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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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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1)

본인 이름이 박힌 기사 타이틀을 보자마자 우현구 감독의 눈이 디립다 커졌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으며 출혈로 벌겋다.

“이 이이이 기사 방금 뜬 건가?!!”

어찌나 흥분했는지 말을 더듬는 우현구 감독. 평소의 거만함은 온데간데없다. 반면 반대편 팔짱 낀 권기택 감독은 차분했다.

“뜬 지 얼마 되진 않은 것 같은데?”

“망할 기자 새끼들 무슨 짓을!!”

다급함과 흥분이 섞인 우현구 감독. 그가 흰털 섞인 눈썹을 파르르 떨며 재빨리 기사 내용 들을 확인했다.

제목도 더러웠지만 내용은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성희롱을 시작으로 여러 비슷한 범죄들이 나열돼 있었으며 피해자 역시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퍽 상세했다. 당연히 모든 범죄는 거장 우현구 감독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찌라시라 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너튜버 폭로?”

출처마저 명확했다. 100만에 가까운 너튜버가 제대로 폭탄을 터트렸다는 내용이 기사에 실렸으니까.

이때.

-스윽.

권기택 감독이 스르륵 일어났고 우현구 감독이 뚫어져라 보는 자신의 핸드폰을 회수했다. 그리곤 차분한 발걸음으로 룸을 빠져나가다가 멈칫.

“그래 아까 말했었지? 이 자리 갖는 거 당분간 힘들겠다고.”

넋이 나간 우현구 감독을 살짝 돌아본 권기택 감독이 작게 읊조렸고.

“당분간이 아니겠어. 이 정도면 평생이야 그래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잘 지내시게. 속죄하면서.”

그대로 룸을 나가는 권기택 감독. 그러거나 말거나 우현구 감독은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얼추 10초쯤? 순간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든 우현구 감독이 너튜브에 접속했다. 기사에서 봤던 폭로의 시발점 너튜버를 찾기 위해서였다.

재밌는 건.

“이런···미친.”

굳이 검색할 필요가 없었다. 찾으려는 영상이 실시간 동영상 1위에 당당히 올라 있었으니까.

-충격!! 거장 우현구 감독의 숨겨진 추악한 이면! 그에게 성희롱은 약과였다?! 피해자들은 전부 울었다.

-이슈킹TV

-조회수 303128회/ 2020. 3. 23

업로드된 건 약 1시간 전. 근데도 벌써 조회수가 30만을 넘었다.

오늘 중으론 100만 조회수는 가뿐히 넘겠지.

우현구 감독은 거장에서 거대한 개새끼가 돼 있었다. 수십 년 쌓아 올린 자신의 인생이 한순간 무너지는 상황. 우현구 감독은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고.

“···아. 자 잠깐만. 뭔가 일이 잘 못 됐어.”

미세히 떨리는 손을 올린 우현구 감독이 영상을 터치하려는 찰나.

-♬♪!!

그의 핸드폰이 성내듯 벨소리를 뱉어댔다. 전화였다. 상대는 당연하겠지만 계약한 박스무비 영화사. 이 순간 우현구 감독의 사고는 멈췄다.

하지만 핸드폰은 그를 재촉했다.

전화벨 소리가 끊기자마자.

-♬♪♬♪♬♪!

문자와 톡들이 미친 듯 도착해대고 있었으니까. 그런 광경을 내려보던 우현구 감독이 핸드폰에 똥이라도 묻은 듯 휙 던졌다. 하지만 핸드폰의 알림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

추위 타듯 온몸과 입술을 부들대던 우현구 감독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시발. 좃됐네.”

유언 같았다.

같은 시각.

그야말로 촬영이 코 앞인 상황에 강우진은 한 스튜디오에 있었다. 아니 사실 이 스튜디오엔 우진만 있진 않았다. ‘프로파일러 한량’의 주요 배우들이 모두 모인 것.

