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 (3)
강우진에게 알리기 위해 핸드폰을 올리던 신동춘 감독이 멈칫했다.
“···”
손을 멈춘 그의 눈시울이 붉다. 수년의 고통과 고초가 돌연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무시를 당했나? 얼마나 지옥 같은 나날들을 겪었었나? 다만 그 빌어먹을 시간들은 실패가 아니었다.
벼랑 끝에서 강우진을 만나 영화를 완성 시켰으므로.
그러니 서로 와락 안은 편집 기사들의 모습은 신동춘 감독에게 아름답게도 보였다. 고작 단편 영화였으나 대충하진 않았다. 오히려 몇 배의 노력이 더 들어갔다.
열정과 시간을 갈아 넣은 결실.
작품의 무게와 단편 상업을 떠나 이들은 기뻐할 권리가 있었다. 이쯤 편집 기사 한 명이 비죽 웃으며 눈가가 촉촉해진 신동춘 감독에게 시선을 맞췄다.
“제 느낌이지만 역작 나왔습니다. 진짜 ‘미장센 단편 영화제’ 제대로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그러라고 백날 천날 편집에 붙은 거 아닙니까. 만족합니다. 우진씨도 그럴 거고.”
여기서 다른 편집 기사가 대뜸 주제를 바꿨다.
“아- 근데 ‘미장센 단편 영화제’ 올해부터 분위기가 좀 바뀐다는 소리가 있던데요?”
“아아 그렇지. 후원사가 바뀌었다지 아마?”
“맞아. 후원사. 뒷배가 교체되면 보통 첫해에는 변화가 무지막지하게 일어나잖어.”
“가뜩이나 ‘미장센 단편 영화제’가 나름 단편 예술 계통에선 메이전데 돈 좀 들이붓는 건가?”
되물음에 신동춘 감독이 상관없다는 듯 웃었고.
“당연히 큰 변화가 있긴 하겠지만 괜찮아요. ‘흥신소’는 어디 내놔도 눈길을 확 끌 겁니다.”
“하긴. 일단 주연 연기가 미쳤죠.”
편집 기사가 웃으며 모니터를 검지로 찍었다.
“테스트 시사는 하실 겁니까?”
“당연히 해야죠. 주요 배우 두 분이 촬영 중이라 오실지는 모르겠다만···”
말끝을 흐리던 신동춘 감독이 멈췄던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그러다 강우진이 촬영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졌다. 덕분에 그가 상대를 최성건으로 바꿨다.
연결 신호는 짧았다.
“예예 신 감독님.”
곧 핸드폰 너머 최성건의 대답에 신동춘 감독이 단단하게 말했다.
“최 대표님 방금 ‘흥신소’ 편집 끝났습니다. 테스트 시사 잡으면 됩니다.”
“···드디어.”
최성건은 ‘흥신소’ 주요 배우 두 명의 대표면서 투자자였다.
“잡아야죠 날 당장 잡죠.”
“우진씨하고 혜연씨는 참석 가능합니까?”
“혜연이는 본격적으로 촬영 들어가서 좀 힘들 것 같고. 우진이는 중반부라 가능할 겁니다.”
이 순간은 핸드폰 너머 최성건에게도 퍽 중요했다.
“일단 본인 의사부터 물어볼게요.”
다음 날 11일 아침 한 음향 스튜디오.
시간은 8시쯤. 최성건을 포함한 매니저팀들과 복도를 걷는 강우진이 보였다. 딱히 만진 것 없는 네추럴한 짧은 머리에 간단한 후드 차림. 그리고 무심한 표정. 하지만 그는 지금 퍽 두근대고 있었다.
‘무려 내가 나온 영화를 본다니.’
곧 ‘흥신소’의 테스트 시사가 있을 예정이었으니까. 다행히 ‘프로파일러 한량’의 촬영은 점심 이후로 미룰 순 있었다.
이때.
-끼익.
최성건이 스튜디오의 두터운 문을 열었다. 내부는 녹음실과 비슷한 형태였다. 좁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 수많은 모니터 하며 이름 모를 키보드들.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은 소품들도 보였다. 바가지라든지 야구방망이나 여자의 하이힐 등등.
음향 작업을 위한 것이지만 강우진에겐 생소할 수밖엔 없었다.
이쯤.
“아 오셨습니까?”
사각턱 신동춘 감독을 포함해 스튜디오에 미리 도착한 인원들이 강우진 팀을 반겼다. 대충 너덧 명이었다. 신동춘 감독을 빼면 우진에겐 전부 낯선 이들. 그러거나 말거나 신동춘 감독과 최성건이 먼저 인사를 나눴다.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하하하 제가 다 기쁘네요 진짜.”
