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화 에미 (2)
올해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한국은 물론 일본과 칸이 열렸던 프랑스나 미국 등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중이었다· 중계는 한창 배우 외의 유명인들이 레드카펫을 밟기 시작한 때부터· LA에서 오후에 시작된 에미상이지만 시차가 있든 말든 세계 각국 대중들은 에미상 생중계에 달려들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방송계 시상식이기에 어마어마한 관심이 쏠리는 것·
대중들뿐만이 아닌 세계의 연예계나 언론사 외의 많은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매년 그래왔지만 올해의 ‘에미상’의 파괴력은 두 배 이상이었다· ‘이로운 악’ 같은 이슈가 많았으니까·
뭣보다 왁자지껄한 건 나라 전체가 흥분한 한국이었다·
『남우주연상 후보 ‘강우진’+10개 부문 후보 ‘이로운 악’ 참여한 ‘프라임타임 에미상’ 성대한 레드카펫 보이며 생중계 스타트!』
‘에미상’ 시작 전날부터 지금까지 기사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중이고 각종 SNS와 커뮤니티 그리고 너튜브에서도 핵폭탄 터진 듯 난리가 났다·
전국이 들썩인다·
그중 경남 진주 쪽· 강우진의 고향으로 매우 유명해진 진주의 한 가정집에선·
“와- 미쳤다!! 시상식 규모 봐!!! 저기에 우리 오빠가 나오는 거야??”
우진의 여동생인 강현아가 광분하고 있었다· 이곳은 강우진 부모의 집· 따라서 강현아 바로 양옆에 강우철과 서현미도 함께였다· 셋 모두 표정이 심각하다·
“우진이는? 우진이는 어딨어?”
“아빠! 좀 참아요 아직 안 나왔어!”
“······어떻게 왜 내가 떨리니?”
“엄마! 심호흡!”
셋은 커다란 TV로 생중계 중인 ‘에미상’의 시작을 관람하고 있었다· TV 속에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레드카펫 외국 기자들 방송팀들 구경꾼들 등등이 한창 출력되고 있었다· 강우진의 가족들은 몇십 분간 난리법석을 피우며 ‘에미상’ 생중계를 시청했고 자기 아들이 또는 오빠가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왜- 안 나오지? 벌써 지나간 거 아니야? 아니면 저 카메라가 우리 우진이를 안 찍었던가·”
“말이 안 돼! 지금 오빠가 ‘에미상’에서 어어어엄청 핫해서 무시할 리가 없어!”
한국의 여러 영화제부터 최근의 칸 영화제까지 이미 여러 차례 강우진의 시상식을 경험하던 가족들이었지만매번 새로운 게 당연했다· 매년 우진의 위세가 드높아졌으며 이번엔 무려 ‘에미상’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어머! 저 배우는 되게 특이한 옷을 입었네?”
서현미가 TV를 검지로 찍으며 말했다· 옆에서 팔짱 낀 강우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헐리웃이니까 뭐· 미국은 엄청 특이한 사람들이 널렸다고 들었어· 그래도 요상하긴 하구만 지금껏 레드카펫 밟은 헐리웃 배우들 전부 턱시도였는데·”
“그냥 요상한 수준이 아니지 않아? 뭔가- 약간 미친 사람처럼 입었는데? 재킷이랑 바지도 벌겋고· 셔츠는 왜 파랗대?”“노란 조끼도 그래· 허허 양말도 파랑 빨강으로 짝짝이구만· 단발 비슷한 장발도 영 젖은 것이- 색도 빨간색이고· 약간 이상한 사람 난입한 거 아니야?”
우진의 부모가 신기한 듯 TV 속을 보며 떠들었다· 그럴 만했다· 방금 ‘에미상’ 생중계 앵글엔 형형색색 의상을 입은 웬 미치광이 남자가 메인으로 잡혔으니까·
여기서 미간을 좁힌 채 말없이 TV를 응시하던 강현아의 두 눈이 순간 확장됐다·
“······어- 어?? 어어어?? 아빠 엄마· 저 미친놈· 아니 저 남자 우리 오빠 같은데??”