스튜디오의 세팅은 약간 영화관 같은 형태였다.

그런 스튜디오 무대 중앙에 여러 의자들이 배치됐다. 그 의자에 트렌치코트 입은 류민기 긴 생머리를 단아하게 묶은 홍혜연을 시작으로 주연들이 주르륵 앉았다. 그리고 제일 끝자리에.

“···”

‘박대리’ 역의 강우진이 말없이 앉아 있다. 헤어와 메이크업도 했고 청재킷 의상도 멋스럽다. 화려한 탑들 사이에 있음에도 나름 이질적이지 않았다. 오늘의 그는 박대리가 아닌 배우 강우진이었으니까. 그의 눈에 띄는 변신은 주르륵 앉은 탑배우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아 물론 홍혜연만 빼고.

첫 자리에 앉은 남주 ‘유지형’에 맞게 장발에서 베이비펌으로 바뀐 류정민 포함.

‘본판이 나쁘지 않다곤 생각했는데···헤메코 제대로 하니까 비주얼이 몇 배는 뛰네.’

장태산이나 이도정 등 주연 배우들은 강우진을 티 안 나게 힐끔댔다. 충격의 대본리딩 이후 공식상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아직 강우진은 베일에 싸인 상태이며 다른 배우들과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오늘도 겁나 분위기 잡네. 근데 저거 얼굴이 몇 개여? 박대리 냄새 싹 빼고 헤메코하니까 딴 사람 같잖어?’

‘어머 오늘은 박대리 연기할 때랑은 딴판이네?’

거기다 배우들의 머릿속엔 ‘독학’이란 단어와 강우진의 연기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리딩 이후 다들 연기 연습에 불이 붙었었고 현재 진행형이었다. 따라서 분위기가 밝진 않았다.

뭐랄까 모호하게 뭉근하달까?

반면 우진은 전쟁을 앞둔 장군처럼 근엄했다. 표정 변화 없는 얼굴이 압권. 진정한 차가움이란 이런 것이라고 설명하는 듯. 당연히 이는 다른 배우들 눈에서나 그랬고.

‘아- 방구 마려운데. 오기 전에 화장실 들렀다 올 걸 그랬나?’

지금 강우진은 그저 장이 좀 불편한 게 다였다. 방구는 마렵지만 방심은 할 수 없다. 우진은 괄약근에 힘을 주면서도 그 묘한 긴장감을 컨셉질의 일환으로 변형했다.

어쨌든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정식 방영 이후 쓰일 배우 인터뷰 컷을 따기 위함이었다. 형식은 티저와 비스무리했고 무대 위 배우들을 지켜보던 수십 스탭 중 몇몇이 수군댔다.

“근데 강우진씨도 인터뷰 따는 거예요?”

“첫방 후 쓸 그림 찍는 거래요. 우진씨 포함 빌런들 전부 인터뷰 딴다고 하던데요? 4명 다. 오늘은 우진씨만.”

“아아 글쿠나. 근데 우진씨 완전 확 달라지지 않았어요? 리딩땐 박대리같았는데 오늘은 그냥 배우네. 전에도 은근 잘생겼다곤 생각하긴 했는데.”

“그쵸? 저도 아까 처음 보고 완전 놀랐음.”

이때.

-스윽.

밖에서 통화하던 턱수염 송만우 PD가 스튜디오 안으로 입장했다. 그는 스치는 스탭들에게 서두르란 사인을 던지면서도 배우들이 앉은 메인 무대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다 멈칫.

“음.”

무대 앞쪽 수십 스탭들 사이 익숙한 꽁지머리 남자의 뒷모습을 보곤 그 옆에 붙었다.

“흐뭇하시겠어? 소속 배우 둘이나 저기 있으니까. 심지어 우리 드라마 핵심 인물들이고.”

꽁지머리 남자. 아니 최성건이 송만우 PD를 보곤 웃었다.

