몰릴 예정이고.”

“그렇습니까?”

“우리 쪽 사람들하고 관계자들 포함하면 대략 250명은 거뜬히 넘을 겁니다. 스트리밍에 참여할 대중들은- 글쎄요 몇만은 접속하겠죠. 어떻습니까? 하하 우진씨가 말한 대로 판을 두 배 정도 키웠는데.”

“···”

잠시간 거대한 홀을 훑던 우진이 낮게 답했다.

“나쁘지 않습니다.”

“다행이네요. 내일 그 누구도 우진씨를 막지 않을 겁니다.”

쿄타로 감독의 미소가 짙어졌다.

“뭐든 멋대로 하셔도 됩니다.”

대체 무엇을? 우진은 쿄타로 감독의 눈동자에서 묘한 착각의 냄새를 느꼈다.

‘이 양반 왜 눈이 반짝거리냐?’

뭐가 됐든 홀의 사전답사를 마친 강우진과 쿄타로 감독이 헤어진 뒤 우진은 의아함을 유지한 채 로비 쪽에서 기다리던 최성건과 다시 조우했다. 재밌는 것은 그의 손에 태블릿이 들렸다는 것.

“끝났어?”

“예.”

고개 끄덕인 최성건이 엘리베이터로 움직이면서도 태블릿을 들었다. 그리곤.

“너 마일리 카라한테 집 선물 받기로 했냐? LA 쪽.”

집? 뭔 집? 금시초문인 우진이 묵묵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근데 왜- 아니 일단 카라가 회사 쪽으로 LA 쪽 집 명단을 보내줬는데. 확인부터 해봐.”

속으론 물음표가 가득해진 우진이 애써 태연한 척 태블릿 화면을 확인했다. 동시에 괴성을 질렀다. 물론 속으로만.

“···”

당연했다. 처음으로 나온 집의 전경은.

‘개쩌네!! 와- 미친!! 수영장도 딸렸어? 이게 집이라고??’

수영장 딸린 저택에 가까웠으니까.< 폭탄 (1) > 끝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IWMMGA

IWMMGA

Score 9.5
Status: Ongo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