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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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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화 조커 (5)

아침 10시쯤· 광활한 ‘컬럼비아 스튜디오’ 내의 한 세트장이 붐볐다· ‘삐에로:빌런의 탄생’ 백여 명 외국인 스탭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당연히 진두지휘하는 건 안가복 감독이었고 그의 옆엔 총괄 프로듀서 노라 포스터도 보였다·

그래서 강우진은?

‘크- 이 트레일러는 보면 볼수록 지린단 말이지?’

촬영존에서 조금 떨어진 여러 대가 놓인 트레일러 중 한 곳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우진은 현재 턱을 가리는 젖은 머리 헤진 후드와 청바지 등 분장과 의상은 이미 ‘헨리 고든’으로써 갖춘 상태· 얼굴은 아직 ‘조커(Joker)’처럼 변하지 않았다·

현재는 다른 배우 촬영 중으로 대기·

오늘 그의 촬영 스타트는 ‘헨리 고든’ 모습이었고 후반부엔 각성한 ‘조커(Joker)’의 씬들이 이어진다· 뭐 당연하겠지만 여기 헐리웃도 촬영 씬은 중반 초반 중반 후반 이런 식으로 중구난방이었다·

뭐가됐든 옷걸이에 ‘조커(Joker)’의 옷이 걸린 트레일러 안 강우진이 비치된 3인 소파에 두 다리를 올리며 누웠다·

“개편하네-”

그런 소파에 누운 우진이 트레일러 이곳저곳을 훑었다·

호텔의 축소판이었다·

소파 탁자 의자 TV 등등· 없는 게 없다· 우진은 잠시잠깐 컨셉질을 벗은 채 읊조렸다·

“이런 거 얼마쯤 하나? 한국에도 있을 텐데- 캠핑카라 부르던가· 여튼 비싸겠지? 휴식 때 이런 거 끌고 캠핑하면 존잼일 거 같은데·”

핸드폰으로 캠핑카 또는 트레일러를 검색한 강우진· 결과적으론 가격은 천차만별이긴 했다· 수백 또는 수천에서 많게는 억 단위도 보인다· 우진이 별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여 생각보다 싸네?”

순간 억 단위를 싸다고 말한 그가 헛웃음을 뱉었다·

“와- 씨 나 지금 억을 싸다고 한 거냐?”

하지만 지금의 강우진 위세와 수입으로 따지면 억은 싼 게 맞다·

‘크크 조만간 제일 좋은 놈으로 하나 사야겠다· 아- 사는 김에 보트도 하나 장만하고· 보트? 시바 그럼 제주도에 걍 별장도 하나 사야지·’

그냥 꿈을 꾸는 게 아니다· 강우진은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걸 살 수 있었다· 곧 그가 핸드폰 메모장에 살 것들을 적었다· LA에서 쓸 차와 캠핑카나 트레일러 보트 별장 등등·

‘건물도 하나 사? 부모님 가게 글로 옮기고? 까짓거 고·’

하다 보니 끝도 없이 파생된다·

“와 근데 내 인생 진짜 미쳤네·”

이후 30분쯤 지났을 때 스탭들이 강우진을 콜했다· 곧 우진은 촬영에 돌입했다· ‘헨리 고든’부터였다· 강우진은 ‘삐에로:빌런의 탄생’의 초반부 ‘헨리 고든’을 끌어 올려 촬영에 집중했다·

며칠 전 광기에 빠졌던 ‘조커(Joker)’와는 전혀 딴판·

비극이 가득하지만 억지로 참고 무시하는 모습이 팽배한 ‘헨리 고든’의 연속· 그러나 그의 눈빛 또는 내면에는 괴랄한 것이 꿈틀대고 있었다· 묘하게 스산한 표현이 카메라에 절절히 출력됐으니까·

초반 ‘헨리 고든’을 연기하는 우진을 보며 외국인 스탭들이 수군댔다·

“냄새가 완벽히 달려졌어 며칠 전에 그 소름 돋는 것을 봐서 그런지 차이가 더 심해·”

“배우들에게 감정 스위치야 자유자재인 게 당연하지만- 강우진은 딜레이가 전혀 없지 않아요?”