“뭘요 둘 다 성격이 보통은 넘어가지고 고생길이 훤합니다.”

“그 보통 넘는 게 성격만이 아닐 텐데.”

“하하하 그렇긴 하네요. 특히 우진이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나도 저 물건 얼마나 커질지 궁금해요. 근데 우진씨는 진짜 우현구 감독 까고 끝이야?”

“예. 끝이죠 뭐. 내 생전 우현구 감독을 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심지어 그 이유가 감이라니. 어쩌겠어요 어후 우진이 저거 어찌나 딴딴한지.”

뱉어진 ‘감’이란 단어에 송만우 PD가 픽 웃었다. ‘토템’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도 은근 기대되고.”

“예? 뭐가 말입니까?”

“아니 혼잣말.”

이쯤 송만우 PD와 최성건 주변 스탭들이 약간 소란스러워졌다. 덕분에 미간을 좁힌 송만우 PD가 조연출을 불렀다.

“뭐야? 왜 그래?”

그러자 몇몇 스탭들과 핸드폰 내려보던 조연출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표정에 약간 충격이 서렸다. 이어 조연출이 송만우 PD에게 핸드폰 화면을 보였고.

“방금 뜬 기사 같은데 대박입니다.”

고개 갸웃한 송만우 PD와 최성건이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기사 제목이 퍽 자극적이었고.

『[단독]‘거장’의 이름값에 가려진 ‘우현구 감독’의 추악한 민낯···90만 너튜버가 폭로한 그의 더러운 손길』

기사를 같이 보던 둘 중 미간을 확 찌푸린 송만우 PD가 조연출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그리곤 기사 내용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진중해진 최성건도 그의 옆에 붙었다.

이내 둘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 우현구 감독이.”

“우리가 아는 우현구 감독 맞습니까? 이거?”

기사 내용만 봐선 거장 우현구 감독은 나락행이 확정이었으니까. 것도 하루아침에.

“아니 별안간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요! 너무 뜬금없이···근데 내용 봐선 찌라시 같진 않은데요?”

“다른 기사는 떴나?”

약간 다급한 손길로 송만우 PD가 다른 기사들도 확인했다. 오래 걸릴 것도 없었다. 이미 연예면엔 우현구 감독 기사가 재빨리 깔리고 있었으니까. 하이에나 기자들이 먹잇감의 냄새를 캐치한 것.

우현구 감독 인생에 핵폭탄이 수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순간.

“!!!”

턱수염 송만우 PD의 두 눈이 순간 확장됐다.

“잠깐만. 이게 이렇게 되면.”

“···예?”

되물었던 최성건 역시 머릿속에 뭔가가 번쩍했다.

“아.”

곧 핸드폰 내려보던 송만우 PD와 최성건의 고개가 동시에 팍 올라갔다. 배우들이 앉은 메인무대 쪽을 바라본 것. 아니 정확하게는.

“토템.”

“그 감.”

무대 안 덤덤히 앉은(방구 참는) 강우진을 본 것이었다. 충분히 오해의 골이 깊어질 만한 상황이긴 했다. 저 별종 괴물 배우가 가진 본능 또는 감이 소름 끼치게 들어맞았으니까.

따라서 송만우 PD나 최성건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고.

‘이건 토템 같은 미신 정도가 아니잖아?! 미래라도 보고 왔다는 거냐??’

‘뭐야 쟨? 신내림이라도 받았어? 감으로 이걸 때려 맞춘다고? 말이 되나??!’

무대 위 배우들 사이에서도 우현구 감독의 소식이 도달했다. 시초는 다리 꼰 채 핸드폰 보던 장태산부터였다.

“어? 이게 뭐야. 와- 미쳤네. 우현구 감독 망했는데?”

그의 읊조림에 류정민 홍혜연 등 배우들이 붙었다. 하지만 끝자리 강우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묵직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딱히 세상일 따윈 궁금하지 않다는 듯. 그러나 속은 달랐다.

