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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진이 참여한 마일리 카라 새 앨범의 타이틀 곡이 빌보드차트 1위에 당당히 올랐다. 그것도.
-[Billboard Hot 100]
Hot 100 차트에 말이다. 참고로 빌보드차트에서 메인이 되는 차트는 두 가지. Hot 100과 Billboard 200이 있다. Hot 100은 국내의 차트 랭킹과 비슷한 느낌. 타이틀 개별 곡의 순위를 매기는 것. Billboard 200은 여러 수록곡이 포함된 앨범 자체의 순위라 봐야 했다.
둘 다 영향력은 높지만 역시 Hot 100이 세다.
허나 Billboard 200 역시 무시 못 할 차트이며 이 차트의 1위 역시 현재는 마일리 카라의 이번 새 앨범이 차치한 상태였다. 즉 Hot 100과 Billboard 200를 카라가 씹어먹고 있는 상태였고 거기엔 당연하게도 강우진의 이름이 포함됐다.
전세계의 팝스타들과 팬들이 목을 매는 빌보드차트.
그런 빌보드차트 1위들에 한국배우가 이름을 올린 것은 당연히 최초였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 터였다. 이를 마일리 카라 역시 모르지 않았다. 메인 매니저인 조나단에게 핸드폰을 보였던 카라가 다리 꼬며 웃었다.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직후야 이렇게 되면 강우진 그를 절대 모를 수가 없지. 내 앨범이 잘 되는 것도 좋지만 그의 기대되는 미래도 재밌어.”
평소 냉정한 면모가 자주 있는 그녀의 웃음에 조나단이 턱을 긁었다.
“마일리 너 요즘 강우진 얘기만 나오면 웃는 거 알고 있어?”
순간 얼굴에서 미소를 지운 카라가 작게 헛기침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소리야 그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도 난 자주 웃는다고.”
“···글쎄. 난 본 적이 없는데.”
“됐어.”
적당히 말을 끊은 그녀가 빠르게 주제를 바꿨다. 재차 본인의 핸드폰을 본 것.
“근데 10위 안에 5곡은 좀 아쉽네.”
빌보드차트 Hot 100의 1위도 카라의 곡이었지만 나아가 10위까지 중 5곡이 그녀의 노래였다. 과연 세계적 슈퍼스타로 칭송받는 카라의 기세. 더 무서운 것은 이미 우진이 포함된 뮤비가 3억뷰를 넘겼지만.
“뭐 괜찮아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여기까지는 해봤자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어쨌든 앞으로 한동안 카라는 새 앨범 스케줄에 집중해야 했다. 곧 태블릿을 꺼내든 조나단이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
“‘이로운 악’ 쪽에서 슬슬 너의 출연을 세상에 흘리려 한다는 거 말인데. 에이전시나 나나 이르지 않나 싶어. 적어도 너의 앨범 일정들을 좀 소화하고 난 뒤가 낫지 않겠어?”
카라가 금발을 귀 뒤로 쓸며.
“이르든 늦추든 별로 상관없잖아. 강우진의 말대로라면 바로 공식 발표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흠- 그렇긴 하지만. 그런 식의 흐름은 처음 들어봐서.”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흥미롭잖아? 어떻게 굴러가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
다시 한국 대형 언론사 ‘파워패치’ 편집장실.
얼굴 넙데데한 편집장의 핸드폰 속 ‘이로운 악’의 방콕 해외로케 촬영 현장 사진. 수십 스탭들과 촬영 기기들 그리고 강우진. 하지만 각진 안경의 기자 입에서 뱉어진 이름은 어째선지 마일리 카라였다.
사진 속 옆태가 약간 흐릿한 금발의 여자 때문.
“이거- 마일리 카라?”
눈 커진 기자의 대답에 편집장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목소리를 죽였다.
“그지? 살짝 애매하긴 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이거든? 처음 본 너도 그렇다는 건.”
“누군들 마일리 카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더욱이 미간을 좁힌 각진 안경의 기자가 이해가 어렵다는 듯 이마를 쓸었다.