강우철이나 서현미가 황당한 웃음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갑자기 왜 우리 우진이를 저런 미친놈에 갖다 붙이는 거야· 정신 차려·”
“아니아니아니···오빠가 맞잖아? 아 아닌가? 아닌데· 맞는데·”
이윽고 TV 속 미친놈이 얼굴을 약간 가렸던 붉은 장발을 양손을 쓸어 넘겼고 강우철과 서현미가 강현아처럼 눈알이 디립다 확장됐다·
“······어?”
“아·”
그러더니 둘 다 TV 앞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더욱더 명확해졌다·
“우진아!”
“아들??”
‘에미상’에 나타난 미치광이가 강우진이라는 것이 말이다· 대뜸 터진 터무니 없는 상황에 우진의 가족들은 잠시간 침묵했다· 그게 얼추 10초쯤· 곧 서로 입을 벌린 채 눈을 마주치다가 거의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저 미친놈이 우리 아들이었어??!”
“저 미친놈이 우리 오빠였어?!!”
이 같은 상황은 여기뿐만이 아닌 한국 전체가 같았다· 강우진의 소속사인 bw 엔터 대회의실도 난리였다· 여러 간부들과 시간이 비는 소속 연예인들의 괴성이었다·
그중에는 홍혜연과·
“대 대체! 저 남자 뭘 입고 있는 거야?!! 강우진이 맞아?!”
류정민도 섞여 있었다·
“······‘에미상’에 저러고 간 배우는 헐리웃 역사를 전부 뒤져도 강우진이 유일할 텐데- 하하하·”
“아니! 오빠! 웃음이 나와?!!”
“왜? 우진씨답게 외계인 같고 재밌는데 난? 눈길을 확 끌잖아?”
“너무 눈길을 끌잖아! 또라이라고 엄청 욕할 거라고!”
홍혜연과 류정민을 포함 강우진을 아는 국내의 모든 배우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거머리’의 대배우 심한호도 당황 섞인 웃음을 지을 정도·
“저건 또 무슨 퍼포먼스인가?”
권기택 감독이나 거물 연출자들 역시 미친놈 컨셉의 강우진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한국 못지않게 일본도 들썩였다·
“헤에에에에??!! 저 저게 뭐야?! 우진씨가······이상해졌어!”
‘낯기생’에서 연을 맺은 탑여배우 우라마츠 미후유나 마나 코사쿠 외의 일본 배우들부터 타노구치 쿄타로 감독과 함께 있는 타키카와 아카리 작가도 우진의 행색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허허허 그래· ‘에미상’에 등장하자마자 바로 시선이 집중되는구만·”
강우진의 메인 뒷배 중 한 명인 카시히 그룹의 히데키 회장은 심히 만족한 미소를 보였다·
대중들은 어떤가?
한국이나 일본의 여론은 ‘에미상’ 생중계에 강우진이 나오자마자 미쳐 날뛰었고 언론들 역시 황당했으나 일단 재빨리 손가락을 움직였다· 물론 두 나라뿐만이 아닌 칸이 열렸던 프랑스부터 미국 등 전세계로·
-저 한국의 배우 드디어 미쳐버린 거야??!
미치광이 강우진의 모습이 생생하게 퍼지는 중이었다·
한편·
세계의 대중들에게 충격을 선사한 강우진은·
“······”
무심함을 장착한 컨셉질 짙은 얼굴이었다· 당연히 장소는 ‘와이크로소프트 씨어터’ 앞 수천 기자들이나 방송팀 또는 구경꾼들이 어마무시하게 몰린 레드카펫·
“%(*&%*(#%&%*(!!!”
“@)*@%@*%*(@(*(@!!”
“*&^@&$*$$@!!!”
괴성과 비명이 난무하며·
-파바바박!
-파바바바바박!!
번개와 같은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고 있다· 수천이 넘는 사진기와 최소 열대는 넘는 방송 카메라가 넘실거린다· 주변을 감싼 구경꾼들의 핸드폰은 그보다 수 배가 많은 건 덤·
뭐랄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우진은 지금·
‘우웁 미쳤네· 약간 토쏠리는데???’
