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 (2)
아공간 안 강우진이 ‘실종의 섬’의 흰 사각형을 보며 턱을 쓸었다.
“등급이 D인 건 그렇다 치고. 이거 왜 완성도가 낮은 거지?”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완성도가 낮은 것은 딱 하나였다.
“그 쪽대본.”
아공간을 처음 접했을 때의 몇 장짜리 쪽대본. 그 쪽대본은 기존 대본에서 몇 장을 떼온 거니 완성도가 낮았다고 치면 권기택 감독의 시나리오는 쪽대본과는 반대였다. 살짝 이해가 안 되는 강우진.
“뭐지. 쓰다 만 건가? 스읍- 아니지.”
혼잣말을 뱉던 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시나리오가 미완성인 상태에서 배우 캐스팅을 진행할 리는 없다. 연예계 지식이 전무하기에 우진도 나름 틈틈이 공부했었다.
‘배우 캐스팅은 프리프로덕션? 뭐 그거의 중간쯤부터 한다고 하던데.’
실제로 배우는 완성된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결정한다. 뭐 인맥을 통해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건 드물었다. 아무리 친한 관계라도 비즈니스는 냉혹하니까.
거기다.
‘그 푸근한 감독님이 다른 배우들한테는 이미 시나리오를 돌렸다 그랬지?’
권기택 감독은 시나리오를 이미 몇몇 배우들에게 넘겼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이 ‘실종의 섬’ 시나리오는 완성됐다고 보는 게 맞다. 근데 아공간은 완성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등급도 짜고.
‘느낌상 배우 구하려는 타이밍 같은데···나는 뭐 개무명이라 작은 배역을 주겠지? 것도 연기가 좋아서 기회가 온 걸 테고. 근데 막 엄청난 거장이라고 해도 이건 좀 거시기 한데.’
강우진은 고민됐다. 거장이라는 권기택 감독이 무명을 위해 직접 찾아와 컨택을 줬다. 그 정성에 강우진도 약간 감동을 먹었었다.
근데 등급도 낮은데 완성도까지 낮은 건 좀.
하다 못 해 우현구 감독의 것은 F급이라도 완성도는 높았다. 이 순간 강우진은 순수하게 거절 방향으로 무게가 쏠렸다. 뭐 일단 이건 그렇다 치고.
-스윽.
적당히 생각을 정리한 우진이 다시금 고개를 들어 흰 사각형에 시선을 맞췄다.
-[3/시나리오(제목: 실종의 섬) D급]
타이틀이 ‘실종의 섬’. 컨텐츠를 그닥 즐기지 않았던 우진이 보기에도 잔잔한 내용 같진 않다. 대충 스릴러나 액션이 가미된 느낌. 곧 강우진이 흰 사각형을 선택해 리딩 가능한 배역들을 쭉 훑었다.
“중위 중사 병장-”
배역에 군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단어들이 붙어 있다. 이러면 전쟁영화인가? 아니 확실치는 않았다. 군인들이 나온다고 다 전쟁영화는 아니지. 그러나 확실한 건 하나.
“총이나 뭐 죽고 죽이는 그런 건 나오겠지?”
느낌상 심하면 총을 쏴댈 것이고 약해도 전투가 난무할 것 같다는 것. 이 시나리오를 리딩하면 우진은 그 질펀한 전투 중앙에 뚝 떨어진다. 강우진은 살짝 무섭기도 했다.
그렇잖아?
총이야 군대서 자주 봤으니 낯설진 않다만 전쟁이나 뭐 혈투 전투 이런 건 경험한 적이 없었다. 훈련이면 모를까.
“진짜 별걸 다 겪어보네 뭐 내가 이 영화를 안 하면야 상관없다만.”
어쨌든 앞으로 어떤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받든 각오는 한 강우진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래도 핵 떨어지는 거나 재난 뭐 그런 건 좀 오반가?”