“맞아 나도 그 부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감정이 판이한 씬이 번갈아 나올 때 조금의 시간을 가지는 게 보통이니까· 그러나 강우진에겐 그런 게 전혀 없어·”

“오늘 오후부터 ‘조커(Joker)’ 씬의 촬영이죠? 그땐 또 대수롭지 않게 광기를 내뿜겠네요·”

“대체 저런 터무니 없는 스킬을 어찌 3년 만에 터득했지?”

“데뷔만 3년 전에 한 거고 그 전에 어디선가 충분히 갈고 닦았다고 들었어요· 감독님이 그러던데?”

그렇게 초반부 ‘헨리 고든’의 모습 촬영은 이른 오후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하지만 촬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듯·

“30분 뒤 스탠바이!!”

정신없이 굴러갔다·

강우진에게 여러 분장팀 스탭들이 달라붙었다· ‘헨리 고든’이던 그의 얼굴이 점차 괴이하게 변한다· 허연 얼굴과 눈 주변은 심히 직사각형의 검은색이 칠해졌다· 코와 입엔 붉은색이 짙다·

금세 우진은 ‘조커(Joker)’로 탈바꿈됐다·

분장 중 무심한 표정을 짓던 강우진·

‘어후- 분장팀이 한국보다 두 배 정도 몰리니까 뭔가 부담되는데·’

변신이 끝난 그는 이제 의상을 갈아입어야 했다· ‘조커(Joker)’의 옷 말이다· 강우진에게 ‘조커(Joker)’ 옷을 손에 든 스타일리스트 팀원들이 다가왔다·

이쯤·

“우진·”

뒤쪽에서 늙은 목소리가 끼었다· 돌아보니 목에 헤드폰을 낀 안가복 감독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옆엔 인상이 센 총괄 프로듀서 노라 포스터도 함께였다· 그녀는 자유자재로 촬영장을 드나드는 중이었고 우진에게 다가오던 스타일리스트 팀원들이 잠시 멈췄다· 이어 강우진이 안가복 감독에게 시선을 맞췄다·

“네 감독님·”

“‘조커(Joker)’ 의상 말이야·”

검지로 빨간 재킷 등의 ‘조커(Joker)’ 옷을 찍은 안가복 감독이 영어로 말했다·

“촬영 전에 물어보고 싶은데 혹시 자네가 생각한 게 있나? 의상에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묻는 거야·”

안가복 감독은 며칠 전 우진이 애드립으로 완성한 ‘조커(Joker)’ 씬을 목도 했기에 본 촬영을 앞둔 시점에 따로 강우진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했다·

혹시나 해서였다·

강우진이 준비된 ‘조커(Joker)’ 의상을 밋밋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니·

아니 안가복 감독의 표정엔 확신이 차 있었다·

“자네라면 또 뭔가 생각지도 못한 걸 떠올리고 있을 테지·”

“······”

근엄한 표정인 우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예?! 개뿔 없는데요?’

전혀 일말의 생각조차 한 적이 없으니까· 이게 뭔 상황이냐? 얼굴의 딱딱함은 변화가 없지만 강우진은 순간 복잡해졌다· 그러다 살짝 귀찮음이 상기된 우진이 솔직하게 답했다·

“아니요 없습니다·”

“······정말인가?”

아오- 씨 안가복 감독의 되물음에서 우진은 뭔가 거슬림을 느꼈다· 더불어 쎈척의 유지도 있었다· 곧 안가복 감독의 옆에 있던 프로듀서 노라 포스터가 끼었다· 그녀는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감독님· 그가 딱히 생각한 게 없는 모양인데 부담을 주고 계신 것 같은데요 그리고 현장에서 정해진 것이 너무 바뀌면 키스탭들 사이로 잡음이 있을 수 있어요·”

여기서 강우진의 귓가에 강렬히 박힌 것은 ‘부담’이란 단어였다· 극한의 컨셉질엔 ‘부담’ 따윈 존재하면 안 됐다· 우진은 아무거나 뱉을 결심을 내렸다· 순간 왜인지 그의 뇌리에 과거 어릴 적 엄마의 호통과 등짝 스매시가 스쳤다·

‘강우진!! 내가 양말 벗으면 바로 세탁기에 넣으라고 했어 안 했어!!’