“아니- 근데···말이 좀 안 되는데요? 마일리 카라라고요? 그 마일리 카라가 ‘이로운 악’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상식적으로는 그렇지.”
“이 금발 여자는 마일리 카라가 아니라 그냥 현지 스탭이나 뭐 따로 구한 단역 정도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고.”
“뭣보다 마일리 카라가 한국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도- 헐리웃 작품들만 수두룩하게 들어갈 거고요. 마일리 카라 입장에선 한국 작품을 할 이유가 없죠. 이득 되는 게 뭐 있다고.”
얼굴 넙데데한 편집장이 작게 웃었다.
“그럼에도 마일리 카라처럼 보이잖아.”
“···”
“거기다 강우진이랑 친하고. 당연히 마일리 카라가 세계적 스타긴 하지 근데 지금 강우진도 글로벌 파워가 만만치 않다고?”
편집장의 얼굴에서 뭔가를 파악한 기자가 홀린 듯 답했다.
“기든 아니든 뭔가 엮어보자 이겁니까?”
“시나리오가 좋잖아 시나리오가. 그렇다고 강우진을 헐뜯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이 사진 방콕 쪽에선 꽤 난리기도 하다니까? 빳빳한지 아닌지는 부러트려 봐야 알 수 있는 법이지.”
기자의 머리가 휙휙 돌기 시작했다.
“···나쁘진 않은데요. 의문 삼아 던져보는 거로 투덜댈 이유도 없고. 솔직히 ‘이로운 악’에 이득 되면 됐지 나쁠 건 없네요. 이슈가 될 테니까.”
“이슈? 임마 마일리 카라야. 걔가 한국 작품을 찍었다는 거면 국내도 국낸데 헐리웃에서도 관심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과거까지 포함하면 마일리 카라가 한국 내한했을 당시 강우진의 너튜브만 출연했었고 이번 마일리 카라 앨범에 뜬금 강우진이 참여. 심지어 칸 영화제 개막에는 둘이 같이 행진. 분명 친한 건 맞아요. 이거로 스토리 적당히 짜고 던지면 여론이나 다른 언론도 덥석 물겠네.”
어느새 기자도 편집장도 미소가 짙다. 그중 편집장이.
“마일리 카라가 아니라면 헤프닝으로 정리하면 그만인데.”
더욱 목소리를 줄였다.
“이게 행여나 진짜면 핵폭탄 특종을 우리가 선점하는 거지.”
다만 각진 안경의 기자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에이- 마일리 카라가 설마. 그냥 헤프닝 정도로 생각하죠 저희도.”
이후.
각개전투 느낌으로 일본의 ‘낯기생’ 스케줄을 정리하고 한국에 복귀한 강우진. 그와 팀원들은 평소와는 달리 전용기에서 내렸다. 장수환 한예정 등의 십 수명 인원들은 광분한 상태.
“미쳤다! 미쳤어요 진짜!!”
“와- 내가 살면서 전용기를 타볼 줄이야···”
“진심 공감!! 종종 기사로 몇 번 보기는 했는데! 대박! 완전 대박!!”
“오빠!! 우진 오빠! 안 신기하세요?!”
방방 뛰는 팀원들에 비해 덤덤히 걸음을 옮기는 강우진은 세상 근엄한 얼굴이었다.
“딱히.”
“그게 끝??! 아니 오빠! 전용기라구요! 전! 용! 기!!”
물론 컨셉질을 위한 발악이었다. 아마 여기에서 가장 흥분한 건 강우진일 게 분명했다. 전용기에 탔을 때부터 그는 신기함을 죽어라 참았으니까.
‘시바 나도 사진 찍고 싶다고! 아빠 엄마 불알들한테 알려주고 싶다! 아니 근데 와- 씨 나한테 전용기??! 꿈인가???’
마음 같아서는 전용기 이곳저곳을 만져대며 인증샷만 수백 장 찍고 싶은 우진이었다. 하지만 죽어라 참았다.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도 애써 무시. 뭐 다행히 사진은 팀원들이 미친 듯 찍어댔기에 적당히 공유받으면 되긴 했다.
뭐가 됐든 역사적인 날이었다.
