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 (2) >
영상 속 머리 벗겨진 외국인. 아니 현재 프랑스에 있을 칸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의 입에서 제일 끝물에 뱉어진 영화 타이틀.
[“20번째 초청작. 대한민국 안가복 감독의 ‘거머리’.”]
물론 불어로 뱉은 마지막 초청작이었지만 이미 ‘불어’가 각인된 우진은 어려움 없이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론 영상 밑으로 영어 자막이 깔리기도 했고.
‘떴다!! 됐어! 와- 씨 지렸다.’
하필이면 또 제일 마지막에 ‘거머리’가 발표되는 바람에 퍽 짜릿함마저 느껴졌다. 하마터면 우진은 진한 컨셉질이 벗겨지며 우왁! 하고 외칠 뻔했다. 그러나 꾹 참았다. 외면적인 그의 현재 모습은 냉정함 자체. 다만 속으로는 방방 뛰었다.
‘크- 이런 맛이 있네 또.’
과거 이미 칸 영화제에서 퍽 유명한 안가복 감독이기에 진출 자체는 확정이었으나 어떤 부문인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었기에 나름 초조했던 강우진이었다. 어차피 칸에 나갈 건데 이왕이면 메인 무대가 백 배 낫잖아?
이것만큼은 아공간이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긴장됐던 것. 뭐가 됐든 다행히도 ‘거머리’는 칸 영화제의 메인인 ‘경쟁부문’에 진출 확정됐다.
즉 ‘거머리’는 ‘경쟁부문’에 확정된 세계 여러 20작품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뜻.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2등 상인 그랑프리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등 칸 영화제의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것들이 모두 ‘경쟁부문’에서 나오며 ‘거머리’ 역시 그 모든 상을 탈 기회를 얻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영화인들 앞에서 말이다.
포커페이스가 단단한 우진의 숨겨진 흥분된 속내는.
‘굿샷!!’
조수석의 최성건이나 전체 팀원들이 대신했다.
“불렸지?!! 지금 방금 ‘거머리’ 불렸잖아!”
“맞아요 대표님!! 여기여기 영어 자막에도 ‘거머리’떴어요!!”
“으아!! 미쳤다!! 마지막까지 안 불려서 찐으로 심각했었잖아요 저!!”
“그니까! 일본 영화 두 개나 불려서 완전 짜증 났었는데!! 마지막에 뚜둔하면서 ‘거머리’! 대박 소름!!”
“영화였어 영화! 아 이거 영화제지! 나 뭐라고 하는 거지?! 여튼 좋아요!!”
담담한 강우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흥분을 넘어 흉포한 정도였다.
“저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연출을 할 줄 아네!! 그러니까 칸 집행위원장도 하는 거고!”
“우와!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이번 칸 ‘경쟁부문’에 한국영화는 ‘거머리’ 하나인 건가?!”
“그러네! 잠깐잠깐 칸 영화제 홈피 좀 볼게요! 종합 초청작들 올렸을 거야!”
스타일리스트들이 일사불란하게 핸드폰을 조작해댔다. 몇몇은 기사 상황을 확인했고 몇몇은 SNS나 칸 영화제 공식 페이지를 켰다.
“올해 ‘경쟁부문’에 한국영화는 하나뿐이고! 나머지 섹션엔 한국영화가 꽤 있어요! 대충 4작품!”
“어후! 진짜 ‘거머리’가 떨어졌으면 어쩔 뻔했냐고!!”
“아니 뭐 칸 영화제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대박이긴 하지만···그래도! 역시 메인에 오르는 게 몇 배는 낫지!”
“당연하지!! 국내 언론이 빨아대는 파급력도 몇 배는 차이 날 거고! 칸이나 외신들 시선 집중되는 거도 완전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를걸??!”
강우진 팀원들의 괴성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뭐 우진도 속으론 방방 뛰고 있을 정도였으니 이상하진 않았다. 어쨌든 올해 칸 영화제엔 ‘거머리’가 대한민국 대표로서 출전하게 됐고 대배우 심한호나 오희령 등 배우 중 센터엔 강우진이 있었다.
‘거머리’ 포스터 자체가 그랬으니까.
이어 팀원들과 신명나게 대화를 나누던 꽁지머리를 재차 묶은 조수석의 최성건이 몸을 돌렸다. 당연히 강우진은 널뛰는 것 없이 잠잠했다. 미소가 짙은 최성건이 속으로 읊조렸고.
‘이 순간까지 왔다 드디어.’
꽤 예전인 강우진이 본인에게 덤덤히 말했던 대사를 상기했다.
‘내년 칸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강우진의 재계약 건이 발발했을 때였다. 그때의 감동이 지금의 흥분을 몇 배는 부추겼다. 최성건이 우진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드디어 출발선에 제대로 섰다. 이제부터야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세계 한번 뒤집어 보자.”