등이 저릿한 강우진이 노라 포스터를 보다가 시선을 안가복 감독에게 옮겼다· 그의 입에서 낮은 톤의 영어가 나왔다·

“‘조커(Joker)’의 양말이 좀 심심합니다·”

노라 포스터와 안가복 감독이 동시에 강우진에게 고개를 돌렸고 우진은 돼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마인드로 뱉은 말을 속행했다·

“지금의 ‘조커(Joker)’ 양말은 그저 그런 흰색입니다·”

“그렇지·”

“짝짝이로 바꾸는 게 낫습니다· 검은색과 흰색이든 빨간색과 파란색이든·”

“흠- 그런 걸 떠올린 이유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상기돼서요· 라고 답하지 못 하는 강우진은 대강 에둘러서 답했다·

“눈에 띌 테니까요 상극인 게·”

이건 말 그대로 서로 맞지 않고 특이하니 잘 보일 거라는 뜻이었다·

‘일단 무난하진 않잖어?’

하지만·

“······”

잠시간 우진의 묵직한 얼굴을 응시하던 안가복 감독이 픽 웃었다· 그리곤 멋대로 추측한 걸 설명했다·

“조커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지닌 인물· 그것을 양말로 비유하겠다 이거군· 그렇지? 더불어 사회적으로 밀려드는 억압의 시선을 ‘조커(Joker)’는 가뿐히 무시하고 있다는 장치도 되고·”

몇 초 정도 입을 다물었던 강우진이 별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얻어걸렸지만 전혀 아닌 티를 냈다· 얼굴의 철판이 두텁다·

“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좋겠습니다·”

뒤로 의상과 분장이 바뀐 강우진이 다시금 촬영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덤덤하게 걷는 그를 보는 백여 명 외국인 스탭들이 웅성댔다·

“소름 돋게 잘 어울려·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잘 어울린다보단- 계획된 인물이었지만 강우진만의 ‘조커(Joker)’가 완성됐어·”

이어 우진이 카메라들이 집중하는 존에 도착했다· 턱까지 오는 웨트한 붉은 긴 머리 허연 얼굴과 검고 벌겋게 그려진 눈과 코 두텁고 쭉 찢어진 듯 그려진 입술 파란 셔츠 위 노란 조끼와 빨간 재킷 마찬가지로 빨간 바지와 헤진 갈색 구두·

그 구두 위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란색과 빨간색 짝짝이 양말·

“······”

‘미치광이 광대’와 진배없는 강우진은 무심히 카메라를 응시했고 주름진 미소를 지은 안가복 감독이 속으로 읊조렸다·

‘제길······얼른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군· 대형 스크린으로 저 모습을 보면 어떨까·’

완성형 ‘조커(Joker)’를 하루빨리 세계 대중들에게 떨어트리고 싶었으니까·

“저건 터무니없이 웅장할 거야 다른 의미로·”

16일·

아침에 강우진이 트레일러에 들어서자마자·

“후우-”

잠시 컨셉질을 내려놓고는 소파에 푹 누웠다· 낯선 환경 새로운 캐릭터 그 캐릭터인 ‘조커(Joker)’의 무게감 때문인지 점차 피곤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오늘부턴 아공간 좀 더 자주 가야겠네·’

이때였다·

-똑똑·

트레일러에 노크 소리가 퍼졌다· 순간 본체 강우진이 움찔하며 누웠던 자세를 훅 바꿨다· 컨셉질을 장착하며 근엄하게 다를 꼰 것· 약간 심장이 두쿵댔다· 이어 목소리를 착 깔며 영어를 뱉었다·

“네 들어오세요·”

당연히 스탭인줄알았다· 그런데 트레일러 문을 열고 입장한 것은 존잘 남자였다· 아니 짙은 갈색 눈의 크리스 하트넷· 그는 대기 중이었는지 아니면 방금 도착했는지는 모르지만 모자를 푹 눌러쓴 상태였고·

“강우진씨 잠시 얘기 좀 할까요?”

