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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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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깐느 (2) >

도쿄의 한 대형 영화관 중 가장 큰 상영관. 수백 기자 등이 관객으로 앉은 상영관엔 엔딩크레딧이 한창 올라가는 중이었다. 영화 타이틀을 지나 출연한 배우들까지. 대형 스크린에 흰색으로 출력되는 글자들을 보는 수백 관객들은 전부.

“···”

“···”

혼 빠진 얼굴이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표정. 당황이나 황당이 가득했다. 제각각 감정은 약간씩 달랐지만 일맥상통한 건 지금 본 영화가 극한의 문화충격이라는 것.

이들이 본 영화는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이었다.

물론 정식 상영이 아닌 시사회.

‘낯기생’은 오늘 첫 언론 시사회를 연 참이었다. 언론 시사회는 여기 모인 수백 기자들은 물론 언론 관계자들 영화 평론가들을 모아 놓고 하는 시사회였다. 시사회 종류론 일반 VIP 블라인드 외로 꽤 있지만 그중에서도 언론 시사회는 퍽 중요했다.

홍보·마케팅에 직결되니까.

물론 시사회를 마친 직후에 바로 기사를 쏘는 건 금지지만 정해진 타이밍이 되면 영화와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진다. 영화 개봉 전 대중들이 검색을 통해 확인하는 정보로 바로 접하는 게 그 기사들.

즉 영화의 첫 이미지를 결정한다 봐도 무방했다.

기사 내용으론 영화의 직접적인 스토리나 결말 외의 스포는 금지지만 기자 본인의 느낀 점이나 간략한 내용 서술 정도는 허용된다. 이 정도쯤 되니 영화사 제작사는 언론 시사회를 가장 크게 열며 여러 회차를 준비한다.

‘낯기생’ 측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낯기생’은 보통의 시사회 규모보다 판을 두 배 이상 키웠다. 쿄타로 감독이나 영화사 포함 사전에 정해진 것이었고 그로 인해 이 대형 상영관엔 일반적인 시사회 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머릿수가 몰렸다. 여러 시사회 회차 역시 수 배를 늘렸다.

어쨌든 지금의 스크린 속 엔딩크레딧을 보는 관객석 중 가장 앞줄 오른쪽 끝에 앉은 새치 가득한 남자.

“음.”

‘낯기생’을 연출한 거장 쿄타로 감독이었다. 물론 쿄타로 감독의 옆으로는 일본 탑배우 마나 코사쿠부터 ‘낯기생’의 출연한 주연 배우들 대여섯이 자리했다. 첫 시사회가 끝나면 진행되는 무대 인사를 위해 참석한 이들이었다.

따지면 쿄타로 감독이나 배우들만 태연한 얼굴이었다.

배우 몇몇은 약간 상기된 것도 같았으나.

‘역시! 스크린으로 보니까 긴장감이 몇 배는 커져 테스트 때 봤던 거랑은 딴 판이야!’

대체로 평온했다. 이미 완성품 테스트를 겪은 그들이었기에 당연했다.

반면.

‘···허헉! 내 내가 지금 뭘 봤지??’

쿄타로 감독과 ‘낯기생’의 배우들과 같은 줄에 앉은 한 손에 핸드 마이크를 든 시사회의 사회자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작게 입도 벌렸다. 뒤쪽 수백 기자들과 같은 충격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심지어 사회자인 그는 과거 원작 ‘낯기생’의 책을 몇 번이고 읽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금 본 영화 ‘낯기생’을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 어느 정도 각색이나 수정이 있을 건 알았지만- 이렇게나 칼을 댔다고? 심지어 결말! 이건 원작과 아예 다르잖아!!’

원작과 영화의 결말이 180도 판이했으니까.

‘이 영화 결말···진짜 괜찮은 거냐??! 개봉하면 그냥 뒤집힐 것 같은데???’

‘낯기생’의 엔딩크레딧이 반쯤 진행됐을 때쯤 어둑하던 대형 상영관 전체의 조명이 켜졌다. 그리곤 스크린엔 엔딩크레딧 대신 다른 글자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본어.

-[낯선 이의 기괴한 희생/ 무대 인사]

대기하고 있던 쿄타로 감독과 일본 배우들이 스크린 앞으로 움직여야 할 타이밍. 그보다 먼저 얼이 빠진 사회자가 스크린 앞에 섰다.

“···그 그럼! ‘낯기생’의 주역들을 모셔보겠습니다.”

이쯤부터였다.

“어이어이 이 영화 결말이 왜 이래??”

관객석을 가득 채운 수백 기자 언론사 관계자 등의 웅성거림이 급작스레 데시벨을 높이기 시작했다.

“저대로 끝난 건가?! 진짜 저렇게 끝나버린다고? 강우진의 얼굴로???”

“저래선 강우진이 대들보로···원작과 결말이 다른데? 그것도 심하게.”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이 미친 거야. 이대로 개봉시켰다가 원작 강성 팬들에게 무슨 욕을 들으려고-”

충격으로 정지됐던 사고가 서서히 풀렸으니까.

