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화 조커 (9)
‘조커(Joker)’가 ‘에미상’ 레드카펫을 밟아? 안가복 감독의 대답에 강우진은 인지했다·
‘오- ‘컬럼비아 스튜디오’가 OK를 내렸나 보지?’
솔직히 예상 밖이었다· 아니 큰 기대를 안 했다 말해야 하나? 일전에는 상황에 따라서 꽤 기세 높게 밀어붙이긴 했다만 총괄 프로듀서 노라 포스터의 반대도 있었고 진짜 이게 될까? 싶었기 때문· ‘에미상’의 판도 어마무시한데 거기에 ‘조커(Joker)’로 간다는 게 미친 짓인 걸 강우진도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컬럼비아 스튜디오’가 그 미친 짓에 동조했다·
‘뭐여 영화사 시원시원하니 마음에 드네·’
이렇게 되면 노라 포스터만 새 된 건가? 뭐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삐에로:빌런의 탄생’을 걱정했을 것이다·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순 없지· 어쨌든 우진은 꽤 기쁜 마음으로 변했지만 겉으로는 위엄을 유지했다·
“그렇습니까?”
짧은 답변에 핸드폰 너머 안가복 감독이 옅게 웃었다·
“허허 꽤 큰 건이었는데 역시나 잔잔한 리액션이군· 세계에 ‘조커(Joker)’의 첫 티저를 현실에서 보여주는 거야 난 점점 흥분되는데 말이지·”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고· 대신에 ‘컬럼비아 스튜디오’는 자네가 말했던 부분까지만 허락했어 ‘조커(Joker)’의 의상과 헤어까지만· 그 이상이면 뭐든지 함구해야 되네· 영화의 제목이나 내용도·”
당연하다는 듯 강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셈입니다·”
“다만 그리 당당하게 행차했는데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삐에로:빌런의 탄생’ 관련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서막을 맡은 빌런이다 정도는 괜찮지 싶어·”
즉 궁금증이 터지는 구간에서 딱 멈추라는 것· 당연히 강우진도 그 이상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 이상 나대면 오히려 경박스러우며 가볍게 보인다·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우진의 대답 뒤 잠시간 침묵하던 안가복 감독이 말했다·
“······기대되는군 ‘조커(Joker)’의 티저를 본 모든 사람들의 반응이·”
진심을 전한 안가복 감독이 이래저래 말을 추가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천천히 핸드폰을 내린 강우진은 앞으로 있을 ‘에미상’을 상상해봤다·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부를 정도다· 대충 생각해도 칸 영화제를 넘는 규모일 게 빤했고 우진이 검색해본 바로는 최소 두 배는 큰 시상식이었다·
그러다 문득·
“와- 씨 나 좀 변했네 확실히·”
자신의 변화가 새삼 황당한 강우진이었다· 과거였다면 미칠 듯 뛰는 심장박동에 컨셉질 유지에 최선을 다했을 테지만 지금은 퍼포먼스에 심지어 재미까지 챙기고 있으니 말이다· 뭐 여전히 알맹이 강우진은 신기함이나 긴장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3년이란 시간과 ‘아공간’은 그를 바꿔놨다·
아마 시간이 지난다면 더욱 성장하겠지·
이어·
-스윽·
미소 머금은 강우진이 내렸던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곧 만날 최성건에게 전화하기 위함이었다·
“대표님 ‘조커(Joker)’ 의상과 똑같은 거 하나 준비해주세요·”
약 1시간 뒤·
스케줄 이동을 위해 강우진이 커다란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차 안의 최성건이나 한예정 등의 팀원들은 모두 상기된 얼굴이었고·
“오빠! ‘조커(Joker)’ 의상으로 ‘에미상’ 가는 거 진짜 허락 떨어진 거예요??!”
특히 스타일리스트 팀이 흥분했다· 다들 명품 브랜드의 턱시도나 정장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당연· 이어 차가 출발하자마자 파란 단발을 묶은 한예정이 강우진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는 ‘조커(Joker)’ 의상 하고 턱시도 이렇게 두 가지 준비하면 되죠?”
“맞아·”
조수석에 앉은 꽁지머리 최성건이 끼었다·
“‘조커(Joker)’ 의상은 ‘삐에로:빌런의 탄생’ 쪽 의상팀이랑 소통해· 근데 아마 여분이 있을 거다 그거 그대로 받아도 돼· 더 꾸밀 것도 없어·”
고개를 끄덕인 한예정 뒤로 왁자지껄한 팀원들의 주제가 바뀌었다· ‘투나잇 쇼’ 관련으로 터지는·
『LA TIME/‘투나잇 쇼’ 출연 강우진 “‘에미상’ 다른 후보들 안중에도 없다” 선언』
기사들이었다·
“미쳤나 봐요 기사 엄청 뜬다!”
“그럴 만하지! 우진 오빠가 직접 선포한 건데!”