심히 낮은 톤으로 우진이 답했다.
“그래야죠 간 김에.”
한편.
LA는 17일 이른 오후인 한국과 달리 16일 늦은 밤이었다. 이쯤 한 초대형 에이전시의 회의실에는 금발의 마일리 카라 외국인 수 명이 진중한 미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케이 그럼 다음 주.”
“응. 나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강우진이 작업에 참여한 곡이 타이틀인 꽤 길게 작업했던 카라의 새 앨범 오픈이 당도했으니까. 이미 자잘한 것을 빼면 굵직한 앨범 작업은 마친 상태였고 사고가 있긴 했지만 뮤직비디오 편집도 완료된 상태.
그러니 오픈 일정을 이제 확정 지어야 했다.
“카라가 방콕에 있을 사이에 오픈. 날짜는 카라 네가 한번 찍어봐. 언제가 마음에 들어?”
금발 위로 모자를 눌러쓴 그녀가 팔짱 낀 채 침음을 뱉다가 읊조렸다.
“24일 정오. 한창 한국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을 때.”
“24일 정오? 그래 알았어.”
그녀의 새 앨범 오픈이 다음 주인 24일 금요일 정오로 확정됐다. 물론 LA 쪽 시간.
이때.
-스윽.
카라의 옆에 앉은 반삭의 가까운 머리의 메인 매니저 조나단이 그녀의 귓가에 붙었다.
“카라.”
그리곤 방금 확인한 정보를 카라에게 읊었다.
“강우진의 ‘거머리’ 이번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20작품에 확정됐어. 공식 페이지에 올라왔군.”
얘기를 듣자마자 카라가 특유의 차가움이 공존하는 미소를 작게 지었다.
“역시.”
“역시?”
“말했잖아 이번 칸에선 뭔가 사고가 터질 거라고.”
“아슬아슬했던 모양이야. 제일 마지막에 랭크된 걸 보면.”
“기대되는 게 많네-”
늘씬한 다리를 꼰 카라가 앞으로 자신이 겪을 또는 목도할 건들을 상기하며 미소를 짙게 만들었다.
“내 앨범 포함해서 ‘이로운 악’ 방콕 촬영 그리고 칸 영화제까지.”
“네 앨범이 메인이야 그건 알지?”
“물론이야. 그러고 보니 그 즐거운 것들 모두 강우진과 관련이 있네. 그를 안 만났으면 어쩔 뻔했어?”
카라로서는 이리 흥분되는 하반기가 경력 통틀어 처음이었다.
“선물이 많은걸? 벌써 크리스마스인가?”
이틀 뒤 19일 일요일. 비행기 안.
시간은 늦은 아침. 얼추 11시가 넘은 시각. 강우진은 비행기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왜인지 헤어나 메이크업이 빡세다. 의상은 재질이 얇은 흰색 셔츠와 청바지.
좌석은 비즈니스석의 창가 쪽.
묵직한 얼굴의 강우진이 별수롭지 않게 창밖을 내다봤다. 구름 가득한 풍경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
우진은 현재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이 목적지였다. 도착까진 얼추 수 시간 남았다. 이유야 당연하지 않은가? ‘이로운 악’의 크랭크인을 위한 해외로케 촬영지로 넘어가는 중.
잠시간 창밖 구름을 응시하던 우진이.
-스윽.
앞쪽 발치에 놓인 작은 백팩에서 대본 한 부를 꺼냈다. ‘이로운 악’ 1화 대본이었다.
‘일단- ‘이로운 악’ 리딩 한 번 쌔리고 그다음에 아공간에서 좀 쉬어야지.’
이어 강우진이 조용히 검지를 들어선.
-푹!
대본에 붙은 검은 사각형을 찔렀다. 금세 그의 세상이 휙 하니 바뀌었다. 끝없이 컴컴한 아공간에 진입한 것. 집보다 편한 아공간에 안착하자마자 우진은 바로 컨셉질을 집어치운 뒤 하품을 쩍 했다. 그리곤 목을 좌우로 꺾으면서도 여러 흰 사각형들이 나열된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보자보자-”
강우진이 선택한 것은 당연히 ‘이로운 악’이었다.
-[9/대본(제목: 이로운 악) EX급]
-(1화)/(2화)/(3화)···
‘이로운 악’의 1화 2화 대본은 최근 변화가 많았다. 최초 ‘무술’ 및 ‘CQC’가 추가된 뒤 스턴트 팀 에단 스미스가 합류하며 또 한 번 ‘CQC’ 액션 콘티가 업그레이드됐다. 추가로 마일리 카라의 배역 스토리까지 합쳐지며 스토리에 꽤 큰 수술이 있었다.