여유롭게 말하는 그에게 강우진이 무심하게 반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고마워요·”

앉은 크리스가 다리 꼰 채 앉은 강우진을 가만- 히 보다가 대뜸 입을 열었다·

“···첫 촬영 때 ‘헨리 고든’이 ‘조커(Joker)’로서 처음 각성하는 씬의 애드립·”

핏물로 ‘조커(Joker)’의 얼굴을 만든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내 배우 인생을 통틀어서 처음으로 경이로움을 느낀 연기였어요· 몇 초간 내 뇌가 정지할 정도였죠· 하하 친해지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

존잘 헐리웃 탑배우 크리스가 눈앞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강우진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중이지만·

‘입꼬리 올라 가지마!’

당연히 흐뭇해하고 있었다· 아니 저런 세계로 인기 터지는 헐리웃 배우가 뇌가 멈췄다는데 당연히 기분 좋지· 알맹이 강우진의 소시민적이라면 상상도 못 해볼 광경이었다·

하지만 호들갑 떨 타이밍이 아니다·

‘여긴 의젓하게 어? 겁나 무게를 잡아줘야지·’

강우진이 시니컬하게 꼰 다리 방향을 바꿨고·

“그러셨군요·”

잠시 무던한 우진의 눈을 바라보는 크리스는 속으로 헛웃음을 뱉었다·

‘역시나 전혀 기뻐하는 티도 안 나는군· 하긴 그는 누군가에게 뽐내기 위해 연기하는 타입이 아니지· 그저 배역 자체가 되어 즐길 뿐이고· 저런 과묵함은 내게도 필요해 배울 점이지·’

크리스가 미소지었다·

“그 애드립은 얼마나 고뇌해서 나온 겁니까? 그때 몰렸던 수백 명의 뇌를 멈추게 했으니 적어도- 죽어라 분석하다가 나왔을 거 같은데·”

속으로 외치는 강우진·

‘당연히 졸라 고민했지! 솔까 그 애드립 떠올리자마자 유레카 외쳤다고·’

실제로 우진이 그 애드립을 떠올린 건 거의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삐에로’ 오디션을 본 뒤에 이래저래 분석하다 나온 것· 우연에 가깝긴 했지만 ‘삐에로:빌런의 탄생’을 수십 번 리딩(경험)했기에 요행이 아니기도 했다· 인물의 배경의 세계관 등등의 이해도가 말도 안 되게 높았으니까·

어찌됐건 심히 고뇌한 건 맞다·

다만·

‘근데 또 그걸 고대로 말하면 병신이지?’

강우진은 경박하게 ‘개빡셌다고!’라고 외칠 순 없다· 그런 우진이 얼굴에 뻔뻔함을 깔았다· 그가 심플하게 답했다·

“대강 했습니다·”

이 대답은 피나는 고뇌를 했다는 게 아닌 적당히 생각해서 나왔다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는 정도의 대답이었다· 대충의 의미· 그런데 냉담하며 담백한 우진의 반응에 크리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대강? 이 반응- 설마······하하 아니· 아니야· 그랬군·’

그리곤 멋대로 내린 결론을 강우진에게 물었다·

“그 애드립은 즉석에서 나왔던 거군요·”

급작스레 상기된 얼굴로 편하는 크리스·

“그런 연기가 즉석에서 나오다니- 충격과 함께 기쁜데요?”

“······”

갑자기 ‘즉석’이 나왔다· 허나 표정에 큰 변화 없이 우진이 침묵하자 크리스 하트넷이 미소를 짙게 만들었고·

“내가 하는 애드립들도 편히 받아 줄 수 있겠네요 조금은 즐기거든요· 난 연기를 자유롭게 하는 편이라· 하지만 제대로 받아 줄 수 있는 배우는 적죠·”

“얼마든지·”

짧게 답한 강우진이 낮은 톤의 영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즐길 수는 없을 겁니다 각오도 필요할 테고·”

순간 크리스의 미간이 약간 꿈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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