망상을 펼치던 우진이 작게 머리를 긁었고 일단 아공간을 빠져나가기로 했는지.
“퇴장.”
허공에 대고 읊조렸다. 끝없이 컴컴하던 그의 시야는 삽시간에 회의실로 바뀌었다. 바로 앞엔 푸근한 권기택 감독이 여전히 서 있다. 그런 그가.
“우진씨?”
강우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요? 괜찮나?”
되물음에 우진은 금세 포커페이스를 되찾았다.
“예 괜찮습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 시나리오를 받고 잠깐 멈칫하길래. 벌써 마음에 안 드나 했지.”
아 그건 얼추 정답이긴 하죠. 멈칫 한 건 아공간에 진입하며 생기는 시간차였지만 실제로 강우진은 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일단 뭐 장단은 좀 맞춰야지.’
우현구 감독 때처럼 직구로 말하긴 어렵다. 거장 권기택 감독이 바로 앞에 있고 저 양반이 직접 찾아올 정도니 예의는 지켜야 되니까.
뒤로 모두가 ㄷ자형 책상에 앉았다.
권기택 감독과 영화사 직원들이 나란히 앉았고 강우진과 꽁지머리 최성건이 건너편. 우진은 앉자마자 ‘실종의 섬’ 시나리오 첫 장을 넘겼다. 이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였다.
좀 읽어보면 완성도 낮은 이유가 나올까 싶어서.
그때 건너편 권기택 감독이 사람 좋게 미소지었고.
“대충 훑어보고 작품 냄새만 좀 맡아줘요. 마음에 드는 풍인가 아닌가만.”
아까부터 이 회의실의 눈치를 살피던 최성건이 끼었다.
“감독님. 그- 만약 우리 우진씨가 풍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면 제가 그다음을 생각해봐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다는 듯 권기택 감독이 나긋나긋 답했다.
“물론이에요. 난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좋다는 주의고 우현구 감독 등의 이슈들은 전혀 상관없거든. 애초 우진씨와 다음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현장에 그렇게 몇 번이나 찾아가지도 않지.”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침착한 척하는 최성건이었고 권기택 감독의 시선이 시니컬한 강우진에게 닿았다.
“뭐 그렇다만 배우가 시나리오의 냄새가 마음에 들어야 다음 얘기도 되겠죠.”
순간.
-스윽.
권기택 감독부터 최성건 그리고 영화사 직원들 모두의 시선이 강우진에게 붙었다. 우진은 묵묵히 시나리오를 내려보고 있었다. 한 장 두 장. 이미 시나리오 열댓 장을 넘긴 상태였다.
근엄한 표정만 보면 누가봐도 심각했다.
이에 건너편 권기택 감독이 흥미롭게 웃었다.
‘과연 앞에 누가 있든 어떤 상황이든 흔들림 없이 자기 할 걸 하는군. 왜인지 답은 이미 나온 눈인데?’
하지만 강우진은 티는 안 났으나 의아함이 커지는 중이었다.
‘모르겠다. 응 모르겠어. 볼수록 완성도가 낮은 이유를 모르겠는데? 어디가 낮다는 거지 이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완성도가 낮다는 거야? 우진이 읽는 ‘실종의 섬’은 모난 곳이 딱히 없었다. 문제 될 것도 없고. 그러다 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 내가 본다고 뭘 알겠냐.’
해봤자 대본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봤다고. 알량한 허세로 판단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도 좀 찜찜하고.
아 모르겠다 그냥 한 번 물어보지 뭐.
덤덤히 시나리오를 내려보던 강우진이 시선을 올렸다. 여전히 권기택 감독이나 영화사 직원들이 우진을 주시하고 있다. 그중 우진이 권기택 감독에게 약간 냉랭한 목소리를 냈다.
“감독님. 죄송합니다만.”
“응 그래요. 편히 말해요.”
“이 시나리오가 차기작이 확실하십니까?”
