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화 에미 (5)
사실 ‘에미상’의 생중계 채팅창은 시상식 진행 내내 강우진 얘기뿐이라 봐도 무방했다·
-뭐야! 강우진이 정상으로 돌아왔어!
-정상? 이젠 솔직히 그의 모습이 어느 쪽이 정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고
-어쨌든 아까의 빌런은 제대로 미친광이였잖아?!! 엄청 기대되기 시작했어!
-난 솔직히 그의 보든지 말든지 이 대사가 마음에 걸려 너무 거만하잖아
-얼마나 대단한지 난 일단 볼 생각이야
-왜 저렇게 멀쩡하지? 오히려 이상한데?
-아무리 미친놈이라고 해도 배우는 배우인가? 포스가 제대로야
-그냥 정신병자일 뿐이라고
‘조커(Joker)’의 어그로가 제대로 끌린 탓· 그리고 이 시각 한국과 일본은 물론·
『‘빌런’의 모습으로 등장한 강우진! ‘에미상’ 장대하게 막 열렸다!』
『세계 대중들에게 ‘삐에로’ 티저 선보인 한국의 보물「강우진」 ‘에미상’에서도 그의 비범함 빛났다』
미국 등 전세계 방송과 언론은 ‘에미상’에 관해 미친 듯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미 ‘에미상’의 레드카펫과 생중계가 시작된 지 1시간이 넘은 데다 한창 ‘에미상’ 시상식이 막을 올렸으니 자연스러운 흐름·
『LA TIME/‘에미상’ 레드카펫에서 ‘삐에로:빌런의 탄생’ 티저를? 자신이 캐릭터가 되어 나타난 강우진』
여기까지는 매년 열린 ‘에미상’의 과거와 같았다· 열띤 보도 경쟁·
다만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세계 언론이 동시 다발적으로 쏟는 모든 기사나 보도에는·
“‘에미상’ 레드카펫을 충격에 빠트린 한국의 배우 강우진씨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하지만 그의 퍼포먼스는 ‘에미상’을 충분히 뒤집었고······”
오로지 강우진만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의 퍼포먼스와 파급력이 전세계의 관심과 눈을 사로잡았다·
그 상태로 진행된 ‘에미상’이었다·
그리고·
“‘에미상’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이로운 악!!! 강! 우! 진!!”
세계에 우진의 이름이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 무려 ‘에미상’ 드라마 부문의 남우주연상· 그 어떤 한국배우도· 아니 아시아 전체 배우로도 단 한 명도 이루지 못한 것을 강우진이 해냈다· 내로라하는 헐리웃 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말이다· 이미 ‘이로운 악’은 2관왕을 달성했고 이번 남우주연상으로 3관왕에 올랐지만 그보다 중요한 걸 얻었다·
상징성· 더불어 위업·
조연상도 아닌 주연상· 이는 상당히 가치가 있는 한 방이었다· 전통과 고집이 있는 칸과 ‘에미상’에서 연달아 남우주연상을 탄 것은 세계 변화의 흐름을 주름잡고 있는 것이 강우진이다 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 한국이 세계가 놀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고·
-스윽·
장대한 홀에 자신의 이름이 쩌렁쩌렁 퍼졌을 때쯤 무심한 얼굴로 넓디넓은 무대 위로 향하는 강우진의 속내는·
‘······???’
물음표가 가득했다· 나? 나라고? 진짜 나? 저 화려한 무대로 걸어가곤 있지만 이게 맞나? 싶었다· 꿈일 거라 생각도 해봤는데 등이나 어깨를 두드리는 외국인들의 손맛을 보니 현실은 확실했다·
‘진심으로 나 맞냐??! 와- 돌았네!!’
솔직히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 컨셉질 장착한 강우진이라도 욕심은 났다· 허나 칸과 비교하자면 ‘에미상’의 무게는 가벼웠다· 염원의 무게 말이다· 칸도 대단한 영화제지만 대놓고 노린 것도 있었고 말 그대로 국제 영화제다 보니 ‘에미상’과는 성격이 약간 달랐다· 따라서 가능성만 놓고 보면 칸이 높았다·
‘에미상’은 기대는 하되 조금은 포기한 우진이었다·
‘그런데 나를 불러?! 내가 에미상 남주상이라고??!’
‘이로운 악’을 대충 찍진 않았지만 이 ‘에미상’은 ‘아카데미상’과 버금가는 시상식· 그만큼 헐리웃 탑들도 즐비했고 같은 남주상 후보 배우들도 어마어마했다· 세계로 인기리에 팔려나가는 방송들 역시 넘쳤다· 이 입이 쩍 벌어질 공간에서 1등인 ‘남우주연상’을 타냈다·
기분이 어떻겠는가?