일단 현실부터 시작하던 ‘이로운 악’의 스타트가 남주인 ‘장연우’의 과거로 교체됐다.
그의 과거부터 시작해 적당한 떡밥을 푼 뒤 현실을 보여주고 또 다른 인물을 통해 다시금 ‘장연우’의 과거를 보여준다. 즉 1화는 ‘장연우’의 과거와 현재를 널뛰며 진행되는 셈. 다만 보는 시각은 인물마다 달랐다.
어쨌든 지금 아공간에 업로드된 대본은 최종본.
물론 우진은 이미 최종본 리딩(경험)을 여러 번 끝낸 상태였다.
그럼에도 우진은.
-[9/대본(제목: 이로운 악 1화)을 선택하셨습니다.]
‘이로운 악’의 최종본 1화 대본을 찍었다. 해외로케의 대부분은 1화·2화에 나올 것이고 그 배경이 될 방콕에 도착할 것이니 사전에 다시금 리딩(경험) 해두려는 속셈.
곧 강우진의 귓가에 익숙한 로봇같은 여자 목소리 뒤에.
[“‘A:장연우’ 리딩 준비 중···”]
[“···준비 완료. 완성도가 매우 높은 대본이나 시나리오입니다. 구현도는 100%입니다. 리딩을 시작합니다.”]
어마어마한 회색이 그를 덮쳤다.
얼마나 흘렀나?
허옇던 우진의 시야가 점차 바뀐다. 아니 지금은 ‘장연우’의 시선이었다. 회색이 걷혔지만 주변의 색은 밝지 않았다.
‘어둠.’
달빛이 미약한 밤이었으니까. 차다. 온도가 싸늘하다. 계절은 겨울. 순식간에 서늘한 기온이 우진의 온몸 피부로 스며들었다. 명확한 오감 포함 ‘장연우’의 모든 것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흑발 강우진은 ‘장연우’로서 어딘가에 서 있었다.
“후우-”
입김이 나왔다. 점차 칠흑 같은 어둠이 익숙해진다. 저 멀리 꽥꽥대는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나무와 잡초가 무성했다. 산 또는 숲속. 그리고 저 멀리 꽤 밝은 불빛이 보였다.
건물에서 쏘아낸 빛이었다.
딴 곳은 다 어둡지만 저곳만 덩그러니 불빛을 쏘아댔다. 우진은 침착한 한없이 가라앉은 자신의 심정을 느끼면서도 느릿하게 고개를 내렸다. 군화에 군복 방탄조끼 조끼에 채워진 여러 탄창 귀에 끼워진 이어폰 무전기 옆구리에 끼워진 권총 어깨에 걸린 소총 M4 카빈.
이때 귀에 꽂힌 무전기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영어였다.
“진입.”
우진은 바로 움직였다. 자세를 숙였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발을 옮겼다. 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 심장이 차가워진다. 온몸에 온도가 한없이 바닥을 쳤다. 머리가 핑핑 돈다. 추위에 취한 것이 아니다. 여러 판단이 결정이 내려지는 중이었다.
-스윽.
소리 없이 움직이는 우진의 진행 방향은 밝은 불빛을 발하는 건물 쪽. 자세히 보니 건물은 퍽 거대한 저택이었다. 저택이 뿜는 빛 때문에 어둠이 점차 줄어든다. 이때 이어폰 무전기에서 여자가 다시 말했다.
“수영장 쪽 한 명 거기서부터 시작해. 저택 안은 사전에 브리핑한 그대로야. J(제이) 네게 맡길 게.”
우진이 고개를 약간 왼쪽으로 돌렸다.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수영장 쪽에 덩치 좋은 남자가 거닐고 있다. 그의 손에도 소총이 들렸다.
“···”
잠시간 남자를 응시하는 강우진 또는 장연우. 그가 돌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를 모르던 수영장 쪽 남자는 하품을 했다. 그때였다.
-바삭.
오른쪽 숲속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남자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천천히 한 발 내디딜 때였다.
“웁!”
숲속을 보는 남자의 뒤쪽에서 손이 불쑥 나와 그의 입을 막았다. 이어 푹 소리가 났다. 칼날이 남자의 목을 꿰뚫은 것. 바로 뽑히는 칼. 핏물이 솟았다. 뒤에 선 것은 우진이었다. 남자가 ‘거억’ 따위의 신음을 내며 무릎 꿇었으나 무표정인 강우진은 자연스레 그의 목을 꺾었다.
목 꺾인 남자의 귀에 꽂힌 무전기서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영어였다.
“데릭 그쪽 어때.”
이미 강우진은 없다. 무전이 재차 울렸다.
“데릭? 어이 데릭. 이런 망할!”
곧 다른 곳을 지키던 무장한 사내들 넷이 달려왔다. 시체를 확인하곤 바로 소총을 올리며 경계심을 올렸다. 그들 사이로.