동시에 영화사 직원들의 눈이 약간 커졌고 권기택 감독의 얼굴엔 흥미로움이 서렸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물어도 되나?”
“좀 의아해서요. 완성은 됐지만 그런 척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완성된 척을 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편하게 말하라고 하셔서.”
강우진이 예의 섞인 사과를 뱉을 쯤 영화사 직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최성건은 충격 섞인 눈으로 옆자리 우진을 바라봤다. 또 뭔가 일이 터졌으니까.
와중.
“고작 시나리오 열 몇 장 보고 그런 판단이 나왔다? 심지어 느낌으로.”
잔잔하게 권기택 감독이 읊조렸다. 순간 강우진이 속으로 약간 쫄았다. 이거 실수했나? 하지만 단단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이 순간.
“하하 과연 대단한데?”
권기택 감독이 돌연 웃었다.
“솔직히 긴가민가했었는데. 송 PD님 말이 사실이었나 보군.”
“···예?”
“그래도 열 몇 장만에 그 작품 보는 본능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뭐지 뭐라는 거야 저 푸근한 아저씨. 우진이 속으로 물음표를 던졌을 때 건너편 권기택 감독의 미소가 짙어졌다.
“터무니없긴 하네. 맞아요 그건 완성된 척을 하는 시나리오지.”
그리곤 옆자리 영화사 직원에게 손짓했다. 곧 영화사 직원이 아래쪽에서 또 다른 종이뭉치를 꺼냈다. 그것을 받은 권기택 감독이 강우진에게 밀었다.
“그럼 이쪽 걸 읽어 봐요.”
한 시간 뒤.
미팅하던 회의실엔 강우진과 최성건은 없었다. 하지만 권기택 감독과 영화사 직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쯤 뒷정리하던 제작 PD가 시나리오를 내려보는 권기택 감독에게 조심스레 물었고.
“감독님. 왜 수정 전인 초고 시나리오를 먼저 우진씨에게 보였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
“일종의 테스트를 하신 이유가···”
그와 시선을 맞췄던 권기택 감독이 다시금 시나리오를 내려봤다. 강우진이 말했던 ‘완성된 척하는 시나리오’였다.
“오디션을 볼 생각이 없거든.”
“···예??”
“강우진. 저 친구 오디션 없이 합류시킬 거라고. 아 물론 내 시나리오가 그 친구의 마음에 드는 게 먼저겠지.”
순간 영화사 직원 전부가 움직임을 멈췄다. 눈빛이 모두 같다. 사단에 탑배우만 줄줄인 거장이 저런 말을? 따위의.
가장 놀란 건 제작 PD였다.
“아 아무리 그래도. 아직 이렇다 할 필모도 없는 배우잖습니까?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배역 톤은 맞춰보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들을 전부 상정한 테스트였어. 물론 내 호기심도 있었지만.”
“그 그게 무슨.”
여기서 권기택 감독이 팔짱 끼며 좀 전에 봤던 무심한 강우진을 떠올렸다.
“기쁜 티가 안 났어.”
“예?”
“이제 두 작품 들어간 쌩무명이 이 상황에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눈앞에 있는 나는 신경도 안 쓰고 시나리오를 더 오래 보더군. 심지어 아부를 떨지 않고 명확하게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짚어냈고.”
“그건 좀 놀랍긴 했습니다. 수정 전 시나리오라곤 해도 일반적인 배우들이 봐선 눈치채기 힘들 정도일 텐데.”
“그 영어 실력을 봐선 해외에 있던 건 확실한 거 같고 꽤 오랫동안 연기를 독학해오며 묵묵히 걸어왔다고 했어. 솔직히 독학 부분은 아직 이해가 되진 않아. 그래도 독학이 맞다면 그간 어마어마한 양의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봐왔겠지. ”
“음.”
“그게 아니고서야 그런 기민한 감을 터득했을 리 없어. 송 PD가 말한 결 다른 스타성이 뭔지 이해가 돼. 연기로도 인간으로도 구미가 당겨.”