오바이트가 나올 정도였다· 지금 눈앞의 상황이 칸 영화제를 사뿐히 뛰어넘었으니까· 칸의 레드카펫도 웅장했지만 ‘에미상’의 레드카펫은 웅장함을 넘어 폭력적인 압박이 느껴질 정도였다· 규모다 두 배는 더 크다· 솔직히 강우진은 이미 영화제나 시상식 경험이 꽤 있기에 방심했다·
‘잠깐잠깐! 발이 안 움직인다고·’
그리고 여기서 ‘아카데미상’의 위엄을 새삼 추측할 수 있었다·
‘방송계 권위론 1등인 ‘에미상’이 이 정돈데- 아카데미상은 대체 얼마나 지린다는 거여??’
귀가 웅웅거린다·
주변 수백 기자들의 고함 때문이었다·
어지럽다·
이곳의 열기가 너무도 뜨겁기도 했다·
그러다·
‘아·’
약간 혼미해진 정신에 퍼뜩 뭔가가 스치는 강우진· 자신의 행색이 보였으니까· 그래 나 지금 ‘조커(Joker)’였지? 분장은 안 했지만 그것을 빼면 우진은 지금 ‘조커(Joker)’나 다름없었다· 퍼포먼스와 함께 ‘삐에로:빌런의 탄생’의 현실 티저를 세계에 보여야 하는 순간·
‘약해지면 안 되지·’
강우진은 어떻게든 마인드 컨트롤을 해냈다· 컨셉질을 수 배로 끌어 올렸고 전부는 아니지만 ‘조커(Joker)’의 분위기를 온몸에 흘렸다· 자연스레 턱까지 오는 붉은 머리를 쓸어 넘기는 그· 머리가 웨트한 탓에 심히 찰랑거린다·
동시에·
-파바바바박!!
더 심한 플래시 세례와 함께 주변 외국인들의 괴성이 격렬해진다·
아 몰라 이제 걷자·
강우진 또는 ‘조커(Joker)’는 한 손을 주머니에 쑤신 채 걷기 시작했고 외계 생명체의 행진을 따라 수천에 달하는 카메라들이 따른다· 외국인 기자들부터 각국의 방송팀은 당황과 황당이 폭발했고·
“무 무슨 짓을 하려고??”
“퍼포먼스? 아무리 그래도 여긴 ‘에미상’인데!”
“강우진-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진짜 미친놈이잖아?!”
전세계로 번지는 생중계의 채팅창은 핵폭탄이 터졌다· 수많은 언어들이 광분했다·
-강우진? 근데 왜 저딴 이상한 옷을 입고 왔어??! 머리는 왜 장발에 빨간색인데??
-맞아? 강우진이? 심지어 양말도 짝짝이라고!
-어? 이상하다? 저 배우 원래 저런 느낌이었나??
-그는 드디어 미쳐버린건가??
-정신 나갔군 저긴 에미상이라고? 그런데 저런 의상을 입었어? 아무도 안 말리고 뭘 한거야!
-삐에로? 장발에 의상 느낌이 삐에로지 않나?
-헐리웃의 기대가 너무 커서 정신이 나가버린 게 분명해!
-때때로 자아도취에 빠지면 저렇게 돼버리는 경우가 빈번해 헐리웃에선
-저런 반쯤 미친 머리와 의상인데 표정이 시니컬하니까 몇 배는 더 위험해 보이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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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1초도 쉬는 시간 없이 채팅이 갱신된다· 이쯤 ‘에미상’의 레드카펫 포함 세계가 놀라 자빠진 상황에 강우진은 나름 침착하게 생각 중이었다· 레드카펫의 3분의 1을 건넜을 때였다·
‘이대로 괜찮나?’
밋밋하지 않을까 싶은 것·
‘뭐 기자들이나 주변 애들이 미쳐 날뛰는 것만 봐도 충분히 파격적이긴 한 것 같은데- 좀 더 ‘조커(Joker)’의 임팩트가 필요하지?’
과하진 않게 하려곤 했으나 뭐가됐든 ‘조커(Joker)’다운 퍼포먼스를 하려고 작정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강 걷다가 끝나는 건 아쉽다· 우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스윽·
급작스레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여유 묻은 시선을 주변에 뿌리면서도 빨간 재킷의 속주머니서 뭔가를 꺼냈다· 담뱃갑이었다· ‘조커(Joker)’가 매일 피는 것· 곧 우진이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이어 주변 수백 기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
“저 저런 미친!”
“담배? 지금 담배를 물었어?!”