‘앞으로 해외 나갈 땐 저 전용기를 탄다는 건가?’
강우진이 전용기를 가진 날이니까. 새삼 히데키 회장의 스케일이 놀랍다 싶다. 선물로 비행기를 줘버리다니. 과연 대기업 총수. 우진의 전용기 소식은 그가 ‘이로운 악’의 세트장으로 이동하고 있을 무렵부터 퍼졌다.
그것을 차분한 한예정이 확인하곤 강우진에게 알렸다.
“오빠 기사 바로 떴네요. 전용기.”
기사들은 꽤 많이 던져진 참이었다.
『[스타포토]‘전용기’ 타고 돌아온 강우진 하지만 표정만은 담담/ 사진』
『벌써 전용기를? 칸 영화제 이후 해외 활동 본격 겨냥하나···전용기 생긴 강우진』
아마 입국장에서 우진을 반겼던 수많은 기자들의 손에서 탄생했겠지.
『‘데뷔 2년 차’에 칸에서 남우주연상도 모자라 전용기까지 타는 강우진/ 사진』
괜히 자랑스러워지는 강우진이었다.
‘이거로 아빠 엄마나 애들도 알겠네.’
전용기의 소개는 한예정이 책임진다. 그녀가 찍은 전용기를 우진의 SNS에 업로드할 예정이었으니까. 이어 약 1시간 뒤 우진이 ‘이로운 악’의 초대형 세트장에 도착했을 때 스탭들이 달려들었다.
“우와!! 우진씨! 전용기 생겼어요??!”
“전용기 타고 일본 갔다 왔다는 거 진짜?!!”
그들 역시 세상 신기한 모양. 턱수염 송만우 PD 역시 스탭들의 흥분에 합류했다. 드라마판 거물인 그였지만 전용기 타는 배우는 몇 못 봤으니까.
“최 대표님이 준비한 건가? 전용기를? 이번 한 번만 그렇게 한 거죠?”
“아니요. 앞으로는 전용기를 이용할 듯싶습니다.”
“허-”
촬영장 전체로 백여 명 스탭들에게 소문은 삽시간이었다. 반면 송만우 PD는 금세 침착해졌다. 그런 그가 촬영 준비 중인 강우진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우진씨가 말했던 ‘그녀’ 건. 흘렸으니까 곧 입질 올 겁니다.”
뒤로 강우진은 ‘이로운 악’ 촬영에 집중했다.
밤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졌고 스탠바이는 아침 일찍이었다. 야외 촬영이 촬영 스케줄에 없는 건 아니지만 송만우 PD가 세트장 촬영부터 쳐내자는 결정에 현재 ‘이로운 악’의 촬영은 대부분 세트장이었다.
이쯤.
『[이슈톡]‘강우진’ 참여한 ‘마일리 카라’의 신곡 빌보드차트 점령!』
마일리 카라의 새 앨범이 빌보드를 씹어먹고 있다는 것이 국내에 퍼졌다.
『칸도 모자라 ‘빌보드차트’에도 이름을 올린 강우진 세계적 인지도 끝도 없이 오른다』
뮤직비디오의 억단위 조회수로 진작에 팽배한 이슈였으나 역시 명확한 결과가 현실로 나오니 언론이나 여론의 반응이 몇 배는 치솟았다.
-카라 이번 노래 좋음ㅎㅎㅎㅎ
-내가 강우진 팬은 아닌뎈ㅋㅋㅋㅋ노래 듣고 충격먹음ㅋㅋㅋㅋㅋ개좋아서
-아니 카라야 원래 지렸으니까 그렇다 치는데….강우진 얘는 진심 못 하는 게 뭐임??
-와…강우진….음색 진짜…젭라 솔로 곡 좀 내줘요 오빠….
-중간에 피아노 치는 거 강우진이 친 거임??
-이 노래 지금 해외에서 미쳤음ㅋㅋㅋ진짜 강우진은 전설로 남을 듯
-지금 이 곡 뮤비 너튜브에서 3억뷰 넘김ㄷㄷㄷㄷㄷㄷ
-무한 스트리밍중!!!