희열보단 당황이 큰 강우진· 그가 어찌저찌 무대에 올랐다· 우진에겐 바로 금빛 트로피가 전달됐다· 첫 느낌은 간단했다·
‘개묵직하네·’
구를 받드는 날개 달린 여자 트로피는 무거웠다· 크기도 머리통보다 컸다· 뭐랄까 지금까지 받은 많은 트로피 중에서 가장 농도가 짙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강우진 혼자만의 판단· 세계적 명망과 권위 순위로 무게감이 다른 건가? 아카데미상은 더 묵직하나? 짧은 순간 수많은 잡생각이 스치던 강우진·
어느새
-스윽·
드넓은 무대엔 그만 덩그러니 혼자였다· 트로피를 전달한 여배우 둘은 빠진 상태· 시원하게 울리던 음악도 꺼졌고 귀가 웅웅댈 정도로 쳐대던 수만 명의 박수도 멈췄다·
‘후 모르겠다 아무것도·’
그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뽑힐 가능성이 낮아 아무 멘트도 준비하지 않았다· 뭐 멘트를 가져왔어도 이 순간에 떠오르는 건 기적에 가깝다·
이쯤 강우진이·
-슥·
트로피 보던 고개를 올렸다·
“······”
정면 좌 우 끝쪽 등등 무대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여러 카메라들· 머리통이 뜨겁다· 컴컴한 천장에 수없이 박힌 조명 때문이었다· 관객석은 채운 수만 명의 외국인이 보인다·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었다· 곧 우진은 오금이 저렸다· 환희 비슷한 것이 단전 밑에서부터 치솟았으니까·
이 광경을 본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
그런 강우진은 서서히 마음이 차가워졌다· 컨셉질과 더불어 거만함을 끌어 올린다· ‘야수화’도 첨가한다· 준비한 멘트는 없지만 강우진의 첫 마디는 금방 나왔다·
“이제 ‘아카데미상’만 남았습니다·”
낮고 덤덤한 영어· 카메라를 응시하던 강우진의 시선이 뒤쪽 놀란 듯 눈들이 커진 수만 관객들을 향했다· 이어 우진이 한 손에 쥔 트로피를 조금 올렸다· 모두에게 보이게 말이다·
“‘아카데미상’만이 남았습니다·”
비슷한 영어를 반복한 우진이 고개를 약간 왼쪽으로 돌렸다· 심장이 쿵쾅댄다· 아아 당장 튀고 싶다· 허나 그럴 수도 없는 상황· 우진은 필사적인 컨셉질로 아무 말이나 적당히 뱉기로 했다·
“제가 말주변이 없습니다· 일단 감사합니다 ‘에미상’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상당한 영광입니다· ‘이로운 악’ 팀들 전부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첫 마디 뒤로는 감사 퍼레이드였다· 떨리는 것 없이 차분하며 잠잠한 영어 톤· 이를 지켜보는 바로 앞 외국인 배우들이 수군댈 정도였다·
“어찌 저리 침착할 수 있지? 자신이 지금 70년 넘은 ‘에미상’의 역사를 바꾼 걸 알고는 있는 건가?”
“모든 행동과 말투에 여유가 있는 걸 보니- 자신이 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군·”
아니 강우진의 심장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습관적 쎈척이 있기에 어떻게든 소감을 이어간다·
“가족 친구 동료 세계의 팬분들 등 전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기서 돌연 유창한 영어에서 한국어로 바꾸는 강우진·
“지금 이 ‘에미상’을 보고 계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과 한국의 팬분들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뱉은 약속들을 이뤄드리는 게 할 수 있는 최고의 팬서비스라 생각합니다·”
시선을 바꿔 정면의 생중계 카메라를 보는 강우진이 마무리를 지었다·
“‘아카데미상’ 생중계 역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소감을 마친 강우진이 별수롭지 않게 무대를 내려갔다· 짧게 정적이 흐르던 드넓은 홀에는 가까스로 박수가 퍼졌다·
-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모든 카메라는 강우진의 뒤를 쫓는다· 수만 관객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대놓고 선포해버리는군 어찌보면 대단해·”
감탄 또는·
“다시 한번 사고를 쳐버렸어· 기가 막힌 또라이야 저 배우는·”
황당함·
어찌됐든 트로피를 손에 든 강우진이 자리로 돌아왔다· 송만우 PD나 마일리 카라 등 ‘이로운 악’ 팀은 여전히 기립박수 중이었다· 화린 외의 배우들 모두 쌍엄지를 보이며 기분 좋게 웃었고 몇십 초 정도 유지되던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하하 우진씨·”
턱수염 송만우 PD가 강우진의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기분이 어때요? 아시아 전체 배우 통틀어서 최초로 ‘에미상’을 정복한 거!”
강우진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냥 그렇습니다·”
한편 이 시각· ‘에미상’ 2관왕 소식이 질펀하게 퍼지던 한국에·
『‘이로운 악’ 美 에미상서 벌써 2관왕···“새 역사 썼다!”』
실시간으로 새 소식이 터졌다·
『[속보]‘이로운 악’ 강우진 美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뒤로·
또 한 번 최초를 이룩한 강우진의 뒤로 ‘에미상’ 진행은 속행됐다· 남우주연상에 이어 여우주연상 후로는 다시금 드라마 부문 스탭들의 상이 줄지어 열렸다·
““에미상 드라마 부문 촬영상! ‘이로운 악’!!”