‘에미상’ 최초였으며 미국에 존재하는 모든 시상식 역사로도 처음이었다· 노미네이트된 배우가 ‘조커(Joker)’ 의상을 입고 행진한 것도 레드카펫 도중에 담배를 입에 문 것도·
그렇기에·
“뭐 하는 거야 저 배우는! 진짜 정신이 나간 건가?!!”
외국인 기자들이나 각국의 방송팀 생중계 팀은 충격을 금치 못하면서도 앵글은 오로지 강우진에게 맞췄다· 얼마나 폭발적인지 그의 뒤쪽에 헐리웃 탑배우가 추가됐음에도 관심이 미미했고·
-슥·
담배를 입에 문 우진이 재차 머리를 쓸면서도 돌연 레드카펫 줄 펜스로 움직였다· 그러더니 셔터를 눌러대는 한 기자의 사진기에 손을 내밀었다· 기자는 당황했지만·
“······?”
얼결에 사진기를 우진에게 넘겼다· 그리곤 자신이 기자가 되어 주변 상황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가히 ‘광대’라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림· 이어 강우진은 사진기를 돌려 얼굴을 찍기도 줄 펜스에 붙어 수백 기자들을 배경 삼아 자신을 찍어댔다·
그것을 몇 번 반복·
이때·
-팍!
비명을 지르는 구경꾼 중 여자 외국인 한 명이 핸드폰을 레드카펫에 던졌다· 바로 앞에 박힌 핸드폰을 내려보던 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던진 여자를 봤다·
“······”
강우진이 바닥의 핸드폰을 구경꾼 쪽으로 발로 찼다· 표정 하나 변하는 거 없이 하는 행동· 다만 우진은 속으로 약간 두근댔다·
‘아오- 씨 방금 건 좀 오반가? 몰라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
몸을 돌린 강우진이· ‘조커(Joker)’가 다시 행진을 시작했다· 다만 평범치는 않았다· 이번에는 그의 발걸음에 약간의 리듬이 가미됐다· 언뜻 춤 같기도 했다· 그의 빨간 재킷과 붉은 머리가 작게 펄럭였고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빨갛고 파란 짝짝이 양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럴수록·
“꺄아아악!!!”
“@()@)%(*%()!!”
비명과 괴성은 귀가 멀 정도로 쩌렁쩌렁 점차 데시벨을 높이며 치솟는다·
이윽고·
‘아 저기가 끝인가??’
강우진의 눈에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싸인 포토존이 보였다· ‘와이크로소프트 씨어터’ 메인 건물 앞이었다· 배경엔 ‘에미상’ 로고가 가득 박혔고 핸드 마이크 든 남자·여자 외국인 사회자와 방송팀 카메라가 즐비하다· 턱시도나 드레스 입은 남자·여자 사회자가 강우진에게 손을 흔든다·
어서 당장 이쪽으로 오라는 뜻·
저곳이 피날레니 수천 시선이 집중된 우진은 붉은 머리의 ‘조커(Joker)’가 별수롭지 않게 포토존에 올랐다· 물꼬를 먼저 튼 것은 남자 사회자였다· 그는 대차게 흥분한 상태·
“와우! 강우진! 강우진입니다 여러분! 현재 헐리웃에서 가장 핫한 남자! 우진씨! 오늘 의상에 설명이 필요하겠는데요??”
여자 사회자가 거들었다·
“너무 강렬해요!!”
남자 사회자가 담배부터 우진이 오면서 보인 여러 퍼포먼스를 언급· 생중계 팀부터 각국 방송팀 카메라 수많은 기자들의 사진기가 강우진에게 발사하듯 앵글을 맞췄다·
마이크가 넘겨진 강우진은· ‘조커(Joker)’는 매우 낮고 여유롭게 답했다·
“‘끔찍한 광대’ 또는 ‘삐에로’를 보여드렸습니다·”
“광대? 삐에로? 그게 무슨 소린가요?”
“티저입니다·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을 맡은 ‘삐에로:빌런의 탄생’의·”
“아·”
순간 주변의 기자들이 웅성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우진은 생중계 팀 카메라를 응시하며 다시 말했다· ‘조커(Joker)’의 말투였다·
“이게 그 빌런이야 보든지 말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