“근데 좀 세게 나간 거 아닌가?? 걱정돼요 안 그래도 악플이 좀 많았는데·”
“이쪽 기자들 진짜 작정하고 물어뜯는데요??”
강우진은 순간 며칠 전 ‘투나잇 쇼’에서의 자신이 뱉은 말을 상기했다·
‘주변을 둘러볼 생각은 없습니다·’
망할 와전돼도 한참 됐다·
난 그냥 내 포부나 욕심 같은 걸 컨셉질 붙여 말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헐리웃은 멋대로 판단했고 결론 내렸다· 이미 어느 정도 강우진의 거만함 또는 ‘개썅마이웨이’ 이미지가 녹아든 결과겠지· 그 시작은 100% 칸 영화제의 노빠꾸 수상소감부터· 그 빌드업이 여기까지 굴러왔다·
뭐가됐든 강우진은 아닌 척하며 지금 순간에도 파생되는 외신 기사들을 확인했다·
『BBX/‘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 강우진 ‘투나잇 쇼’에서 다른 후보 배우들 겨냥한 견제』
『ABY/“주변을 둘러볼 생각은 없습니다” 강우진의 기세등등한 발언』
『NT/다른 후보 배우들 안중에도 없다는 강우진 자신감인가 객기인가』
흡사 반쯤 미친 듯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뿐인가? 이미 해외 각종 커뮤니티에는 강우진을 주제로 씹고 뜯고 즐기는 중·
-다른 후보 배우들이 안중에도 없다니···너무 건방진거 같은데
-강우진은 반쯤 미친 것 같아 예전에도 아카데미상을 무시한 발언을 했었잖아?
-헐리웃에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까 기분에 취한 거지
-난 그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정말 주변 시선 따위 신경도 안 쓰는 미친놈 같거든
-이건 그냥 생각이 짧은 거지 가뜩이나 말이 많은 배운데
-하지만 이로운 악에서의 강우진 연기는 확실히 인상적이야 물론 액션도
-한국배우로서 홀로 서는데 이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지
-이게 무슨 배짱이야? 그냥 또라이지
진창이 따로 없다· 핸드폰 화면을 보는 강우진은 무심함이 짙었지만 속내로는 꽤 투덜대고 있었다·
‘아니 씨 내가 언제 안중에도 없다고 그랬냐고?? 어? 언제?’
이쯤 마찬가지로 핸드폰으로 모니터링 중이던 최성건이 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흠- 뭐 예상대로 시끌벅적하네· 너가 원하는 그림대로 나오는 중이긴 하다·”
“······”
“근데 좀 과하게 시끄럽긴 해· 어떻게 정정 기사 하나 쏠까?”
되물음에 속으론 한숨을 내쉰 강우진은 쎈척을 강화시켰다·
“아니요 그냥 두겠습니다·”
이제사 주워 담아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이후·
오전 너튜브 촬영을 마친 강우진은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에 ‘삐에로:빌런의 탄생’ 촬영 세트장에 도착했다· 우진이 도착하자 안가복 감독을 시작으로 외국인 키스탭들이 몰려들었다· 뭐겠는가? 지금 헐리웃을 뒤덮고 있는 강우진의 이슈 때문이었다·
강우진은 대충 30분 이상은 그들에게 잡혀 있었고·
‘먼가 벌써 피곤하네 아우- 안 되겠다 아공간 한번 조져야지·’
트레일러에 들어서자마자 강우진은 아공간을 이용했다· 여전히 아공간은 평온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그는 곧바로 촬영에 돌입했다·
“액션”
참고로 ‘삐에로:빌런의 탄생’ 촬영은 벌써 3주째였다· 따라서 강우진 솔로 씬 촬영에서 점차 다른 배우들의 컷도 늘어나는 중 덕분에 우진의 촬영 시간이 줄어들거나 대기하는 시간도 증가했다· 하지만 곧 다른 배우들과 강우진의 붙는 씬이 추가된다·
그건 크리스 하트넷도 포함이었다·
안가복 감독이 촬영 콘티를 일부러 그렇게 짰다· 8월까진 세트 촬영이 주를 이루기에 배우들의 솔로 컷이 많고 그 뒤부터는 로케(야외) 촬영이 합쳐지면서 투샷이나 떼샷 등이 늘어나는 스케줄·
아침의 이슈들은 잊고 강우진은 어느새 촬영에 집중했다·
그것이 다른 이들에겐·
“와우 우진씨 이렇게 큰 폭탄을 터트렸는데 전혀 신경도 안 쓰이나 본데요? 전혀 흔들림이 없어·”
“진짜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보이는구만·”
“하여튼 캐릭터 하나는 독보적이야·”
“그만큼 스타성이 폭발적이잖아요 솔직히 난 이렇게 헐리웃을 하루걸러 뒤집는 배우 본 적 없습니다·”
의연하거나 별수롭지 않게 보였다·
뒤로 이틀 정도가 흘렀지만 강우진의 자세는 변함이 없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기에 금세 까먹은 것· 허나 해외 언론과 여론은 더더욱 가열차게 변했다· 헐리웃의 배우들이나 여러 인물들 역시 강우진을 주제로 떠들기 바빴다·
특히 우진이 언급한 ‘에미상’ 남우주연상의 다른 후보들의 반응이 재밌었다· 강우진을 제외한 4명·
누구는 황당해했고·
“이 발언은 볼 때마다 어이가 없어 어떻게 헐리웃 진출 1년도 안 돼서 이렇게 나댈 수 있지?”