촬영상에서 또 한 번 ‘이로운 악’이 불렸다· 이미 4관왕이었고 한국으로도 아시아 전체로도 이만한 성적을 낸 건 ‘이로운 악’이 처음이었다· 헐리웃의 ‘에미상’의 역사가 뒤집히는 중이었다· 후로 편집상 외의 ‘이로운 악’이 후보로 포함된 쪽은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이었다·
하지만 이미 4관왕· 거기에 ‘남우주연상’까지 먹었으니 충분하겠지만·
“드라마 부문 작가상은- ‘이로운 악’! 축하드립니다!!”
-♬♪
‘이로운 악’의 폭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고의 작가를 뽑는 상에서 ‘이로운 악’이 불리며·
“허억!! 저 저요?! 진짜 저요???!”
눈이 터질 듯 커진 최나나 작가가 벌떡 일어났다· 믿기 힘들다는 듯 어물댄 어렵사리 무대에 오른 최나나 작가는 트로피를 받자마자 오열하기 시작했다· 어찌나 우는지 수상소감 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 덕분에 발표를 맡은 헐리웃 감독이 그녀를 달래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이로운 악’은 ‘에미상’ 아시아 작품 최초로 5관왕이라는 기적을 이룩했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그중 반이나 달성한 셈·
덕분인지 수만 명이 모인 ‘에미상’ 홀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흥분과 광분이 뒤섞여 공기가 뜨겁게 느껴질 지경· 어느새 ‘에미상’ 드라마 부문의 시상식이 끝으로 달리고 있었다· 뭐 워낙 많은 부문이 존재하는 ‘에미상’이기에 이번 드라마 부문이 끝난다고 시상식이 종료되는 건 아니다·
아직 한참은 남았다·
그래도 드라마 부문 피날레 차례가 도래했기에 강우진은 물론 관객 전부가 무대에 오른 인물을 응시했다· 발표를 맡은 헐리웃 배우였다· 근육질 몸이 눈에 띄는 남자배우가 큐카드를 열었다· 곧 그가 빙긋 웃으며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에미상! 드라마 부문 연출상!”
연출상은 쉽게 말해 감독상과 같았다·
“축하합니다! ‘이로운 악’! 송만우!!”
5작품 중 감독상은 송만우 PD의 차지였고·
“······미친! 내가 된 거냐?!”
‘이로운 악’은 ‘에미상’에서 6관왕이었다·
몇 시간 뒤·
‘에미상’이 모두 끝났다· 이쯤 네이비 턱시도 입은 강우진이 커다란 승합차에 올랐다·
-드르륵!
타이를 풀어헤친 그가 차에 타자마자 긴 한숨을 뱉었다·
“후우-”
차에 그 말고는 안 타는 걸 보니 최성건 등의 팀원들은 아직 뒷마무리 중인 모양· 허공을 보던 우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자정을 넘겼다·
‘대체 몇 시간을 한 거냐?’
오후에 시작됐으니 최소 5시간은 진행한 셈· 그가 겪은 모든 시상식 통틀어 가장 장시간· 강우진이 조금 전의 ‘에미상’을 상기했다· 6관왕을 달성한 ‘이로운 악’은 드라마 부문의 작품상은 아쉽게도 타지 못 했다· 그래도 핵심 상들은 거의 휩쓸었으니 우진은 만족했다·
‘감독상 작가상에 내 남주상· 그리고 미술상이랑 촬영상 스턴트 퍼포먼스상이었지? 오졌다·’
한국이· 아니 일본 포함 세계가 또 뒤집히겠구나 싶은 우진이 흑발을 쓸었다· 순간 그에게 피곤이 몰려왔다· ‘에미상’의 뒤풀이 그리고 수천의 기자들을 상대하다가 왔으니까· 우진에게 달려드는 방송팀과 기자들은 거의 발광 수준이었다·
곧 재차 한숨을 뱉은 강우진이·
-스윽·
시선을 내려 자신이 들고 온 금빛 트로피를 확인했다· 이게 왜 내 손에 들려있나· 새삼 신기한 우진이 픽 웃으면서도 핸드폰을 꺼냈다· 무음이라 몰랐지만 쌓인 연락이 어마어마하다· 나중에 보자는 심정으로 강우진이 주변의 아무 시나리오나 집었다·
“일단 한 번 쉬고-”
아공간 진입을 위함· 안타깝게도 ‘에미상’의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푹!
강우진이 끝없이 컴컴한 아공간에 들어섰다· 이때야 모든 컨셉질을 벗어던진 우진이 기지개를 쭉 켜며 천천히 걸었다· 흰 사각형이 나열된 곳에 도착한 그가 벌러덩 누웠다· 하품을 쩍 했지만 잠을 잘 순 없다·
그러다·
“응?”
누운 채 흰 사각형들에서 뭔가 변화를 감지한 그가 스륵 일어났다· 그리곤 다시금 흰 사각형들의 글자들을 자세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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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나리오(제목: 야수와 미녀) EX+급]
-[13/시나리오(제목: 존 페르소나) SSS+급]
헐리웃 작품들의 등급이 모두 상승했으니까·