“뭘요 다 투자자님 덕분입니다.”
“어이구 민망해라.”
“아 저분은 음향 감독님이고 이 분은 저번에도 한 번 보셨죠? 제작사 쪽 실장님.”
상기된 얼굴의 신동춘 감독이 모두를 소개했다. 인사를 마친 신동춘 감독이 강우진에게 붙었다.
“우진씨.”
그는 편집 기간 망가진 자신의 몰골보단 강우진을 걱정했다.
“얼굴이 반쪽이 됐네. 촬영 빡세죠? 특히 형님. 아니 송 PD님 현장이 드럽게 빡세기로 유명해요.”
뭐지 이분. 어디 섬에 고립됐었나? 지금 내 걱정을 하실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우진이 보기엔 신동춘 감독이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닌 듯싶었고 강우진이 낮게 물었다.
“···감독님은 괜찮으십니까?”
“응? 나? 아아 괜찮아요. 며칠 좀 못 자고 못 먹어서 그래. 이 정도는 뭐 늘 있는 일이고.”
우진은 새삼 공감하면서도 혀를 내둘렀다. 무서운 연예계. 본인도 지옥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신동춘 감독이 세팅해둔 간이 의자를 가리켰다.
“자세한 얘기는 차차 하고 일단 먼저 보시죠. 아 뭔가 긴장되네요.”
곧 강우진을 시작해 모두가 의자에 앉았다. 와중 우진은 음향 스튜디오를 살짝 둘러봤다. 영화라는 게 이런 곳에서 완성되는 거구나 싶었으니까. 순간 ‘흥신소’를 촬영했던 일주일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동시에.
-탁 탁!
스튜디오의 불이 꺼졌다. 어느새 내부는 암흑으로 뒤덮였고 강우진의 긴장도가 높아졌다. 본다. 이제 진짜 내 영화를 본다. 단편이지만 첫 주연에 첫 작품. 뭔가 어색하면서도 현실감이 동떨어지는 우진이었다.
‘···진짜 몇 달 전만 해도 디자인회사에서 피똥 싸고 있었는데.’
지금은 주연 배우로서 본인 영화를 보기 직전이었다. 꿈같기도 했다만 지극히 현실이었다.
이 순간.
“시작하겠습니다-”
작업대 중간에 앉은 음향 감독이 기기를 조작했다. 그러자 정면 여러 모니터 중에 가장 큰 모니터가 작동했다.
-♬♪
뭔가 두쿵거리는 효과음이 먼저 들렸고 검은색 모니터에선 서서히 회색 연기가 출력됐다. 그 회색 연기가 전부 사라지고 나서야 중간에 뜬 타이틀이 선명해졌다.
-‘흥신소’
약 5초간 유지하던 타이틀이 사라지자마자 창문 열리는 소리가 스튜디오 전체로 퍼졌다. 드르륵. 이 소리가 끝난 뒤에 모니터에 영상이 출력됐다. 동시에 강우진이 약간 눈을 크게 뜨며 흥분했다. 물론 티는 안 났다.
‘으악 나다. 은근 민망하네 이거!’
큰 모니터 속에 강우진이 등장했으니까. 아니 정확하게는 김류진이었다. 그가 ‘흥신소’ 글자들이 붙은 낡아빠진 창문을 연 것. 머리는 산발에 피부도 거칠다. 눈동자도 흐리멍텅한 게 영혼이 없는 느낌.
그런 그가.
[“후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시작 포커스는 창가에 선 김류진의 바스트. 김류진은 멍하게 담배만을 피운다. 진중하면서도 힘이 빠졌다. 우진은 이 순간 도망칠까도 생각했다. 그때 장면교체. 김류진의 옆모습으로 바뀌고.
[“갈까 의뢰인 보러.”]
김류진이 익숙하게 창틀에 담배를 구겼다.
뒤로 약 40분.
‘흥신소’의 확정 러닝타임은 44분이었다.
강우진은 내내 어색함과 민망함이 동반되긴 했으나 대체로 근엄하게 집중하며 영화를 시청했다.
‘나는 그렇다 치고 홍혜연님은 무슨 역이든 진짜 미모 미쳤네.’
완성된 ‘흥신소’는 강우진이 아공간에서 직접 경험한 것과 매우 유사했다. 마치 자신의 인생을 영상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어떠셨어요 우진씨.”
신동춘 감독의 물음에 강우진은 약간의 흥분을 억눌렀다. ‘흥신소’의 퀄이 좋기도 했지만 이 분위기상 극찬을 쏟아내는 게 맞겠지.