좀 전전긍긍했다.

‘뭐지 뭔 일 났나? 아오 씨 좀 궁금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기사를 확인한 다른 배우들은 입을 막거나 눈에 황당과 충격이 서렸다.

“미친···진짜야 이거??”

“우현구 언젠가 이런 일 터질 것 같더라. 변태기도 했고.”

“그 그래도. 선 넘었지 이건. 범죄자잖아?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이 짓거리를 한다고?”

“기사 내용이 엄청 세세하네. 피해자들도 많고. 워- 이러면 우현구 감독이나 박스무비 영화사나 나락인데. 그 영화 세트도 공사 들어갔다매? 투자자도 붙었고.”

“우현구 끝났네. 이러면 위약금도 어마어마할 텐데.”

배우들은 저마다 바삐 나불댔다. 다만 이건 우현구 감독에 관한 것일 뿐. 끝에 앉은 강우진을 일절 신경 쓰진 않았다.

그러나 옹기종기 붙은 배우 중 유일하게 한 명.

“···?”

혜연만 이 순간 강우진을 휙 돌아봤다.

‘감···이랬잖아? 근데 이렇게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고? 아니 원래부터 알고 있었나? 그게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그래도 큰 그녀의 두 눈이 더 커진다.

곧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강우진이 홍혜연과 천천히 눈을 맞췄다. 여전한 포커페이스. 여기서 우진의 단단한 눈빛을 확인한 홍혜연이 미간을 좁혔고.

‘이 상황에 침착한 것도 이상해. 너 대체 정체가 뭐야??’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강우진은 속으로 약간 흠칫했다.

‘···설마 걸렸나? 소리 겁나 죽여서 꼈는데.’

남몰래 뀐 방귀가 걸렸나 싶어서였다.

뒤로.

강우진이 인터뷰 촬영을 개시하고 약 한 시간이 흘렀을 때쯤. 각종 포털사이트는 우현구 감독 기사가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속보] ‘거장’ 우현구 감독의 추악한 진실 폭로한 너튜버 영상 조회수 폭발』

『영화계 또 터졌다 성희롱·폭행·협박 등 피해자만 다섯 이상···거물 우현구 감독은 묵묵부답』

그의 더러운 행태가 낱낱이 기사화되어 뿌려지고 있었으니까. 발 빠른 대중들의 입과 손가락으로 수많은 영역으로 뻗어 나가는 건 시간 문제. 우현구 감독은 침묵하고 있었으나 똥물 가득한 나락으로 빠질 것은 자명해 보였다.

그렇게 세상이 우현구 감독으로 온통 범벅되고 있을 무렵.

늦은 오후쯤 강우진이 포함된 배우들의 인터뷰 컷 촬영이 끝났다. 수십 스탭들은 뒷정리하면서도 우현구 감독으로 떠들어댔다.

바로 자리를 뜨지 않던 배우들도 마찬가지. 이때 홍혜연이 돌연 일어났고.

-스윽.

의자서 일어나는 강우진에게 착 붙었다. 곧 우진에겐 좋은 향기가 풍겼다. 하지만 무표정을 일관한다. 그런 그에게 홍혜연이 작게 속삭였다.

“알고 깠어요?”

“뭐가요.”

“우현구 감독. 알고 깠어요?”

아- 그 얘기? 우현구 감독 건은 이미 강우진도 듣긴 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처럼 반응이 크진 않았다. 그저 ‘그래서 F급이었나 보네.’ 정도가 다였다. 미래 힌트를 알던 그였으니까. 당연히 속으론 그 감독 쓰레기네 따위의 욕을 퍼붓긴 했다만.

그러나 그대로 말할 순 없다.

솔직히 강우진도 그 F급이 이런 사건으로 터질 줄은 몰랐다. 뭐 적당히 관객수 폭망 정도로 봤으니까. 행여 다른 건이었다고 해도 좀 나중에 터질 줄 알았다.