-툭.
둔탁한 소음과 함께 뭔가가 떨어졌다. 인지한 남자 한 명이 눈이 커졌다.
“수류탄! 수류탄!!”
남자들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재빨리 퍼지려 했다. 한 명이 수류탄을 덮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겠지만 남자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그러나 수류탄이 터지는 게 더 빨랐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남자들의 사지가 허공을 날랐다. 핏물과 함께 팔과 다리 머리통이 날아가는 게 퍽 장관이었다. 남자 5명의 생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동료들은 남아 있었다. 이번 수류탄의 폭발 덕에 화단 쪽 저택의 입구 쪽 저택의 내부에서 최소 8명 되는 사내들이 움직였다.
먼저 움직인 건 저택 오른쪽 화단 남자 둘.
“저기!! 수영장 화단!!”
“쏴!! 쏴!!”
검은 그림자와 함께 군복 입은 놈이 살짝 보인다. 무전을 갈긴 남자 둘이 수영장 쪽 화단에 소총을 갈겼다. 탕탕탕! 귀가 터질 굉음이 저택 전체로 울렸다. 이내 8명 모두가 그곳을 향해 총을 갈겼다.
-타타타탕!!
-탕타다다탕!!
화단 벽이 허물어진다. 한참을 총을 갈기던 8명이 잠시 멈췄다. 남자 한 명이 둘에게 손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천천히 다가가는 둘.
이 순간.
-훅!
화단 끝에서 누운 우진이 급작스레 나타났고 견착한 M4 카빈 소총을 휙 올렸다. 소음기 덕에 총성이 옅다.
-푝푝푝푝!
총 4발이 쏴졌다. 다가가던 남자 둘의 머리와 얼굴이 터졌다. 남은 6명 남자가 누운 우진에게 다시금 총을 갈겼다. 강우진은 재차 사라졌다. 그러다 다시 나타났다. 탕탕 총성과 옅은 총성이 교차로 들렸다. 남자 둘의 이마와 뒤통수가 박살났다.
남은 남자들은 욕설을 뱉으며 화단 벽에 몸을 숨겼다.
“뭐야 저 새끼!!”
“어디야! 어디 있어!!”
-탕탕탕!
몸을 숨긴 채 총만 갈기는 남자들. 그런 그들 위로 누군가 섰다. 강우진이다. 인지한 남자들이 뒤늦게 움직였지만.
“크윽!!”
소음기 달린 옅은 총성 뒤론 그들은 인형처럼 쓰러졌다. 총성이 가득하던 저택의 마당이 고요해졌다.
“···”
얼굴 터진 시체 옆에 앉은 우진이 무표정으로 볼에 묻은 핏물을 닦았다. 곧 그나마 형체가 괜찮은 시체를 집었다.
잠시 뒤.
-끼익.
저택의 현관이 열렸다. 안쪽에 있던 무장한 남자 둘이 놀란 눈으로 소총을 갈겼다. 탕탕탕탕! 현관에 누군가 쓰러졌다. 총알로 넝마가 돼 쓰러지는 것은 우진이 아니다. 시체였다.
-투둑!
남자 둘은 몸이 조각나 쓰러지는 시체에 잠시 시선을 뺏겼다. 순간 현관문 오른쪽에서 우진이 휙 나왔다. 옅은 총성이 네 번. 남자 둘의 머리통이 차례로 퍼벅 터졌다. 그대로 쓰러지는 남자 둘. 그러나 차가운 눈빛의 우진은 부족했는지 시체를 차분히 스치며 위로 총알을 몇 번 더 쐈다.
이윽고.
-스윽.
온몸이 피범벅인 우진이 저택 내부로 진입했다. 소총은 당연히 어깨에 견착했지만 표정의 긴장감은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심장의 냉정함은 여전했고.
“사 살려줘! 살려줘!!”
난장판인 거실에 한 외국인 남자가 엎드려 벌벌 떨고 있었다. 그가 강우진을 발견하곤 두 손 모아 싹싹 빌었다.
“살려줘 제발!!”
하지만.
“돈! 돈이라면 얼마든지!”
-푝푝푝!
외국인 남자가 말하는 도중 얼굴에 구멍이 세 개 뚫렸다.
뒤로 몇십 분 후.
시체로 가득한 저택으로 무장한 무리들이 소총을 견착한 채 들어왔다. 얼추 5명. 끝으로 권총을 양손으로 든 여자가 추가로 진입했다. 금발을 돌돌 말아 올린 여자였다. 여자와 무리들은 한참을 저택을 뒤졌다. 그러다 권총을 내린 금발의 여자가 무리들을 보며 물었다.
“J(제이)는 어딨어?”< 방콕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