‘···그래도 내가 넘어진 장면을 그냥 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 건 그냥 삭제해주셨어야죠 예? 감독님.’
뭐가 됐든 우진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읊조렸다.
“최고였습니다.”
그 시각.
한창 강우진이 ‘흥신소’에 빠져있을 무렵 방송가에는 소리 없는 전쟁이 준비되는 중이었다. 박은미라는 스타작가와 여러 탑배우들로 상반기 최고 기대작 평가를 받는 ‘프로파일러 한량’을.
『SBC ‘프로파일러 한량’ 견제 나선다! MBS TVM 나란히 겹치는 편성 진행』
타 방송국들이 견제하기 시작한 것.
상대는 공중파 MBS와 종편 TVM이었다. 요즘엔 종편이나 케이블도 무시 못 할 존재였다. ‘프로파일러 한량’의 첫방 5월 15일과 같은 날에 편성 확정.
『[연예계톡]SBC MBS TVM 나란히 금토 미니 드라마 격돌!』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편성이 겹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상황이야 매우 자주 있기에 방송가에선 퍽 익숙한 그림이었다.
SBC MBS TVM.
세 방송국의 홍보 전쟁은 점점 거세졌다. 기사에는 자신들이 캐스팅한 탑배우들의 이름이 가득했고 SNS로는 여러 이벤트를 걸면서 대중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너튜브나 기타 영상 플랫폼에서도 계속해서 신작 언급을 떠들어댔다.
『SBC는 류정민·홍혜연 MBS는 고만욱·이아영 TVM은 김지우·곽소라···라인업 휘황찬란하다!』
이를 접한 수많은 대중들은 일단 입맛대로 기대감을 표했다.
-와….5월에 볼 거 ㅈㄴ많넼ㅋㅋㅋㅋㅋㅋ
-칼퇴해야 될 이유가 늘었네ㅎㅎ 난 류정민 팬이라 한량 볼래요~~
-박은미 작가 스토리 꼬는 거 은근 역함ㅋㅋㅋㅋ요즘은 TVM이 드라마 강세임ㅋㅋㅋ
-홍혜연이냐 곽소라냐…….솔까 곽소라 미만잡아님?? 연기 얼굴 몸매 압승임.
-↑ㅂㅅ이냐? 어딜 홍혜연한테 곽소라를 비비냐??
-MBS 계속 망작만 찍더니ㅋㅋㅋㅋ올해는 좀 칼갈았나보넼ㅋㅋㅋ기대된다!
-류정민! 류정민!! 류정민!!! 빨리 나와라!!
-솔직히 박은미 작가 거품 오지지 않냐?ㅋㅋ
-5월은 가정의 달인데….드라마만 오지게 보게 생겼어….
안 그래도 금토일 드라마 전쟁은 치열한 편인데 지금의 상황은 마치 화산 폭발하기 직전 같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슬슬 언론에선 전쟁 구도를 잡기 시작했다.
『[이슈체크]SBC MBS TVM은 지금 치열한 드라마 홍보 전쟁 중!』
승자와 패자라는 떡밥을 던진다.
『동시에 신작 드라마 들어가는 SBC MBS TVM···5월에 과연 누가 웃을까?』
덕분에 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같은 날 오후. 용인 양지.
논과 밭이 있는 한 마을의 공터에 ‘프로파일러 한량’ 촬영팀이 뿌리를 내렸다. 마을 쪽과는 얘기가 된 상태. 이미 오전에 세트 촬영은 마친 ‘프로파일러 한량’ 촬영팀이었고 여기서부터 길면 늦은 오후까지 야외 촬영이 잡혀 있었다.
이곳에서 찍을 장면은 박대리의 연쇄 살인에 관한 현장 검증 씬이었다.
박대리는 수갑을 찬 상태로 이 마을서 행한 살인을 덤덤히 재연할 예정이고 많은 경찰과 구경꾼들이 보출로 등장한다. 따라서 ‘프로파일러 한량’의 류정민과 홍혜연 포함 주·조연들도 모두 모였다.
물론 메인은 박대리였다.
대본상으로는 박대리가 인형에 대고 본인이 행한 살인을 재연함과 동시에 박대리의 회상으로 살인한 당시를 생생히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한 마디로 강우진은 현장 검증 씬과 실제 살인 씬을 모두 연기해내야 했다.
현재의 박대리와 과거의 박대리 모두.
당연히 격한 변화는 있어야 했다. 현장 검증에서는 무던하지만 실제 살인 컷에서는 쾌락이 난무할 예정이었으니까. 어쨌든 수십 스탭들은 세팅을 서두른다. 인형이 세팅되고 각종 범행 소품이 놓인다.