픽 웃은 권기택 감독을 보던 제작 PD가 작게 헛기침하며 되물었다.
“그럼 혹시 강우진씨를 어느 역으로 생각하시고 계십니까? 조연롤까진 이미 청사진이 정해졌고. 준·조연이나 조·단역을 보십니까?”
이어 자리서 일어난 권기택 감독이 고개를 저었고.
“아니. 방금 생각을 좀 바꿨어.”
나긋나긋 답했다.
“주연 롤을 줘볼까 싶어.”
하지만 대답을 들은 제작 PD나 영화사 직원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예?!! 주 주연이라니! 감독님! 주연이면 어떤 역을!!”
그러거나 말거나 턱을 쓸던 권기택 감독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빌런.”
며칠 뒤 아침 서울의 한 대학교.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방금 기숙사를 나왔다. 적당히 긴 갈색 머리에 모자를 쓴 그녀는 키도 컸다. 대략 168은 돼 보였다. 그래서인지 입은 야구점퍼도 꽤 잘 어울렸고.
그런 그녀가 길을 걷다 말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씨.”
하지만 상대가 받지 않았다. 그 상대의 이름을 뱉는 여자.
“강우진 망할놈.”
뜬금 강우진이 등장했다. 왜? 그녀는 강우진의 여동생 강현아였으니까.
“왜 전화를 안 받고 난리.”
강현아가 투덜댔다. 원래도 년에 몇 번 전화할까이긴 했다. 강우진과 강현아는 무소식이 희소식이었으니까. 다만 엄마의 부탁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한 것. 어쨌든 강현아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받았다.
“어 오빠가 뭐라대.”
“안 받아. 아니 그냥 엄마가 전화해보라니까? 엄마 전화도 안 받아??”
“받지. 근데 너네끼리는 좀 솔직할 것 아니냐.”
“솔직은 개뿔. 서로 욕하기 바빠. 아니 근데 걔 진짜 배운지 뭔지 하는 거 맞아요?”
“걔라니. 용돈 끊어?”
“···오빠가 배우 한다는 게 확실합니까 어머니.”
“그렇게 말했다니까.”
다시 걸음을 멈춘 강현아가 어이없는 웃음을 뱉었다.
“미쳤나 봐. 나이 27에 무슨 배우를 한다고···엄만 그걸 안 말렸어? 벌써 한 달은 넘었잖아?”
“한다는 걸 말린다고 되겠냐.”
“아니! 엄마! 배우 그거 막 겁나 힘든 거라니까? 지망생들 20살 되기 전부터 연습생 들어가고 어? 그렇게 해도 잘 안 돼! 아이돌도 그렇고. 걔. 아니 오빠 인생 망할걸?”
“···그러니까 니가 연락해서 동태 좀 살펴보고 해. 알았지? 엄마 운전 중이야 끊어.”
“아 엄마!”
-뚝.
가차 없이 끊기는 통화. 곧 강현아가 친오빠의 미친 짓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돌았네 갑자기 무슨 배우를 한다고.”
이때.
“현아!”
뒤쪽에서 누군가 강현아를 불렀다. 돌아보니 같은 과 친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셋 다 여자들이었다. 참고로 강현아는 유아교육과를 다녔다.
뭐가 됐든.
“혼자서 뭐라는 거야? 배우?”
친구의 물음에 강현아가 길게 탄식했다.
“아니- 하 혈육이 배우 한다고 나댄다니까.”
“어? 진심? 현아 너 동생 있었나?”
“아니. 오빠.”
“헐! 오빠 있음? 잘생겼어? 사진 봐봐.”
“미쳤냐. 내 핸드폰에 걔 사진을 왜 넣고 다녀.”
“그럼 톡 프사!”
친구들이 단숨에 달아올랐다. 배우를 한다면 잘 생겼을 거잖아? 따위의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진의 톡 프사는 텅텅 비어 있었다. 친구들은 단숨에 SNS를 외쳤지만 강현아는 냉정했다.