-이러다 진짜 강우진이 앨범 내서 빌보드 씹어먹는거 아니냨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강우진은 나름 침착했다.
‘신기하긴 한데 공룡보단 낮지.’
이미 마일리 카라에게 DM을 받았기 때문. 거기다 사실 애초 빌보드차트네 뭐네 딱히 잘 몰랐기에 감흥이 옅은 것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국내 언론 여론은 추가된 이슈에 더더욱 난리법석을 피웠다.
그렇게 며칠 뒤.
-♬♪
강우진의 핸드폰이 알람을 울렸다. 시간은 새벽 5시쯤. 장소는 우진의 삼성동 집. 컴컴한 집안 속 침대에서 부스스 눈을 뜨는 그.
“···으어-”
곡소리를 낸다. 어제 ‘이로운 악’의 촬영이 자정쯤 끝났고 집에 온 것이 새벽 1시. 잠에 든 것은 2시였다. 3시간 남짓 잤으니 좀비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오늘도 그의 스케줄은 풀이었다. 7시에는 샵에 도착 해외 언론사와 인터뷰 두 건 화보 촬영 낮 이후 ‘이로운 악’ 촬영 밤엔 너튜브 채널 ‘강우진 부캐’로 미팅도 있었다.
“이러다 진심 죽을지도.”
침대에 웅크린 채 혼잣말을 뱉은 그가 어렵사리 일어났다. 일단 냉장고에서 생수통을 꺼내 반쯤 벌컥댄 그가 바로 거실 탁자에 올려진 대본을 집었다. ‘이로운 악’의 대본. 아공간을 진입할 속셈.
“일단 1차로 좀 쉬다 오자.”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어 아공간에선 퍽 오랫동안 빈둥대던 강우진이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다. 나름 얼굴색은 회복. 대충 씻은 그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집을 나섰고.
-스윽.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쌓인 연락이 어마무시했다. 전부 확인할 순 없으니 급한 것만. 쌓인 톡들 중 최성건의 것을 본 강우진이 엄지를 움직였다.
내용은 짧았다.
-(링크)
-기사 떴다.
약간 고개를 갸웃한 강우진이 최성건이 보내온 링크를 터치했다.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문을 열었고 그의 핸드폰 화면이 바뀌었다. 출력하는 것은 한 기사였다. 몇 분 전에 쏘아 올린 따끈따끈한 기사. 타이틀을 보자마자 강우진이 작게 입을 열었다.
“오-”
당연했다. 오매불망은 아니지만 꽤 기다렸던 기사였으니까.
『[단독]세계로 뻗어 나가는 ‘강우진’ 그의 ‘이로운 악’ 방콕 해외로케 촬영장에 보이는 ‘마일리 카라’···‘이로운 악’에 마일리 카라 출연?』-파워패치
기사 내용엔 익숙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애매한 느낌의 금발의 여자 그리고 강우진. 업로드한지 몇 분 안 된 기사였지만 댓글이 100개가 넘어가고 있었고.
‘스노우볼 스타트.’
금세 달려든 언론들을 상기하며 강우진이 속으로 웃었다. 뿌듯해서였다. 이쯤 엘리베이터가 다시금 문을 열었고 강우진은 포커페이스를 진하게 만들었다. 지하주차장에 대기 중인 검은색 밴. 우진이 다가오자 밴의 옆문이 열리며 큰 덩치의 장수환이 내렸다. 최근 그는 로드에서 한 단계 승진한 상태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오늘 역시 텐션 높은 그의 인사에 강우진이 낮게 답했다.
“응 아침은.”
“형님 샵에 있을 때 먹어야죠!”
우진이 다가오자 장수환이 돌연 엄지를 보였다.
“드디어 아닙니까?!!”
무슨 뜻인지 안다는 듯 강우진이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일본 쪽 모니터링 시작했슴다!!”
영업용 핸드폰을 꺼내 흔드는 장수환. 오늘은 10월 26일 화요일.
“느낌이 어때?”
“벌써 기사 뜨고 난립니다! ‘낯기생’이 예매율 1위 먹은 건 당연하고요!”
‘낯기생’의 개봉 첫날이었다.< 연쇄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