“기자 경찰 보출 분들 모이세요!!”
“막내야! 여기 반사판 하나 더 가져오라니까 뭐하고 자빠졌어!!”
류정민과 홍혜연 등의 배우들은 메이크업 중이었다. 미리 현장에 가서 대본을 보는 배우도 있었다. 그중에서 오늘의 메인인 박대리역의 강우진은.
“···”
1등으로 메이크업을 끝낸 뒤 자리에 앉아 멍때리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오늘 아침에 본 ‘흥신소’를 생각하는 중.
‘확실히 편집을 거치니까 뭔가 느낌이 다르긴 하던데.’
다만 이 모습이 지나치는 스탭들에겐 뭔가 분위기 있게 비췄다.
“우진씨 저러고 있으니까 뭔가 우수에 찬? 뭐 그런 것 같지 않어?”
“보니까 우진씨 평소엔 되게 냉랭한데 은근 츤데레더라. 스탭들 뒤에서 말없이 챙겨주고 그러던데? 앞에 조심하라 그러거나.”
이때 승합차에 들렀다 복귀한 꽁지머리 최성건이 강우진에게 다가왔다. 뭔가 고개를 갸웃대면서.
“스읍- 저 배 나온 아저씨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지?”
바로 앞에서 얘기하는데 무시하기도 좀 그랬는지 우수에 찬 눈빛인 강우진이 착 깔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누굴 보셨습니까?”
“응? 아니 저어기 공터 주차장에 어디서 많이 본 푸근한 아저씨가 있어서. 마스크 쓴 건 스탭들 몇몇도 그래서 이상하진 않은데 뭔가 전체적인 분위기나 풍체가 낯익단 말이지.”
“스탭이 아닌 겁니까?”
“글쎄. 그게 확실치가 않네. 가서 물어볼까.”
그 순간.
“우진씨!! 리허설 스탠바이요!!”
조연출이 강우진을 콜했다.
촬영 돌입 10분 전.
적당한 동선과 구두 리허설이 끝났다. 카메라나 조명등까지 모두 세팅이 끝난 상태에다 강우진 포함 전체 배우들의 메이크업과 의상 준비도 마무리됐다. 이젠 촬영만이 남은 상황. 그런데 모니터 몇 대가 놓인 자리의 송만우 PD가 심각하다.
“아니지. 너무 동화같이 가면 안 되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지옥을 동화 느낌으로 표현하는? 콘티 회의 땐 잘 이해하는 것 같더니 왜 그래요?”
송만우 PD는 VFX(특수 시각효과) 팀과 대화 중이었다.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 주변엔 스탭이나 배우들도 꽤 많았다. VFX 팀은 CG 등의 작품 속 특수효과 쪽을 맡는다. 최근 드라마엔 특수효과가 거의 100%로 삽입되므로 VFX 팀은 매우 중요했다.
‘프로파일러 한량’ 역시 마찬가지.
어쨌든 지금은 ‘박대리’ 관련 그의 심리를 표현하는 세상이 여러 색깔로 탈바꿈되는 씬에 관해 얘기 중이었다. 이번 현장 검증 씬에도 들어갈 예정이었다. 따라서 현장시찰 겸 동행한 VFX 팀. 그들은 4명이었는데 외국인도 섞여 있었다.
느낌상 민머리 외국인이 중심.
그런 그에게 한국인 팀원이 송만우 PD의 말을 영어로 전달했다. 그러자 민머리 외국인이 송만우 PD를 보며 입을 열었다. 물론 뱉은 건 영어였고.
“그렇다면 평범한 도시에 색깔이 바뀌는 느낌인가요? 이곳도 마찬가지고?”
한국인 팀원이 송만우 PD에게 통역했다. 송만우 PD는 약간 미간을 좁혔다.
“아니 그러니까.”
이때. 송만우 PD의 뒤에서 낮은 톤의 영어가 돌연 들렸다.
“배경은 어디든 상관없어요.”
덤덤한 남자 목소리.
“배경은 상관없이 동화책의 밝은 톤을 어둡고 기괴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덕분에 VFX 팀 송만우 PD 류정민이나 홍혜연 등의 배우들 주변의 스탭들 전원의 시선이 움직였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와중 매우 시니컬한 톤의 영어가 같은 방향에서 다시금 들렸다.
“바닥은 보라색 나무나 풀들은 전부 짙은 파란색 하늘은 검은색 사람들은 저마다 색이 달라야 해요. 배역이 보는 색들은 의아해야 합니다. 기괴스러움이 중요해요.”
모두가 보는 방향엔 강우진이 무심하게 영어를 뱉고 있었다. 너무도 유창했다.
“아 저는 그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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