‘최소 영화는 개봉할 줄 알았다고.’

그즈음 되면 몇 달이 흐른 뒤니 사람들의 기억도 약간 흐릿할 테고 대강 발뺌하거나 둘러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생각보다 빨리 당도했다.

‘나 같아도 어이없겠네 내 감이 무슨 미래 예지쯤으로 보일 거잖어? 아 얼추 비슷하긴 한가?’

뭐가 됐든 홍혜연을 보는 강우진은 시니컬함을 유지하면서도 고민했다. 근데 좀 생각해보니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다. 뭐 이번에도 아사무사하게 넘어가지 뭐.

어디에도 증거는 없으니까.

증거가 없는데 어쩌겠어? 강우진이 보기에 ‘감’이란 단어는 앞으로 자주 쓸 것 같았다. 그럼 좀 정확성이 높은 편이 낫겠지. 그래도 강우진은 살짝 떨리긴 했다. 이쯤 우진에게 바싹 붙은 홍혜연이 다시 물었다. 좋은 향이 짙어진다.

“감으로 깠다면서요 우현구 감독. 근데 너무 딱 들어맞았잖아요.”

표정관리. 일단 진정이 먼저다. 속으로 격한 마인드 컨트롤을 마친 우진이 정해둔 답을 낮게 읊조렸고.

“우연입니다.”

“···우연?”

“네 우연.”

이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인 홍혜연.

“그러니까 감으로 우현구 감독을 깠는데 그게 우연이 딱 맞아서 이런 사달이 벌어졌다구요?”

“그렇게 됐네요.”

“아니 그게 말이···근데 왜 그렇게 차분해요?”

“펄쩍 뛰어야 합니까?”

때마침 놀란 토끼 눈의 꽁지머리 최성건이 무대로 뛰어왔다. 그 역시 강우진의 오른쪽에 착 붙었다.

“우진씨. 우현구 감독 건 설명을.”

“우연이요.”

“그 그렇···죠? 누가 봐도 우연이긴 한데. 이게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니까.”

말끝을 흐리던 최성건이 강우진의 얼굴을 확인했다.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아니 우연이어야 했다. 거짓말이 아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외계인이라도 믿을 수준이니까.’

인간으로 보기 힘들 정도였기에.

‘어쨌든 감이 미친 수준인데? 심지어 얜 우현구 감독을 보지도 않았잖아? 괴물의 본능 뭐 그런 부류의···근데 얜 왜 이렇게 무덤덤하냐?’

그리고 무대 밖 양쪽에 홍혜연과 최성건을 단 강우진을 가만히 지켜보는 한 사람.

‘이건 우연일 거야. 어떻게 상황이 맞아떨어진 거겠지. 문제는 그 상황을 때려 맞춘 저놈의 직감.’

턱수염 송만우 PD였다.

그에겐 이미 강우진이 규격 외였다. 과거가 불투명한 베일에 싸인 괴물 배우.

‘토템···그거 솔직히 장난 반이 섞였었는데 이 정도면 우연이든 뭐든 신이 보듬어주는 수준이야.’

속으로 읊조리던 송만우 PD가 발을 움직였다. 강우진에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스윽.

때마침 강우진과 송만우 PD가 딱 눈이 맞았다. 우진은 이때야 송만우 PD가 지척에 있음을 눈치챘고.

‘아 설마 아저씨도 붙으려고? 참아줘 제발.’

걸음을 멈춘 송만우 PD는 강우진의 비정한 무표정에서 느꼈다.

‘말도 안 되게 초연해. 이딴 거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저 별종에겐 이만한 사건 따위 일상이라는 것을. 이 순간 아무도 몰랐으나 넓은 스튜디오 안엔.

‘그 불투명한 고독하고 묵묵히 걸어온 과거에 자주 있었던 거야 이런 상황이.’

오류와 착각이 미친 듯 범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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