“인과응보 부정한다거나 의미가 없다고 표현한 건가?? 그리고 주인공 키요시의 설정도 바꿔버렸어!”

“가 강우진 캐스팅 때문에 키요시 설정을 바꿔버렸나?”

“이거 정말 원작자 아카리 작가가 승인해 준 건가? 말이 안 되잖아. 결말이 심하다고.”

“이건- 현 일본 컨텐츠 시장의 불문율을 짓밟는 거나 다름없는데.”

“대중들이 이 ‘낯기생’을 본다면···사고야 그것도 초대형 사고!”

수백 기자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충격과 공포를 뱉어댔다. 동시에 직전에 봤던 ‘낯기생’의 내용을 상기했다. 타인 ‘이요타 키요시’. 즉 강우진의 치밀한 살인 계획 일본 현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비춘 스토리 마지막 우진의 클로즈업 컷으로 마무리되는 어처구니없는 결말.

흥분에서 광분으로 진화되는 수백 기자들.

와중 쿄타로 감독부터 일본 배우들이 스크린 앞으로 일자로 섰다. 웅성거림이 과해진 기자들 전부는 급작스레 카메라를 들어 ‘낯기생’의 주역들을 찍었다. 번개처럼 플래시가 터졌다.

-파바바바박!

이는 긍정적인 셔터음이 아니었다. 조만간 터질 대형 논란과 원성 재난 반발. 표현이 뭐가 됐든 일본 전체로 발발한 전쟁을 대비한 정보 수집과 같았다. 그런 기자들 사이 나름 조용히 있던 영화 평론가들은 ‘낯기생’에서 다른 것을 봤다.

‘결말- 그래 언젠가는 일본에서도 이런 류의 해석이 나타날 거라 예측하긴 했어. 그것을 저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이 할 줄은 몰랐지만. 그것도 아카리 작가의 작품으로. 그나저나 강우진···연기는 대체 뭐야? 마치 키요시를 데려가 찍은 거 같잖아??’

강우진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연기.

‘워낙 화제성이 짙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솔직히 연기적으로는 강우진밖에 안 보였다.’

‘마지막 컷은 아무래도 일본 내에서 큰 논란이 될 거야 워낙에 ‘낯기생’ 팬들이 많고 그들의 눈에선 어처구니가 없겠지. 하지만 내 눈엔···최소 올해 최고의 엔딩이 아닐까 싶은데. 특히 강우진의 눈빛은 정말- 소름이 돋았어.’

일본의 거의 모든 영화들을 섭렵하는 평론가들이었다. 수백 기자들과 달리 그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연출 음향 연기. 부족함은 없었다. 아니 차고 넘쳤어. 특히 키요시의 피아노 씬과 다중인격처럼 보이는 씬이 인상에 남아.’

‘다른 의미로 대단한 작품이 뽑힌 거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광분한 기자들은 미친 듯 플래시를 터트리다가 못 참겠다는 듯이 쿄타로 감독과 배우들에게 질문을 때려 박았다.

“#)(%*#()%*(!!!”

“%(%*)(#%*)(#%*!!!”

한 번에 섞여 뭔 소린지 알아듣기 힘들다. 수백 기자들 전부는 현재 ‘낯기생’ 제작발표회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명확히는 거기서 폭탄을 터트린 강우진의 대사.

‘관객수 2000만 이상은 거뜬할 거로 봅니다.’

‘일본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칠 최초의 영화라 생각합니다. 많은 것이 변할 겁니다.’

곧 스크린 앞에 선 쿄타로 감독의 귀에 가까스로 가까운 기자의 질문이 들렸고.

“감독님!! 지 진짜 이대로 개봉하시는 겁니까??! 그럼 핵폭탄급 논란이 터질 텐데요!!?”

얼어붙은 사회자에게서 핸드마이크를 전해 받은 쿄타로 감독이 여유롭게 웃었다.

“상관없습니다 기자분들은 차후 지금의 격앙된 감정을 양껏 담아 기사를 써주세요.”

이후.

이러한 상황은 두 시간 뒤 연달아 열린 또 다른 언론 시사회에서도 같았다.

여기의 수백 기자들도 대공황에 빠졌으니까.

한편 프랑스.

이쪽은 29일 아침이었다. 하지만 칸과 가까운 니스공항은 이른 오전부터 인산인해였다. 공항 로비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각국의 인파들이 우글우글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내일 개막할 예정인 진작에 많은 글로벌 스타들이 도착한 세계적 영화제인 ‘칸 영화제’ 때문이었다. 초대 기자만 4000명을 넘고 공식 초대자들만 수만 명. 하지만 그건 약과. 칸 영화제를 보기 위한 전세계 관광객들은 수십 만에 육박했다. 이미 저번 주부터 입국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니스공항은 관광객들로 폭발하는 중.

그런 그들의 행선지는 당연하겠지만 프랑스 칸이었다.