“아 SNS 안 해 걔.”
“개궁금! 어떻게 생겼는데 오빠님?”
“그냥 혈육처럼 생겼어.”
적당히 답한 강현아가 강우진에게 톡을 보냈다.
-배우 한다는 거 구라지?
웃긴 건 전화도 안 받는 강우진의 톡 답변은 꽤 빨랐다.
-망할놈: ㅇㅇ구라.
-아 좀! 엄마가 나한테 계속 전화한다고. 뭐 그딴 구라를 까냐.
-망할놈: 내 알아서 함.
톡 답변을 보던 강현아가 혀를 찼다.
“쯧. 배우 한다는 거 구라인 듯.”
그렇게 강현아와 친구들은 강의실에 도착할 때까지 강우진으로 수다를 떨어댔다. 대화 주제는 변화무쌍했다. 오빠에서 배우 배우에서 존잘 탑배우.
지금은 존잘 탑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얘기가 나오는 중이었다.
“5월에 신작 드라마 리스트 봄?”
“아! 나 고만욱 나오는 거 개보고싶음. MBS 거.”
“그때 뭐냐 5월인가? 드라마 라인업 미쳤던데. 난 TVM거 보고 싶어. 내용 완전 걸크걸크 일 듯.”
“나도 2지망은 그거 곽소라 몸매 완전 내 원픽이라서.”
“아 근데 그거 전부 넷플렉스에서도 해주려나? 안 하면 에반데.”
“TVM 거는 OTT 그거 따로 있지 않아?”
여기서 방금도 강우진에게 톡을 보냈던 강현아가 훅 외쳤다.
“아 뭔 소리야. 무조건 대존잘 류정민 거 봐야지!”
그 시각 이동 중인 강우진의 승합차.
방금 여동생의 톡을 가뿐히 씹은 강우진은 ‘프로파일러 한량’ B팀 촬영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런 우진은 지금.
“···”
진중한 표정으로 시나리오를 읽고 있었다.
-팔락.
물론 권기택 감독의 ‘실종의 섬’이었다. 완성된 척이 아닌 진짜 완성된 시나리오. 촬영 중이라 바쁘긴 해도 틈틈이 읽는 중이었다. 이미 시나리오의 70%는 읽은 상태. 퍽 재밌는 모양. 아니 실제로도 그랬다. 단단한 표정에선 확인이 어렵지만 속으론 감탄을 뱉어댔으니.
‘오- 와 씨. 이거 뭔가 괴물? 괴생명체가 나오네? 긴박감 쩔어.’
여기서 강우진이 아공간에서 본 ‘실종의 섬’의 바뀐 등급을 상기했다.
-[3/시나리오(제목: 실종의 섬) A+급]
-[*완성도가 매우 높은 영화 시나리오입니다. 100% 리딩이 가능합니다.]
D였던 것이 A+로 격상했다.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전 거랑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하네. 뭐랄까 긴장도가 좀 다르달까?’
그리고 우진은 시나리오 초반부터 한 배역이 눈에 띄었다.
‘근데 얜 뭐지? 이중인격?’
분량상 주연급이라 맡는 건 어렵겠다만 그저 순수한 독자 입장으로서 재밌는 캐릭터였다.
‘빌런인가?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 헷갈리네.’
이때.
-우우웅.
강우진의 핸드폰이 짧은 진동을 뱉었다. 또 혈육인가? 싶은 우진이 미간을 좁히며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나 상대는 여동생이 아닌.
-신동춘 감독님: 우진씨 촬영 중일 것 같아 메시지 먼저 보내요.
신동춘 감독의 톡이었다.
-신동춘 감독님: 방금 따로 연락받았어요. 흥신소 본선 40작품에 뽑혔습니다.
강우진의 ‘미장센 단편 영화제’ 출격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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