“신경 쓰지 마 그냥 꼴에 신경전을 펼친 것일 테니까·”
누구는 과하게 빡쳤으며·
“대체 뭐야 이 자식! 뭐? 다른 후보들이 안중에도 없어?? 이렇게 건방진 놈은 처음이야! 당장 얘를 겨냥한 기사 좀 쏴! 나도 네깟 놈 신경 안 쓴다고!”
반대로 누군 강우진을 인정하거나·
“강우진 그는 언뜻 성격이 괴팍해 보이는데 그것을 상쇄하는 능력과 실력을 가졌어· ‘이로운 악’에서 보인 연기와 액션도 기가 막혔고· 헐리웃 ‘빅 파이브’ 영화사들이 달려든 이유가 있지 나는 친해지고 싶은데?”
그저 크게 웃기도 했다·
“하하하! 이 친구 정말 또라이가 맞구만??”
이렇듯 헐리웃이 뜨겁게 달아오른 채로 6월이 끝났고 7월이 밝았다·
7월 1일 금요일·
그러나 7월이 시작됐음에도 헐리웃은 잠잠하지 않았다· 이쯤 LA의 5만 평 규모의 세트장인 ‘spt 스튜디오’는 뭔가 어마무시한 게 완성되고 있었다· 수백 외국인들이 공사하기 바빴다·
‘야수와 미녀’의 초대형 세트장이었다·
그런 세트장에 머리가 반쯤 벗겨진 코끝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걸친 늙은 외국인 남자가 등장했다· ‘야수와 미녀’의 감독 빌 로트너였다· 물론 그의 뒤로는 여러 키스탭들이 함께였다·
“가지·”
빌 로트너 감독은 언뜻 판타지 세상을 방불케 하는 초거대 세트 세상으로 진입했다· 시작은 현대가 아닌 과거의 마을처럼 보이는 곳· 여기서 빌 로트너 감독은 ‘미녀 벨라’를 떠올렸다· 다음은 성이었다· 한눈에 봐도 꽤 웅장한 느낌· 이곳에서는 ‘야수’와 ‘왕자’를 상기하는 빌 로트너 감독·
“······좋군·”
지금 그와 외국인 키스탭들은 거의 완성에 가까운 무시무시하게 방대한 ‘야수와 미녀’ 세트장에 마지막 점검을 나온 차였다· 이미 프리 프로덕션 단계 중 세트를 제외하면 모든 게 끝났다·
즉 세트가 완성되는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뜻·
빌 로트너 감독은 키스탭들과 함께 공사 막바지인 세트장을 대략 1시간 정도 돌았다·
중간중간 미비된 것에 관한 지시도 잊지 않았고 점검의 마지막 종착지는 피아노가 놓인 커다란 연회장이었다· 강우진의 오디션이 있었던 곳· 그때보다 연회장은 몇 배는 더 화려해졌다· 기둥이나 바닥의 각종 문양들이 선명해졌고 천장의 샹들리에도 배는 늘었다· 추가로 실크로 된 천들도 즐비하게 붙었다·
특이한 것은·
“음- 저 세팅도 잘 되고 있군·”
지금 빌 로트너 감독이 말한 것처럼 황금색 문양이 다채로운 피아노 앞쪽의 연회장 중앙에 ㅁ자 책상이 놓였다는 것· 심지어 놓인 의자들은 현대식이 아닌 이 판타지 세계의 연회장과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얼추 30명은 가뿐히 앉을 정도의 의자들· 언뜻 세트 연회장에 추가된 연출인가 싶지만 아니었다·
저 책상과 의자들은·
“저렇게 놓고 보니 ‘대본리딩’ 준비가 아니라 마치 이 연회장에 원래도 있던 것들 같군·”
‘야수와 미녀’의 대본리딩을 위해 설치된 것이었다· 즉 ‘야수와 미녀’ 대본리딩장은 바로 이 세트 연회장이었다· 잠시간 저 책상에 자리할 강우진이나 마일리 카라 마리아 아르마스 등의 배우들을 상기하던 빌 로트너 감독이·
-스윽·
뒤쪽의 제작진 인원들에게 말했다·
“배우들에게 확정 대본리딩날 전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