니스에서 대략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었고 초대형 영화제를 하루 앞둔 칸은 그야말로 축제 느낌이 과하게 풍겼다. 칸에 존재하는 5성급 호텔부터 작은 숙소들은 진작에 만석 작다면 작은 도시지만 인도에 빼곡한 인파들 도시 곳곳에 걸린 칸 영화제의 초대형 광고판 가로등마다 달린 홍보 깃발 도로 여기저기 뿌려지는 팜플릿 등등등.

이쯤 되니 터지는 인종 다양한 인파 사이 한국인들도 곧잘 보였다.

“여기여기! 나 여기서 찍어줘!”

“어후 근데 진짜 사람 개많네.”

“빨리 찍어! 갈 곳 많단 말이야.”

과연 칸 영화제 하루 전이라 그런지 볼 게 천지였다. 사람만 구경해도 하루가 게눈 감추듯 사라질 것. 그런 많은 볼거리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도시 이곳저곳에 분포된 영화 포스터들이었다. 올해 칸 영화제의 메인인 ‘경쟁부문’에 초청된 20작품의 영화 포스터들이었다.

모니터로 출력되거나 건물 벽면에 붙었거나 팸플릿으로 만들었거나 버스 등의 옆면에서도 보였다.

포스터들 주변엔 유독 카메라가 많았다.

세계 각국의 기자들부터 방송국 팀이 포스터를 찍고 있는 것. 칸 영화제 현지의 상황을 공기를 담는 것엔 초청된 작품들만 한 게 없을 테니까. 아무래도 칸 영화제의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부터 감독상 남주주연상 등 메인상은 모조리 ‘경쟁부문’에서 나오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따라서 포스터 홍보는 필수.

‘경쟁부문’ 포스터들 주변에 해외 방송팀 등이 몰리는 건 나름 재밌는 광경이었고 여러 국가의 방송팀 중엔 당연히 한국 쪽도 있었다.

지금도 빈 자리에 자리 잡은 한 팀이 촬영 중이었다.

“여기? 여기 서면 되죠?”

“굿- 딱 좋아!”

“리허설부터 해볼게요.”

“오케이!”

핸드 마이크를 든 여자 기자와 그것을 찍는 커다란 카메라. 주변으로 팀인원 몇몇. 카메라 옆엔 한국 공중파 MBS 딱지가 붙어 있다. 누가 봐도 MBS의 뉴스팀이었다. 이들이 자리를 잡은 것은 한 건물에 커다란 현수막 형태로 붙은 대형 포스터 앞이었다.

곧 뒤쪽 대형 포스터가 잘 보이게끔 선 여자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멘트쳤다.

“프랑스 칸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은 내일 오후에 개막할 ‘칸 영화제’로 엄청난 인파가 몰린 상태인데요 제 뒤에 보이는 커다란 포스터가 보이십니까? 안가복 감독의 ‘거머리’ 포스터입니다.”

컴컴한 배경에 반쯤 차지한 ‘박하성’의 전신. 그는 가족사진을 보고 있으며 액자 안에는 윤정배 회장을 포함한 재벌집 일가가 담겨 있었다. 액자 유리에 비춘 ‘박하성’은 웃고 있었으나 액자에 비치는 그는 소름 돋는 무표정. 포스터 자체는 리플리 증후군을 표현한 것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엔 알 수 없다.

여기서 명확한 것은 하나.

“강우진씨가 크게 그려진 포스터가 인상적입니다.”

세계적 스타들 수십만 관광객이 몰린 프랑스 칸에 강우진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렸다는 것.

“‘거머리’는 이번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유일하게 진출한 한국 영화로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현재도 외신 기자들부터 해외 방송국 팀들이 ‘거머리’ 포스터를 촬영하며···”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었다.

30일 늦은 아침.

한 커다란 공항 입국장 문 앞부터 줄펜스가 쭉 쳐졌고 그 양옆으로는 최소 300명은 가뿐히 넘는 인파가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모두 인종이 다르다는 것. 마치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듯했다.

사실이 그랬다.

300명 넘는 이들은 각국에서 파견 나온 기자였다. 와중에는 한국의 기자들 수십 명도 보였다. 앉거나 소형 사다리에 오른 기자들은 하나같이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든 모습.

다분히 그럴 만했다.

며칠 전부터 이 공항의 입국장에선 세계적 스타들이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유명인 배우 스포츠 스타 등등 수두룩했다.

이때.

-스르륵.

입국장 문이 열렸다. 동시에 수백 인종의 기자들이 미친 듯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바박!

곧 기자들 앞에 흑발의 한국 배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복장은 집업 후드로 네추럴했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단단하기 짝이 없었다. 수백 기자를 보고 놀란 기색 따위도 없었다.

“···”

그저 무심히 손을 올릴 뿐.

-파바바바바바박!

그런 그에게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이로부터 몇십 분 뒤 한국에선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엔 죄다 한 배우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박힌 채였다.

『[칸 영화제+]덤덤한 ‘강우진’ 늦은 아침 니스공항 도착/ 사진』< 깐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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